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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다의 왕이라는데요?
작가 : 윤소언
작품등록일 : 2020.7.31

전생, 바다의 왕이었던 남자가 최고의 헌터가 되기까지.

 
21화. 어머니 용유영
작성일 : 20-09-08 18:12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7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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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어머니 용유영

 

 “그전에 어머니 좀 뵙고 가야지.”

 -자, 잠깐. 아빠… 그대로 가게?

 “응. 왜?”

 -아니, 그게…!

 

 레비가 말을 더듬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려갔다.

 그리고 어머니 병실로 향했다.

 걸음을 멈췄다.

 서현이 병실 앞에 있었다.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한 폭의 화보 같아서… 나는 조용히 지나치려고 했다.

 

 “…해류.”

 

 서현의 작은 목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왜?”

 

 눈이 마주친 서현이 움찔했다.

 

 “그… 더러운 얼굴, 세수라도 하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내 얼굴이 더러운 건 진짜 더러워서가 아닌데?”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게 되다니….

 자괴감이 넘쳐흘러 백두산 천지를 가득 메울 기세네.

 

 “아니…”

 

 서현이 더 말하려고 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병실로 들어갔다.

 어차피 잠든 어머니를 잠깐만 보고 나올 건데 다들 왜 이러는…

 

 “…….”

 “…….”

 “……해류니?”

 “……아.”

 

 잠들어 있지 않았다.

 절벽 위에 핀 꽃이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나를 향한 눈동자에 놀라움이 깃들기 시작했다.

 

 “우리 아들.”

 “네. 어머니.”

 

 목이 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오랜 세월. 67년의 공백 끝에 마주친 어머니는 천천히 첫 마디를 내뱉었다.

 

 “…얼굴에 무슨 짓을 한 거니?!!”

 “그렇게 놀랄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아니, 어머니가 자기 아들 얼굴을 지적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어머니는 가느다란 손을 뻗어 거울을 가리켰다.

 나는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았다.

 

 “헉!”

 

 숨이 들이켜져 호흡이 막힐 정도였다.

 거울 속 나는….

 

 검붉은 피가 굵은 선이 되어 금을 긋고 있었다.

 눈. 코. 입. 귀.

 더럽다기보다는 무서운, 분장이라고 하면 지독한.

 그런 몰골이었던 것이다.

 

 “…….”

 

 왜 레비와 서현이 조심히 말렸는지 알겠네.

 ……아니! 이 정도로 심하면 적극적으로 뜯어 말렸어야지!

 레비는 나에게 겨우 용서받은 직후고!

 서현은 나와 다툰지 얼마 되지 않은 참이라고 해도!

 사람이 이 모양이면 변기통에 머리를 처박게 해서라도 씻겼어야지!!

 라고 말할 자격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예. 다 자업자득이지요.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아주 섬세하게 축복을 사용했다.

 말라서 굳은 피는 액체의 영역에서 벗어나기 직전이었다.

 천천히 팩을 떼어내는 것처럼 조심스레 피딱지를 벗겨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안에 감추고 표정을 정리했다.

 

 “짜잔! 마술!”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멀쩡한 얼굴을 공개했다.

 손안의 피는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게 밑으로 옮겼다.

 마침 창가에 초록색 카네이션이 심어진 화분이 있었다. 화분에 넣어두면 들키지 않겠지.

 무사히 화분에 골인시킨 나는 작게 숨을 뱉으며 어머니를 보았다.

 그때까지 어머니는 말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진짜 해류가 맞구나.”

 “그럼요. 진짜 아들이 맞아요, 진짜 어머니.”

 “이리 와서 앉아보렴.”

 

 어머니는 자신의 옆을 가리켰다.

 의자에 앉은 나는 가까이서 어머니를 살폈다.

 …말랐다.

 지나치게 말랐다.

 앙상한 나뭇가지라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말랐다.

 

 “어머니.”

