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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작가 : 베리벨
작품등록일 : 2020.9.5

“나는 재미가 있는 아이는 놓아주지 않아.”
“이 XX 내가 너는 꼭 죽인다! 명심해!”
자신의 전 남친이자 사이코인 강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혜진은 뭔가 해보기도 전에 허무하게 죽고 만다. 하지만 다시 과거로 회귀한 혜진은 심부름센터 직원 지연우와 시원한 사이다 복수 및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찔한 공조를 펼친다.
[회귀물/마약/클럽/복수/스릴러/생존/악녀/거래/비밀/납치/감금/수갑/캠퍼스/여대생/집착남/철벽녀]
작가이메일: makapanda@naver.com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21
작성일 : 20-09-05 23:02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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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대를 끼고 있기에 보이지는 않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차량에 탑승한 뒤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것만은 짐작할 수 있었다.

 “내리시면 됩니다.”

 10분? 아니 20분 정도는 간 걸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나는 차에서 내려 또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모래? 약간 바람에서 염분도 느껴지네?’

 나는 최대한 오감을 살려 내가 모래를 밟고 있으며 해안가로 왔다는 것은 눈치를 챘다.

 

 끼이익!

 덜크덕!

 그리고 그 순간 이번엔 이상한 철제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뭐? 꺄아아아아!”

 쿠우웅!

 그런데 나는 내가 알아서 들어가려고 하는데 악당은 성미가 급한 듯 나를 밀어 안으로 무작정 집어넣어버리는 게 아닌가?

 “야!”

 결국 화가 치밀어 올라 나도 모르게 안대를 벗어버리고는 주변을 둘러봤으나, 이미 내 신세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 갇힌 비련의 여주인공이나 다름없었다.

 

 ‘강서준 이 XX 지금 뭘 하려는 거야?’

 

 쿠웅!

 쿠우우우웅!

 나는 괴력을 발휘해 컨테이너 박스의 벽을 마구 발로 걷어차자, 벽은 점점 구겨지며 일그러지고 있었다.

 

 터벅터벅!

 “워! 워! 진정해, 윤혜진.”

 “……!”

 흥분을 한 것도 잠시였을 뿐 어느새 내 몸은 강서준의 목소리가 들리는 벽 쪽으로 옮겨져 있었다.

 “내 전 여친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일 줄이야?”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당장 문 열어 XX!”

 

 ‘이 문 너머에 강서준이 있는 게 틀림없어!’

 

 “하하하하하!”

 강서준은 내가 욕설을 섞어가며 흥분을 표출했음에도 전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크게 웃고만 있으니 더욱 화가 솟구친다.

 “확인을 해본 결과 안에 있는 여자가 확실하다고 합니다.”

 “그래? 네가 시장에서 물건을 거래하려던 우리 직원들을 두들겨 팬 그 의문의 여자라고 하네? 요트에서부터 뭔가 수상하다고 느꼈지만, 너 도대체 정체가 뭐니?”

 “……!”

 차 실장과 대화를 나눈 강서준의 목소리에는 힘이 가득 실려 있었다. 아마도 나에 대한 정보를 꽤 많이 확보한 모양인데, 이제 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 건지 감이 오지를 않는다.

 

 “글쎄? 나는 그냥 평범한 여대생이라고 보면 좋겠네.”

 “XX, 나랑 더 이상 장난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강서준이 컨테이너박스에 가까이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경고성 멘트를 날리자 순간 내 몸에는 닭살이 돋고 말았다. 강서준은 사람을 사고 파는 무서운 녀석이며 범죄를 저질러도 전혀 흔들림이 하나 없는 괴물 중의 괴물이다. 나는 지금 그런 괴물과 얇은 문 하나를 놓고 대치를 하고 있는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나뿐만 아니라 연우 오빠와 나비의 목숨까지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오빠랑 나비는 어떻게 됐어?”

 “아? 그 젊은 남자와 고양이를 말하는 건가? 동굴 근처 인적이 드문 곳에 지금 큰 구덩이를 파놓고 있어.”

