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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러나 그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에르노
작품등록일 : 2016.10.5

누군가 그를 미친듯이 원한다! 영문도 모른 채 쫒기는 소년, 그는 어째서 납치당하는가?
벗어날수록 옭아매오는 그물, 그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치명적인 음모가 정체를 드러낸다!

강대한 라니냐 제국의 볼모가 되어버린 도림 왕국의 태자, 상냥하고 친절하나 실은 비성숙한 자아에 고통받는 그는 제국을 적대하는 식민지 독립파에 의해 납치당하고 만다. 탈출을 시도하고 흉악한 적들과 추격전을 벌이며 이색적인 해적과 조우한다. 스릴 넘치는 모험과 풋풋한 사랑을 통해 자아의 성장을 일궈나가는 다크판타지.



표지는 핀터레스트 펌입니다.

 
19.물놀이를 즐겨요
작성일 : 16-10-22 13:57     조회 : 568     추천 : 0     분량 : 19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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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의 방 중 하나는 문이 열려있었다. 그 안에서 몇 명의 마법연구자들과 소니아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소니아님, 최근에는 무슨 연구를 하시나요?”

  쥐처럼 생긴 남자가 꼬리를 살랑거린다. 소니아는 속으로 훗, 하고 웃으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요즘은 뭐, 잘 되지도 않고, 그냥 그렇죠.”

  “연구를 안 하시는 건가요?”

  “안 하는 건 아니고, 하긴 하는데......”

  소니아는 일부러 말끝을 늘였다. 남자는 답답한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에이, 그러시지 마시고, 무슨 재료를 주로 쓰시는지 만이라도 좀......”

 

  “하하하......”

  소니아는 잠시 동안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표정이 악랄하다.

  “그보다 제가 이 도시에는 처음이라 아는 것이 별로 없어요. 아는 것 없이 돌아다니다가 밤길에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하아, 여러모로 위험하죠.”

  말뜻을 알아들은 남자는 소니아의 귀에 대고 쓸 만한 정보를 속닥속닥 속삭였다. 소니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조금 연구 정보를 흘려주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연구자들도 절차를 이해하고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이도와 아리아는 문 밖에서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네, 너의 언니.”

 

  “응. 이런 거에는 일류지.”

  선술집에서 소니아가 자신의 속마음을 캐낸 걸 떠올린 아리아는 부르르 떨었다. 그걸 보며 이도는 물음표를 띄었다.

  “이보쇼들, 근처에 해수욕장이 있다는데, 가보자구!”

  어느새 행동대장이 그들 뒤에 와서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해수욕장? 그게 뭔가요?”

 

  이도는 정말로 몰랐다.

  “모른단 말이야? 음, 동방 사람들은 모를 수도. 일종의 물놀이지.”

  물놀이라. 이도가 아는 물놀이는 남자는 웃통만 벗고, 여자는 평상복을 완전히 갖추고 계곡에서 더위를 나는 행위였다. 다행히 방금 옷을 몇 벌 산 터였다. 지금까지의 피로를 풀 목적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황제의 편지가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은 쉬고 싶었다.

  솔직히 지쳤어.

  “좋은 것 같은데요? 아리아, 너는 어때?”

 

  “으, 으응?”

  아리아는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근데 수영복 있어?”

  “수영복?”

  “동방에는 없어? 서방에서는 물놀이를 할 때 모두 수영복을 입는데.”

  “우리는 그냥 평소 입던 옷 입고 들어가는데. 꼭 필요해?”

  아리아는 머리를 긁적였다.

 

  “너는 남자니까 별 상관없겠지. 그럼 가자.”

  아리아는 이상하게 얼굴을 붉혔다.

  소니아가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해수욕 하게? 날 빼면 섭섭하지.”

 

  정보를 기다리던 마법연구자들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소니아님! 그, 저, 저희들에게도 자비를 좀 베풀어 주셔야죠! 그냥 가버리시면 안 됩니다!”

  “언젠가 또 인연이 있겠죠. 다음번에는 서로 서로 선물을 교환하도록 해요. 아하하!”

  10살짜리 소녀에게 농락당하는 어른들을 보니 이도는 재밌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지, 엄연히 아리아의 언니이다.

  이도는 문득 슈리와 루카가 생각나서 말했다.

  “슈리랑 루카는?”

 

  아리아가 대답해줬다.

  “걔들은 피곤해서 쉰대.”

  “그래?”

 

  숙소를 나가려는데, 또 다시 따가운 목소리가 속에서 울렸다.

  ‘전쟁, 더 나은 선택. 거짓된 자들. 너는 외면할 수 없어. 그 날의 탄내를 벌써 잊은 건가?’

  이도는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잠깐의 휴식은 괜찮잖아.

  봐달라고.

 

 

  해수욕장은 가까웠다. 여자들은 수영복 입는 게 시간이 걸리는 탓에 이도와 행동대장 먼저 모래사장에 나와 있었다. 아아, 햇볕이 따갑다. 모래사장도 맨발로 밟으니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다행히 여자들이 담요를 가져온 덕분에 모래 위에 깔고 앉았다. 이렇게 보니 바다가 참 아름다웠다. 어제의 흉포한 바다와 같은 바다라고 도저히 생각이 안 들었다.

  “늦네.”

  이도는 저 너머 큰 바위를 보았다. 저 뒤에서 둘이 갈아입고 있는 건가. 읏, 아니지.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자. 이도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냥 바지 입고 들어가는 거야?”

 

  행동대장이 이도에게 말을 걸었다. 이도는 자신의 바지를 내려다보았다. 평소 입던 다소 헐렁한 바지 그대로였다. 그 위는 알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동방에서 남자의 노출은 관대했지만 그래도 좀 그랬다. 행동대장은 반바지 차림에 위는 다 벗었다. 평소 가려져있던 울룩불룩한 근육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그에 비해 이도의 몸은 비루했다. 어디까지나 그와 비교해서지만.

  “대장은 운동 많이 했나 보네요.”

  “적을 잘 죽이려면 많이 해야지. 와하하! 근데 안 들어가고 뭐해?”

  “다들 모이면 들어가려고요.”

 

  “흠, 뭔 상관이여? 난 먼저 들어간다!”