 

 어째서인지 심장이 매우 느리게 뛰었다.

 

 “그래. 아들.”

 

 어머니가 미소 지으셨다. 기다란 백발이 흘러내렸다. 사락,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조용히 서로를 보았다.

 

 “…….”

 

 나에게는 며칠의 시간이었지만, 어머니에게는 한 사람의 평생이었다.

 어머니가 듣고 싶은 말을 가장 먼저 해주고 싶었다.

 

 “다녀왔어요.”

 “그래. 오래 걸렸네.”

 “…죄송해요.”

 “죄송할 게 어디 있니. 너도 너 나름 힘들었을 텐데.”

 “…….”

 “세상이 많이 변했어. 아들.”

 “그러게요.”

 “아들은 아직 30년도에 살고 있겠지?”

 “…제 마지막 기억은 그렇죠.”

 “하하.”

 

 어머니의 웃음은 모래바람과 닮아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눈은 사막의 별처럼 빛났다.

 

 “네가 데려온 그 여자는 누구니?”

 “예? 예에?”

 

 어머니의 표정은 장난감을 발견한 아기 고양이 같았다.

 잠깐.

 아니, 갑자기 그것부터 시작한다고?

 

 “아주 참한 아가씨던데 말이야. 엄마는 아주 찬성이란다.”

 “아니, 어머니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뭐! 그럼 무슨 관계인데?”

 “어… 그게….”

 

 왕과 신하?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도 이해하지 못하겠지.

 어, 그럼.

 

 “상사와 부하요?”

 “아이고, 아들아.”

 

 어머니는 이마를 쳤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소리가 아주 찰졌다.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라고 가르쳤잖니.”

 “……네?”

 “망설일 시간에 방법을 찾고, 노력을 하라고. 그렇게 누누이 말했거늘.”

 “어…….”

 “엄마는 며느리가 갖고 싶구나. 대협이한테 들었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아들 결혼하는 것도 못 보다니. 네가 불효를 저질렀다면 67년간 가출한 것이 아니라 손주를 안겨주지 않은 거야!”

 “어… 아픈 사람 맞아요?”

 “아파? 아플 리가! 엄마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삶의 결승선을 지나갈 거야.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단다.”

 

 다만.

 이라고 어머니는 작게 덧붙였다.

 

 “아들이 그 긴 시간 동안 집을 나가 놓고는 가정도 안 만들고 허송세월했다는 게 슬플 따름이란다. 흑흑.”

 

 그렇게 말로만 우는 소리를 내며 눈물을 닦는 척했다.

 

 “아니, 엄마.”

 “왜 그러니, 아들아.”

 “서현이랑은 그런 게 아니라….”

 “그래서 엄마를 슬프게 만들겠다고?”

 “아니, 그러니까….”

 “흑흑흑. 허어엉어엉. 흙흙흥크큭흫.”

 “아니, 마지막엔 웃은 거지? 웃었지?!”

 “큭큭큭큭큭.”

 

 어머니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기 시작했다.

 

 “아이고, 눈물아. 역시 이 맛에 아들 키우지.”

 “놀랐잖아!”

 “으이구. 아들아. 이게 다 어머니의 사랑 아니겠니.”

 “두 번 사랑 받으면 심장이 남아나질 않겠어.”

 

 내가 줄 수 없는 걸 인질로 삼는데 뭘 어떻게 하겠어.

 

 “괜찮아. 다 엄마의 진심이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진심인 건 맞구나?”

 

 어머니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럼. 우리 아들이 못난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애인 하나 못 만들다니. 이처럼 엄마를 괴롭히는 사실이 있을까?”

 “아니, 그게.”

 “너는 그동안 배운 말이 아니, 그게… 말고는 없어?”

 “…….”

 “어쭈. 이제는 묵비권을 행사하겠다? 오냐. 보자. 그게 얼마나 갈지. 쿨럭쿨럭.”

 “……엄마!”

