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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작가 : 베리벨
작품등록일 : 2020.9.5

“나는 재미가 있는 아이는 놓아주지 않아.”
“이 XX 내가 너는 꼭 죽인다! 명심해!”
자신의 전 남친이자 사이코인 강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혜진은 뭔가 해보기도 전에 허무하게 죽고 만다. 하지만 다시 과거로 회귀한 혜진은 심부름센터 직원 지연우와 시원한 사이다 복수 및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찔한 공조를 펼친다.
[회귀물/마약/클럽/복수/스릴러/생존/악녀/거래/비밀/납치/감금/수갑/캠퍼스/여대생/집착남/철벽녀]
작가이메일: makapanda@naver.com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7
작성일 : 20-09-05 23:06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4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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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와. 크다.”

 도심 외곽 그것도 안개가 잔뜩 낀 산 중턱에 이런 커다란 건물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드디어 강서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당신들 뭐야!”

 “비켜봐, 내가 처리할게.”

 하지만 검은 양복의 악당들이 저택의 문을 막고 서있자 나는 녀석들에게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앗!”

 “너는!”

 “내 정체를 알고 있나 봐? 그래도 이미 늦었어!”

 문지기 녀석들은 이내 내 정체를 파악하고는 표정이 하얗게 질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악!”

 “커억!”

 털썩!

 쿠우웅!

 1분도 지나지 않아 나는 조금의 자비도 없이 두 녀석 다 제압을 해버렸다.

 

 “와, 혜진이가 있어서 든든하긴 하네.”

 “그러게요.”

 “강서준의 냄새가 점점 진하게 느껴진다 냥!”

 “응, 다들 빨리 들어가자!”

 뒤에서 동료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는 철제문을 활짝 열어젖히고는 빨리 오라고 손짓을 했는데, 강서준과 가까워지면 질수록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린다.

 

 두근두근!

 ‘어디 막을 수 있으면 막아봐, 강서준.’

 

 다다다다다!

 “도련님! 윤혜진 일당이 입구를 돌파해 지금 정원을 지나고 있습니다!”

 “하아, 또 걔네들이야?”

 “어떻게 하죠? 대부분의 직원들이 잠적하거나 체포되는 바람에 남은 인원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결론은 뭐야? 지금 윤혜진을 막을 수 없다는 거잖아?”

 “차 실장님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많이 힘들 거 같습니다.”

 “XX!”

 “도, 도련님?”

 “그러면 방법은 하나야.”

 “네? 그게 무슨?”

 “다 같이 이곳에서 죽는 거지.”

 

 

 **

 

 

 “나비야 지금 우리 맞게 가고 있는 거야?”

 “냄새가 점점 진해지고 있으니 확실하다 냥!”

 낯선 저택에서 우리들은 동물인 나비의 육감만을 믿고 기다란 복도를 뛰어가고 있는데, 그 순간 복도 끝에 있는 문이 저절로 열렸다.

 덜크덕!

 “하아, 왔니?”

 “강서준!”

 그리고 그 문에서 등장한 사람은 우리가 그토록 찾던 강서준이었다. 강서준은 수척해진 얼굴로 앞머리를 옆으로 넘기고 있었으며, 예전과 달리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너 때문에 날 키워주던 주인이 죽었다 냥! 이제라도 모든 죗값을 받고 속죄하면서 살아라 냥!”

 “고양이가 뭐라고 떠들어대는 거야?”

 퍼어억!

 “냐아앙!”

 “나비야!”

 하지만 여전히 강서준은 강서준이라는 걸까? 강서준은 자기 바로 앞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나비를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발로 걷어차 버렸다.

 “이제 그만하고 자수하자, 강서준.”

 나는 재빨리 나비를 품에 안고는 강서준이 스스로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윤혜진 마지막으로 나랑 단 둘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위험해!”

 “맞아, 무슨 이상한 짓을 할 지 몰라!”

 “오빠, 명환아. 둘 다 너무 나 걱정하는 거 아니야? 어차피 힘으로는 저 녀석이 나 못 이겨.”

 “아, 하지만!”

 “연우 오빠, 금방 다녀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

 “으응, 알았어.”

 혹여 강서준이 총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할 낌새가 보이면 바로 팔을 꺾어버릴 생각이다.

 

 ‘나도 녀석에게 묻고 싶은 게 있으니까…….’

 

 털썩!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

 나는 나비를 계속 품에 안은 채 강서준이 안내한 방으로 들어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대화를 시작했다.

 “음료 같은 건 마실 생각이 없는 거지?”

 “응, 빨리 하고 싶은 말이나 해.”

 꽤나 많이 상황이 우리에게 기울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강서준과 오래 이야기를 해줄 만큼 내 마음이 여유롭지는 않다.

 

 “나는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네가 그동안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인 거 몰라?”

 “하아, 그러니? 그래도 마지막 순간을 너와 함께 보내서 다행인 거 같아.”

 “마지막 순간이라니? 개소리 그만하고 나도 너한테 딱 하나만 묻자.”

 “뭔데 혜진아?”

 “너는 날 단 한순간이라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있니?”

 

 “그냥 죽여라, 저 년도 이제 노잼이야.”

 “네.”

