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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가 운명을 믿지 않는 이유
작가 : 하엘
작품등록일 : 2020.9.1

사후세계는 '신'이 보스로 있는 회사의 형태로 굴러가고 있다.
거기서 실적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는 천사 '키리안'

“지금 댁이 들어가려고 하는 곳…… 거기가 제 집인데요.”
“그럴 리가 없는 게 제가 지령 받고 여기로 숙소 옮긴 지 일주일 됐는데요.”

그런 그에게 악마 사원 실적 1위 '엘리야'가 새로운 파트너로 오게 된다.
윗분들의 지령으로 둘은 합숙까지 하게 되는데.

“제가 유일한 선배의 헬퍼가 되고 싶다면, 그건 너무 큰 욕심일까요?”

#천사남주, #존댓말남주, #대형견남주, #짝사랑남주, #오만했던천사가여주바라기됨

그러나 악몽 같은 과거가 그들을 가만 두지 않는다..

“이런 내가 방해한 건가?”

그는 엘리야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손을 들어 허공에 선 하나를 그었다. 그러자 엘리야의 몸이 루시퍼가 손짓한 그 방향대로 날아가 벽에 크게 부딪쳤다. 엘리야는 벽에 박힌 채로 루시퍼를 바라보았다. 엘리야의 눈빛을 본 루시퍼는 손에 검을 소환하더니 허공을 갈랐다. 가른 방향대로 엘리야가 박혀 있는 벽이 깊게 패었다. 여러 번 공격하던 루시퍼가 엘리야에게 말했다.

“왜 평상시 잘 쓰는 검을, 지금은 소환하지 않아? 엘리야.”

엘리야가 두 눈을 부릅뜨고 루시퍼를 보며 말했다.

“선배를 쓰러트리는데, 그걸 소환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능력녀, #걸크러시, #악마여주, #먼치킨여주


*


“당신을 만나고 나서 그 뒤로부터 운명을 믿지 않게 되었어.”

한 천사가 한 악마를 만난 뒤 , 운명을 믿지 않게 된 이야기.

#쌍방구원서사 #탄탄한판타지세계관 #여주가하드캐리 #서포터남주

 
헬퍼(Helper) (1)
작성일 : 20-09-07 19:00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6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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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천사에게 어떤 존재든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다.

 악마에게는 정반대의 능력, 누구든 해칠 수 있는 무기를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을 허락했다.

 

 즉, 천사인 키리안은 무기를 소환할 수도 없었고, 그걸 다룰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는 엘리야가 펼치는 검술을 보면서 그는 감탄에 입을 작게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깔끔하면서 절도 있었다. 악마가 아무리 기관총을 미친 듯이 쏘아대도 엘리야는 그 모든 총알을 피하며 빠른 속도로 그에게 접근했다. 무소속 악마는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무슨 유령도 아니고…!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

 

 엘리야는 그의 급소를 신속하게 노렸다. 공격을 겨우 아슬아슬하게 피한 악마는 약간의 안도를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여검사들은 악력이 약한 것이 약점이라, 그만큼 급소를 노리는 것에 집착하지. 총으로는 타격을 줄 수 없다면…!’

 

 총이 엘리야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그도 결국 검을 소환했다.

 

 ‘검술로는 저 여자보다는 한 수 아래겠지만, 타고난 악력은 저 여자도 어떻게 하지 못해!’

 

 그는 온 힘을 실어 검을 엘리야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곧이어 깨지게 되었다.

 

 챙-!!

 

 그의 검과 엘리야의 검이 맞붙었을 때, 그녀는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그녀는 악력으로 상대를 밀어붙인 뒤 검을 빼 들어 악마의 가슴을 사선으로 베었다.

 

 “크아악-!!”

 

 검이 지나간 방향대로 그의 몸에서 검붉은 피가 솟구쳤다. 악마는 본능적으로 엘리야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숨을 고르며 그는 이를 갈았다.

 

 ‘이런 젠장…! 승산이 도저히 보이지가 않아.’

 

 그는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엘리야를 보고 기겁하며 검을 벽 쪽으로 휘둘렀다. 벽이 크게 패이며 벽돌의 잔해들과 먼지가 굴러떨어졌다.

 

 엘리야가 놀라 멈칫거리는 사이에, 그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벽돌의 잔해들과 먼지를 엘리야의 얼굴에 던졌다. 벽돌의 파편들이 정확히 엘리야의 눈 쪽에 명중했다.

