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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찔한 동거
작가 : BungAri
작품등록일 : 2020.8.2

<<내용 수정 중>>
불타는 주말, 술에 취해 친구들과 간 클럽에서 '그 남자'에게 팔려갈뻔(?)했다.
돈많은 양아치같은 그 남자, 어째 그 날 이후로 이곳저곳에서 자꾸만 마주친다.
하다하다 이제는 회사 본부장이라고?
"어떻게, 지금이라도 내가 너 사버릴까?"
"제가 본부장님한테 왜 팔려가요!"
"나는 좋으니까 괜찮아, 나랑 살자."
"제가 왜요!"
"나랑 잘래, 나랑 살래?"
"그게 그거잖아요!"
막무가내인 이 남자와의 동거, 괜찮을까?
// 작가 이메일 : ysssi1724@naver.com

 
#21 순정남 vs 나쁜놈(남)
작성일 : 20-09-07 09:51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4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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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제 네가 예쁜 짓좀 해봐. 나 꼬셔보라는거야."

 "제가 무슨 수로…!"

 "너한테는 특별히 조금 쉬운 남자해줄게."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는 상황에 예리는 결국 울상을 짓고 말았다.

 울상이라는 표정이 이렇게 귀엽고 예쁜 표정이었는가, 하고 생각하는 진우.

 그런 예리를 바라보던 진우는 두근대는 심장이 주체가 안되는지 자리를 피해버렸다.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거야아…!"

 

 예리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

 

 그 날 저녁.

 예리는 평소보다 더 지친 정신과 몸을 이끌고 집 앞에 도착했다.

 도어락에 손을 대려는 순간, 낮에 들은 진우의 말들이 머리속에 떠오른 예리.

 예쁜 짓좀 해보라던가, 이제 자신을 꼬셔보라던가….

 

 "말이 쉽지…! 대놓고 그런거 하라는 남자가 어디있어, 세상에!"

 

 예리가 결국 문을 뒤돌아 다시 밖으로 나가려던 때,

 

 "으악!"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예리가 넘어진채로 고개를 들어보니,

 

 "뭐야, 앞을 보고 다녀야지. 어디 가?"

 

 역시나 점심때와 같은 용모를 한 진우였다.

 예리는 넘어질때 까진 무릎이 아파서인지, 진우를 봐서인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뭐야, 다쳤어? 봐 봐."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괜찮긴, 피 나잖아."

 

 진우의 말에 예리가 고개를 숙여보니 무릎이 까져 피가 고이고 있다.

 

 "일어날 수 있어? 부축해 줘?"

 "이,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런거 해주지 마세요…."

 "일어날 수 있는거면 있는거지 뭘 또 그런걸 해주지 말래."

 "설ㄹ… 아니, 아무튼… 괜찮으니까 제가 걸어갈게요."

 

 예리는 벽을 짚고 일어나서 도어락에 손을 가져다댔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확실히 상처를 눈으로 확인해서인지 꽤나 통증을 느끼는 예리.

 

 "아야야…."

 "이러면서 뭘 혼자 할 수 있다는거야. 안되겠네."

 "에, 에에…?"

 

 진우는 그대로 예리를 안아들고는, 발로 문을 받친채 집으로 들어간다.

 처음 안긴 그의 품도 아닌데, 예리는 어느새 무릎의 통증보다 달아오르는 얼굴의 열이 더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진우는 예리를 사뿐히 소파에 앉히고, 서랍에서 구급상자를 꺼내 예리에게 다가갔다.

 

 "아니, 뭘 또 이렇게까지 해주고 그러세요…. 안아들긴 또 왜 안아들어…."

 "나중에 징징거릴까봐서 그런다."

 "징징 안그러거든요?"

 "내가 예쁜 짓하랬지, 이런 골치아픈 짓 하라고 했나?"

 

 진우의 말에 예리는 괜시리 입술을 삐쭉거렸다.

 

 "내가 뭐 일부러 그랬나…. 자기한테 부딪힌거구만…."

 "궁시렁 거리기는. 다리나 줘 봐."

 

 괜시리 짧은 치마에, 심지어 자신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굽힌채로 낮은 자세로 앉아있는 진우가 신경쓰이는 예리.

 

 "제가, 제가 할게요…!"

 "퍽이나. 잔말말고 이리 대 봐."

 "괜찮다니깐요…!"

 "원래 상처는 남이 치료해줘야되는거야. 그래야 흉 안져."

 "그런게 어디있어요…!"

