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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세이안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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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사신, 카이.
만 번째 그 임무를 끝낸 후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죽음의 신,
샤이노스의 말에 소멸을 선택한다.
하지만 소멸 대신 사고로 죽은 한 인간의 몸에 들어가게 된 카이!
한심함과 모자람을 골고루 갖춘 채 배배 꼬인 과거를 가진
세이안의 삶을 대신 살아가만 하는 카이의 운명이 펼쳐진다.

 
제 1 화
작성일 : 16-07-13 11:11     조회 : 992     추천 : 0     분량 : 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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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빛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어두운 공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공간에 잠시 후 누군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티끌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새하얀 머리와 붉은 눈동자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지어 보였다.

 “지금부터 사신으로서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 말해 주지.”

 “…뜬금없이 무슨 소리이십니까.”

 그리고 그런 그의 옆에는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다른 한 남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는 엉뚱한 말을 내뱉기 시작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첫째! 죽은 영혼은 되도록 자연스럽게 인도한다.”

 하지만 자신의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은 채 하고 싶은 말만 계속해서 내뱉는 남자를 보며, 결국 짧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어야만 했다.

 저러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어야 말이지.

 “강제로 이송된 영혼들은 꼭 문제를 만들거든.”

 “…….”

 “둘째! 영혼을 인도할 때 그 일을 방해하는 이들이 있다면 살인도 용납한다. 업무방해는 죽음의 신인 나의 이름을 걸고 그들의 죽음을 허락하고 있다는 거지.”

 “대체 지금 누구한테 하시는 말씀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셋째!”

 “…….”

 “만 번째 영혼을 인도하는 임무를 끝낸 사신에겐 하나의 소원을 들어준다. 일종의 상이라고 할 수 있지.”

 “…그거 제가 예전에 부탁한 내용 아닙니까. 언제부터 공식적인 사안이 된 거죠?”

 “넷째.”

 “제 말 듣고 계신 겁니까!”

 “넷째!”

 “…….”

 “죽은 영혼이 스스로 소멸을 택하고 인도되는 것을 거부할 때 사신은 그 영혼이 소멸될 때까지 곁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그럼 계속 혼자 맘대로 떠드십시오. 전 그만 가 볼 테니.”

 “그리고 마지막! 이게 젤 중요해!”

 “…….”

 “사신은 죽음의 신인 나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왜 그 말만 절 보면서 하시는 겁니까.”

 “카이, 넌 이게 부족해, 이게! 넌 내 말을 인간 세상에 굴러다니는 개똥으로도 안 듣잖아!”

 “그래서요.”

 “뭐?”

 “생겨 먹은 게 이런 걸 저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일, 없냐.”

 “있습니다.”

 “하아… 가라, 가.”

 “그러죠. 다녀오겠습니다. 죽! 음! 의! 신! 이신 샤이노스 님.”

 “…….”

 오늘따라 유난히 더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한자 한자 끊어 말을 내뱉고 떠나가는 사신, 카이의 모습에 샤이노스는 결국 긴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제1장. 사신, 카이

 

 

 

 “헉… 헉…….”

 크르… 크르릉.

 “……!”

 “서둘러!”

 “허… 헉… 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다. 비록 어둠이 내리깔린 늦은 시간이었지만 은은한 달빛과 별빛이 나름 세상을 환하게 비춰 주고 있었다.

 그런 밤의 세계가 찾아온 그 시각, 한 숲 속엔 무언가 쫓기듯 도망치는 이들이 있었다.

 “허… 허억!”

 “메이, 안 되겠어.”

 “하아… 하아… 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젊은 여자였다.

 그런 여자의 품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가 품에 꼭 안겨 있었다. 붉은 곱슬머리와 커다란 눈망울이 너무도 귀여운 아기였다.

 열심히 숲을 달려 도망치던 남자는 순간 걸음을 멈추며 여자를 향해 빠르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볼 테니 도망쳐.”

 “하, 하지만…….”

 “이러다간 다 죽어! 아이를 생각해!”

 “……!”

 남자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힘들어하는 여자를 보며 이 상태로 계속 도망쳤다간 모두가 죽는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에 남자는 자신들을 쫓는 이들을 유인해 여자와 아이에게서 떨어뜨릴 작정이었다.

 “론…….”

 “…아이를 부탁해.”

 “흐… 흐흑.”

 결국 여자는 자신의 손을 강하게 쥐며 아이를 부탁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는 남자의 모습에 눈물을 보였다.

 남자는 그런 여자를 살며시 안아 준 뒤, 지금 상황이 어떤지도 모른 채 아빠의 얼굴을 보며 방긋방긋 웃는 아이를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걸 잘 아는 남자는 그대로 걸음을 옮겨 여자가 있는 곳과 반대쪽으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흑…….”

