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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묘진이
작가 : TS사가
작품등록일 : 2020.9.7

"날 영원히 미워할 거라고 약속해줘."
"착각하지 마. 난 널 미워하지 않아, 증오해."
"영원히?"
"영원히."

 
고양이의 그림자(2)
작성일 : 20-09-08 11:22     조회 : 287     추천 : 1     분량 : 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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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시간에 유치원에 도착해서 선생님 한 분께 묘진이를 인계 후 난 어제 통화했던 원장님과 차 한 잔을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혹시 미심쩍으시면 cctv 영상 보시겠어요?”

 “아, 그럼 지금은 좀 그렇고 제 이메일로 파일 보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네, 그럼요.”

 

 인상 좋게 생긴 중년의 여자 원장은 생각보다 능숙하게 컴퓨터를 다뤘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난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전에도 묘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나요?”

 “아뇨, 워낙 말수도 없고 조용한 아이라 담당 선생님한테도 묻는 거에만 대답한다고 해요. 어제 같은 적은 첨이라고…. 담당 선생님도 조금 놀란 거 같아요.”

 “…그래요.”

 “암튼, 혹시 모르니까 당분간 놀이터에서 놀 때는 선생님 붙여 놓을게요. 아버님께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 전송 끝났네요.”

 “네,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원장실에서 나와 묘진이가 있는 놀이방을 들여다보고 가려 했는데 때마침 유치원 차가 도착해서 아이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난 아이들을 인솔해서 들어오는 젊은 여선생들에게 인사를 한 후, 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그냥 밖으로 나왔다.

 

 “아버님, 그나저나 어머님 건강은 좀 어떠세요?”

 “네? 제 집사람이요?”

 “네, 묘진이가 엄마 얘기를 통 안 해서 물어보니까 엄마가 많이 아프시다고….”

 “네?”

 

 회사로 출근 하는 길에 원장의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딸아이가 왜 원장에게 엄마가 아프다고 했는지 얼핏 알 것 같기도 했다.

 

 아내 유라는 여느 엄마들과는 좀 다르다. 나와 나이 차가 좀 나서 그런지. 너무 이른 나이에 아이를 낳아서 그런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유전인 것도 같다. 그녀의 어머니, 장모님 역시 배우로 살아왔고 그녀와 성격이 비슷하다.

 

 어떨 때 보면 둘이 모녀 사이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난 유라와 묘진이 사이는 그녀의 엄마와는 달랐으면 했다.

 

 회사에 거의 도착할 때쯤 마침, 유라에게서 전화가 왔다.

 

 “응, 내가 다시 걸게.”

 

 지하주차장에 정차 후,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여보.”

 “나 당신 얼굴도 못 봤는데 벌써 출근했어?”

 “응, 그게 묘진이가….”

 “아, 속이야. 속 쓰려.”

 “음, 술 많이 마셨나?”

 “응, 사실 안 마시려고 했는데 효선이가 중간에 와서.”

 

 효선이는 와이프의 매니저 역할을 해주는 아이다. 전속은 아니고 일 있을 때만 가끔 도와준다. 아내 말은 어제 그 애가 대신 운전해줬다는 소리다.

 

 “알았어. 이따 저녁에 봐. 나 올라가 봐야 해.”

 “응, 사랑해. 여보.”

 “나도.”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난 언제나 바보가 돼버리는 것 같다. 그게 그렇게 싫지는 않다. 다만……, 아니다.

 

 우리 회사 이름은 아이리스다. 내가 지은 건 아니고 회사를 창립하셨던 어머니가 지으신 거다.

 

 젊어서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나를 키우셨던 어머니는 10년 전 아이리스를 내게 덩그러니 물려주시고 돌연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지금도 아찔하다. 당시 우리 회사와 경쟁하던 한 회사에서 이 바닥에서는 불문율이었던 바이어와의 현금거래 관행을 국세청에 고발하면서 모든 문제가 터졌다.

 

 동대문 시장바닥에서 성장하셨던 어머니가 세무 관련 지식이 뭐가 있었겠는가. 건드리면 건드리는 대로 터졌다.

 

 인맥을 총동원해서 대형 로펌의 변호사도 구해봤지만, 일은 이미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진행된 후였다.