 "여기. 네 맘대로 흉 질 생각 마. 예쁜 짓 하랬지 못생겨지는 짓 하라고 한 적 없어."

 

 예리는 진우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는 심장도 미칠 노릇인듯 하다.

 하는 수 없이 아슬아슬하게나마 진우에게 무릎을 내주고, 진우는 구급상자에서 소독약과 연고, 그리고 반창고를 꺼냈다.

 

 "딱 보니까 이거 소독하면 아플 것 같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참아."

 "네…에엣! 으앗, 따가!"

 "안 죽으니까 걱정 마."

 "말이라도 좋게 해주면 안되는거에요?"

 

 예리가 계속해서 툴툴거리자 진우는 그대로 예리를 올려봤다.

 올려볼수밖에 없는 각도이지만, 진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예리는 시선을 돌렸다.

 

 "나한테 뭐 바라지 마.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전예리 너한테 어필 안할거야."

 

 어필 안한다는 남자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외모와 옷차림을 하다니.

 '나쁜 놈….' 이라고 예리는 생각했다.

 

 "저라고… 뭐 본부장님한테 엄청나게 아쉬운 줄 아시나본데! 저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도 있고, 본부장님 차버린 것도 저라구요!"

 "아쉬운거 없으면 없는거지. 왜 화를 내?"

 "제가 언제요!"

 "뭐, 그래. 화 안냈다고 치고, 아쉬운 것도 없다고 치고, 남자도 있다고 치자. 됐지?"

 "치긴 뭘 자꾸 쳐요?"

 

 진우는 치료를 끝내고 구급상자를 닫으며 말했다.

 

 "나는 내일 약속된 '데이트'가 있어서. 먼저 들어갈게. 배고프면 밥 챙겨먹고 자라."

 "데, 데이트요…?"

 

 진우는 예리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이거 꼬여도 한참 꼬인 것만 같다.

 예리는 또 다시 아파오는 머리를 감싸쥐고 혼잣말을 했다.

 

 "전예리이…! 너 본능에만 충실할거냐, 진짜…? 좋은 남자가 널리고 널렸는데, 저런 무뚝뚝하고 나쁜 남자가 뭐가 좋다고…."

 

 예리도 결국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 시각 진우의 방안은 한참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잘했어, 잘한거야…. 설마 이런 스타일이 이상형일줄은 몰랐는데. 잘됐네. 이제부터는 너도 당해봐라, 전예리…!"

 

 진우는 계속해서 뛰어대는 가슴을 부여잡은채 말하고, 핸드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

 

 며칠 뒤, 본부장실.

 

 "너는 관심 표현을 이런 식으로 하냐?"

 "예쁜 짓 하라면서요. 그럼 본부장님이 생각하신 예쁜 짓은 어떤건데요?"

 "그야 많지. 어떻게 나열해서 설명해줄까? 12금, 15금, 19금 세가지 버전으로 말해줘?"

 "진짜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한결같이 변태같을 수 있을까…."

 "한결같은게 좋은거야. 근데 너 너네 사무실로 안가냐?"

 "지금 점심시간 아직 남았잖아요."

 

 본부장실에는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있는 진우와, 그 맞은 편에 의자를 가져다놓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예리가 있다.

 진우는 예리의 눈빛과, 그녀의 사랑스러운 표정에 마음이 살짝 흔들리는지, 괜시리 더 튕겨댔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끝날때까지 그러고 계시겠다?"

 "음…. 아마도?"

 "솔직히 말해. 너 지금 바뀐 내 모습이 네 이상형이야?"

 

 예리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할까, 고민하더니 이내 방긋 웃으며 답했다.

 

 "맞아요. 완전 내 이상형이야."

 "며칠 전에만 해도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말까지 더듬어대던 여자가… 요 근래 시간 날때마다 이러고 앉아있더니 이제는 아주 철판을 깔았네."

 "왜, 그래서 싫어요?"

 "김 훈 사원이 이 장면을 목격한다면 아마 피눈물을 쏟아낼지도 몰라."

 

 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예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기서 훈이씨 얘기가 왜 나와요?"

 "왜, 너 좋다고 네 옆에 매일같이 꼭 붙어있던데. 딱히 밀어내지 않는거는 너도 어느정도 마음이 있는거 아냐? 이야, 전예리 주임 아주 대단해!"

 "그런거 아니거든요…!"

 "전예리."

 

 갑자기 목소리를 내리깔고 예리의 이름을 부르는 진우.