 

 “악!”

 

 눈에 느껴지는 고통에 엘리야가 손에 얼굴을 묻었다. 엘리야는 겨우 실눈을 뜬 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악마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저렇게 흥분해서 달려오는 그의 움직임을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슬슬 귀찮아지는데, 한번 수에 걸려든 척해줄까.’

 

 엘리야는 상대가 회심의 일격을 날릴수록, 동작이 커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엘리야는 일부러 그가 자신을 칠 때까지 기다렸다. 그가 방심했을 때, 그의 옆구리를 파고들어 일격을 날려 끝을 내줄 생각이었다.

 

 “엘리야 선배!”

 

 키리안이 엘리야를 감싸 안았고, 그 동시에 악마가 키리안의 등을 검으로 베었다. 엘리야의 하얀 얼굴에 키리안의 피가 튀었다. 그녀는 키리안에게 안긴 채 놀라서 입을 벌렸다.

 

 “키리안!”

 

 키리안이 바닥에 쓰러지자마자 엘리야는 분노에 찬 얼굴로 돌아왔다. 그녀는 당황하고 있는 악마의 한 팔을 순식간에 베어냈다.

 

 “아악-!!”

 

 그는 괴롭게 몸부림을 치며 칼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엘리야는 여유롭게 그 검을 받아내다가 칼등으로 그의 명치를 세게 쳤다. 악을 쓰던 악마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곧 바닥을 향해 쓰러졌다. 엘리야는 악마가 쓰러지는 걸 보자마자 부상을 입은 키리안에게로 달려갔다.

 

 “키리안!”

 

 키리안은 사색이 되어 있는 엘리야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

 

 “선배, 저 천사잖아요. 스스로 치유할 수 있어요. 걱정 말아요.”

 

 실제로 키리안의 등을 보니 상처가 느리긴 하지만 아물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마음이 놓인 엘리야는 거칠게 내뱉던 숨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다음에는…… 다시는 그러지 마.”

 

 엘리야의 말에 키리안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다시는 안 그럴게요.”

 “방금 내가 지는 것처럼 보이긴 했겠지만, 사실 그거…….”

 “전략일 수 있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키리안의 말에 엘리야의 호박색 눈이 커졌다. 엘리야는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키리안을 향해 더듬거리며 말했다.

 

 “뭐야, 그럼 왜…….”

 “근데 만약 아니면… 선배가 크게 다칠 테니까.”

 “…….”

 “그게 싫어서요.”

 

 키리안이 엘리야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엘리야는 그런 그의 시선을 피했다. 어쩔 줄 모르는 엘리야를 보고 키리안이 작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차라리 천사인 제가 다치는 게 낫겠다 싶어서.”

 

 키리안이 그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앞머리가 갈라지면서 키리안의 하얀 이마가 드러났다. 키리안의 이마 가운데에 십자가 표시가 나타나 은빛으로 빛났다. 그걸 본 엘리야가 충격을 받은 얼굴을 했다. 엘리야는 키리안의 이마에 낙인처럼 찍혀있는 십자가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속삭였다.

 

 “……헬퍼?”

 

 엘리야의 말을 잘 듣지 못한 키리안이 반문했다.

 

 “네?”

 “…….”

 

 엘리야의 머릿속으로 ‘그’가 자신을 향해 다정하게 웃는 모습이 지나갔다. 그걸 떠올린 엘리야는 심장이 저리는 느낌이 들어 입술을 깨물었다.

 

 ‘앞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 내 인생에 헬퍼가 있다는 건…….’

 

 키리안은 엘리야에게 방금 한 말에 대해서 물어보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엘리야는 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엘리야는 헛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그 윗분이 하는 결정 중엔 마음에 드는 게 없다니까.”

 

 *

 

 수사대에 연락을 했지만, 비비안의 말대로 수사대는 인력난에 시달리는지 좀만 기다려달라는 답을 보내왔다. 그동안 자신의 몸 치료를 끝낸 키리안이 악마를 치료해주었다. 엘리야는 악마를 치료해주고 있는 키리안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꺄악-!!”

 

 난데없이 들려오는 비명에 키리안과 엘리야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제노의 전 여자친구가 외출을 마쳤는지 현관에 서 있었다. 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피가 낭자한 자신의 집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정확히 엘리야와 키리안에게 꽂혔다.