 “아… 아, 괜찮아. 나이 먹으면 가끔 피도 토하고 그래.”

 “그게 괜찮을 리가 없잖아!”

 

 나는 황급히 벨을 눌렀다. 그러자 15초도 지나지 않아 윤대협과 간호사들이 들어왔다.

 급하게 자리를 비켰다. 윤대협은 치유 능력을 사용하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아, 별거 아닌데 그러네.”

 “누님. 말씀 많이 하지 말라니까요.”

 “어떻게 그래.”

 

 어머니가 손을 뻗었다. 황급히 옆으로 갔다. 어머니는 내 어깨에 손을 얹더니 천천히 얼굴로 가져갔다. 뺨을 쓰다듬으며….

 

 “오랜만에 잘생긴 우리 아들이 돌아왔는데.”

 “…엄마.”

 “…어떻게 그래.”

 “어… 으어어아아앜!”

 

 꼬집!

 어머니는 뺨을 세게 비틀었다.

 

 “크크큭. 엄마 마음 아프게 한 벌이야. 아들.”

 “아야야…. 여전히 아프네요, 어머니.”

 “엄마라고 해. 어머니라고 하면 정말 늙은 것 같잖니.”

 “늙었잖아요… 오오오아앜!”

 “이게 못 하는 말이 없어.”

 

 그렇게 한참이나 실랑이를 벌였다.

 상태를 살핀 윤대협은 수액을 갈아 끼우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나가기 전 눈이 마주친 윤대협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나와 어머니를 번갈아 보더니 눈빛으로 말했다.

 각오하고, 행동하라고.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다고. 그런 마음을 담아.

 

 “하하하. 아들, 그래서 아들이 좋아하는 시리즈가 말이야.”

 “아니, 잠깐만요. 그 작품들이 그렇게 개판이 됐다고요? 내가 아는 감독이라면 그럴 수가 없는데.”

 “대격변이 일어나고 영화 속 능력자가 현실이 되었어. 그러니 유행의 판도가 바뀌었지.”

 “안 돼. 그럼 내 청소년 시절 영웅들은…”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거라. 아들.”

 “…….”

 

 내 심장이 울었다.

 나의 영웅들이 그런 취급을 받게 될 줄이야.

 요즘 사람들의 멍청함에 내 영혼은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엄마. 그… 한 번 쓰레기가 잔뜩 떨어진 적 있지 않아요?”

 “오. 그런 적 있어. 아들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제가 저지른 일이니까요.

 말을 삼킨 나에게 어머니는 설명해주었다.

 

 “그게… 37년도쯤인가? 대격변 이후 안정화가 되기 전이었지. 관련 영상이 있을 텐데… 오, 이거다. 엄마도 좋아하는 다큐인데 같이 보자.”

 

 어머니의 검지가 침대 틀을 쳤다. 그러자 정면에 커다란 홀로그램이 나왔다. 거기서 영상을 찾아 재생했다.

 

 “…‘지옥에서 돌아온 테디베어’? 제목이 왜 이래요?”

 “보면 알아.”

 

 영상은 한 가정집이 불타면서 시작됐다.

 쿵! 쿵! 쿠우앙!

 한 가족이 집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현관문이 찌그러지며 공룡처럼 생긴 몬스터가 나타났다.

 가족은 비명을 질렀다. 불길을 짊어진 몬스터가 아가리를 벌렸다.

 그리고 직후에.

 쩌적-

 몬스터가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

 

 “오!”

 

 내가 감탄하는 동안 불타고 있던 집 위로 비가 내렸다. 불이 꺼지고 연기가 자욱한 현장.

 그 안에 몬스터 사이로 등장한 존재는…

 

 “곰 인형?”

 

 구멍이 뚫려 솜이 삐죽삐죽 튀어나왔고, 실밥이 여기저기 엉킨 곰 인형 하나가 손에 묻은 몬스터의 피를 털고 있었다.

