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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간을 되돌리면
작가 : 민월아
작품등록일 : 2020.8.6

2030년, 정신적 건강이 육체적 건강만큼 중요도가 대두되어 감정을 수치화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고, 수치가 위험군에 드는 사람은 반드시 심리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심리상담사로 일하던 서 연은 어떤 사고에 휘말려 19살이 되고 마는데...

되돌아갈 방법도 모르는 이곳에서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시간을 되돌리면 5화. 진심을 전한다는 건
작성일 : 20-09-07 18:12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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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되돌리면 5화. 진심을 전한다는 건

 w. 민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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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 다 구웠어! 둘 다 빨리 안 오면 우리가 다 먹는다!!”

 

 심각해 보이는 우리 둘 사이의 정적을 깨는 소리. 덕분에 이 어색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

 

 “아 아냐. 지금 갈게”

 

 서둘러 자리를 벗어난 나는 맛있게 잘 익은 고기를 건네는 시우 옆에 자리를 잡았다.

 

 “누나! 형아가 뭐라 했어?”

 “아니! 그냥 형아가 누나 울었다고 걱정해줬어, 그치 운하야?”

 

 날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만 끄덕이는 운하의 모습에 다들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꼈는지 사희는 서둘러 말을 꺼냈다.

 

 “둘이만 재밌는 얘기 하고! 그럼 우리도 우리끼리 재밌는 얘기 해볼까? 시우야 어때?”

 “누나 재밌는 얘기 알아?”

 “음… 재밌는 얘기는 모르겠고, 무서운 이야기 아는데 시우 무서운 얘기 괜찮아?”

 “무서운 얘기?”

 “응. 귀신 얘기 괜찮아?”

 “아니. 싫어 귀신 하지 마!”

 

 “티격태격 그만하고 둘 다 고기 먹으세요”

 

 사희와 시우가 티격태격하자 태완은 둘의 앞접시에 고기 한 점씩을 올려주며 말했고, 둘은 그 뒤로 고기 먹는데에 전념했다.

 

 “아 배불러. 너무 많이 먹어서 한동안 고기 안 먹어도 될 듯”

 “뭐래. 구라치지 마. 이래놓고 너 후식도 먹을 거잖아. 애 앞에서 거짓말쟁이 된다? 아니지. 김사희는 원래 거짓말쟁이지”

 “이태완 진짜 너는…. 나 너 말고 딴 사람 만나련다”

 “김사희는 나 없이 못 산다면서. 이거 이거 완전 상습적 거짓말쟁이”

 “너 진짜 일로 와!!”

 

 사희와 태완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 여려 생각이 드는데, 내 주위에도 결혼한 친구들이 더러 있어서 신혼 생활에 대해 꽤 안다면 아는 편이다. 근데 이 둘은 신혼 부부라기 보다, 아직 철 안 든 고등학생들 아님 한 10년은 같이 살아서 서로가 너무 익숙해진 절친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한참 뛰어다니는 둘을 보며 청춘이다 싶을 찰나, 운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임산부가 그렇게 뛰면 안 되지”

 

 운하의 말에 우리 셋 다 눈이 동그래졌는데, 나와는 다른 이유로 둘의 눈이 커진 듯했다.

 

 “뭐야, 사희 너 임신했어?”

 “뭐야, 너는 어떻게 알고 있어?”

 

 서로의 입에서 나온 다른 말.

 난 운하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보다, 사희가 임신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나는 전혀 티 안 나서 몰랐는데?”

 “나는 전혀 티 안 나서 모를 줄 알았는데?”

 

 내가 사희에게 묻자, 사희는 운하를 보며 물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지갑에 초음파 사진 있더니만.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보여서 말 안 한 거야. 그래도 산모가 자기가 임신 한 걸 까먹고 있으면 안 되지”

 

 “하….”

 

 나는 또 이렇게 눈치 없이 산모를 부려먹었….

 아휴, 서연 너 왜 그랬어. 안 그대로 힘든 애를 데리고 와서 짐 정리를 시키고…

 생각하면 할수록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다.

 

 “맞아. 근데 나 너희한테 물어볼 거 있어”

 

 사희의 말에 우리는 사희에게 시선 집중했다.

 

 “나 분명 사고 전에 배가 꽤 불렀었거든”

 “응”

 “근데 지금은 전혀 안 불러와. 마치 없었던 것 마냥 배가 납작해. 사고 전처럼 졸리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아”

 “뭐? 그 중요한 걸 왜 인제야 얘기해?”

