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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작가 : SJHM
작품등록일 : 2016.9.28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두 부류의 청소년들, 그 나이에 맞게 활발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이들과 자의든 타의든 빈약한 대인관계와 방에서 도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성격마저 내성적인 이들.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경혜는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속할 것이다.
어린시절의 가슴아픈 기억이 비수로 남아 그녀의 가슴에 늘 꽃혀있었고 드센 성격의 어머니는 그런 경혜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기에는 너무나도 서툴럿다.
그런 경혜는 매일밤 특별한 꿈을 꾼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만날 수 있고 현실세계에는 없는 자신만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꿈. 그런 꿈을 꾸는 순간이 그녀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어느날 밤에도 마찬가지로 경혜는 꿈을 꾸게된다. 허나 이번엔 지금까지 꾸어왔던 꿈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다 해져버린 코트를 입은 소녀, 그리고 그 소녀가 하는 이해할 수 없는 말.
"이렇게 빨리 널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 이후 이어지는 소녀의 사탕발린 말들.
"네 스스로도 후회하는 지금 네 모습을 바꿀 의지가 있다면 앞으로의 네 모습을 조금이라도 바꿀 의지가 있다면 날 따라와. 너무 걱정하지마 언제든지 넌 다시 깨어날 수 있어. 네 생각대로 이건 네 꿈의 일부에 불과하니까."
경혜역시 히키코모리 같은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깊이 파여버린 상처로 인해 그 모습을 고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
어차피 꿈이고 눈만 세게 감았다가 뜨면 이 꿈에서도 언제든지 깰 수 있기때문에 경혜는 서스럼없이 소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소녀의 손짓에 따라 벽면에 그려지는 문, 그 문이 열리는 순간 경혜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통틀어 가장 기이한 모험의 꿈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ep.01
작성일 : 16-10-22 15:05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7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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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력, 아웃사이더, 히키코모리, 대인기피..... 이 단어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당신들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그려지는가? 성격 파탄자, 왕따, 사회 부적응자 등등...... 뭐 대충 이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굳이 저 위에 나열된 유형이 아니더라도 분명 평범한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조금은 거리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학교 3학년의 경혜역시 이와 비슷한 유형에 해당되는 아이. 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녀는 가장 사랑했던 자신의 아버지와 헤어져야 했다. 그 이유도 알 수 없었고 처음에는 이것이 이별이라는 것 조차 자각할 수가 없었다.

 정말 바람처럼 저 사이렌 소리와 함께 누구도 풀지 못할 의문만을 품은채 사라진 그녀의 아버지..... 이후 평소에도 드센 성격이었던 어머니와 경혜와의 감정의 골은 더욱 더 깊어져 가게 되고 결국 이렇듯 무심한 환경에서 자라온 경혜에게는 당연히 성격변화가 찾아올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탈선은 아니다. 그럼 남는 것은 뭐가 있겠는가?

 위에 서술했던 유형, 아웃사이더. 초등학교 6학년 이전까지는 경혜도 서서히 가슴에 페인 상처를 치료하며 다시 본래의 명량한 성격을 되찾아 가고 있던 중이었다. 허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엄마의 부재가 심해지고 서서히 겉멋이 든 아이들의 따돌림이 심해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밝은 모습을 되찾으려던 경혜의 노력은 중학교 입학 이후로 완벽하게 초를 치게 되었다.

 초등학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정도로 겉멋에 싸가지가 없어진 아이들과 쉽사리 적응이 안되는 학교의 수업방식과 분위기, 공인중개사, 일명 부동산 아줌마인 그녀의 어머니는 이제 어느정도 자란 경혜를 두번째로 재쳐두고 더더욱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친구조차 제대로 사귀지 못했던 그녀에게 그나마 옆에 있어준 엄마마저 이제는 서서히 무관심으로 일관하니 경혜는 이제 단념하기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런 그녀에게 학교에서 주어진 운명은 '은따'이다. 왜 왕따가 아니냐구? 존재감 자체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가끔가다 수업시간에 그녀의 이름이 불릴때마다 "우리반에 저런 애가 있었어?" 라고 속닥거리는 아이들의 시선과 그러한 시선들로인해 느껴지는 뻘쭘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누구처럼 책생에 구린내가 진동하는 은행을 터뜨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교과서와 돈을 갈취당하며 샌드백마냥 쳐맞는 운명보다는 그래도 이게 좋지 않을까 싶은 경혜다. 물론 다른 왕따 아이들보다 불같은 성격을 지닌점과 또래 나이의 아이들과 외모에 비해 완력이 세다는 것도 왕따에서 은따로 강등된 요인들이다.