  대장은 단숨에 바다에 풍덩 몸을 던지고 유유히 수영해 나갔다. 물고기를 보는 듯했다. 정말로 마음이 편해보였다. 이도는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기분전환을 위해 해수욕을 나왔는데도 황제의 편지가 마음에서 떠나질 않는다. 전쟁과 관련한 건가? 젠장. 이 쪽은 이 쪽대로 고민이 많다고.

  “에휴.”

  이도는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불합리하다. 애초에 원하고 싶어서 납치됐나? 그러면 무사히 돌아온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일 내가 무사했다면 도림 왕국이 가만있지 않을 테고, 곧 제국에 위협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왜 황제는, 그 황제의 위엄 같은 것을 위해 내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거지?

 

  아니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황제는 나를 시험해보는 걸까? 황위계승권을 가진 대자로서 얼마나 능력이 되는지 알아보려는 걸까? 빈손으로 돌아오지 마라. 그럼 황제는 내가 무엇을 들고 오길 바라는 것인가. 답은 간단했다. 식민지의 평화. 그것 말고는 없었다.

  이도는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좋아, 황제가 원하는 게 식민지의 평화라고 하자. 근데 그걸 내가 어떤 수로 달성하지? 제국 최고 관료도 못한 걸 내가 할 수 있다고 보는 건가?

  이도는 눈을 감았다.

  더 나은 선택. 거짓된 전쟁. 막아야 한다.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이지?

 

  잠깐, 황제의 편지에서 단서가 있었던 것 같다. 덕은 칼이 아닌 말로 얻어진다.

  즉, 협상을 주도하라는 건가? 으음. 이도는 자그마한 가능성을 느꼈다. 세치 혀는 그래도 자신 있는 분야였다.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래. 비록 황제의 요구는 불합리해. 하지만 그런 불합리함이 어른의 세계가 아니란 말인가. 어른이 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불합리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건 어른으로의 계단인 것인가?

 

  잠깐, 그건 거짓이잖아. 거짓된 거야. 꼭 불합리하고 거짓되어야만 하는 건가? 어른의 세계가 피비린내만 풍기는 건 아니지 않은가? 젠장. 모르겠다. 황제의 의중도 어른이 된다는 것도 모두...... 나는 그저...... 의심이 날 떠나지 않아.

  “인마, 뭐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어?”

  오른쪽을 보니 소니아가 서 있었다. 짧은 반바지와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차림이었다. 원피스는 해바라기 그림이 작게 패턴으로 그려져 있었다. 악독한 표정을 지은 채 이도를 내려다보고 있다.

 

  “네가 고대하는 주연의 등장이신데.”

  소니아가 자기 왼 쪽을 손바닥을 펴며 소개했다. 아리아가 있었다. 이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 저, 저건 뭐지? 팬티처럼 보이는 저게 수영복이야? 게다가 가슴만 가리는 저 천 쪼가리는? 가슴이 커서 터지려고 하잖아! 세상에. 이건 다 벗은 거나 마찬가지야. 동방에선 이런 걸 볼 수가......

 

  “커헉!”

  이도는 코피를 분사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피가 그만 소니아의 발까지 튀어버렸다. 깜짝 놀란 소니아는 발을 동동 굴렀다.

  “꺄악! 뭐, 뭐야? 너 코피 흘려?”

  아리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가슴 앞으로 손을 모았다.

  “설마 날 보고 그런 거야?”

  소니아는 입을 떡 벌렸다.

 

  “세상에. 여자가 수영복 입은 거 보고 코피를 터뜨리다니. 너 숫총각이니?”

  “언니! 그런 말 말고 도와줘야지!”

  소니아와 아리아가 도와줘서 겨우겨우 멎었다.

 

  이도 옆에 딱 붙어있던 소니아가 말했다.

  “야, 너 가슴 엄청 두근거리고 있어.”

  이도도 알고 있다. 코피는 멈췄지만 가슴이 콩닥거리는 게 멈추질 않는다.

 

  “아으, 그, 그게. 동방에선 물놀이해도 여자는 옷을 다 입는데. 그, 아리아처럼 이렇게 입지 않아서. 그만 놀라가지고.”

  이도는 당황해서 횡설수설했다.

  소니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저편에 큰 바위를 가리켰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법을 내가 알아. 둘이 저 바위 뒤로 가서 빨리 해결하고 와. 저기라면 아무한테도 안 보여.”

  히힛, 하고 소니아가 웃으려는 찰나 아리아가 “언니! 또!”라고 소리 지르며 언니를 번쩍 들어올렸다.

  “와앗! 뭐하는 짓이야!”

 

  “아, 하하, 하하하. 이도? 음, 충분히 이해해! 나랑 언니는 저기 근육 아저씨랑 놀고 있을 테니까 진정되면 들어와. 알겠지?”

  이도는 눈을 못 마주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아는 어색하게 머리를 긁으며 소니아를 들고 바다로 들어갔다. 돌격대장이 그들을 환영했다. 파도가 쏴아 하며 모래와 함께 그들의 다리를 몰아쳤다.

  으으. 이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눌렀다. 아리아의 수영복 차림이 머리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이도한테는 그것이 여자의 알몸을 본 거나 마찬가지였다. 서방이 개방적이라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슬슬 들어갈까.”

  계속 죽치고 앉아있어도 걱정만 늘어난다. 이도는 심호흡을 하고 바다로 들어갔다. 욱! 차가워. 하지만 곧 시원한 느낌으로 변했다. 한 번 잠수했다가 잘못 하는 바람에 조금 물을 먹고 말았다. 으웩, 짜라. 계곡물이랑 천지차이다. 루카를 구할 때는 못 느꼈는데.

  하긴, 상어가 앞에 있는데 그런 걸 느낄 여유가 없다.

  그런 이도 옆에 소니아가 물속으로 갑자기 얼굴을 드러냈다.

  “어이, 숫총각.”

 

 

  “흐흐흐, 어때? 내 동생. 맘에 들어?”

 

  이도는 얼굴을 붉히며 몸을 돌렸다.

  “몰라요, 그런 거.”

  “에이, 빼지 말고. 남자는 빼면 안 돼!”

  숨은 말뜻을 이해 못한 이도는 다른 곳으로 헤엄쳐갔다. 소니아는 야유를 보내며 그한테 물을 퍼부었다. 이도는 짠물을 마셔가며 도망쳤다.

