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모래시계
작가 : 별바람
작품등록일 : 2020.9.6

또 다른 나를 찾아내기 위한 모험, 그리고 그 결말.

 
편지 세 통
작성일 : 20-09-06 23:27     조회 : 371     추천 : 0     분량 : 342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흐마드에게

 

  안녕. 잘 지내고 있지? 내가 영국으로 유학 온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네. 그 동안 너가 걱정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편지 한 장 보내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사죄할게.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은 못 보냈던 거야. 너무나 바빴거든. 일 년간 적당히 머무를 새로운 집을 찾고 이사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거처를 마련하기 전에 잠시 동안 머물렀던 숙소가 너무나 형편이 없어서 더욱 서둘러야 했지. 정말이지, 낡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침대뿐이었던 그 숙소는 내 인생에서 최악의 잠자리 3순위 안에 들 거야.

  또 학교에 새로 적응하느라 힘들기도 했고. 당연하겠지만 나는 생김새가 영국인들과는 조금 다르잖아. 신사 같은 영국인들은 티를 거의 내지 않고 나를 흘긋거리며 살피지만 나는 다 느껴져. 이래저래 바쁘게 한 달이 흘러갔지만 그래도 친구도 몇 명 사귀고 수업도 시작이 좋아. 아, 새로 사귄 그 친구들은 해로게이트 토박이인데, 나를 많이 도와주고 있어. 참 고마운 친구들이지. 하지만 걱정 마. 나에겐 진정한 친구란 너 밖에 없으니까.

  이렇게 너에게 갑작스럽게 편지를 보낸 건 그 동안 무심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지만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서야. 얼마 전부터 나에게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아직 나도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완벽히 정리하기 어려운데, 일단 설명해 볼게.

  며칠 전 길을 걷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는 거야. 당연히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했지. 그런데 그 사람은 나를 앞에 세워두고 조잘조잘 한참을 이야기 해대더니, 누구냐고 입을 떼어 보기도 전에 홀연히 자리를 떠났어. 나는 나를 다른 누군가와 착각 했는가보다 생각 했지.

  하지만 그 다음 날 이번엔 또 다른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거야. 이번에는 여자였어. 나는 혹시나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게 아닐까 내심 기대하며 인사를 받았는데, 나를 아주 오래 전부터 알던 친구처럼 대하더군. 그래서 내가 그녀의 말을 끊고, 나를 잘 아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정말 놀라 자빠지지 말아줘, 친구. 그 여자가 나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을 알더군.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터키에서 유학을 왔다는 사실, 또 새로 얻은 집의 주소와 나의 새로 사귄 친구들 이름까지. 나는 그 여자를 맹세코 처음 보는 데 말이야. 그 여자에게 도대체 어떻게 나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더니, 농담으로 여겼는지 웃으며 자리를 떠나버렸어.

  친구야. 도대체 그 여자는 나를 어떻게 아는 걸까? 그 전에 나에게 말을 걸던 그 남자는 누구고? 누군가 나에 대해서 말을 하고 다니는 걸까? 나에 대한 정보를 흘리고 다니는 게 아닐까? 이상해. 이 편지를 보면 너는 이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 말해줬으면 좋겠어. 넌 내 오랜 친구니까 내 이 장황했던 설명을 단박에 이해하고 해답을 찾아줄 거라 믿어. 이렇게 내 이야기만 늘어놔서 미안해. 그럼 답장 기다릴게. 안녕.

 

 - 당황스러운 카림이, 우정을 담아.

 

 .

 .

 .

 

 

 카림에게

 

  너의 편지 잘 받았어. 그 동안 너에게 편지가 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 내심 섭섭함이 있었지만 바빴다고 하니 이해가 된다. 하긴, 넌 새로운 곳에 적응 하는 걸 즐기지 않는 편이지. 외모도 언어도 다른 국가에서 처음에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 내가 너의 옆에서 도와주지 못하는 게 미안한 심정이야. 나는 도전과 모험을 즐기지만, 아버지의 병세가 좋지 못해서 이곳에 머물러야 하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너가 떠나는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것밖엔 없었어. 또 이 이야기를 하면 편지가 슬퍼질 것 같으니 그만 말하자. 내 편지는 오직 기쁨과 행복만을 너에게 보내고 싶으니까.