 그 충격적인 장면에 영상 속 가족은 물론, 나조차 입을 열지 못했다.

 곰 인형이 천천히 가족에게 다가왔다.

 가장 먼저 반응한 이는 딸아이였다.

 

 -…테디!

 

 어린 시절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곰 인형이었다. 손바닥 중앙에 분홍색 실로 새긴 이름을 보면 확실했다.

 테디가 돌아왔다. 테디가 구해줬다.

 부모님이 말없이 버렸을 때는 사흘 밤낮으로 찾아 헤맸었다. 그런데도 찾지 못해 일주일 동안 울었었다.

 그 시절 그 친구가 돌아와 우리를 구해준 것이다!!

 

 “이날 하늘에서 엄청난 쓰레기들이 쏟아졌지. 아니. 그건 쓰레기가 아니었어. 구원자들이었지.”

 “…….”

 “그때는 헌터의 수가 모자라 몬스터를 완벽히 막아내지 못하던 시절이었단다. 그런데 사람들을 해치던 몬스터 위로 쓰레기들이 쏟아진 거야. 쓰레기 더미에 깔린 몬스터는 서서히 죽어갔지.”

 

 사람들은 이 현상을 두고 여러 가설을 내세웠다.

 

 “지금 가장 유력한 설은 ‘도깨비’ 설이란다. 사람의 손이 닿은 물건에는 ‘령’이 깃들어서 자아를 가지게 돼.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거지. 그래서 쓰레기라고 버려진 것들이 주인을 찾아간 거야.”

 “…….”

 “그리고 그들은 주인을 구했지. 이 영상의 주인공인 여자아이도 이날을 계기로 ‘인형술사’로 각성했단다. 마지막까지 곰 인형 ‘테디’와 함께 몬스터를 막아낸 위대한 헌터 중 하나지.”

 “……어.”

 “하지만 반대 의견도 생겼단다. 모든 쓰레기가 주인을 도운 건 아니었어. 령이 자아를 가지고 있다면 주인을 해칠 수도 있다, 는 목소리와 증거가 나오면서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는 철저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법이 만들어졌지. 그 결과 산성 슬라임을 테이밍했던 한 헌터의 처리 시설이 급부상하게 되었단다.”

 

 참고로, 라며 덧붙인 어머니는 씨익 웃었다.

 

 “그 처리 시설도 우리 해류 그룹 소속이야. 세상의 쓰레기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막대한 권력인 거지!”

 “……어.”

 “지금도 방사능 폐기물 같이 처리하기 힘든 건 우리가 해치우고 있단다. 환경도 지키고 돈도 벌고. 아주 좋은 세상이야.”

 

 그게 좋은 거라는 건 알겠다.

 그런데….

 

 “하아.”

 

 내가 고민 없이 저지른 일이 이런 효과를 불러일으킬 줄이야.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네.”

 

 작은 물결이 해일이 된다는 말처럼, 세상일이라는 건 정말 예측 불가였다.

 바다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긴 했다.

 쓰레기에게 구조받은 사람은 괜찮았다.

 그렇지만 역으로 당해버린 인간들에게는 조금 미안했다.

 그나저나 도깨비라니.

 그냥 쓰레기에 묻은 기억으로 주인에게 돌려보냈을 뿐이었는데, 그런 구체적인 행동이 가능할 줄은 몰랐다.

 이거 마치 겨울여왕의 눈사람이랑 비슷하잖아?

 어쩌면 이쪽 방향으로도….

 

 “그래서 이 일은 왜?”

 

 생각이 끊겼다. 이 부분은 다음에 고민하기로 하자.

 나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바닷속 일을 이야기하더라도 이 부분은 생략해야지.

 사람들에게 괜한 혼란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은 그동안 뭐 했어? 숨만 쉬다가 온 건 아니지?”

 

 그래. 마침내 이 순간이 왔다.