  이도 옆으로 아리아가 헤엄쳐왔다.

  “이도, 수영 안 배웠어? 계속 물만 마시는데.”

  “응?”

 

  이도는 눈을 안 마주치며 대답했다.

  “동방에선 배울 일이 없었거든.”

  “루카를 배울 때는 잘 했잖아?”

 

  “사람은 원래 위기가 닥치면 자기도 모르는 능력을 발휘한다잖아? 게다가 그 때는 나무판자도 있었고.”

  아리아는 젖어서 얼굴에 붙은 머리칼을 뒤로 넘겼다.

 

  “이럴 수가. 그럼 수영도 모른 채 배에 탔던 거야? 위험해, 그거. 내가 가르쳐줄게. 자, 내 손 잡아 봐봐.”

  아리아는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도는 머뭇머뭇하며 아리아의 손을 잡았다. 매끈하고 부드러웠다. 살결도 뽀얗다. 여자의 손이란 이렇게 부드러운 걸까, 하며 이도는 소녀의 목욕을 훔쳐보는 소년처럼 그 감촉을 몰래 즐겼다. 으으, 이러면 안 되는데.

  “앞을 봐. 그렇게 자꾸 옆을 보면 내가 가르쳐줄 수 없어.”

  “으, 응.”

 

  이도는 아리아의 손을 잡은 채 편안히 몸을 앞으로 눕혔다. 앞을 보니 가슴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안 볼 수도 없고 보고 있기도 무안했다. 그 결과 이도의 눈동자는 재해피난민처럼 우왕좌왕했다.

  “숨을 들이마시고, 옆을 보고 내쉬고, 다시 들이마시며 얼굴 담그고. 발은 계속 움직여야 돼.”

  하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그보다 이도는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다시 잠수하고 하는 틈을 타 아리아의 가슴을 힐끔힐끔 보아댔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아리아는 부끄러워 가슴을 가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쩐지 기쁘기도 했다.

  이상한 기분이다. 이도도 설마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걸까? 에이, 설마. 그냥 노출된 여자의 몸을 보는 게 처음이니까 그럴 거야. 그래, 맞아. 이도 정도라면 약혼녀 정도는 있겠지.

  약혼녀?

 

  아리아도 모르게 손에 힘이 콱 들어갔다. 깜짝 놀란 이도는 어푸어푸했다.

  “앗, 미안! 내가 정신이 팔려서.”

  하지만 그 후로도 아리아도 이도처럼 수영 연습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 했다. 그런 둘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던 소니아는 씩 미소 지었다.

  “흐흐, 그림 좋은데.”

  “또 뭘 꾸미십니까?”

 

  돌격대장이 유유히 떠내려가며 말했다. 소니아는 능청떨었다.

  “내가 뭘? 난 그냥 둘이 잘 되길 바라는 거지. 아리아는 완전히 저 녀석한테 빠졌거든.”

  “그건 큰누님이 아니라도 알 수 있죠.”

  “잠시 장난 좀 치고 올게, 후후.”

 

  돌격대장은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뭐 대단한 걸 하겠나 싶어 그대로 바닷물의 흐름을 즐겼다. 그 사이 소니아는 잠영으로 이도와 아리아에게 접근했다. 청명한 푸른 빛깔 사이로 애달프게 허우적대는 이도의 두 발이 보였다. 지금이다! 소니아는 이도의 두 발을 꽉 껴안았다. 깜작 놀란 이도는 물속에서 두 눈을 확 떴다.

  “헉!”

  예상치 못한 공격에 그만 이도의 발에 쥐가 나버렸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당황한 이도는 물 밖으로 얼굴을 빼내며 헤엄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물만 마실 뿐이었다. 놀란 아리아도 그만 손을 놔버렸다.

  “왜 그래?”

  “다리에, 다리에 쥐가!”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소니아는 다리를 놔주고 옆으로 물러났다. 그것이 오히려 이도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도는 그만 손을 앞으로 확 뻗었다. 이도는 몰랐지만 아리아의 상체 수영복을 잡았다.

  “어?”

  이도는 바닥에 발을 디디기 위한 중심을 잡으려고 수영복을 잡은 손을 앞으로 당겼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도는 자기가 잡은 게 아리아의 팔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도가 손을 당긴 뒤 똑바로 서서 앞을 봤을 때, 그는 자신이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팽팽한 수영복이 아래로 당겨져 벗겨지자, 같이 쓸려 내려가던 아리아의 가슴이, 위로 확 튀어 오르며 그 맨살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러고는 물 풍선처럼 아래로 부드럽게 내려오더니 좌우로 팅팅 흔들렸다. 그 진귀하고도 말초적인 장면에 이도의 뇌 속 어딘가가 투두둑 끊어졌다.

  “끄억!”

 

  또 다시 코피가 터져 나왔다. 이번엔 더 심하게 분사되어 앞에 있던 아리아의 얼굴을 아예 점점이 덮어버렸다. 가슴 노출에 피까지 뒤집어 쓴 아리아는 패닉에 빠졌다. 우선 비명을 지르며 바닷물로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자신의 수영복을 잡고 큰 바위 뒤편을 향해 헤엄쳐갔다.

  “코, 코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이도는 코를 부여잡은 채 피를 질질 흘려댔다. 가슴이 무너질 것처럼 뛰어댔다.

  “역시 내 솜씨야.”

  그 모습을 보며 소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흡족한 표정이다. 갑자기 뒤로 다가온 돌격대장이 소니아를 번쩍 들어올렸다.

  “뭐 하는 짓이야! 이거 놔!”

  “이럴 줄 알았어. 큰누님은 벌 좀 받아야 돼요.”

  돌격대장은 소니아를 든 채 바다 깊숙이 들어갔다. 소니아는 몸부림을 쳐봤지만 근육으로 뒤덮인 남자의 힘을 이길 순 없었다. 소니아는 점점 짙어지는 바다의 색깔을 보며 공포를 느꼈다.

  “잠깐! 잠깐! 그 이상 들어가면 내 발이 안 닿아!”

  “그러게 누가 그런 짓 하래요?”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수영해서 나오쇼.”

  “발이 안 닿으면 무섭다고! 안 돼!”

