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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더 스트라드
작가 : NOAHSHIN
작품등록일 : 2020.9.3

"이진우 씨, 서울시향과의 계약은 파기하고 우리와 함께 하시죠."
관현악과 4학년, 첼리스트 이진우는 그렇게 초능력자 피아니스트 윤피에르의 손을 잡았다.

그의 곁에는 계약을 파기할만한 가치가 있는 저명한 실력파들이 있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잉그램 에반스, 클래식계의 아이돌 서정아,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올리스트의 딸, 강예빈. 그리고 신예 첼리스트 이진우까지 손에 넣은 윤피에르는 자신이 모은 이 멤버들로 실내악단을 꾸렸다. 하지만 어딘가 맞지 않고, 불협화음만이 지속되는데...

초능력과 클래식, 사랑, 그리고 불협화음, 더 스트라드의 연주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6. 기회
작성일 : 20-09-07 18:11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6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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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빈의 말대로 당일에는 서로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 탓에 민우는 왜 예빈과 상의를 하지 않고 협연 대타를 맡길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이유는 오래 전에 이미 생각해뒀었지만, 이를 말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두지 않았다.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말하는 방법이 중요했다. 아무리 좋은 소리여도 말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기분 나쁘게 들릴 수 있고, 민우의 이유는 곱게 말해도 기분이 나쁠 수 있었다.

  다음날을 기약하는 기나 긴 밤. 예빈은 오랜만의 휴식으로 푹 잘 수 있었지만, 민우는 그러지 못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홍대에 레퀴엠이라고 쓰여 있는 카페에 들어선 민우는 메뉴판에서 한참 고민을 했다. 아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나는 예빈이가 뭘 좋아하는지조차 모르니까...’

 

  아버지, 그것도 예빈의 생물학적 아버지였지만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같이 있었던 때도 별로 없었고, 예빈이 태어났던 그 때엔 콩쿠르니, 협연이니, 한창 바쁜 시기였기에 예빈에게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무엇보다, 예빈과 민우는 가까우면서도 대단히 꼬여있는 관계였기에. 친해질 틈조차도 없었다.

 

  “아,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천천히 고르셔도 돼요.”

 

  요한, 그렇게 써져있는 작은 명찰이 민우의 눈에 띄었다. 민우는 분명 이 카페 직원 중 ‘사라’라는 이름을 가진 직원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굉장히 성스러운 이름들이었다.

  민우가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요한은 몸을 옴짝달싹 못 하고 계속 부지런히 움직였다. 민우를 힐끗 쳐다보면서, 민우는 그런 요한의 시선을 느끼며 부담스러워했다.

 

  “...죄송한데, 제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요한은 민우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제가 어제 한예종 공연을 보러 갔는데, 단골 분께서 나올 줄은 몰랐어요.”

 

  아, 어제 일. 민우는 아, 라고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응급실에서 예빈이 끈질기게 물어봤던 협연, 사실 민우가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예빈이 리허설 전에 쓰러진 덕에 리허설로 즉흥적으로 맞춰볼 수 있었고 공연은 사소한 문제 몇 가지를 남겨놓고 끝나긴 했다.

 

  ‘합이 잘 안 맞았고 예정된 협연자가 아닌 다른 이가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하지.’

 

  즉흥적으로 맞춰봤다 한들, 계속 그들과 합을 맞춰본 것도, 리허설조차 참여하지 않았기에 잘 안 맞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건 계속된 협연으로 인해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었던 예빈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실 원래 그 공연은 민우의 2017년 하반기 마지막 일정이었다. 하지만 몇 달 전, 잠수를 탔을 때 아예 예빈으로 넘어가서, 아마 공연 포스터에 강예빈이라는 이름이 써져 있었을 것이고 관객들도 협연으로 예빈이 올 거라고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강민우? 말도 안 돼.”

  “분명 강예빈이 협연자로...”