 “야! 강서준!”

 “걱정 마, 아직 죽인 건 아니야. 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녀석들의 목숨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거든.”

 “하아,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나는 애써 숨을 고르며 일단은 강서준의 말을 들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두근두근!

 ‘괴력을 사용해 컨테이너박스를 다 때려부수고 여기를 나온다고 해도 내가 연우 오빠와 나비까지 전부 다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니 지금은 참아야 해…….’

 

 “너 나랑 다시 사귀자.”

 “뭐? 지, 지금 너 뭐라고 한 거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강서준의 엉뚱한 제안에 나는 그만 말까지 더듬거리고 말았다.

 

 “나 말이야, 재미가 있는 아이는 절대 놓아주질 않아.”

 “재미? 이 XX 내가 너는 꼭 죽인다! 명심해!”

 쿠웅!

 쿠우우우웅!

 나는 순간 화가 나는 나머지 문을 몇 차례 두들겨 패며 내 주먹 자국을 선명하게 남겼다.

 

 “와 너 힘이 진짜 세구나? 잠깐 내 말 더 들어보는 게 어때?”

 “닥쳐! 네 추악한 모습을 다 알고 있는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너랑 사귈 리 없잖아!”

 강서준에게 복수한다는 일념 하나로 여기까지 온 이상 더러운 놈과의 재결합 가능성은 조금도 없다.

 “그러니 지금 미치라는 거야, 안 그러면 네가 지키고자 하는 녀석들이 다 죽을 텐데?”

 슈우우우웅!

 계속 이어지는 강서준의 협박에 결국 나는 재빨리 문을 향해 뻗던 주먹을 간신히 멈추고 잠시 숨을 골랐다.

 

 두근두근!

 ‘정말 강서준이라면 연우 오빠와 나비를 정말 아무렇지 않게 죽일 지도 몰라…….’

 

 “오? 갑자기 조금 고민이 되나 봐? 나는 진지하게 지금 얘기하는 거야, 그때도 지금도 너는 아주 재밌는 아이라고 생각하거든.”

 “나도 하나만 묻자, 너는 왜 나한테 그렇게 집착하는 건데! 모든 게 평범한 나에게 너처럼 잘난 금수저 XX가 왜! XX!”

 “강서준이란 사람에게 별로 관심을 안 가진 여자는 네가 처음이었거든.”

 “뭐?”

 

 

 (1년 전 혜진)

 

 

 “저 아이가 강서준이라며?”

 “그러게, 엄청 잘 생겼다!”

 “우와, 얼굴도 백설기 같고 몸도 좋아 보이는 걸?”

 웅성웅성!

 그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온 줄 알았던 캠퍼스의 생활은 의외로 개강 초기부터 시끄러웠다.

 

 “혜진이 넌 저 아이한테 별로 관심없어?”

 “저 녀석이 누군데 다들 난리야?”

 “강서준이라고 개강 후 3주 동안 학교에 안 나오다가 얼마 전부터 혜성처럼 등장한 우리 과 동기인데 잘 생긴 것도 모자라서 엄청난 부자인 거 같아!”

 “부자라니?”

 “글쎄, 학교 입구까지 외제차를 타고 와서 뒤에서 내린다는 거 있지?”

 “아 그러니?”

 나는 수아가 하도 시끄럽게 강서준이라는 녀석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살짝 고개를 돌려 어떤 녀석인지 대충 확인만 하였다.

 

 “어때? 멋있지?”

 “그런가? 나는 별로 내 남자친구로는 안 어울릴 거 같은데.”

 “수아야 갑자기 등은 왜 때려?”

 “온다! 이쪽으로 온다고!”

 나는 호들갑을 떠는 수아와 달리 피곤한 나머지 하품을 크게 하며 강서준이 오던 말던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책만 바라봤다. 그런데 잠시 후 시야 안으로 검은색 바지가 살짝 보였다. 강서준이 내 옆에 잠시 멈춰 서있다는 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내 시선은 오로지 대충 펼쳐진 책에 고정되어 있었다.

