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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모래시계
작가 : 별바람
작품등록일 : 2020.9.6

또 다른 나를 찾아내기 위한 모험, 그리고 그 결말.

 
추적의 시작
작성일 : 20-09-08 00:01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3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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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흐마드에게

 

  아흐마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너무나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워. 난 무엇을 해야하지?

  내가 너에게 모든 게 해결됐다고 보낸 편지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나에게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졌어. 난 너가 보내준 편지를 읽고 내가 단순히 착각했다고 생각했지. 그 사람들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정말로 난 그들을 만나지 않았어.

  지난 이틀간 나를 안다고 나선 사람이 벌써 열댓 명이 넘어. 당연히 난 그 사람들을 모르고. 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상한 점은 나를 아는 그 사람들에게 나의 평판이 너무나 상이하다는 점이야. 어떤 이는 나를 붙잡고 무척 고마워하고, 어떤 이는 죽마고우 행세를 해. 또 어떤 이는 말이야, 글쎄, 지나가는 내 뒤통수를 탁 때리지 뭐야. 어제는 욕을 지껄이는 사람도 만났어.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벌인 거지? 어떻게 사람들마다 나를 대하는 행동이 이렇게 다르냔 말이야.

  곰곰이 생각해 봤어. 긴 생각 끝에 당도한 나의 결론은 누군가가 내 행세를 하고 돌아다니고 있다는 거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그 이유를 찬찬히 말해볼게.

  첫째, 만약 내가 그 사람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거라면(당연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가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을 전부 기억 못하는 건 기억상실증이 아닌 이상 이상하잖아.) 왜 나를 감싸주는 사람이 있고, 또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지? 나 한 사람을 향한 평판이 이렇게 상이한 건 말이 안 돼. 알다시피 난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나쁜 짓을 할 그럴 성격이 못 되잖아. 우리의 종교적 가치관도 그걸 가르치고 있고 말이야. 그래서 난 남에게 욕을 먹거나 뒤통수를 맞을 만큼 험한 짓거리는 하고 다니지 않아. 그러니 그 사람들이 나를 향해 비난을 하는 건, 진짜 나를 향한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와 헷갈려 나에게 행동하는 거야. 그러니 다시 말해, 내가 그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착각을 한 거야. 그렇고말고.

  둘째,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타인과 나를 착각 하는 건 나와 닮은 생김새의 사람이 있을 거란 거지. 영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터키에서 온 외국인인데,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터키 사람들이 비슷하게 보일 수 있잖아. 나도 꽤나 비슷하게 생긴 서양인을 구분하지 못해서 당황했던 적이 있었는걸. 그러니 나와 닮은 중동에서 온 성인 남성이 여러 행세를 하고 다니고 있고, 그와 비슷하게 생긴 내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거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그래서 난 지금 나에게 피해를 주는 그 남자를 찾으러갈까 해. 처음 한두 명에서 끝났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런데 이제 나를 아는 체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고, 또 더 많아질 거야. 벌써 교내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고 있는 것 같아. 더 심한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내가 끝을 맺어야해. 일단 이만 줄일게. 안녕.

 

 - 너의 벗, 카림

 

 .

 .

 .

 

 카림은 서둘러 편지를 봉투에 넣고 짐을 챙겼다. 간단한 옷가지와 지갑을 가방에 쑤셔넣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 남자를 찾아야할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 혹시 이 근처에서 저와 닮은 사람을 본 적 있나요?”

 

 해가 지기 전, 집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던 여자는 카림이 갑자기 그녀를 붙잡고 말을 걸어 놀란 눈치였다.

 

 “아뇨. 죄송합니다.”

 

 카림은 본의 아니게 놀라게 만들어 죄송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얼른 자리를 피했다. 어두워지는 시간에 이렇게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무작정 질문을 늘어놓았다간 경찰에게 오해를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성급했군. 사람을 붙잡아 실례를 하다니.’

 

 걸음을 걷다보니 문득 카림의 교정이 보였다.

 

 그래, 학교. 학교다. 영국 해로게이트는 영국 중북부에 있는 소규모 도시로, 대부분의 주민은 토종 영국인이다. 이런 순수 백인 동네에서 아주 가끔 외국인을 마주칠 수 있는데, 그건 카림과 같은 외국인 학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만약 카림과 닮은 생김새를 한 남자가 있다면, 분명 그 역시 공부를 하러 해외에서 유학을 온 학생일 것이 틀림없었다. 확신에 찬 카림은 학생의 정보들을 관리하는 행정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저, 여쭤볼 게 있는데요.”

 

 조교에게 말을 붙였다.

 

 “네, 말씀하세요.”

 

 조교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퇴근이 가까워지는 시간에 업무를 보러온 학생이 달갑지는 않을 터였다.

 

 “혹시 저와 생김새가 닮은 학생이 있나요? 아니, 다시 말하자면 혹시 중동에서 온 다른 학생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터키나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집트나…….”

 

 생소한 카림의 질문에도 조교는 당황하지 않았다. 조교의 눈에 카림은 그저 같은 인종의 친구를 찾아 헤매는 불쌍한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인들에 둘러싸여 홀로 이곳에 있으니 외로울 법도 하지-라고 여기며 무언가를 검색했다.

 

 “음……. 중동 지역에서 우리 학교로 온 학생은……. 터키의 카림과 레바논의 무하마드가 다네요. 아, 사우디에서 온 여학생도 한 명 있고요.”

 

 옳거니, 무하마드. 그가 바로 범인이렷다.

 확신에 찬 카림은 서둘러 말했다.

 

 “혹시 무하마드 그 친구, 연락처나 주소를 알 수는 없을까요?”

 

 “그건 개인정보라 알려드릴 순 없네요.” 조교가 단칼에 거절했다.

 

 순간 낙담한 표정의 카림을 보자, 마음이 조금 물러진 조교가 잠시 고민하더니 슬쩍 귀띔을 해 주었다.

 

 “내일 3시에 경영관 304호에서 진행되는 대형 강의를 들을 거예요. 친해져 보든지요.”

 

 “내일 3시, 경영관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카림은 실마리를 발견한 탐정처럼 기뻐하며 학교를 나섰다.

 

 ‘내일 이 시간이면 벌써 그 남자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겠군. 도대체 왜 그렇게 고약한 짓을 하고 다니는 지 말이야. 내가 그 사람 대신 뒤통수를 맞아 줬다고. 그 사람은 나에게 보상으로 먹을거리를 한 상 가득 차려 줘야해. 암, 그렇고말고. 내일이면 이 모든 상황이 종결되는 거야. 내일 그 무하마드라는 작자를 만나서 아예 다른 머리모양을 하자고 설득해야겠어. 그 사람이 머리를 기르든, 내가 염색을 하든 말이야. 그렇게라도 영국인들이 쉽게 구분 짓도록 만들어야해. 그렇지 않고선 살 수가 있나.’

 

 카림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도중 누군가가 인사를 건네 왔다.

 

 “네, 안녕하세요. 하하. 전 무함마드가 아니라 카림입니다. 카림이라는 아예 다른 사람이에요. 내일이면 이 모든 어지러운 상황들이 정리 될 테니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이만.”

 

 카림은 다시 집으로 향했고, 인사를 걸어왔던 그 사람은 카림의 뒤에서 나지막이 지껄였다.

 

 “카림이 무슨 일이 있나? 뭐, 내일 3시에 영화관에서 만나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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