 그렇다고 착각하지는 말자. 때때로 왕따보다 더 괴로운 것이 은따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말그대로 때때로다. 평균적으로는 왕따가 모든 물리적 피해를 몰아 받으니.....

 이렇게 무의미하고 지옥같은 1학년이 거의 막바지에 들어갈 때쯤. 수업 분위기가 극도록 가벼워질 시기에 아이들의 혈기 왕성한 또라이짓은 더욱 극에 치다랐다. 이것들이 이제는 경혜에게도 사사건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큰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경혜의 바람도 있고 단순히 귀찮은 것도 있고... 경혜는 특별히 보복을 한다거나 거부의사를 표하지 않고 고스란히 그 시비와 터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기는 개뿔, 오든말든 신경도 안쓸 2학년 첫 학기가 시작되었고 아니나 다를까 항상 경혜 기분을 잡치게 만들었던 삼인방중 한 계집애가 나와 같은반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번호순으로 이루어진 경혜 옆 짝꿍이란다.

 "오, 죽음의 신이시여 제발 저 계집애를 잡아다 요리하여 배를 채우소서.."

 여차저차 아무 의미없는 새 학기를 버티던 경혜에게 뜻박의 소식이 전해졌다.

 갑자기 이사를 가자는 경혜의 어머니의 말, 무슨 말이냐고 묻자 어머니가 근무하시는 부동산 사무실과 현재 거주하는 빌라와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이유, 그리고 사무실 바로 5분거리에 값싼 보증금과 월세의 보금자리가 있다는 이유였다. 솔직히 경혜에게는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아니, 제발 이시가자고 졸라대도 모자랄 판국에 반대? 말도 안된다. 그날 밤 이상하리만큼 경혜의 입가에 미소가 펼쳐진다. 물론 어디를 가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막상 기회가 눈앞에 찾아오기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디든 이 양아치 소굴보단 좋을 것 같다."

 물론 마냥 좋은 생각만이 머릿속에 매워진 것은 아니었다. 불안감도 이와 맞먹을 수준이었다. 지옥에서 탈출한다 해도 또 다른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면 어떡할까 하는 생각, 그리고 뭐든 처음 겪는 것에대한 두려움이 그것이다.

 이것저것 별 생각을 다 하다보니 어느덧 일주일이나 건너 뛴 이삿날 아침으로 눈을 떳다.

 경혜의 방에는 그녀의 잡동사니를 가득 담아놓은 이삿짐 상자와 액자를 모두 때고나니 남은 허허벌판마냥 탁 트이는 벽면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삿짐센터의 주도하에 첫번째 짐들을 실은 트럭이 출발하였다. 그 트럭에는 경혜도 탑승하고 있었다.

 "먼저 가 있어, 엄마는 나중에 올테니까. 야, 열쇠."

 "먼저 가서 뭐 하라고."

 "구상이라도 하시든지, 아니면 그냥 짐만 좀 내려놓든지, 바닥이라도... 아니다, 바닥은 어차피 나중에 닦아야 하니까... 그냥 그 상자들만 좀 내려놓고 쉬고 있어, 알았지?"

 "알았어."

 뭐, 대충 이렇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이삿짐 트럭 조수석에 몸을 싯고 머리를 창문에 기대며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어째 날씨가 우중충 한 것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나온 현재 가장 이슈화 되고 있는 사건들도 그렇고.... 첫 출발은 좋지가 않다.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어줄 집에 도착했다.

 2층집 주택이었는데 우리는 2층에 세를 들어 살아가는 것이었다. 대문을 지나 구석진 계단으로 올라가면 녹색 문으로 잠긴 입구가 보였다. 열쇠를 꽃고 문을 따 안으로 들어가자 반투명 플라스틱 천장으로 이루어진 베란다라고 하기에도 심히 애매한 공간이 펼쳐졌다. 왼쪽을 보자 비로소 집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였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당겼다.

 "뭐야?"

 분명히 집문은 안잠가 두었다고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집문이 열리지가 않았다.

 더 세게 당기자 비로소 문이 열렸다. 은색 페인트로 덧칠해둔 문이 그만 뻑뻑해져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에라이. 신발을 착용한 상태로 집 안에 드러섰다. 우중충한 날씨에 아무것도 없는 집이 이루어 내는 시너지는 정말 실소가 터져나올 정도로 완벽했다. 아니, 그 뜻 아니니까 착각하지 말자.