 

 태완이 헐레벌떡 달려와 사희의 배를 만져보았다.

 

 “너…”

 “몰라. 없어졌나 봐”

 

 덤덤하게 말하지만 속은 얼마나 상해있을지 모른다. 겪지 않아도 될 일을 너무 어릴 때부터 겪어 와서 철이 일찍 들어 버린 어른 아이. 이곳에 있는 우리 모두 그런 사람들이다.

 

 “그 말을 왜 지금 해! 도대체 왜!”

 

 화가 나 새빨개진 얼굴로 태완은 소리를 지르지만, 사희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없어졌음 했잖아”

 “…”

 “그랬잖아. 실은 없어졌으면 했잖아. 아직 난 어린데 왜 벌써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원망스럽다고 했잖아”

 “그걸 말이라고..!”

 “나 그날 봤어. 네가 써 놓은 일기장”

 “뭐?”

 “네가 매일 매일 쓰는 일기장. 나랑 사귈 때부터 쓰던 일기장, 뭘 그렇게 열심히 쓰나 싶어서 봤어”

 “…”

 “초반에는 행복하다는 얘기뿐 이었는데, 점점 힘들다는 얘기밖에 없더라”

 “… 그래. 그래서 그런 거였나. 알겠어”

 

 사희의 말에 울 것 같은 눈으로 나가버리는 태완.

 나는 서둘러 운하에게 따라가 보라고 눈짓했다.

 

 “사희야!”

 

 태완과 운하가 나간 뒤, 사희는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눈물을 쏟았다.

 나는 말 없이 사희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표현하지 않으면 이해받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말하지 못하는,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상대를 위해서라며. 주저할 수 밖에 없는 말들이 있다.

 그것이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는 것인지는 그 상대방만이 알 수 있지만, 적어도 자신이 용기 없음을 상대를 위한다는 말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그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를 이해해야 함을.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상대가 용기 내어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이 있음을.

 

 그리고 나도 이젠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음을 마음속으로 외친다.

 

 ***

 

 “어때, 좀 괜찮아?”

 “모르겠어.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니까. 그리고 나도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모르니까 아무 말도 못 하고 왔어”

 “그건 그렇지. 나도 한참 울고 지쳐서 그냥 방에 눕혔어”

 “그래. 고생했어. 피곤할 텐데 너도 들어가서 쉬어”

 

 돌아서는 운하의 발걸음을 세워 말했다.

 

 “저기 운하야”

 “왜. 무슨 할 말 있어?”

 “오늘 밥 먹기 전에 왜 그런 거야?”

 

 내가 다시 이 얘기를 언급할 줄 몰랐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하는 운하.

 

 “어? 아, 그게..”

 “응”

 “하… 그래 뭐 지난 일이니까”

 

 날 소파에 앉히고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예전에 내가 보육원에서 정말 아끼던 동생이 있었어. 내가 처음 보육원에 갔을 때 걔가 정말 잘 챙겨줬었어. 내가 보육원을 나와서 방황할 때도 항상 옆에서 잘 챙겨주고 그랬는데...

 갑자기 갔어. 아무 말도 없이 하늘나라로. 전혀 그런 티 안 냈는데. 엄청 밝았는데. 혼자 많이 힘들었나 봐”

 “그랬구나”

 “내가 제일 옆에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 해줬어. 말하지 않아서 몰랐다고 해도, 그래도 내가 힘이 되어줬어야 하는데. 나는 나 힘든 것만 생각하고 걔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려고도 안 했던 것 같아”

 “나랑 많이 닮았어?”

 “응. 생긴 거 말고 성격이. 사람 좋아하고 매사에 밝고, 그렇다고 너무 무르지도 않고 씩씩한 아이였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주다니 너무 고마운 걸”

 

 나의 말에 분위기가 조금 풀어져 미소 짓는 운하였다.

 

 “그러니까. 너도 혼자 끙끙대지 말고 말하란 말야. 부모님이 여기 계신 것도 말 안 하고 말이야. 나는 진짜 학교 째고 신나게 놀러 가자는 건 줄 알았잖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 안 해도 돼. 그건 진짜 학교 째고 놀러 가고 싶었던 거니까”

 “알겠어. 우리도 어서 자자”

 “그래 잘 자고 내일 봐”

 

 ***

 

 냉랭한 공기. 숨 막혀 죽을 것 같다.