 

 “서준아 왜 그래?”

 “아, 아니야. 오늘은 앞에 앉자.”

 “꺄아~! 우리 옆으로 와!”

 “여기로 와! 여기가 더 좋아!”

 그렇게 잠시 후 한바탕 강의실이 시끄러워진 뒤에야 강서준이 내 앞쪽에 자리를 잡는 게 보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강서준의 뒷모습이 눈에 보여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오늘 수업 내용에 대해 떠올릴 뿐이었다.

 

 “아까 강서준이 너 살짝 쳐다본 거 같아, 혜진이 넌 강서준한테 별로 관심없어?”

 “응, 아예 없어.”

 “왜?”

 “수아야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

 “애초부터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야, 그러니 신경 끄고 우리 할 일에나 집중하는 게 현명한 거겠지.”

 수아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방금 내 말은 정말 진심 그 자체였다. 강서준이 돈이 많고 잘 생기고 인지도가 있다고 해서 내 인생 자체가 달라지지 않으며, 그렇게 잘난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는 하나도 없을 테니 말이다.

 

 ‘나는 공부도 중간이고 외모도 예쁘지 않으며 그렇다고 노래를 잘 부르거나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닌 정말 딱 평범한 사람 그 자체니까…….’

 

 그 이후 강서준은 달려드는 사람이 많기에 몇 차례 교제와 헤어짐을 반복하였다. 물론 강서준이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소문이 퍼지는 날이면 수많은 여학생들은 혹여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는 않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특별함 따위는 없는 내가 반복하는 일상의 전부였다.

 

 

 “하아, 춥다!”

 터벅터벅!

 “저기, 혜진아!”

 “……!”

 1학년의 끝이 보일 무렵 카페에서 알바를 한 뒤 버스 정류장을 향해 가던 나를 가로막은 것은 다름 아닌 코트를 입은 강서준이었다.

 

 “안녕! 너한테 꼭 할 말이 있어서!”

 “나한테? 확실해?”

 “응.”

 나는 과 행사에 참여하거나 동아리 활동은 해본 적이 없어서 강서준과 말을 섞어본 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런 나에게 강서준이 할 말이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를 않는다.

 

 “너 나랑 사귀지 않을래?”

 “야 너, 사람 착각한 거 아니야? 네가 날 좋아할 이유가 전혀 없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닐까? 느닷없는 강서준의 고백, 놀란 나는 당황한 나머지 말이 빨라지고 있었다.

 

 “아니, 지금 너한테 고백한 거 맞아. 빛나는 별처럼 네가 정말 특별해 보였거든.”

 “내가? 내가 뭐가 특별하니? 나는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야, 네 조건이면 충분히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나는 강서준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솔직하게 지금 내 처지에 대해 설명해줬다.

 

 “진심이야, 너는 자신을 평범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나한테 윤혜진이라는 사람은 매우 특별해.”

 그럼에도 강서준의 얼굴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마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 머리가 굉장히 복잡해진다.

 “몰카니? 혹시 미션인 거야?”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지금 이 상황에 대해 계속 이해해 보려고 애를 썼지만, 강서준은 내 물음에 고개를 여러 번 저었다.

 “어떻게 하면 네가 내 말을 믿어줄 수 있니?”

 강서준은 주머니에 있던 핫팩을 내 손에 쥐어주며 대화를 이어갔는데, 그 순간 차갑게 식어 있던 내 심장 또한 뜨겁게 두근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갑자기 나 왜 이러는 거야?’

 

 “다시 한 번 말할게, 혜진아 나랑 사귈래?”

 “아, 알았어.”

 결국 나는 얼떨결에 강서준의 고백을 받아주고 말았다. 계속 모태솔로로 사는 것보다는 한 번쯤 인기남과 연애를 해보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의 선택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엄청난 후회 아니 실수로 남게 되었다.

 

 ‘내가 목숨을 잃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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