 

  그래서 관객들이 민우가 입장할 때 그렇게나 웅성대었다. 뜻밖의 인물, 그것도 세계적인 비올리스트가 자리했으니 그 웅성거림은 배가 되었다. 그런 소란이 끝나길 기다리던 지휘자가 결국 참다못해 뒤돌아 관객들을 조용히 시켰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분명 그 지휘자, 성지숙 과장이 아니었지...’

  “강민우, 뭐해요?”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하던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뒤를 돌아보았다. 목소리에서도 예상했듯이, 바로 뒤엔 예빈이 자리해있었다.

 

  “...왔니?”

 

  보라색 아이섀도, 붉게 칠해진 입술, 감각적인 의상과, 높은 워커힐, 예빈은 누가 봐도 화려하게 꾸민 모습으로 민우 앞에 나타났다. 물론 민우를 만나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적어도, 민우가 아는 한.

 

  ‘분명 다음 약속이 있어서 이렇게 하고 온 거지, 뭐.’

 

  민우는 그렇게 생각하고 예빈에게 무엇을 시킬지 물어봤다. 아무거나 시켜달라는 예빈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면서 예빈에게 등을 돌렸다.

 

  ‘이제, 악역이 될 차례지.’

 

  이유를 알면 분명 이 아이는 날 더 싫어하게 될 것이다. 평생은 아닐지라도 꽤 오랜 기간 나를 증오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저 나를 싫어하게 만드는 게 더 편하지 않나. 말하는 방법에 대해 밤새 생각했지만, 결국 민우는 좋게 말하는 걸 포기했다. 애매하게 말하면, 둘 다 피곤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애매하게 위해줄 바엔 나쁜 사람이 되는 게 나았다.

  민우는 커피를 주문하고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코트를 벗는 예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쪽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어.’

 

  민우 나름대로의 이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 민우는 예빈을 다시 한 번 등지고 서서 커피를 기다렸다.

 

  민우가 커피를 기다리는 사이, 예빈은 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민우를 바라보았다. 민우의 뒷모습, 정말 질리게 봐 왔던 모습이었다. 예빈은 그걸 보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이 놀라더니 이내 입술을 깨물며 안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민우가 커피를 가지고 돌아올 때까지도 이어졌다. 바뀐 점이 있다면 좀 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해졌다고 해야 할까. 모르는 누군가가 와서 봐도, 그렇게 느낄 정도일 것이다. 민우도 그걸 느꼈는지, 꽤 느릿했던 그의 말투가 입을 떼면서, 조금씩 빨라졌다.

 

  “여태껏 내가 바라는 것과 네가 바라는 것은 다르더라고.”

 

  민우도 등을 의자에 기대고 팔짱을 끼었다. 다만, 예빈처럼 불편하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 그 뿐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말하면 들을까?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줄까? 솔직히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너에게 미안하긴 해. 이제 와서 널 좌지우지 하려고 하다니.”

 

  민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사실 네가 청현중 방과 후 학교 오케스트라, 거기 외부 강사로 들어갔다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예빈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네가 아직도 졸업 후 진로를 못 찾았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그렇게 계속 외부 강사로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건데요?”

 

  예빈이 듣다 못 해 입을 열었다. 질질 끄는 것도 예빈에겐 불편했지만 그것보다, 자신이 하는 일, 그것도 자신이 어느 정도 만족하며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예빈은 팔짱을 풀지 않고 민우를 노려보았다.

  그런 예빈의 태도에 민우는 팔짱을 풀고 깍지를 꼈다. 민우의 표정은 한 층 더 진지해졌다.

 

  “나는 너를 연주자로 키우고 싶다. 그런 곳에서 애들이나 가르치라고 비올라를 배우게 둔 게 아니야.”