 어머니에게 비밀로 할 일은 없었다.

 

 “…그래서 제가 바다의 왕이래요.”

 “아들이? 왜?”

 “그냥 시키던데요?”

 “……아들. 엄마가 회장 일하면서 느낀 거지만 책임을 지는 위치는 참 어려워.”

 “하지만 그 아이들은 저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걸요. 저는 그걸 무시할 수가 없었어요.”

 “정말 그걸 하고 싶니? 후회하지 않겠어?”

 

 걱정은 이해됐다.

 하지만 바닷속에서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자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어머니는 눈을 길게 감았다가 뜨셨다.

 

 “해양 오염이라……. 슬라임 처리 시설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구나. 관련 사업을 더 늘려야겠어.”

 “그전에 바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해요.”

 “흠. 환경 문제라. 대격변 이후 워낙 개판이 되어서 잊어버린 문제이긴 하지. 그렇다면 아들의 계획은 뭐니?”

 “일단 유명해져서 정치인이나 대통령들에게 경고와 협상을….”

 “그건 이미 달성했네.”

 “네?”

 

 어머니는 악동처럼 웃으셨다.

 

 “용유영 회장의 아들. 해류 그룹의 후계자.”

 “…….”

 “그 타이틀만으로도 세상 모두가 너에게 집중할 거란다.”

 “…어머니.”

 “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의 삶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저도 왕이고, 백성을 이끄는 입장이에요.”

 “어…….”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제힘으로 해결해보려고요.”

 “……아들.”

 “만약 하다가 지치거나 힘들면, 그때 부탁해도 될까요?”

 “……하하.”

 

 그래. 결국 자식은 어미의 품을 벗어나는 법이지. 많이 컸구나, 우리 아들.

 작게 속삭인 어머니는 허탈하게 웃으셨다.

 그러다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되지 말고! 아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엄마는 말리지 않아.”

 “고마워요, 엄마.”

 “그럼 네 목표를 위해서는 헌터가 돼야겠구나. 그 방법이 제일 쉽고 빨라.”

 “헌터요?”

 “그래.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 사람을 지키는 영웅. 헌터. 최고의 헌터에게는 막대한 권력이 주어진단다. 최소 대통령급으로.”

 “그만한 책임도 따르겠죠.”

 “그래. 그 영화 명대사처럼.”

 

 눈이 마주친 우리는 잠시 웃었다.

 

 “한국에는 S급이 등장하지 않은 지 꽤 되었어. 이때 아들이 S급이 되면 누구보다 많은 이목이 쏠릴 거야.”

 “오호.”

 “아들. 할 수 있어? 헌터는 위험해. 생명을 담보로 권력이 주어지는 직업이야.”

 “엄마. 저, 바다의 왕이에요.”

 

 손을 창 쪽으로 뻗었다. 비가 그친 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

 구름을 다루었다. 하트 모양이 붉은 노을을 먹어 보기 좋게 변했다.

 

 “…오.”

 

 어머니는 짧게 감탄했다.

 

 “이 정도는 기본이에요.”

 

 어머니는 진짜냐, 그래도 위험하다…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아들이 그렇다면야. 한다는 걸 말릴 수는 없지.”

 

 그냥 고양이가 앞발을 핥는 것처럼 입을 가리고 조용히 키득거렸다.

 

 “아들. 그럼…”

 “그럼 간단하네요.”

 

 우리는 한통속이 되었다.

 헌터가 된다. 누구도 무시 못 할 실력을 지닌 최고의 헌터가.

 그리고 모두에게 말한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며, 자연의 모두를 소중히 여겨야만 한다고.

 그리고 아란국과 인류의 교류가 성사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엄마도 도울게. 바다의 왕 씨.”

 “감사히 받을게요. 용유영 회장님.”

 

 역시 가족이 좋다는 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우리는 시간이 가는 줄 몰랐고, 어머니가 다시 각혈을 할 때까지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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