 

 덕분에 은행 대출 창구는 완전히 막혔고, 다가오는 잔금 지급일에 맞춰 거래처들도 연달아 연락을 끊기 시작했다.

 

 소문은 급속도로 퍼졌고 납기 일에 공장들은 그들도 돈 떼일 걸 생각해 잔금을 줘야 물건을 줄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급기야 어머니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셨고, 그 후 다시 일어나지 못하셨다.

 

 당시 난…. 난…….

 

 …불행 중 다행으로 당시 우연히 발생한 일로 인해 난 간신히 숨이 트여 회사 뼈대만큼은 보존할 수 있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그래, 일들 봐요.”

 

 회사로 들어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3층에 있는 사무실로 가려는데 복도로 나오던 김 부장님과 마주쳤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도와 이 회사를 일으키신 분이다.

 

 “부장님, 일찍 출근하셨네요.”

 “오셨습니까. 안 그래도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이었는데.”

 “같이 올라가시죠.”

 

 부장님과 난 김 비서가 가져온 커피를 들이켜며 한참을 회사 일로 상의를 했다.

 

 “오사카 쪽에서 페이즐리 원피스랑 티까지 50 만장 정도 추가 오더 올 겁니다. 납기 일이 촉박해서 공임 좀 더 주더라도 기존 공장에서 쳐냈으면 좋겠어요.”

 “아, 그래요? 제가 임 주임하고 상의해서 처리하겠습니다. 저 그런데….”

 “말씀하세요.”

 

 쉽게 입을 떼지 못한 부장님은 평소 그의 모습과는 달리 뭔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 눈치를 살폈다.

 

 “무슨 일인데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대표님, 제 딸 수진이 아시죠?”

 “네, 수진이 얼마 전에 미국으로 유학 갔잖아요.”

 “그게 실은…, 몇 주 전에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애가….”

 

 김 부장님의 부탁은 딸 수진이를 연예계에 데뷔를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특별한 적이 없이 나갔던 유학 생활은 방탕한 생활로 이어졌고, 수진이 어머님이 강제로 데리고 들어온 것 같았다.

 

 말로는 정식 데뷔나 이런 게 아닌 아내 연줄로 그 세계 사람을 한 번 소개나 해달라는 것이다.

 

 부장님 성격에 나한테 이런 얘기 꺼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지간히 골치를 썩였나 보다.

 

 “확답은 못 드리겠지만 아내한테 한번 알아보라고 언질 줘 볼게요.”

 “하, 감사합니다. 대표님.”

 

 연신 고개를 숙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가려던 부장님을 난 다시 불러세웠다.

 

 “부장님, 그 뭐더라. 아, 벌초. 올해도 벌초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당연하죠. 이번 주는 일이 많으니까 좀 힘들 것 같고 다음 주나, 암튼 추석 전에는 끝내놓겠습니다.”

 “음, …그게 이번 추석엔 저희 부부 조용히 해외로 나갔다 올까 해서 그런데 이번 주에 좀 처리 좀 부탁드려요. 다음 주에 미리 성묘 좀 가게요.”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부장님이 나가고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직원들이 연달아 들어와 결재를 받고 나갔다.

 

 잠시 넋 놓던 난 머릿속에서 뭔가 잊고 있던 게 생각나 곧바로 책상 위 컴퓨터의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시간대별로 분할 저장되는지 원장이 보낸 영상은 용량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영상은 총 세 개였고 동 시간대에 놀이터를 향해 서로 다른 각도의 세 개의 cctv 영상이었다.

 

 아이가 보이지 않아 빨리 감기를 눌러서 재생하자 영상이 반쯤 지날 무렵 딸 묘진이와 친구 예린이로 보이는 두 아이가 놀이터 바닥에 앉아 소꿉놀이를 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영상에서는 원장의 말대로 딸 아이와 친구 예린이 두 아이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없었다. 묘진이도 경기를 일으킨다거나 그런 특이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난 모니터 쪽으로 몸을 숙이고 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 심각한 표정으로 다음 영상을 재생했다.

 

 두 번째 영상은 아이들의 뒤쪽에서 찍힌 영상인데 첫 번째 영상보다 화질도 안 좋고 거리가 멀어 아이들의 표정 같은 건 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묘진이가 말한 이상한 아줌마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흠.”