  돌격대장은 소니아의 비명을 무시한 채 그녀를 바다 위로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자기만 유유히 빠져나왔다. 소니아는 공포에 휩싸여 최대한 빠르게 수영했다. 발이 안 닿는단 사실이 그녀에겐 쥐가 나는 것보다 무서웠다.

  “미안해! 다신 안 할게! 나 좀 꺼내줘, 대장!”

  “스스로 나오세요.”

 

  “안 돼!”

  소니아가 벌을 받고 있을 무렵, 아리아는 어느새 큰 바위 뒤편에 도착했다. 그리고 등을 착 붙이고 재빨리 수영복을 다시 착용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어떡해, 어떡해! 내가 못 살아! 언니 때문에 이게 뭔 꼴이야! 아리아는 신음하며 쭈그리고 앉아 얼굴을 감쌌다.

  이제 어떻게 이도의 얼굴을 봐! 으으으으, 내 잘못도 있지. 괜히 이상한 생각에 정신이 팔려서......

  “저기.”

  이도가 바위 뒤편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며 말했다. 아리아는 돌아보지도 않고 비명을 질렀다. 이도는 헉하며 바로 숨었다.

  아리아는 두 손으로 몸을 가리며 말했다.

  “왜 왔어?”

  “그게, 저기, 내 피가 튀었잖아. 괜찮나싶어서.”

 

  “그건 괜찮아. 그니까 저리가!”

  이도는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화났어?”

  아리아는 일어섰다. 내가 화났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리아는 약간 머뭇거리며 말했다.

 

  “화난 거 아냐. 그냥 쪽팔려서 그래.”

  “미안. 고의는 아니었어.”

  “나도 알아.”

  방금까지 죽을 정도로 부끄러웠는데, 이상하게 이도의 목소리를 들으니 진정이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지만 이도의 말은 타인에게 믿음을 주는 힘이 있다. 이제 이도의 얼굴을 봐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방금 네가 본 거, 기억에서 지워야 돼. 알았지?”

  “물론이지.”

 

  “내 얼굴 봐도 어색해하지 말고, 또 내 가슴 힐끔힐끔 보면 안 돼.”

  뜨끔한 이도는 어버버 거리다가 태연한 척 말했다.

 

  “아, 아아! 당연하지! 하하하. 이제 나와도 돼, 난 준비됐어.”

  여기까지 주의를 시키고 안 나가면 나만 무안하지. 아리아는 마음을 다잡고 살며시 바위 뒤편에서 나왔다. 이도는 머리가 울리는 듯 이마를 누르며 서 있었다. 아리아를 보고 화색을 띠었다. 미소를 보니 아리아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코피는 이제 멎었어?”

  “응. 오늘은 바보 같은 모습만 보여주네.”

  “그러게. 여자 알몸 보고 코피 쏟는 남자는 아마 너밖에 없을걸?”

 

  아리아는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무안해진 이도는 뒷머리를 긁으며 하하 웃었다. 어쩐지 즐거운 기분이다. 나쁘지 않다.

  아리아는 모래사장을 가리켰다.

  “그만하고 나갈래?”

 

  “슬슬 배고프네.”

  이도는 어깨를 돌리며 신음했다. 잠깐 수영 한 것 같은데도 몸이 꽤나 뻐근했다. 둘은 같이 헤엄쳐서 뭍으로 갔다. 아리아는 아름답게 배영을 했지만 이도는 추하게 개헤엄을 했다. 이 수준으로 어떻게 상어한테서 살아남은 건지 자기가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소니아는 간신히 탈출했는지 모래사장에 뻗어있다. 옆에 서있는 돌격대장이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늘을 보니 슬슬 해가 지쳐간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난다. 시간 참 빠르구나.

  그렇구나.

  벌써 ‘그 날’로부터 다섯 달이 흘렀다.

 

  이렇게나 생생한데......

 

  둘은 뭍에 도착했다.

  이도가 말했다.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 알고 있어?”

  아리아는 잠시 생각하다 손가락을 딱 쳤다.

 

  “맞다. 파스타 먹어 봤어?”

  “그게 뭐야?”

  “뭐라고 해야 하나. 면 종류의 음식인데, 토마토나 그 이외의 재료를 통해 만든 소스에다 버무려먹는, 뭐 그런 음식이야. 엄청 맛있어.”

  국수 같은 건가? 근데 설명을 들어보니 국물은 없어 보인다. 살짝 실망이다. 국물이 제일 맛있는 건데. 으으, 오이냉국 먹고 싶다. 절로 침이 나온다.

  네 명은 따로 지참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시내로 돌아갔다. 그들은 길을 싸돌아다니는 행인들을 붙잡고 파스타 맛집이 어디 있냐고 물어봐댔다. 그 중 한 명이 올레나 식당을 추천했다. 먹자마자 입에서 황홀감이 터져 나온단다. 설명만 들어도 배가 고프고 입맛이 솟는다. 넷은 같이 입맛을 다셨다.

 

  얼마 안 가 올레나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가게 안에는 갈색 원목으로 된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가게 밖에는 검게 칠한 철제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햇빛을 막기 위해 위에 파라솔이 달려있다. 아리아가 이도에게 물어봤다.

  “어디 앉을래?”

  “난 밖이 좋은걸.”

  “그래?”

 

  소니아가 분통을 터뜨렸다.

  “인마,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왜 걔 말만 들어?”

  “어?”

  아리아는 당황해하며 이도 눈치를 보며 정신이 없었다. 물론 눈치 없는 이도는 아무 것도 몰랐다.

  “언니는 어디 앉고 싶은데?”

  소니아는 윙크했다.

 

  “밖에 앉자.”

  아리아가 입을 삐죽대자 돌격대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제야 넷은 테이블에 앉았다. 자세히 보니 얽히고 얽힌 장미 줄기처럼 장식되어 있다. 처음에 소니아는 오일 파스타, 아리아와 돌격대장은 크림파스타, 이도는 토마토 파스타를 시켰다. 그런데 갑자기 아리아가 메뉴를 토마토 파스타로 바꿨다. 노골적이군, 하고 소니아는 생각하며 이도를 흘겨봤다.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다. 어이쿠야.