 뒤늦게 도착한 엄마와 함께 짐을 나르고 날이 어두워졌다.

 이삿짐 센터 직원들은 벌써 본사로 돌아갔고 경혜의 어머니는 그놈의 일과 연애하러 부동산으로 출근하신 상태였다. 아직 케이블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텔레비전은 고사하고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없다. 그냥 데이터 먹어가면서 폰으로 인터넷 여기 저기를 뒤져보았다. 경혜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보통 이럴때 연예기사, 덕질하는 연예인 사진 및 영상을 돌려보거나 웹소설을 보거나 쇼핑몰을 둘러보거나 그외 취향에 맞는 어플을 이용할 것이다만 경혜의 손이 가는 곳은 다름아닌 사회, 정치, 경제 뉴스.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침몰한 선박부터 집단 구타를 당하고 사망한 일병의 이야기 등등.... 경혜의 관심사는 1년만에 컴백한 보이그룹이 아닌 사회의 어두운 일면들이었다. 물론 이런 뉴스를 지켜본다고 해서 경혜가 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차라리 연예인 기사를 보면 기분이라도 좋아지련만 이런 기사를 보면 거지같은 현실에 안그래도 우울한 기분은 비를 넘어 천둥번개까지 동반한다.

 그렇게 밤늦게 들어올 것이 뻔한 엄마를 기다릴 시간도 없이 은근 겁이많은 경혜는 큰방의 불을 켜 놓은 상태에서 잠에 들기로 했다.

 대충 보따리를 열어 아무 이불하나를 펼쳐 덮은 상태로 잠을 청했다. 딱딱한 바닥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 생각하겠지만 졸음앞에서 바닥은 거들지도 않는다.

 아직 벽에 걸어두지 못한 시계 초심 소리가 규칙적으로 방 안에 울려퍼지고 제대로 꾸며지지 않은 집 내부의 분위기는 왠지 모를 서늘함이 감돈다. 어린시절 호러 페이크다큐를 시청하며 공포심을 쌓아 올린 경혜는 현재까지도 컴컴한 어둠속에서 홀로 잠을 청하지 못한다. 물론 혼자 못잔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스텐드 불을 키지 않으면 혼자 자기가 힘들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경혜의 방에 들어가 늘 켜져있는 스탠드 불빛을 꺼주기 일수였다. 몇 번이고 끄고 자라고 얘기를 해 보았지만 어쩌겠는가. 전기세가 들어도 애가 잠을 못자니 엄마 입장에서도 참 난감하기가 그지 없을 것이다.

 서서히 현실에서는 생각도 나지 않을 일들이 경혜의 머릿속에 하나 둘 씩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잠이 들기 직전, 꿈과 현실의 경계에 도달은 것이다.

 갑자기 생각에도 없고 친하지도 않은 반 친구의 얼굴이 떠오르거나 그 아이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장면 등등... 차라리 현실이었다면 더 없이 좋을 광경들이 더욱 진해지고 있던 찰나였다.

 “ 쿵! ”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던 경혜는 순간 현실의 구역으로 급히 발을 돌렸고 갑자기 진동과 함께 들이닥친 둔탁한 소리는 그녀의 두 눈을 자연스레 오픈시켰다.

 분명 아무도 없는 집안에 왜 이런 소리가 난 것일까 급히 동공을 굴려가며 생각했다.

 “짐이 떨어졌나보다...”

 그렇게 내린 결론, 대충 짐이 떨어져 난 소리라고 결론짓고 경혜는 다시 잠자리에 들기위해 두 눈을 감았다. 그러나 뭔가 자세가 불편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 몇 번 뒤척인 후에 머리를 방문쪽으로 돌린 후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런데 단순히 경혜의 환영이었는지 기분탓이 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있어서는 안될 무엇인가가 방문 앞으로 바로 보이는 작은방 문에 고스란히 서 있었다. 순간 그것을 이해한 경혜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은 실루엣이 전부였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사람의 형상.

 경혜가 급하게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와의 사이가 마냥 좋은것 만은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엄마이기 때문이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그리고 확실하게 오컬트 형상을 목격한 것은....

 문제는 아니나 다를까 이 아줌마는 도통 전화를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부동산이 근무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얼마나 한다고 벌써 끝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뭐, 어디서 무엇을 할 지는 솔직히 대충 예상이 되었다. 어디 포장마차에 혼자 앉아서 신세한탄하며 술퍼마시고 있겠지.

