어느 날 저에게 문득 찾아온 질문이 있습니다. 무생물로 이루어진 생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고, 인간과 똑같은 비율의 유기물을 섞어도 인간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 말입니다.
저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흔히들 인간의 중추는 뇌라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의 중추는 뇌가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뇌와 신경계라고 말하겠지만 그것 또한 아닙니다.
바로 사념파입니다.
사념파란 존재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십 사년의 연구 끝에 제가 발견한 단어이자, 제가 만들어낸 단어입니다.
사념파란 사념이 내뿜는 파장을 말합니다.
사람의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100년 전 과학자들은 사람이 죽고 난 뒤 빠져나간 수분과 각종 노폐물 등 모든 무게를 계산해 보아도 21g이 모자르다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되었고, 그들의 논리는 잊혀졌죠.
물론 사념의 무게가 21g이고, 그것이 영혼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주 적절한 예로 들 수는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념은 영혼이라고 보시면 편합니다. 뇌와 신경계를 작용하게 만드는 영혼이라고 부르는 그 무언가가 바로 사념인 겁니다.
사념파는 6차원의 존재입니다.
저희는 3차원 속에서 살고 있으며 때로는 4차원이라고도 말을 합니다. 하지만 5차원의 존재 이상부터는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6차원의 존재는 어렴풋이 알 수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로 말이죠.
제가 만들어낸 에바는 단순한 컴퓨터가 아닙니다. 그는 한국 연구원 전체의 연구 기기와 컴퓨터. 그리고 양자 컴퓨터와 다중 인지 컴퓨터 등과 호환이 가능한 컴퓨터입니다.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말이죠.
에바는 엄청난 정보량을 단 한순간에 계산하고 처리해낼 수 있습니다. 여태껏 개발되고 앞으로도 개발된 모든 컴퓨터의 정보 처리량보다도 빠를 겁니다. 제가 만들었고, 현재 컴퓨터와 관련된 개발은 저에 의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제가 더 이상 개발을 멈춘다면 에바같은 컴퓨터는 앞으로도 개발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에바를 통해서 저는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사념파란 어떻게 전해져 오며, 사념은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가?
라는 것을 말입니다.
먼저 사람이 죽으면 특수한 에너지가 검출됩니다.
그 에너지를 최후까지 보관하는 곳은 신체의 어느 곳도 아니고 뇌와 척수입니다.
뇌와 척수가 끝까지 정보와 에너지를 지키다가 결국 멈추게 되면, 특수한 에너지가 방출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사념파의 에너지라고 보면 됩니다.
그 에너지는 약 4.8초간 3차원에 존재했다가 6차원으로 차원 도약을 하게 되는데 그 4.8초 동안 에너지가 빠져나가면서 질량이 결손되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질량이 21g이었고,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설이 퍼지게 된 것이죠.
그 6차원으로 가는 차원 도약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되었습니다.
이 발표문에서도 마찬가지로 공개할 수 없는 비밀이고, 다소 문제적인 실험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공개는 생략하겠습니다.
(중략)
여러분은 게임을 좋아하십니까? 백년이 넘는 전통을 잇는 컴퓨터 게임은 여러 가지 분야로 발전되어 왔지만 아바타를 사용하고 가상의 현실에서 활동한다는 것이 사념파의 원리와 아주 똑같습니다. 아바타는 3차원에 존재하는 저희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입니다.
그렇다면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은 바로 6차원의 사념들이 되겠네요. 물론 그들이 키보드와 마우스나, VR 기기를 가지고 우리가 되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동 원리는 현재 저희가 연구한 바로는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 이렇게 플레이하느냐? 무슨 목적으로 그런 것이냐? 따위의 질문들은 받지 않겠습니다. 전 아직 3차원에 존재하는 아바타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6차원과 3차원은 완전히 맞닿아 있으면서 별개의 차원이라는 겁니다.