  음식이 나오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네 개의 하얗고 넓은 그릇이 위로 김을 뿜으며 테이블 위에 대령되었다. 그릇이 넓은 것에 비해 파스타가 담긴 부분은 좁았다. 이도가 시킨 토마토 파스타는 새빨간 소스 위에 치즈 가루와 허브 몇 조각이 올려져있었다. 소스더미 사이로 보이는 파스타 면이 윤기가 흐른다. 꿀꺽. 이게 파스타구나.

 

  “응?”

  먹기 전, 이도는 이상한 걸 봤다. 아리아가 눈을 감고 손을 모으고 신에게 감사기도를 올리고 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신을 믿는 건가? 아, 맞다. 저번에 설득할 때도 신을 언급하니 효과적이었지. 그런데 소니아와 돌격대장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먹어댄다.

  “아리아, 너만 종교 믿는 거야?”

  “응. 제국의 국교, 대지모신교야.”

  들어본 적 있다. 다른 종교는 대개 천신신앙과 비슷한 양상을 띠지만 제국은 특이하게도 대지신앙의 양상을 띤다. 게다가 지고의 존재가 남성적이지 않은 여성적 존재라는 점도 달랐다. 우리의 신은 실재한다. 제국의 속담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식민지 자연주의 사상 문필가들도 생각났다. 자연에 개입하는 신을 거부하고, 그 행위를 통해 번영하는 자연 법칙에 위배되는 제국을 거부하는 자들.

  어디까지 사실일까. 신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가?

  소니아는 그런 아리아가 마음에 안 드는 듯 혀를 찼다.

  “그런 거 믿으니까 독립파 놈들이 우릴 더 싫어하지.”

 

  “그런 거라니! 나한테는 의미 있어.”

  “참 내.”

  소니아는 고개를 젓고는 다시 파스타를 먹었다.

  신이라.

  에이,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프지. 이도는 눈앞의 파스타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포크로 면을 건져 입에 후루룩 넣었다. 환상적인 맛이었다. 소스가 혀 구석구석을 맴돌며 여운을 남기고 탱글탱글한 면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튀어 다니고 조개로부터 나오는 바다 향이 코에서 나올 정도로 입을 가득 채웠다. 맛있다. 이도는 체면도 신경 안 쓰고 마구 먹어댔다. 궁궐을 떠난 지 반년에 가까워지니 이제 궁궐의 예의범절은 거의 다 까먹었다.

 

  그런데 또 이상한 게 보였다. 응? 이번엔 뭐야? 이도는 고개를 돌렸다. 이도 오른쪽에 누군가가 있었다.

  소녀였다. 체구는 대강 소니아와 비슷했다. 아마 나이도 비슷해 보인다. 피부가 까무잡잡한게 확실하지는 않지만 신대륙 원주민으로 보였다. 복장이 상당히 헤졌다. 볼의 양쪽에 그은 세 개의 빨간 선은 영락없이 원주민임을 드러냈다. 눈이 꽤나 컸다. 그리고 눈꺼풀이 살짝 처져서 묘한 느낌을 주었다. 귀엽고 예쁜 소녀였다. 성장하면 아리아만큼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숙녀가 될 것 같다.

  측은한 마음이 든다. 몰락하고 있는 신대륙 원주민의 자식들.

  “너 이름이 뭐니?”

 

  이도는 제국어로 말을 걸었다.

  그 소녀도 제국어로 화답했다.

  “제 이름은 솟아오르는 매에요.”

  원주민 맞구나. 이런 특이한 이름은 그들의 전유물이다.

  “이름이 좀 길어서 그런데 그냥 매라고 불러도 되니?”

 

  “친구들은 절 메이라고 불러요.”

 

  “그래, 메이. 내 이름은 이도라고 해. 너는 왜 여기 있니?”

  갑자기 메이의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났다. 메이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차분하게 배를 가렸다.

  “오늘은 일을 했는데 돈을 못 받았어요. 배고픈데 밥 먹을 돈이 없어요. 그래서 그냥 하룻밤 버티려고 했는데, 너무 맛있데 드시고 계셔서...... 방해 된다면 갈게요.”

  메이는 풀죽은 표정을 한 채 몸을 돌렸다.

  “잠깐! 그냥 가지 마. 내가 음식 대접할게.”

 

  원주민 중에는 이런 아이들이 많았다. 이주민의 횡포로 인해 부모님이 살해당하고 자식은 끌려와서 노예가 되거나 잡일을 하는, 그런 경우. 잘은 모르지만 이 아이도 그런 부류 중 한 명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림은 이런 아이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많이 시행했는데.

  “뭐 먹고 싶은지만 말해.”

  이도는 웃으며 말했다.

 

  메이는 망설이는 표정을 지으며 우물쭈물했다.

  “이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돼요.”

 

  “괜찮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여기 앉아.”

  이도는 옆자리에서 의자를 가져와 자기와 돌격대장 사이에 놓았다. 메이는 머뭇거리며 그 자리에 앉았다. 아리아는 메이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귀여운 아이네. 이도, 착한데? 그런 거 싫지 않아.”

  소니아는 콧방귀를 뀌었다.

  “흥. 괜한 동정심은.”

 

  메이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이도는 메이를 토닥였다.

  “미안할 거 없어. 자, 뭐 먹고 싶어?”

 

  메이는 가만히 있다가 손가락으로 이도의 파스타 그릇을 찔렀다.

  “이게 먹고 싶어?”

  이도는 토마토 파스타를 주문했다. 잠시 시간이 생겼다. 아리아, 돌격대장은 자신을 메이에게 소개했다. 메이는 돌격대장을 약간 무서워하는 눈치다. 하긴, 저런 근육아저씨니까 말이지. 이어서 소니아의 차례가 되었다. 퉁명스러운 표정을 했다.

  “어차피 잠깐 볼 애인데, 통성명을 해야 하나.”

 

  소니아는 머리를 긁더니 포기했다.

  “메이, 내 이름은 소니아야. 뭐, 잘 부탁한다.”

  메이는 소니아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더니 손을 내밀었다.

 

  “너 나랑 나이 비슷해 보인다. 나랑 친구 할래?”

  “뭐라고?”

  아리아와 돌격대장, 이도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소니아는 얼굴을 붉히며 부들부들 떨었다.