 

 난 깊게 숨을 내쉬곤 마지막 세 번째 영상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녀석에게서 문자가 들어왔다.

 

 - 생각보다 날짜가 빨리 잡혀서 바로 보낸다. 9월 15일 수요일 저녁 7시 강남대로 94번 길, 코리아나 빌딩 1층 한정식 채우소에서 보기로 했는데 어때? -

 

 얼핏 그날 특별한 약속은 없는 것 같아 녀석에게 오케이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영상을 보려 했다.

 

 그런데 15일이면 다음 주인데 처음 생각보다 빠르다. 10년 만에 동혁이와 대학 동창들을 본다니….

 

 두려움 반, 반가움 반. 기분이 묘했다.

 

 그때 돌연 심각한 얼굴의 이소라 실장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녀의 손엔 방금 재단한 듯 보이는 다이마루 원단이 들려있었다.

 

 “대표님, 이거 재고 원단들 전부 곰팡이 슬었다. 어쩌죠? 한 번 통째로 세척해야 할 것 같은데?”

 “후, 한번 봅시다.”

 

 검은색 원단 전체에 푸른 기가 흐르는 곰팡이가 퍼져있었다.

 

 “원단 전체가 이래요?”

 “창고에서 빼 온 건 다 이렇대요. 저번 장마 때 창고에 한 번 물들어왔다고 한 거 때문에 이렇게 됐나 봐요.”

 “이 정도면 내가 한 번 가볼게요. 원단 전체를 세척하고 건조하고 나서 작업 들어가면 납기 못 맞출 것 같으니까 중국 쪽에 주문 더 넣어요.”

 

 이 실장에게 지시 후, 난 인터폰으로 임 주임을 호출했다.

 

 상황이 바쁘게 돌아가 세 번째 영상은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다른 두 영상과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올라온 임 주임과 함께 회사 차 스타렉스를 타고 마장동에 있는 원단 창고로 향했다.

 

 상주 인원을 두지 않고 관리하는 곳이라 로스가 발생하면 치명적일 수 있어 마음이 초조했다.

 

 “바빠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들러서 상태 체크 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아, 그게…, 실은 저번에 퇴사한 한 주임이 맡은 창고다 보니. …죄송하게 됐습니다.”

 “일단, 빨리 가봅시다.”

 “네.”

 

 스타렉스가 마장동 고깃집 골목을 빙빙 돌아 한적한 주택단지 근처에 정차했다. 창고는 허름한 원룸 건물의 지하를 빌려 쓰고 있었다.

 

 임 주임이 자물쇠를 열어 굳게 닫힌 철문을 열자 내가 먼저 철제 사다리를 밟고 아래로 내려갔다.

 

 원단 창고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습한 공기가 가득했다.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내 뒤를 따라 내려온 임 주임이 컴컴한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와 환풍기 스위치를 찾아 누르자 창고 위에 달린 백열등이 켜졌다.

 

 습하고 매캐한 냄새로 막혔던 코는 환풍기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조금이나마 숨이 트이기 시작했다.

 

 난 백열등 불빛으로는 확인이 힘들 것 같아 핸드폰 조명을 켜고 안쪽 구석에 있는 철제 구조물 위에 쌓여있는 원단에 가까이 다가갔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상태는 더 심각했다.

 

 구석에 있는 원단들은 팔레트도 없이 바닥에 심하게 널브러져 있었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엔 물기가 가득했다.

 

 “후.”

 

 난 말 없이 임 주임을 한번 쏘아보고는 그가 고개를 푹 숙이자 그대로 안쪽으로 가서 원단을 확인했다.

 

 “이번에 원단을 가지고 나올 때도 확인을 안 했나?”

 “그게…, 입구에 있던 거만 빼 온 거라서.”

 “하, 돌아버리겠네. 시발.”

 

 난 허리를 숙여 제일 밑에 깔린 원단 하나를 밖으로 끄집어냈다.

 

 순간 원단이 머금고 있던 물기가 내 얼굴에 튀었다. 그리고 그때, 원단 밑에 있던 뭔가가 불쑥 튀어나와 내 발밑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깜짝 놀란 난 나도 모르게 두 발을 번갈아들어 올리고 내리다가 빠져나가려던 무언가를 밟고 말았다.

 

 발밑에서 소름 끼치게 물컹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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