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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작가 : 베리벨
작품등록일 : 2020.9.5

“나는 재미가 있는 아이는 놓아주지 않아.”
“이 XX 내가 너는 꼭 죽인다! 명심해!”
자신의 전 남친이자 사이코인 강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혜진은 뭔가 해보기도 전에 허무하게 죽고 만다. 하지만 다시 과거로 회귀한 혜진은 심부름센터 직원 지연우와 시원한 사이다 복수 및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찔한 공조를 펼친다.
[회귀물/마약/클럽/복수/스릴러/생존/악녀/거래/비밀/납치/감금/수갑/캠퍼스/여대생/집착남/철벽녀]
작가이메일: makapanda@naver.com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9(완결)
작성일 : 20-09-05 23:07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4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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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진)

 

 

 나는 홍윤주에게 받은 사인을 수아에게 선물로 준 뒤 지친 몸을 이끈 채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하, 오랜만에 신는 구두라 그런가 조금 불편하네.”

 “아가씨 오랜만이네.”

 “할, 할머니!”

 그런데 이럴 수가? 내가 언덕을 다 올라가 슈퍼 앞을 지나가려 하자 낯이 익은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 계셨다.

 

 “날 기억하는 건가?”

 “그럼요!”

 예전에 시장에서 내게 죽음을 거듭할 때마다 특별한 힘이 생긴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던 그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호호!”

 내 목소리를 듣고는 짧게 웃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때마침 궁금한 게 떠올랐다.

 “할머니 저 아직 4번째 죽음으로 얻은 능력이 뭔지를 잘 모르겠어요.”

 “그래?”

 나는 다른 능력들은 정체가 금방 드러나 알 수 있었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4번째 죽음으로 얻은 능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상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일이 자주 일어나고는 하지.”

 “네?”

 “자연스럽게 살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될 거다 뭐 그런 뜻이야.”

 “아, 네.”

 “꼭 당장 그 4번째 능력의 정체를 알아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네, 맞아요.”

 할머니의 말씀에 나는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이미 복수도 할 만큼 했으며 싸우고 싶은 만큼 신나게 싸웠다. 가지고 싶은 걸 전부 다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풍요로워졌다고 해야 하나?

 

 “특히 아가씨한테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잖아, 그럼 된 거지 뭐.”

 “네?”

 할머니는 언덕 아래에서 올라오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혜진아~!”

 “오빠!”

 이 타이밍에 연우 오빠가 나타날 줄은 몰랐다.

 “왜 거기 그러고 있었던 거야?”

 “아, 할머니랑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

 “할머니?”

 “응, 여기 계신…….”

 슈우우우웅!

 바람만 한 차례 지나갈 뿐 할머니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셨기에, 나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하하하! 알겠어, 나는 혜진이 말은 다 믿거든.”

 “잉? 뭔가 안 믿는 눈치인데?”

 “믿는다니까?”

 “오빠는 어디 다녀오는 거야?”

 “나 라나가 있는 납골당, 오랜만에 인사하고 왔지.”

 “다음엔 나도 같이 갈래!”

 “오 진짜?”

 “응!”

 

 “호호!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야 해. 아가씨는 복수보다 그게 더 어울리니.”

 “……!”

 “왜 그래 혜진아?’

 “오빠 무슨 목소리 들리지 않았어?”

 “무슨 목소리?”

 “아, 아니야. 아무 것도.”

 처음에는 같은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친 것이 시작이었지만, 우리는 이렇게 연인으로 발전하였다. 때로는 티격태격하며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웃음이 나오는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그런 사이로 말이다.

 

 ‘뭐 아직 정리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

 

 

 “오빠 여기는 왜 오자고 한 거야?”

 “너도 전부터 궁금하다며, 나보단 네가 더 힘이 세니까 같이 가면 아무 일도 없지 않을까?”

 자정이 가까워지자 나와 연우 오빠는 클럽 먼데이 앞에 도착해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 중이다. 클럽 먼데이는 강서준 사건 이후로 영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간판을 클럽 에브리데이로 바꿔 다시 문을 열었는데, 소문으로는 간판만 다를 뿐 직원이나 인테리어는 그대로라고 한다.

 

 ‘예전부터 궁금하고 또 궁금했었다, 클럽 내에 있는 VIP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VIP룸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들어갈까?”

 “응.”

 연우 오빠와 함께 클럽으로 들어가자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춤을 추고 대화를 나누느라 바빴다.

 

 “오빠 너무 시끄러운 걸?”

 “원래 클럽이 그렇지 뭐.”

 “오빠 클럽 많이 와봤지?”

 “하하하! VIP룸은 여기 벽 너머에 있을 걸? 아무 소리도 들리지는 않네.”

 연우 오빠의 어색한 웃음소리가 무척이나 수상하기는 했지만 일단 나는 모른 척하고 오빠를 따라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우리 둘 다 벽에 가까이 붙어 VIP룸으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소리가 들리나 체크를 해봤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클럽의 구조가 그대로라면 이 안에 방이 있는 건 확실해. 잠, 잠시만 혜진아!”

 “왜?”

 “네 몸의 일부가 벽 안으로 들어가 있어!”

 “뭐?”

 나는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오빠를 보고는 오히려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찾았다, 내 4번째 능력!’

 

 “오빠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금방 처리하고 올 테니.”

 “처, 처리라니? 야 너 설마!”

 “내 성격 알잖아?”

 나는 오빠가 잔소리를 할까 싶어 대화는 대충 종료한 채 과감하게 벽 쪽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쿵!

 “마셔!”

 “오빠~! 이거 뭔데 왜 이렇게 졸려?”

 “괜찮아, 원래 다 그런 거야~!”

 “야 너도 좀 마셔.”

 “네~!”

 

 “하아, 이것들이 XX!”