  “이 건방진 꼬마계집이! 날 뭘로 보고! 비, 비록 난 지금 10살의 체형이지만 엄연한 이십대 초반이라고! 그러니까 말 놓을 생각하지 마! 엄두도 없어!”

  메이는 아무 반응도 안 보인 채 소니아를 주시했다.

 

  “왜 그렇게 쳐다 봐?”

  메이는 일어서서 소니아의 옆으로 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메이의 눈이 하도 커서 소니아는 약간 무서워졌다.

  메이는 갑자기 소니아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불쌍하게도.”

  메이는 소니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머리가 아픈 애구나.”

  그들은 다시 한 번 폭소를 터뜨렸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특히 아리아는 짖궂은 언니가 굴욕 당하는 게 매우 즐거운지 테이블을 치며 웃어댄다. 소니아는 입을 덜덜 떨며 “이, 이 건방진 꼬마가.”라고 말했다. 여전히 자기 머리를 쓰다듬는 메이의 팔을 탁 쳤다.

  “차, 착각하지 마!”

 

  그러나 메이는 이번에는 소니아의 얼굴을 두 팔로 감싸고 따스하게 안아주었다.

  “아냐. 우리 엄마는 아픈 아이일수록 더 돌봐주고 감싸야 한다고 했어. 괴롭겠지만 이겨내자. 나도 힘낼게.”

  “젠장, 이거 놔. 이 꼬맹이!”

  그러나 소니아는 결국 포기하고 반항을 그만뒀다. 메이가 힘이 상당해서 벗어날 수도 없다. 결국 소니아는 메이의 파스타가 나올 때까지 안겨있었다. 아리아는 소니아의 혼이 빠져나간 얼굴을 보며 쿡쿡 웃었다. 너무 웃어 눈물이 나와 휴지로 닦았다.

  “메이, 파스타 나왔어.”

 

  종업원이 파스타를 가져와 놓자 이도가 메이를 불렀다. 메이는 재빨리 와서 허겁지겁 파스타를 먹어치웠다. 다들 이미 다 먹은 상태라 소니아만 빼고 메이의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다 먹고 나자, 메이는 이도에게 의외의 제안을 해왔다.

  “이도님은 높으신 분이죠?”

  “정확히는 말하기 어렵지만 일단은 그래.”

 

  “혹시 심부름꾼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심부름꾼? 확실히 있으면 좋다. 이도는 메이의 눈을 봤다. 진지하다. 으음. 이미 식사를 대접하는 호의를 베풀었기에, 이 제안을 왠지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심부름꾼 하나 생기는 게 나쁜 일도 아니고 말이다. 게다가 여전히 메이가 가여웠다. 원주민의 비극은 가슴 아픈 일이니까.

 

  “심부름꾼, 좋아. 마침 필요했거든. 그럼 내 신분을 정확하게 밝혀야지. 나는 도림 왕국의 태자이자 라니냐 제국의 대자야.”

  메이는 입을 벌렸다. 안 그래도 큰 눈이 왕방울 만해졌다.

  “제국의 대자님이라고요?”

 

  메이는 기가 죽었는지 어깨를 오므렸다. 이도는 미소 지었다.

  “그렇게 기죽을 필요 없어. 그럼, 오늘부터 잘 부탁할게.”

  “정말이신가요?”

  메이는 다른 사람들을 돌아봤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는 이도의 손을 꼭 잡았다.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대자님.”

  그렇게 다섯 명으로 늘어난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메이와 이야기를 해서 더 많은 정보를 얻어냈다. 메이의 부모님은 몇 년 전 이주민의 습격으로 죽었다고 한다. 메이는 간신히 살아남아 이 도시로 와서 잡일을 전전하며 벌어먹고 있던 중이었다. 근데 이제 대자의 심부름꾼이 되었으니 이제 좀 편해질 것 같다며 메이는 솔직하게 말하고 배시시 웃었다. 귀여운 아이였다. 옆에 두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돌격대장이 눈치를 보더니 운을 띄었다.

 

  “누님, 오늘 신참이랑 사이 좋아 보이던데요?”

  소니아도 재빨리 호응했다.

 

  “맞아. 완전히 사귀는 사이인줄로만 알았어.”

  아리아는 얼굴을 붉히며 손을 저었다.

  “무, 무슨 소리야? 바보 같네, 다들. 이도 정도면 약혼자가 있겠지. 한 나라의 태자인데.”

  이도는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혼자 없는데요?”

  “어?”

 

  “약혼자 없다고요.”

  아리아는 벙 쪘다. 약혼자가 없다고? 가슴이 콩닥거린다.

 

  이도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리아랑 얘기할 때도 나왔던 거 같은데, 귀족이나 왕족이라고 다 난잡한 건 아니에요. 제 경우에는 가까이 한 여자가 어머니랑 여동생밖에 없어요.”

 

  아리아의 가슴이 걷잡을 수 없이 뛰어댔다.

  기회야! 아리아의 마음 속 악마가 말했다. 이 놈은 숫총각이야. 네 섹시함으로 단번에 휘어잡으면 그는 네게 완전히 빠지고 말 거야. 사실상 네가 첫 여자라서 아주 너한테 헤롱헤롱하겠지.

 

  아냐! 이런 엉큼한 생각을 하면 안 돼. 그는 순수해. 더러운 마음으로 접근하면 안 돼!

  무슨 소리! 사랑은 원래 그런 거야!

  결국 아리아의 마음속에 전쟁이 벌어졌다.

 

  그런 아리아를 보던 이도가 말했다.

  “맞다. 아리아, 오늘은 눈 화장 안 했네?”

  “응?”

  아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항상 눈 밑에 검게 칠했잖아.”

  “오늘은 수영해서 지웠지.”

  이도는 웃었다.

  “아하. 근데 안 하니까 의외로 청순해 보이던데? 하하, 사실 좀 놀랐어.”

 

  처, 청순? 아리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나 아리아의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이거, 설마 추파 던지는 거야? 유혹하는 거야? 아, 아냐. 저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라고. 저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웃음이야.

  으아아, 모르겠어!