 

 "왜 또 분위기를 잡고 그래요…?"

 "너 예쁜거 알지?"

 "갑자기…? 모, 못생기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네가 섹시한 것도 알지?"

 "또 또 또!"

 "네가 잘난거 알면, 그걸 알고있다면 주변 정리 확실히 해. 뭐, 나도 이전에 잘한건 아니지만."

 

 진우의 말을 예리는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너 지금 이러는거, 나한테도 김 훈 사원한테도 몹쓸 짓 하는거야."

 "아…?"

 "잘 생각해 봐.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왜 또 무섭게 그래요…."

 

 예리는 결국 시간에 이끌려 본부장실을 빠져나왔다.

 그 날 저녁, 한 호프에 마주앉은 예리와 소희.

 

 "왠일이야? 예리예리가 평일에 이 미천한 나를 불러주시고?"

 "아 왜 그래…! 하나뿐인 친구 고민 좀 들어주라!"

 "으음…. 그럼 오늘은 예리예리가 쏘는건가?"

 "그래, 내가 쏜다! 다 시켜!"

 

 예리와 소희는 안주거리들과 생맥주를 주문하고, 먼저 나온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예리.

 

 "뭐야? 남친이랑 싸우기라도 하셨나?"

 "…남친 아니야…. 아직…."

 

 예리의 말에 소희는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너네 잤잖아! 근데 안사귄다고?"

 "아니…. 내가 멍청하게 차버렸었어…."

 "멍청이 맞네, 맞아. 이 똥멍청아."

 "근데, 그 뒤로 계속 매달리던 사람이 이제 나한테 안매달릴거래."

 "네가 어떤 식으로 외면했을지 안봐도 비디오야, 예리예리."

 

 둘은 잔을 한 번 부딪히고, 맥주를 한 모금씩 마시고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했다.

 예리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소희에게 털어놓았다.

 

 "우리 예리는 인기가 너무 많아서 탈이라니깐."

 "그런 얘기 들으려고 한 말 아니야…."

 "알아, 이 년아. 쉽게 말해주자면 제 3자가 보면 예리 너 지금 어장관리하고 있는걸로 보일 수도 있어."

 "내, 내가…?"

 

 순간 예리의 머리속에는 진우의 얼굴을 한 물고기와 훈의 얼굴을 한 물고기가 헤엄치는 이상한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우리 예리가 둘 중 누굴만난다해도 상관없지만, 어쨌건 둘 중 한명은 확실히 정리하는게 맞아. 그 분들한테도, 너한테도."

 "역시 그렇지…?"

 "뭐 때문에 고민하는건데?"

 "솔직히 말해서… 훈이씨는 되게 착하고, 성격도 좋고, 게다가 잘생기기도 한거같고, 무엇보다 되게 해바라기같은 느낌이랄까…?"

 "전형적인 순정남같은 느낌이구나?"

 

 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본부장님은 되게 짖궃고, 가끔 나쁘기도 하고, 게다가 까칠해."

 "그럼 순정남 완승아니야?"

 "그렇지…. 원래는…. 근데 나 취향이 좀 이상한가봐."

 "왜?"

 "그런 남자를 나 상처받기 싫어서 이기적으로 떼어놔버리고는, 그 남자 스타일이 바뀐 것만으로 눈에 계속 밟혀."

 

 이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예리의 눈에는 진우의 모습이 그려졌다.

 

 "바뀐 스타일이 우리 예리의 심장을 뚜드려 패버렸구만."

 

 예리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희는 한숨을 한번 쉬고는 무언가 떠오른듯 눈을 반짝이며 예리에게 말했다.

 

 "예리예리. 이번에는 순정남이랑 조금 가깝게 지내보는게 어때?"

 "응?"

 "확실하게 마음을 못 잡을바에는, 그냥 적당히 만나봐. 만나봤는데 좋으면 계속 만나는거고, 아니면 적당히 잘라내는거고. 그때는 볼장 다 본건데 미안할 것도 딱히 없잖아."

 "그런가…? 근데 그러다가 본부장님이 날 완전히 포기해버리면…? 그때는 어떻게 해?"

 "꼬셔야지. 치명적이게. 어차피 너보고 자기 꼬셔보라했다며. 지금 그 남자는 너한테 관심이 무지 많은 것 같은데?"

 

 예리는 잠시 고민하더니 무언가 결심이 선듯 쳐져있던 몸을 활짝 피며 말했다.

 

 "이제 내가 뭘 해야할지 알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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