 

 그걸 보고 엘리야와 키리안은 이 여성이 무소속 악마와 계약한 것이라 확신했다. 천사나 악마와 계약한 자는 영적인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엘리야와 키리안이 시선을 교환하는 동안 여성은 누워있는 악마를 향해 헐레벌떡 달려갔다. 그녀가 무소속 악마의 몸에 묻어있는 피를 닦아내려고 노력하며 울먹거렸다.

 

 “제이힐! 괜찮아? 정신 차려봐.”

 

 그녀가 슬피 울기 시작했다. 그런 여자 뒤에 서 있던 키리안이 말을 던졌다.

 

 “당신 누구랑 계약했는지는 알아요?”

 

 그 말에 홱 뒤를 돈 여자가 키리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당연히 알죠. 내가 원한 일인데.”

 

 그 말을 들은 키리안은 당황스러움에 말을 더듬었다.

 

 “대…… 대체 왜 그런 짓을? 제노는 비록 헤어지긴 했어도 당신의 전 연인이었잖아요.”

 

 그 말을 들은 여성은 눈물을 닦아내더니 말했다.

 

 “물론 제노는 자신의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서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해주죠.”

 “그런 사람에게 왜 저주를……?”

 

 여자는 힘이 빠진 웃음을 내뱉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노가 갑자기 밤에 전화로 끝내자고 통보하더군요. 내가 뭘 잘못했냐 물어도 그저 더 이상 날 이제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뿐이었어요.”

 

 고개를 든 그녀의 눈에서 분노가 타오르고 있는 게 보였다. 그녀가 키리안을 쏘아보며 말했다.

 

 “최근에 SNS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나 없이도 제노가 잘살고 있는 게 너무 얄미웠어요. 나는 지금 모든 걸 잃었으니까, 제노도 똑같이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을 받게 하고 싶었어요, 됐나요?”

 

 말을 마친 뒤 여성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키리안은 그런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가 여자의 어깨 위에 다정히 손을 얹더니 말했다.

 

 “제노가 당신에게 실수한 게 맞아요.”

 

 그 말을 듣자 엘리야는 놀란 듯이 키리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키리안은 제노의 담당 천사였다. 제노의 좋은 점만 봐야 하는 그가 저렇게 말한 것이었다. 키리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갑자기 전화 통보로 그만하자고 했잖아요. 같이 앉아서 대화라도 해야 했어요. 당신이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을 줘야 했던 게 전 애인으로서의 예의라고 생각해요.”

 

 키리안은 여성의 눈을 깊게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당신은 제노가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에요. 제 회사의 보스께서 당신을 그렇게 만들지 않으셨어요. 제가 장담해요.”

 

 여자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더니, 곧이어 볼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그… 그런 말을 주변에서 들어보질 못해서.”

 

 갑자기 조용한 분위기를 찢고 불쾌한 웃음소리가 흘러넘쳤다. 고개를 돌려보니 기절해있던 악마가 어느새 깨어나서 웃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린 여성과 눈이 마주치자, 이를 한껏 드러내며 말했다.

 

 “어이, 아가씨 마침 와서 잘됐네. 우리 계약한 대가는 청산해야겠지?”

 

 그는 엘리야와 키리안이 저지하기도 전에 두 손가락을 튕겼다. 경쾌한 마찰음이 퍼지자, 여자 눈에서 순식간에 초점이 없어졌다. 곧이어 그녀의 검었던 눈동자에 붉은 기가 나타나더니 어른거렸다.

 

 그녀가 홀린 듯이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섰다. 그녀는 베란다 쪽으로 비틀비틀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키리안은 악마의 멱살을 잡고 위협적으로 외쳤다.

 

 “지금 뭐 하는 거야!”

 “타인에게 저주를 퍼붓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법, 몰라? 저 여성은 제노에게 저주를 퍼붓는 대가로 목숨을 걸었어.”

 

 키리안은 말도 안 되는 걸 들었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뭐라고?”

 

 그걸 본 악마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는지 더욱 큰 소리로 웃고선 말했다.

 

 “자살한 저 여성의 영혼은 내 거야. 그게 우리의 계약 조건이니까.”

 

 키리안은 이를 악물고 악마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동안 엘리야는 베란다 쪽으로 가려는 여성을 어떻게든 저지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여성은 엘리야의 몸을 마치 유령처럼 통과해서 지나쳐갔다. 놀란 엘리야와 키리안을 향해 악마가 포기하라는 듯이 말했다.