 

 

 

  그들은 해가 떨어졌을 무렵 숙소에 도착했다. 일단 메이를 위한 방 하나를 따로 잡아주고 보낸 뒤, 각자 자신들의 방으로 갔다. 이도는 깔끔하게 마감되고 멋들어진 장식을 한 침대 위에 털썩 누웠다. 편하다. 이렇게 제대로 쉬어본 적이 대체 얼마만인지.

  이제 안전하다.

  “안전하다라.”

 

  이도는 쓰게 웃었다. 성도 라니냐로 가기 위해 궁궐을 떠나던 날이 떠올랐다. 사실 그 날 이도는 조금 들떠있었다. 물론 고향을 떠나는 건 가슴 아프다. 하지만 어쩐지 해방감을 느꼈다. 지루한 궁궐 생활에서 벗어나 모험을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은 볼모로 잡혀가는 거나 다름없었지만, 그래도 기분만은 좋았다. 당연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도의 삶은 역사의 수레바퀴 어느 한 곳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한 나라의 태자로 태어나, 한 나라의 국왕이 되어, 명군이든 암군이든 언젠가 후계자를 남겨두고 죽을 숙명. 거부할 수 없었고 답답했다. 단조로운 군주 공부를 하는 틈틈이 영웅 소설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했다. 역사 속의 영웅들,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려나간 자들. 이도처럼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황제의 대자가 됨으로서 상황이 변했다. 황위계승권을 지니고 다른 대자와 경쟁 할 수도 있고, 일종의 태스크포스를 꾸려 제국 내부 문제만이 아니라 외국의 문제도 건드릴 수 있는 초월적 권한을 지닌 대자. 가슴이 뛰었다. 특히 그 전설적인 영웅 대자 출신 오현제의 뒤를 잇는 대자라는 점이 환상적이었다. 그래서 나도 어쩌면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니, 그럴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납치된 그 날, 생각이 바뀌고 말았다. 그 날 만큼 무력감을 느낀 날은 없었다. 탈출도 나 스스로 한 것이 아니라 아리아를 필두로 한 해적의 도움이 컸다. 전혀 영웅의 모습이 아니다. 그 이후로도 독립파와의 싸움에서 아리아가 활약했지 이도가 활약하지는 못 했다. 물론 상어와 싸우긴 했지만.

 

  궁궐에서 배운 지식들은 전부 실전에서 쓸모가 없었다. 동방에서는 말이 미덕이었지만 이곳 서방에서는 칼이 미덕이다. 모든 문제는 결코 말로 해결되질 않았다.

  그 날의 탄내가 난다. 말로 해결될 수 없는 것도 있다.

  이도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게 어딜 봐서 영웅이란 말인가.

 

  그래서 이도의 목표는 소박해지고 말았다. 안전함만을 바랬다.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더 나은 선택, 전쟁, 불, 상냥함. 젠장!

  거짓, 영웅, 어른, 피. 빌어먹을!

 

  나는 바다야. 결코 평평해질 수 없는.

  머리가 지끈거린다.

 

  노예는 나야. 그 날이 내 발에 족쇄를 걸었어. 희아는 날 보고 있어.

  땀이 흐른다.

  더 나은 선택, 잘못된 선택. 그 날의 생각 없었던 선택이 식민지를 위협하는 전쟁에 투사된다. 만약 일어난다면 몇 명이 죽을까? 얼마나 많은 병사가, 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자가 상해당할까?

  그 중 어느 정도가 불에 탈까.

 

  막아야 해. 막아야 한다. 아니, 막기를 ‘강요받고’ 있어.

  그 날의 상흔 너머로 희아가 어렴풋이 보이는 듯하다.

  “날 용서할 수 없는 거구나.”

 

  이도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없었다면 너는 살았을까.”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이도, 나야.”

  아리아의 목소리다.

  이도는 한숨을 푹 쉬며 얼굴을 감쌌다. 진정하자. 지금은 달이 중천이다. 전쟁에 대해서는 내일 생각해도 늦지 않아.

  그래. 지금은 내 앞에 있는 동료들을 우선으로 생각해야해.

 

  소중한...... 동료들.

  친구들.

  이도는 웃으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열려 있어.”

  문이 달칵하고 열렸다. 잠옷 차림의 아리아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를 풀고 있는 모습이 청순하면서도 묘하게 색기 있었다.

  이도는 순간 침을 꿀꺽 삼켰다.

  “궁금한 거라도 있어?”

  아리아를 입을 열다가 이도의 촉촉한 눈가를 보고 놀랐다.

 

  “너 혹시 울었어? 눈이 좀 빨개.”

  “응?”

  이도는 눈을 비볐다. 약간 물기가 느껴졌다.

  “아무것도 아냐. 그냥 하품해서 생긴 것 같아.”

 

  “그래? 근데 옆에 좀 앉아도 될까?”

  “난 괜찮아.”

  아리아는 이도 옆에 살며시 앉았다. 옆모습도 아름답다.

 

  “너한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뭐가?”

  “메이에게 식사 대접도 하고 네 심부름꾼으로 삼은 거.”

  이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는 사이야?”

  “아니, 그냥. 난 사실 네가 눈치 채기 전에도 먼저 알고 있었어. 그 애가 네 뒤에 서서 우리가 먹는 걸 바라보고 있는 거.”

  아리아를 고개를 숙였다. 어쩐지 쓸쓸한 눈빛이다.

  “하지만 난 무시했어. 내 멋대로 그 아이가 질 나쁜 하층민이거나 손버릇 나쁜 아이일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도울 생각은 안 하고 감시했어. 아냐, 이건 내 나쁜 면이야. 난 그냥 생각했던 거야. 한 나라의 태자이자 제국의 대자가 식사하는 자리에 그런 품위 없는 아이는 같이 껴서 식사할 자격이 없다고, 그런 나쁜 생각을 했어. 난 항상 그래.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렇게 하게 돼.”

  아리아를 이도를 바라봤다.

 

  “하지만 넌 달랐어. 그 아이를 보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식사를 대접했지. 조금의 가식도 없었어. 넌 착해. 난 네 모습에 감동받았어. 그리고 부끄러움을 느꼈지. 그 애가 자기 부모들은 전부 죽었다고 했을 때, 나는 귀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어. 그 애가 제발 꺼져줬으면 하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너무 싫었어.”