 

 아직도 선명하게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한때 날 좋아한다며 고백을 했던 강서준의 명령에 의해 처음으로 목이 꺾여 죽던 날 말이다. 운이 좋게 과거로 돌아와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만, 원래라면 그곳에서 내 삶은 마감됐을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강서준과 마지막으로 대치하는 순간이 오면 꼭 묻고 싶었다.

 

 ‘이 세상 제일의 나쁜 놈이지만 나와 연인이던 시절에 단 한 순간이라도 날 진심으로 좋아했는지…….’

 

 “하아, 너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 건가?”

 강서준은 내 질문을 듣고는 한숨부터 길게 내뱉었다.

 “많은 여자들이 너처럼 비슷한 질문을 했어, 물론 그때마다 나는 그 여자가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최선의 답변을 했지. 너는 내가 어떻게 대답을 해주길 원하니?”

 “내 기분 같은 건 고려하지 마, 그저 솔직하게 말해.”

 “사랑인 줄은 모르겠네, 호기심이나 이끌림 정도가 적합한 표현이지 않으려나?”

 “나쁜 XX, 나는 진지하게 묻는데 웃고 있네.”

 “만약 네 정체를 교제 중에 알았다면 정말 사랑에 빠졌을 수도 있겠지만.”

 “개자식, 결국 너한테 나는 장난감이나 다름이 없었던 거구나.”

 어느 정도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막상 강서준의 육성을 통해 직접 들으니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다.

 

 “근데 말이야, 이제는 나도 진심이야.”

 “무, 무슨 소리야?”

 갑자기 강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얼굴을 기울이며 말하자, 나는 그만 말을 더듬거리고 말았다.

 “지금은 네가 그 어떤 여자보다도 마음에 들어, 단언컨대 말하지만 네 가치를 알았다면 너와 헤어지는 일 따위는 없었을 거야.”

 “웃기지 마, 이런다고 해서 나는 너한테 돌아가지 않아. 절대 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타악!

 결국 내 손에 의해 강하게 밀쳐진 강서준은 계속 고개를 숙인 채 실망한 듯한 얼굴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근두근!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야 너 왜 그래?”

 “후우, 그래 알아. 이제 와서 내가 애원하며 말해봐야 네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 이제 모든 걸 단념해.”

 “하아.”

 강서준이 협박도 하고 애원도 해보며 날 설득하려 애써도 내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이미 강서준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그저 탄식만 내뱉고 있을 뿐이다.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 냥!”

 “나비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나는 내 품에 안겨 있던 나비가 털을 바짝 세우며 말하자 잔뜩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고양이라 눈치가 빠른 건가?”

 “강서준 무슨 소리야! 똑바로 말해!”

 “나는 널 가지고 싶지만, 결국은 가질 수 없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우리 여기서 다 같이 죽는 거야, 그 정도면 공평한 거 아니겠어?”

 “미친 XX!”

 나는 뒤늦게 상황이 매우 안 좋게 흘러간다는 걸 알고는 문고리를 잡으려고 할 무렵 문틈으로 희뿌연 연기가 조금씩 안으로 들어오는 게 아닌가?

 

 “우웁! 오빠! 명환아!”

 이 연기는 잠시만 마셔도 기분이 매우 불쾌해지며 머리가 아파오는데, 놀란 내가 급하게 문을 열자 연우 오빠도 명환이도 이미 쓰러진 채 의식이 없었고 희뿌연 연기는 점점 더 저택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연기를 마시면 안 될 거 같다! 일단 문부터 닫자 냥!”

 나비의 조언을 들은 나는 오빠와 명환이가 걱정됐지만 일단은 문을 다시 닫고는 강서준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 강서준! 미친 XX!”

 그런데 이 와중에 강서준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건지 라이터를 카펫 위에 던지며 불까지 지르는 있었다.

 “마약이랑 바꿔서 구매한 수면가스를 아주 조금 사용했는데 효과가 좋지? 그것도 모자라 이미 직원들이 저택 곳곳에 불을 냈어, 탈출은 불가능하다는 뜻이지.”

 “뭐라고?”

 나는 황급히 창 밖을 살펴봤는데 정말 정원에서도 심하게 불이 나고 있었으며, 붉게 변한 천장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혜진아 고통스럽게 죽느니 여기서 나와 함께 빨리 죽자, 나랑 같이 죽으면 덜 억울할 거야.”

 “이 미친 XX!”

 강서준의 최후의 일격이 자폭 작전일 줄이야? 최악도 이런 최악이 따로 없다.

 퍼어어어억!

 쿠웅!

 나는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식의 한 방을 꿈꿨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화가 치밀어 올라 강서준의 얼굴에 강력한 펀치를 꽂아버렸다.

 “하아, 다 끝이야.”

 테이블과 함께 엉망진창으로 넘어진 강서준은 이미 모든 걸 자포자기한 듯 화염 사이에 누운 채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미쳤다고 너랑 죽을 거 같아? 우웁!”

 나는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내 바람과 달리 불은 계단은 물론 복도까지 빠르게 퍼진 상태였다. 내 앞에 누워 있는 연우 오빠와 명환이는 당장이라도 화염에 삼켜질 기세였으며, 멀쩡한 줄 알았던 나 또한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처럼 답답하고 머리가 무거워졌다.

 

 두근두근!

 ‘아니야,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이럴 때일수록 정신차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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