 

 “내가 무소속 악마일지라도, 계약은 계약이지. 계약 이행을 막기는 어려울 걸.”

 

 엘리야가 수사대 쪽에 급하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수사대팀, 빨리 와주세요. 계약자가 지금 목숨으로 저주의 대가를 치르려고 하고 있어요!”

 

 엘리야의 그런 모습을 본 악마는 더욱 날카롭게 웃어댔다. 키리안은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여성의 의식을 깨우기 위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을 내뱉었다.

 

 “제노가 이걸 바라진 않을 거야.”

 

 그러자 여자의 움직임이 멎었다. 여성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키리안을 멍하니 응시했다. 그녀가 조용히 대답했다.

 

 “제노, 무슨 소리야 그게 싫었으면 날 이렇게 버리지 말았어야지.”

 

 키리안은 이 여자가 자신을 제노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그녀가 대답을 했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떠오르는 말들을 내뱉었다.

 

 “겨우 그 사람 때문에 이렇게 목숨 버릴 거예요? 억울하지도 않아요?”

 “제노, 난 후회 없어. 네가 모든 걸 잃은 상태일 때, 내가 자살했다는 소식까지 들으면 어떨지 아주 기대가 돼.”

 

 키리안이 그 말을 듣고 아연실색하자, 악마가 깔깔거리면서 말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었지? 보스께서 저 여자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고?”

 

 그는 정말로 웃기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혀를 낼름거리면서 양팔을 벌리고 외쳤다.

 

 “역시 천사 나으리라서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건가?”

 

 그는 이제 엘리야 쪽을 바라보며 동의하지 않냐는 의미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입꼬리를 양쪽으로 올린 그의 눈은 광기로 번득거렸다.

 

 “난 이래서 너 같은 천사 족속들이 싫은 거야. 현실은 전혀 모르고. 오만하게도 계몽 의식만 가득하지. 재수 없는 신이랑 빼다 박았다니까. 그래서 내가 신이 아니라 루시퍼님을 따를……!”

 

 그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엘리야가 악마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다. 그녀는 주먹을 들고 몇 번을 더 그의 얼굴에 갈기더니 짧게 말을 뱉었다.

 

 “난 너 같은 족속을 싫어해. 입만 살아서 불평불만만 할 줄 아는 놈들.”

 

 악마는 코피를 흘리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상태로 실실 웃기만 했다. 키리안이 계속 말을 붙여 봐도 여자는 이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걸음을 멈추지 않는 여자에게 베란다는 점점 가까워졌다. 키리안이 애가 타서 엘리야에게 외쳤다.

 

 “수사대는 아직도 오는 중이래요?”

 “이제 도착까지 2분 정도 남았대!”

 

 여성은 이미 베란다 문을 열고 있었다. 이제 난간까지는 다섯 발걸음도 채 남지 않았다. 키리안은 깊게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네가 원하는 거 뭐든지 해줄게. 나한테 바라는 게 있을 거 아냐.”

 “…….”

 

 거침없이 직진하던 여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키리안을 바라봤다. 키리안이 여성의 움직임이 멎은 것에 안도하고 있는 사이,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나 대신 죽어. 제노.”

 

 그 말에 집안의 모든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엘리야는 놀란 얼굴로 키리안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피칠갑이 된 악마도 웃는 것을 멈추었다.

 

 천상계에서 통용되는 상식 중 하나는 ‘언어에는 힘이 있다.’라는 것이었다. 일단 그들의 보스인 신부터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했다.

 

 그랬기에 여자의 저 말에 키리안이 승낙을 한다면, 여성에게 붙어있던 저주가 그에게로 순식간에 옮겨갈 것이었다. 인간인 여성을 제외한 모두가 그걸 아는 채로 키리안만을 주목했다. 그 시선 속에서 키리안은 망설이더니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좋아.”

 

 그 말이 끝나자마자 쇠사슬이 나타나 키리안의 하얀 두 날개를 순식간에 감쌌다. 그걸 본 엘리야의 눈빛이 흔들렸다. 긴 쇠사슬 줄은 날개를 감고서 키리안의 몸통과 팔을 휘감았다. 완벽히 키리안의 날개와 몸이 결박되자, 키리안은 어떤 보이지 않는 줄에 끌려가듯이 난간 가까이로 질질 끌려갔다. 그걸 본 엘리야가 소리쳤다.

 

 “키리안!!”

 
작가의 말
 

 5화만에 위기에 빠지는 남주가 있다!? 여기까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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