 그에 여자는 사라져 가는 남자를 여전히 눈물이 가득 고인 눈망울로 잠시 바라보다, 멀리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급히 한쪽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몸을 숨겨야만 했다.

 “저쪽이다!”

 “잡아라!”

 “……!”

 이어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음성에 여자는 손으로 자신의 입과 아이의 입을 막은 채 숨소리조차 죽여야만 했다.

 “흑…….”

 그리고 잠시 후 시끄러웠던 추격자들의 소리가 사라지는 걸 느끼며 여자는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애써 참으며, 급히 사람들이 사라진 곳과 반대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론…….’

 마지막으로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을 남자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부르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하아… 하아…….”

 숨이 다시 턱까지 차오르는 걸 느끼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여자의 뒤로 다시 그녀를 쫓는 이들의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기다!”

 “잡아!”

 남자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시선을 끌어 여자가 도망칠 시간을 만들어 주려 했지만, 무력을 갖춘 저들의 손에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내 여자의 흔적을 쫓아 또다시 그녀를 압박해 왔다.

 ‘론!’

 자신을 바짝 뒤따라온 이들의 음성에, 여자는 남자가 죽은 것을 직감하며 다시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발걸음 또한 더욱 무거워지며 쫓아온 이들과의 거리도 더욱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휘익!

 “아악!”

 그리고 결국 쫓아온 이들이 던진 밧줄에 목이 낚이듯 묶이며 여자는 그대로 바닥을 굴러야만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품에 안은 아이가 다칠 것이 염려되어 여자는 넘어지면서도 아이만을 꼭 안아 감쌀 뿐이었다.

 “잡았군.”

 “노예 주제에 네년이 감히 도망쳐?”

 여자를 붙잡은 것에 남자들은 득의양양 비웃음을 날리며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에 여자는 본능적으로 바닥을 기듯 뒷걸음질 쳤지만, 이내 목을 조이는 밧줄에 그런 행동도 곧 멈춰야만 했다.

 “사, 살려 주세요!”

 남자 론과 여자 메이는 노예였다.

 어릴 때부터 노예로서 살아온 그들은 자신의 자식까지 노예의 삶으로 살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도망을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다시 붙잡히게 되었고, 도망친 노예는 사형이라는 대륙의 법대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 분명했다.

 “이 아이만은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메이는 자신의 죽음 따윈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그저 아이만은 무사히 살아남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건 걱정 마라.”

 “……!”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메이의 말에 남자들은 다시 한 번 비웃음을 날리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을 이어 나갔다.

 “너처럼 평생 노예로서 살게 될 테니 말이야.”

 여자는 그런 남자의 말에 눈앞이 깜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아이도 자신처럼 비참한 노예의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삶, 동물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게 될 아이를 떠올리며 여자는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휙!

 “……!”

 하지만 그런 자식을 향한 아픈 감정을 느낄 시간도 여자에게 제대로 주어지지가 않았다. 가까이 다가온 남자가 우악스럽게 휘두른 검에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져야만 했기 때문이다.

 불에 타는 듯 끔직한 고통에 비명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여자는 그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마지막으로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이대로 죽을 수 없었다. 죽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아이만은 저들의 손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끔 하고 싶었다.

 그리고 억울했다. 평생 노예로서 살아만 가다 이렇게 죽어야 하는 자신의 삶이 너무도 억울해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저와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

 그런데 그 순간 낯선 이의 음성이 그녀의 귓가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조용하고 차분한 음성이었지만, 귓가로 선명하게 파고드는 남자의 음성에 여자는 고통도 잊은 채 한순간 멍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누구냐!”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여자에게 검을 휘두른 이를 비롯해 주변에 있던 이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긴장된 눈빛으로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시선을 주며 소리쳤다.

 “죄송하지만, 저분과 먼저 대화를 끝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이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일반 성인 남자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누구든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잘생긴 외모에 칠흑처럼 검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여전히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내뱉으며 남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양해를 구한 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죽어 가고 있는 여자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겨 갔다.

 “그대가 원하는 소원을 하나 들어드리겠습니다. 대신 그댄 제가 원하는 한 가지를 주셔야 합니다.”

 “소… 원…….”

 “네.”

 여자는 간신히 입을 열어 말을 내뱉으며 간절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그가 누구든 상관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누구의 손이든 잡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깐 말이다.

 “이 아이를…….”

 “…….”

 남자는 힘겹게 말을 내뱉는 여자의 앞에 정중히 한쪽 무릎을 굽혀 앉으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알겠습니다. 그 소원을 들어드리지요.”

 “아… 아…….”

 “대신 그댄 저에게 한 가지를 주셔야 합니다.”

 여자는 점점 희미해져 가는 시야를 느끼며 힘겹게 마지막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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