 

  예빈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유리잔을 세게 꽉 쥐었다. 꽉 쥐어 덜덜 떨리는 유리잔을 보며, 민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내가 다 놓고 사라지기 전에 이 말을 했다면 네 반응이 달랐을 것 같아? 딱히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놓고 싶진 않은 일을 그만두라고 한다면, 너는 내 말을 들었을까. 그걸 묻는 거야, 나는.”

 

  예빈은 민우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민우는 그걸 보고 한숨을 쉬며 미간을 짚었다.

 

  “그럴 줄 알았어.”

  “그게 잠적한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예빈은 다시 팔짱을 꼈다.

 

  “연주자, 그것도 성공적인 비올리스트가 되려면 그만한 임팩트가 필요해.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커리어 중 임팩트가 될 만한 것이 뭐가 있지? ‘강민우의 수양딸’, 그 뿐이야.”

 

  예빈은 민우의 그 말과 민우가 그동안 했던 행동을 종합해보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결론에 화가 난 나머지,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고 했지만 ‘강민우의 수양딸’,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럴 의지가 싹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너에게 조금이라도 임팩트, 그러니까 너를 알리기 위해서 일부러 너에게 맡겼던 거야. 사라져버린 강민우, 그 자리를 메꾸는 수양딸, 강예빈. 데뷔 소재로써 더 할 나위 없지.”

 

  민우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숙여 예빈을 올려다보았다.

 

  “너도, 너를 알리기 위해서 한 거잖아?”

 

  그냥 절 알릴 기회라고 생각하려고요, 예빈은 어쩐지 지숙에게 그렇게 말했던 저번 주의 자신이 생각났다. 그와 동시에 이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이 거지같은 상황이.

  민우는 커리어가 부족한 자신의 딸을 위해, 자신은 잠적한 척 사라지고 모든 일을 예빈에게 맡겨버렸다. 예빈도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 사실대로 말하면서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그 모든 협연을 했던 것이었고. 물론 민우는 그걸 다 예상하고, 설사 그렇게 안 되더라도 자신의 이미지만 흠집이 좀 날 뿐, 별로 잃을 것도 없었기에. 민우는, 말 그대로 이 모든 것이 예빈을 위해, 예빈의 생각을 이용한 것이었다.

  기분이 나빴다.

  예빈은 그 말을 듣고 농락당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민우는 예빈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읽고 예측하면서 자신을 재단했다. 예빈의 의사도 묻지 않고 말이다. 아무리 예빈을 위한 거라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을 이용해야 했을까. 좀 더 괜찮은 방법으로 자신을 도울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이런 방법을 쓴 거지? 애초에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막대한 위약금 문제나, 다른 문제들을 제쳐두고 자신을 이렇게까지 최고의 연주자로 만들고 싶었나? 왜? 예빈은 민우가 이해가지 않았다.

  그보다도, 예빈은 이렇게 민우의 바람대로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왜 당신 말대로 연주자가 되어야 하죠? 난 그렇게 만족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만족이 아니라 타협이겠지. 들어간 노력에 비해서 비올라를 포기하기엔 아까웠으니까.”

 

  예빈은 그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민우는 그 표정을 보자마자 예빈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속삭였다.

 

  “아니면, 네가 내 진짜 딸이라는 걸 밝힐까? 뉴스 토픽에도 뜨고 아주 좋은 임팩트가 될 것 같은데.”

 

  예빈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이 느낌을 어디선가 많이 느껴왔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 ‘어디’도 바로 생각났다. 과거의 그, 예빈을 단순히 대체품으로 생각하던 그의 느낌이었다. 그 어렸을 때의 잔혹한 기억이, 지금 와서야 실감이 났다.

 

  “...날 ‘강민우’로 만들 생각이군요.”

  “‘성예빈’이 되기 싫었다면, ‘강민우’라도 되어야지.”

 

  예빈은 민우의 그 말을 듣자마자 테이블을 쾅 치고 일어났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민우의 컵은 조금 흔들려 커피만 조금 흘렸지만 예빈의 컵은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민우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빈을 올려다보았다. 붉어진 얼굴에 많이 화가 난 표정이었다.