  너의 신기한 이야기에 대해서 찬찬히 읽어 보았어. 서너 번은 읽어본 것 같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너에게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해답을 제시하고 싶어서 내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함이야. 그러니 내 대답을 기분 나쁘게는 생각하지 않아줬으면 해.

  내 생각에는 너나 그 사람들이나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아. 너는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지. 특히 새로운 얼굴을 익히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니 사람 한두 명쯤 착각한 일이 있었을 거고. 처음 너에게 아는 척 하며 말을 걸어 왔던 남자도 그렇게 너처럼 착각을 한 걸 거야. 너의 편지를 보니, 그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홀연히 사라졌다며? 그 사람도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너를 착각한 채로 말을 하고 사라진 걸 거야. 그 남자가 뒤늦게 너를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아채고서 성급히 떠났을 수도 있지. 그건 어디서나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야.

  두 번째로 만났던 여자는 조금 더 특이한 상황이긴 해. 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이것 역시 그리 독특한 상황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 아까 말했다시피, 넌 영국에서 적응하느라 무척 바빴지. 새로운 장소에도 많이 들렀을 거고, 새로운 사람과 짧은 대화도 나눴을 거야. 펍에서 간단하게 술을 한 잔 걸치고 나온 취객을 상대로 말을 했을 수도 있고. 하여튼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거란 말이야. 그래서 너 스스로 누구를 만나고 또 누구와 대화를 나눴는지 전부 기억할 경황이 없었던 거야. 그 여자는 그 피해자 중 한 명이고. 분명 너는 그 여자를 만나서 이야기 한 적이 있었을 거야. 넌 기억이 잘 나지 않더라도 말이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너의 주소까지 알겠어? 다음번에 그 여자를 다시 길거리에서 보게 되면 ‘죄송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어디서 만났었죠?’라고 물어봐. 대답을 들으면 넌 분명히 기억이 되살아날 거야. 장담해.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쓰니 옛 추억들이 떠오르네. 수업 시간에 쪽지를 보내다가 선생님에게 혼이 나곤 했었는데. 내 답장을 읽고 너의 생각을 다시 보내줘. 내가 놓친 게 있을 수 있잖아? 너의 의견이 또 궁금해. 그럼 안녕.

 

 - 너를 추억하는 아흐마드가.

 

 .

 .

 .

 

 아흐마드에게

 

  너의 편지 잘 읽었어. 정말로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적어주었더군. 역시 너다워. 어쨌든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아. 맞아. 내가 너무 날카롭게 굴었어. 이리저리 고향이 아닌 곳에서 치이다 보니 예민해졌던 것 같아. 길거리든 아니면 가게든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어. 잘 생각해 보니 그 여자 낯이 조금 익은 것 같기도 해. 학교 앞 사거리 베이커리에서 나오는 걸 본 것 같기도 하고. 다음에 만나면 좀 더 자세하게 또 친근하게 말을 걸어봐야겠어. 영국 주민들을 많이 사귀어두면 나의 영어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야.

  아, 벌써 고향이 그립다. 여긴 온통 숲이야. 나무가 울창하고 공원이 푸르러. 처음에는 사실 풀과 나무들이 좋았는데, 이제는 모래와 사막, 그리고 암벽이 그리워. 하지만 고향에 돌아가려면 아직 한참 기다려야겠지. 너희 부모님께 안부 전해줘. 너의 부모님이 곧 나의 부모님이기도 하니까. 다시 편지할게. 고마워.

 P.S. 이젠 여기 생활도 꽤나 적응했어. 자주 편지할게.

 

 - 모래썰매가 그리운 카림이.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 추적의 시작 2020 / 9 / 8 215 0 3267   
1 편지 세 통 2020 / 9 / 6 372 0 342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첫사랑의 아이돌
별바람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