이런 별개의 차원에서 오는 에너지. 즉 사념파는 중력을 통해 단절된 차원을 넘어 3차원의 생명체들에게로 전해져 옵니다. 중력이 일종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죠.
6차원과 3차원은 아주 명확하게 단절되어있지만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우주의 모든 곳에 사념파가 울리고 있고, 사념이 존재하고 있지만. 사념은 우주 위에 있는 또다른 공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우신게 당연합니다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그렇습니다.
(중략)
인간은 모두 이어져있다는 말 들어보신적 있으시죠?
또한 동물과 상상 이상의 교감을 해내는 사람들도 본 적 있으실 겁니다
이것은 모두 동조현상의 일부입니다.
흔히 알고 계시는 공감과 유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인간이나 동물, 생물들은 모두 사념으로 이루어져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에 따라 사념파가 뿜어져 나오죠. 파장 끼리는 상쇄하거나 간섭한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으시죠? 즉 사람은 사람끼리 뿜어져 나오는 파장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사념파가 일부 비슷한 파형을 갖게 된다거나, 사념파에 따라 상쇄되어 완전히 반대 모양을 취하게 되는 것이죠.
이것을 바로 동조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동조 현상을 통해 사람들이나 동물들 간의 성격이 형성됩니다. 성격 뿐 아니라 행동 양상. 생활 패턴. 본능이 달라지게 되죠.
인간이 왜 사회적 동물인지 아십니까? 사념파의 방출 영향이 그 어떤 동물에 비해 가장 크고, 사념파의 방출 빈도와 사념파의 파장 자체가 다른 생물종과는 비교가 안되게 크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제가 뿜고 있는 사념파는 우주 반대편까지 도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우리는 전 우주에 영향을 미치고, 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죠.
그 다음으로 돌고래나 원숭이 등 무리생활을 하는 생물들은 사념파의 영향을 크게 받는 종들이고, 미생물이나 식물들같은 경우는 사념파의 영향을 심하게 받지 않는 종들입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지구 내부에서도 사념파가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나오는 것과 비슷한 파형을 가지고 말이죠.
확실히 지구가 인류의 어머니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무생물 유기체로 이루어져있던 무언가가 지구의 사념파에 반응하여 독자적인 사념파를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최초의 생물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그 무생물은 어떻게 사념파를 독자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요?
그 질문의 답은 우주에 있습니다. 우주가 생성될 때. 아 하지만 이때 아마 사념이 먼저 존재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사념에 의해 우주가 생성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구요.
사념들은 우주가 생성될 때 우주와 함께 이곳 저곳으로 흩어졌습니다. 사실 우주 전체가 사념들이므로 딱히 흩어질 것도 아니지만요.
저는 그 태초의 사념들을 원초사념. 혹은 원시사념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그냥 오래되었으니까요.
그 원시사념들은 행성이 되었고, 또한 그들이 모여 은하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행성들이 생기고 나서 남은 사념파들은 유기체들이 뭉친 지구에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왜 하필 지구이며, 다른 행성들에는 생명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념파 추적을 해본 결과 아주 먼 우주에는 수많은 사념파들이 공명하며 동조현상을 일으키는 행성들이 여럿 되었으니, 그곳에는 생명이 살 가능성도 높습니다.
확실한 것은 말입니다.
온 우주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가 바로 우리들입니다.
우리는 우주로 이루어진 물질이며, 우주가 탄생할 때 있었던 것들이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우리는 사념파를 발견했고, 이제 다음 차원으로의 도약을 시작할 것입니다.
영원한 세계에 닿을 것이고, 우리는 신의 영역을 넘을 것입니다.
우리는 오만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태양에 닿으려 한 이카루스가 아니라, 태양까지밖에 상상할 줄 모르는 현실주의자였을 뿐입니다.
여러분 상상하십시오.
전 우주를 통틀어 실현하지 못하는 것은 없습니다. 단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뿐입니다.
상상하는 모든 것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