 나는 균형을 잃어 잠시 주춤거리다가 고개를 들자 여자들 사이에 있는 손기창과 김호영의 얼굴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는 술과 주사기 또한 무척이나 거슬렸는데, 얼마 전 집행유예로 겨우 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이상한 짓이나 벌이고 있을 줄이야?

 

 “나쁜 XX들.”

 “뭐야 네가 여기는 왜!”

 “말도 안 돼! 입구는 가드가 지키고 있을 텐데!”

 “아 시끄럽고 너흰 좀 더 맞아야겠네!”

 우당탕탕!

 쿠우웅!

 “꺄아아!”

 “으악!”

 쿠웅!

 퍼어억!

 콰아앙!

 나는 귀찮은 나머지 괴력을 사용해 테이블부터 엎어버린 뒤 오랜만에 악당들에게 응징의 철퇴를 날렸다.

 

 

 **

 

 

 “시동 걸어, 오빠!”

 “뭘 어떻게 하고 온 거야? 경찰까지 출동하고 난리가 났잖아?”

 나는 클럽 먼데이 아니 클럽 에브리데이의 VIP룸을 싹 다 정리한 뒤 아무렇지 않게 연우 오빠의 차에 탑승하자 오빠는 무척이나 놀란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아직도 악당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사는 거 있지? 그래서 내가 살짝 혼 좀 내줬지.”

 “완전 히어로가 따로 없네.”

 하지만 오빠는 더 이상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운전에만 집중했다. 오빠도 이미 날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고 내가 나름 올바른 일에만 힘을 쓴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고마워 오빠…….’

 

 “이야, 벌써 뉴스 나오고 난리났어요~! 무슨 짓을 벌이고 온 겁니까?”

 “나는 아무 짓도 안 했어, 혜진이가 한 거지.”

 나와 연우 오빠가 사무실로 들어가자 TV 뉴스를 보고 있던 명환이가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클럽 먼데이가 상호를 바꿔 영업을 재개한 뒤 다시 한 번 VIP룸의 존재가 드러나 세상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삐이익!

 “아 몰라! 이미 저지른 일 되돌릴 수는 없잖아? 명환아 사장님은 어디 가셨어?”

 나는 시끄러운 TV를 재빨리 끈 뒤 명환이 옆에 앉아 물었다.

 

 “사장님 요즘 많이 바쁘신 거 같아.”

 “아 그래? 너는 어때?”

 “나도 요즘 의뢰인이 오면 열심히 퀘스트를 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심부름센터 사장님 또한 김 의원이 승승장구를 하면서 인맥이 넓어지고 그로 인해서 여기 저기 호출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 호출이 전부 다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전보다 일거리가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봐야 할 듯싶다. 명환이 역시 실력을 인정 받아 어둠의 세계에서 꽤 유명한 해커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고 한다. 그 바람에 여기 저기에서 많은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는데, 다들 각자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나 보다.

 

 “냐오오오옹! 배가 고프다 냥!”

 “오빠 우리 나비 먹을 거 좀 사다 주러 갈까?”

 그리고 여전히 내 곁에 머물려 나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비를 보자, 나도 모르게 배시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자, 명환아 다녀올게.”

 “네, 데이트 잘하고 오세요~!”

 

 

 **

 

 

 “나비야 너는 꿈이 뭐야?”

 나는 나비를 품에 안은 채 앞으로 뭘 하며 살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슈퍼 앞에 도착하자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나비는 내 질문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게 아닌가?

 

 “인간이 고양이에게 그런 질문을 하다니~ 고양이도 꿈이 있다면 자유롭게 그저 걱정없이 사는 거다 냥!”

 “그러니? 오빠 나도 꿈이 생겼어.”

 “뭐? 나도 나비처럼 자유롭게 걱정없이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래, 윤혜진 딱 네 너다운 생각이네. 나비 먹을 거는 내가 사올 테니 잠시 기다리고 있어.”

 “아? 으응.”

 “저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 그러니 잘해줘야 한다 냥!”

 “아, 으응.”

 누군가의 말을 저토록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지지해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흔하지 않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으며, 좋은 사람을 우연처럼 운명처럼 만났고 같은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치다가 깊은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 모든 걸 확률로 따지면 정말 복권 1등 당첨보다도 낮은 확률이겠지? 그래서 나도 연우 오빠를 놓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만날 때마다 설레고 안 보이면 보고 싶고 연락이 안 되면 자꾸만 생각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와락!

 나는 오빠가 슈퍼에서 봉투를 들고 나오자마자 달려가 와락 품에 안겼다.

 “혜, 혜진아?”

 “그냥 잠깐 이러고 싶었어. 오빠 우리 저 하늘의 별과 달처럼 앞으로도 행복하게 지내자.”

 “으응, 나도 잘 부탁할게.”

 안녕이라는 말이 오늘의 헤어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내일의 예고편을 위한 설렘이 되는 사이, 나는 그런 사랑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내게 사랑 따위는 사치가 아니며 복수만이 삶의 목표였던 시절도 지나갔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지내는 것만으로도 엄청 행복하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고마워, 오빠.”

 “나도 고마워, 혜진아.”

 과거의 아픔도 안 좋았던 기억도 이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 일도 아니게 된다. 오빠도 나와 함께 있기에 더 이상 아픈 기억을 떠올리지 않는 게 아닐까? 서로가 서로에게 지지가 되고 힘이 되어주기에 우리는 더 높은 곳을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이 아닌 미래를 향한 아름다운 한 걸음, 그것이 다시 태어난 나 윤혜진의 새로운 인생이다.

 

 

 ‘영원히 이 사람과 함께…….’

 

 

 

 

 

 

 

 

 <내가 납치+감금된 사연>

 

 

 

 

 <그동안 애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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