 어제 이후로 말 한마디 안 섞는 이 둘을 어찌해야만 할까.

 

 “연아, 우리 바닷가 산책하러 갈까?”

 

 감사하게도 먼저 말 걸어준 사희 덕분에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 좋아. 지금 바로 나갈까?”

 “응응. 사람도 없으니까 잠옷 입고 나가도 되겠지”

 

 시원한 바람이 머리칼을 갈랐다. 파도는 잔잔하게 밀려오고, 조약돌들은 달그락 소리를 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표정으로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던 사희는 납작한 돌을 하나 주워 물수제비를 하였다.

 

 “물수제비 할 줄 알아?”

 “응. 태완이한테 배웠어”

 

 태완과 싸운 것도 잊은 듯 웃으며 말을 뱉은 사희는 다시금 어둡게 표정을 고쳐 짓고는 말했다.

 

 “나, 이해 못 하는 거 아니야”

 “뭐가?”

 “태완이 말이야. 걔도 나도 우리가 우선이라. 그리고 엄마, 아빠가 될 준비도 못 했으니까. 무서웠을 거야.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원하는 것 하나 못 이루고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거 말이야”

 “그렇지”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나 봐. 힘들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

 “사희야”

 “나는 그렇게 약하지 않아. 힘들다는 얘기조차 못 들어줄 만큼 약한 사람이 아니라고. 내가 힘들다고 했을 때,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해줬던 사람이 속은 울고 있었던 거야. 무섭고 힘들어서 뒷걸음질 치고 있던 거라고”

 “…”

 “그냥, 우리 둘 다 솔직해질 수는 없었던 걸까. 서로를 상처 주기 싫어서 스스로가 다 끌어안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을까”

 “사희야. 분명, 태완이도 말하고 싶었을 거야. 네가 힘들지 않길 바라며 말하지 못했던 진심을 왜 그 때 털어놓지 못했을까, 지금 와서 후회하고 있을 거야. 너처럼”

 “…”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들면 힘들수록 말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 그 관계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 너도 지금 태완이 상처 주기 싫어서, 걱정 끼치기 싫어서, 유산했다고 말 안 한 거잖아”

 “그거야…!”

 “아직 엄마와 아빠가 될 준비가 덜 됐다고는 해도, 임신한 동안은 아이를 만나기 위해 너도 태완이도 노력했을 거야. 아이를 한순간에 잃은 슬픔을 너 또한 추스르지 못 한 채 또 날카로운 말로 태완, 그리고 너 자신을 상처 주려 하지마. 강하지 않아도 돼. 너흰 아직 그래도 돼. 우린 모두 그래도 되는 거야”

 “연아…”

 “우리 다 처음이잖아. 네가 엄마가 된 것도, 태완이가 아빠가 된 것도, 내가 갑작스럽게 엄마와 친구를 떠나보낸 것도, 운하가 친구처럼 생각하던 동생을 잃은 것도, 시우가 엄마와 떨어지게 된 것도. 우리한테는 너무 낯설고 힘든 상황이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몰라서 나 스스로 밖에 탓할 수 없는 거라고”

 “흐흐흑”

 “그러니 사희야. 우리 조금만 더 울자. 조금만 더 슬퍼하자. 지금까지 아무도 우리가 약하다고 해서 뭐라 한 적 없는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 강하게 살아야만 했어. 이 세상을 헤쳐가려고 제일 본인의 삶에 진심이었던 거야”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네 옆엔 우리가 있잖아”

 

 나의 마지막 말이 끝나고 이 넓은 바닷가에는 우리의 울음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와 함께 나는 오랜만에 가슴이 떨려왔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해준다는 건 이런 느낌이었구나, 떨려오는 심장이 낯설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점점 사람들을 환자로서 대해왔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고치기 위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강구하고… 그게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네 옆에서 내가 힘이 되어주겠다는 말도 진심으로 해본 적 없는 내가 누굴 구해낼 수 있었을까.

 만약 내가 수혜에게 내 심장이 뛸 만큼 진심인 말을 해주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진 않았을 것이다. 만약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보내진 않을 것이다. 나의 후회는 수혜로 인해 틀어진 내 삶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수혜에게 가슴 떨린 위로를 해주지 못한 나 자신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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