 몇주전에 차인 남자에게 저주도 좀 내려주고... 경혜는 지금 이 순간이 저주인데 말이다.

 결국 경혜가 휴대폰 라이트와는 비교도 안될 형광등을 켜 놓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라이트를 키며 작은방으로 향했다. 거실불을 키고 재빨리 작은 방 불을 켜 놓았다.

 작은방, 즉 경혜의 방이 될 그 곳에는 급히 설치해 놓은 책상과 장롱 외에 모든 짐들은 정리가 덜 된채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었다.

 분명 사람의 형상을 바로 이 방에서 목격했다. 하지만 모든 미디어물에서도 그렇듯이 방 안에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방 안에 숨어있음에도 차마 방을 뒤져볼 용기가 나지 않는 경혜덕분에 용케 발각되지 않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 혹시나 했던 경혜가 책상 밑을 살펴보았다. 휴대폰 라이트까지 총 동원하며 살펴보았지만 역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단 한곳이다. 바로 장롱.

 양 옆의 테두리와 손잡이 부분은 색칠하지 않은 나무로 꾸며져 있고 그 외의 공간은 녹색으로 칠해져 있고 여러 가지 그림들로 꾸며져 있는 장롱이었다. 은근히 오래된 느낌이 풍기기도 하니 섬뜩함은 배가되어 경혜의 등골을 스쳐 지나갔다.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장롱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혹시 이 안에 있는 강도가 갑자기 튀어나와 내게 칼을 들이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경혜는 주변을 둘러보고 대충 무기가 될 만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올커니 하고 들어올린 것은 다름아닌 전기 파리채. 뭐 전류도 흐르겠다 잘 하면 정말 효과 제대로의 무기가 될 수 있을만 하긴 하다.

 왼손으로는 휴대폰 라이트를 오른손으로는 전기 파리채를 집어들고 서서히 장롱 앞으로 향했다. 마침내 문제의 장롱에 다다르고 경혜는 그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작은 심호흡을 하며 자기 자신을 위안했다. 전기 파리채의 전원을 켜고 휴대폰을 쥐고 있던 손을 뻗어 손잡이를 잡았다. 만약 이 장롱안에 검은 복면을 두른 남자나 하얀 소복을 입은 미친 여자같은 것이 숨어있다면... 확률은 반, 그 놈을 죽이거나 내가 죽거나..... 어서 문을 열어야 하는데 차마 쉽사리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두 손은 경직되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뇌는 서로가 다른 명령을 내리는 통에 내 몸에 혼란만 가중되어 갔다.

 “아나, 그냥 튈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후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일어날 망신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기에 결국 경혜는 최종 결심을 했다. 두 손에 힘을 주고 문을 확 열어 재꼈다.

 순간 문을 열면서 경혜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몸도 문이 열리는 방향으로 함께 뒤로 물러났다.

 “뭐지...? 아무것도 없나..? 왜 이렇게 조용하지...?”

 경혜가 눈을 뜨고 자신과 마주할 때 까지 장롱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경혜는 실눈을 뜨고 장롱 내부를 살폈다. 다행이도 검은 복면을 두른 남자나 하얀 소복을 입은 미친 여자같은 존재들은 장롱에 없었다. 대충 구겨 넣어놓은 이불들과 옷가지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한창 어머니와 사이가 좋을 초등학교 4학년때 그런 어머니가 사다주신 손목시계가 있었다. 다소 남성적인 취향의 경혜를 고려해 까만 디자인의 손목시계, 지금은 작동을 멈추었다. 초등학교 6학년 초에 어딘가에서 잃어버렸던 시계였는데.... 그녀의 엄마가 용케도 찾아서 여기에 두었나 보다.

 “찾았으면 그냥 나한테 갖다주지... 참....”

 오랜만에 보는 그 손목시계를 보니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시계는 더 이상 작동하지 돌아가지 않았다. 마치 이 시간속에 저장된 모든 추억의 데이터가 더 이상의 기억을 거부하기라도 하듯이 시계의 시간은 경혜가 시계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자각했던 시간인 저녁 6시경에 그대로 멈추어 있었다. 파리채를 내려놓고 손을 뻣어 시계를 잡았다. 그렇게 시계를 이리저리 문지르며 시계와의 추억을 회상하던 그때, 바로 앞의 화장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큰방 형광등이 깨져버렸다.

 “꺅!!”

 놀란 경혜가 뒤로 자빠지며 큰방과 화장실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곧 화장실에서 멈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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