 

  이도는 진지하게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누구나 단점은 있다. 하지만 아리아는 너무 사로잡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지닌 진가에 비해 너무 저평가를 한다. 이도는 아리아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런 생각 하지 마. 넌 훌륭해. 존경심도 들 정도야. 나는 아무 능력도 없어. 영웅이 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 하지만 넌 이미 누군가의 영웅이잖아?”

  “영웅?”

 

  아리아는 웃긴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런 말은 고마워. 네가 나보고 청순하다고 해줬을 때도 기분이 좋았어. 하지만 그런 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어. 다들 나를 존경한다 하고, 노예의 영웅이라 떠받들고, 능력을 인정해주고, 아름답다고 해주는 그런 말들 전부 날 괴롭게 해. 그런 밝음이 내 안의 어둠을 더 두드러지게 해. 괴롭고, 불편해. 난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없는데.”

  아리아는 입술을 앙 다물며 자신의 고운 두 손을 내려 봤다.

 

  그녀의 눈 안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있다.

  그러나 이도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바보 같지 않아? 난 왜 이렇게 내 손을 아름답게 꾸미는 걸까. 그걸 멈출 수도 없어. 그게 중요하지 않고, 또 허식이라는 걸 아는데도. 그래, 이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그런데도 나는 내 손에 상처 하나 낼 수가 없어. 내고 싶어도......”

  아리아는 자조의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도는 아리아의 입술을 보았다.

 

  “미안, 내가 또 말이 많아졌네. 미안해. 네 옆에만 있으면 항상 이렇게 되어버리네. 듣기 불편했지? 미안.......”

  이도는 갑자기 아리아의 양 어깨를 붙잡고 자신의 입술을 아리아의 입술에 포갰다. 아리아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순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거부감도 곧 사라졌다. 이도는 입술만 포갰지 혀를 넣지는 않았다.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둘은 키스를 멈췄다. 둘 다 얼굴이 빨갛다. 이도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렸다. 아리아는 입술을 문지르며 말했다.

  “갑자기 왜?”

 

  “그냥, 난 네가 누군가의 키스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내 선택이 잘못되었나?”

  아리아의 심장이 쿵하고 움직였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 중앙에 손을 올렸다.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고마워. 근데 너 키스할 줄 몰라? 키스할 때는 원래 서로 혀를 섞는 거야.”

  이도는 입을 벌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세상에.

  “정말? 서방은 다 그렇게 해? 난 전혀 몰랐는데.”

 

  “아무리 동방이라도 다를 건 없을 텐데.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미안해. 내가 너무 나갔나?”

 

  “아냐, 괜찮아. 마음은 충분히 전달 됐으니까.”

  말이 끝나자마자 어색한 기운이 흘렀다. 아리아는 벌떡 일어섰다.

  “그럼 나가볼게.”

 

  “으응.”

  아리아는 발을 뗀 순간, 깨달았다.

  그녀는 이도의 방을 나가고 싶지 않았다. 계속 있고 싶었다. 사실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좋아, 해보자. 아리아. 넌 할 수 있어! 지금 당장 말하는 거야! 지금이 기회니까!

 

  잠깐, 정말 괜찮아?

  아냐. 해 보자!

  “이도, 나, 나말이야.”

 

  그 찰나.

  똑똑. 누군가가 이도의 방문을 두드렸다. 이도는 일어서며 말했다.

  “열려 있어요. 또 손님이네.”

  아리아는 그냥 포기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방문이 열리고 심부름꾼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둘을 보더니 두 눈을 가렸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눈치 없이 그만.”

  “그런 거 아니야.”

 

  이도는 그를 진정시켰다.

  남자는 헛기침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제가 여기 온 것은 드레이크 총독님의 제안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총독이? 무엇인데?”

 

  “내일 독립파와 총독님이 협상을 하신다고 합니다. 장소는 렐리아나 항구입니다. 대자님을 놓쳐서 독립파가 상당히 급해진 모양입니다. 그래서 총독님은 대자님에게 같이 동행하시면 어떨까 하고 제안하셨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해서 늦은 시간에 온 점 사과드립니다.”

  이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라던 바였다. 기회가 온 것이다.

  “좋아. 나도 가겠어.”

 

  “그러면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남자는 꾸벅 인사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아리아도 기운 없이 “나도 갈게.”하고는 나가버렸다. 김이 완전히 새버렸다.

 이도는 그것도 눈치 못 채고 고개만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침대에 벌러덩 누워 눈을 감았다.

 

  이도는 잠들기 전까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 키스가 정녕 아리아를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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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아리아와 함께 춤을 2016 / 10 / 24 675 0 13792   
21 20.협상의 행방 2016 / 10 / 23 999 0 12721   
20 19.물놀이를 즐겨요 2016 / 10 / 22 569 0 19416   
19 18.제2 라니냐 항구 2016 / 10 / 22 472 0 8046   
18 17.엘리자의 회초리 2016 / 10 / 20 467 0 2376   
17 16.고양이 울음소리 2016 / 10 / 19 648 0 14015   
16 15.루비가 박힌 단검 2016 / 10 / 18 402 0 8352   
15 14.항구를 떠나다 2016 / 10 / 17 405 0 4106   
14 13.도처에 놓인 그물망 2016 / 10 / 16 704 0 8793   
13 12.소니아를 보다 2016 / 10 / 15 595 0 9697   
12 11.그 날 2016 / 10 / 14 831 0 12356   
11 10.루카를 위하여 2016 / 10 / 13 537 0 7296   
10 09.다시 찾아온 2016 / 10 / 12 1260 0 16436   
9 08.선화의 짖궂음 2016 / 10 / 11 521 0 6245   
8 07.선상의 파티 2016 / 10 / 11 613 0 5057   
7 06.가녀린 손 (1) 2016 / 10 / 10 699 1 7374   
6 05.헬라와 욕조 2016 / 10 / 9 538 0 6228   
5 04.선화와 황제의 문답 2016 / 10 / 8 460 1 9336   
4 03.이도의 펜던트 2016 / 10 / 8 686 1 5708   
3 02.납치선에서 (2) 2016 / 10 / 7 611 1 6595   
2 01.고장난 마차바퀴 2016 / 10 / 6 534 1 8418   
1 00.라벤더와 라즈베리 향 2016 / 10 / 6 710 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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