 

  “지금은 이해 못 할지 몰라도, 나중에 가면 다 이해하게 될 거야. 다 너를 위한 일이었음을.”

 

  그런 상황에서 민우가 한 말은 오히려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됐어요. 이유를 알았으니까 이제 갈게요.”

 

  예빈은 그 말을 끝으로 코트를 챙기고 바로 나가버렸다. 굉장히 빠른 걸음으로 나가는 예빈을 바라보며, 민우는 유리에 머리를 기대었다.

 

  ‘난 다 했어, 예빈아.’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햇살을 맞으면서, 민우는 눈을 감았다.

 

  정신없이 걷다보니 예빈은 어느새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가로 나왔다. 저 멀리 보이는 합정역 지하통로를 보곤, 예빈은 그제야 자신이 꽤 오래 걸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약속 늦겠다.”

 

  민우의 예상대로, 예빈은 다음 약속이 잡혀있었다. 다음 약속시간까지 1시간, 예빈이 지금 있는 합정역과 약속장소인 잠실까지 지하철로 1시간 안에 가기엔 좀 많이 아슬아슬했다. 결국 예빈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잠실까지 가기로 했다.

 

  ‘강민우한테 너무 시간을 쏟았어...’

 

  예빈을 태운 택시는 강변북로를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 내로 갈 수 있을까, 예빈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예빈의 생각 외로 시간이 많이 잡아먹혔다. 기껏 이유라고 해봤자 그냥 여태까지 열심히 달려와서 좀 쉬고 싶다, 이 정도일 줄 알고 다음 약속과 가까이 잡았었는데. 이유가 그렇게 거창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너를 알리기 위해서 일부러 너에게 맡겼던 거야, 민우의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실 민우가 했던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 하는 중학교 방과 후 강사 일도 어느 정도 만족스럽긴 하지만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다. 또, 프리랜서 연주자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정말 막말로 민우의 도움을 받아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했다.

 

  ‘근데 그게 마음대로 되나...’

 

  하지만 아직도 뭘 하고 싶어 하는 지도 모르고, 그저 비올라만 잡고 있는 채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예빈은 오는 기회를 놓치진 않았다. 강민우 건도 그렇고, 한예종 선배에게 소개받은 중학교 강사 일도 빼먹지 않았다. 민우가 뭐라고 할지언정, 예빈은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민우에게 고맙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이번 협연들로 예빈에게 연주자로서의 기회가 몇 번 찾아왔다. 예빈이 생각한 대로, 민우가 말한 대로 예빈은 알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예빈은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가씨, 다 왔어, 잠실역이야.”

  “아, 네.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더니, 어느새 택시는 잠실역에 도착해 있었다. 예빈은 택시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잠실역에 있는 놀이공원 앞에서 내렸더니 사람이 많이 북적였다.

  하지만 예빈이 찾는 그 사람은,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돋보였다. 예빈이 두 번 두리번거리자 찾을 정도로.

 

  “예빈 씨.”

 

  멀끔한 정장을 입고 잘생긴 얼굴을 가진 그. 특유의 저음 목소리가 인상적인 그는 예빈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왔다.

 

  “윤피에르 씨, 많이 기다리셨죠.”

  “아닙니다. 방금 도착했는걸요.”

 

  그가 웃었다. 예빈은 그 얼굴을 보자마자 얼굴을 붉혔다. 정말 잘생겼다, 잘생겼단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하지만 오늘 단순히 피에르가 잘생긴 걸 보러 온 것이 아니다. 예빈은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근처 카페에서 자세히 얘기 나눌까요.”

 

  예빈은 바보가 아니었기에, 인정하기 싫다고 기회를 버리진 않았다. 이번 약속은 그 기회를 위한 약속이었다.

  윤피에르가 만들고 있다던, 더 스트라드의 비올라 연주자라는 기회를 잡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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