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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작가 : 베리벨
작품등록일 : 2020.9.5

“나는 재미가 있는 아이는 놓아주지 않아.”
“이 XX 내가 너는 꼭 죽인다! 명심해!”
자신의 전 남친이자 사이코인 강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혜진은 뭔가 해보기도 전에 허무하게 죽고 만다. 하지만 다시 과거로 회귀한 혜진은 심부름센터 직원 지연우와 시원한 사이다 복수 및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찔한 공조를 펼친다.
[회귀물/마약/클럽/복수/스릴러/생존/악녀/거래/비밀/납치/감금/수갑/캠퍼스/여대생/집착남/철벽녀]
작가이메일: makapanda@naver.com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7
작성일 : 20-09-05 23:00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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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갑작스러운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요트에 계신 승객 분들은 모두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꺄아아!”

 “빨리 도망쳐!”

 “살려줘!”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한 발 늦은 건지 선상에서는 붉은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가느라 바빴으며, 요트에서는 대피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오랜만이다! 냥!”

 “나비야?”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숙이자 얼굴이 살짝 그을린 나비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얼굴은 왜 그래?”

 “저 상자를 불에 붙였더니 펑 터지는 거 있지? 냥!”

 “뭐?”

 나비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자 상자 조각 일부가 불이 나는 곳 근처에 떨어져 있었다.

 “빨리 도망쳐!”

 “꺄아~!”

 “다시 한 번 알립니다! 요트에 계신 승객 분들은 모두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나비가 이번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라는 거잖아?’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 얼른 가자,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냥!”

 “아, 알았어.”

 나비의 말을 바로 반박하고 싶었지만 워낙 주변이 어수선하고 나 역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일단 나비를 서둘러 따라갔다.

 

 터벅터벅!

 타악!

 “……!”

 그런데 사람들을 따라 이동하던 중 누군가가 내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야 윤혜진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강, 강서준?”

 하필 이 타이밍에 이 녀석을 만날 줄이야? 자세히 살펴보니 평소와 달리 옷차림과 머리에 잔뜩 힘을 준 강서준은 몹시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아는 남자가 초대해줬거든.”

 “네가 아는 남자가 어디 있다고! 설마 그 식당에 왔던 그 남자야?”

 “아니, 다른 남자!”

 나는 강서준을 자극하기 위해 언성을 살짝 높이며 대답했다.

 “뭐? 다른 남자가 또 있다고?”

 역시나 내 말을 들은 강서준의 인상은 금방 구겨졌는데, 이런 곳에서 더 이상 강서준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는 않다.

 “이만 가볼 테니 이 손 좀 놓지 그래?”

 “야 윤혜진!”

 내가 손을 툭 치며 가던 길을 계속 걷자 강서준이 날 부르는 게 들렸다. 그러나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앞만 보며 묵묵히 걸어갔을 뿐이다.

 

 ‘강서준, 내가 당한 아픔의 몇 배를 돌려줄 테니 각오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야…….’

 

 

 **

 

 

 “뉴스 속보입니다! 요트에서 선상 파티를 즐기고 있던 중 폭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곳에서 대량의 마약이 발견됐으며, 마약의 주인은 유명 재벌가의 자제들로 알려져 자세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기회가 찾아온다. 그 기회는 우연으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고 필연에 의해 생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절박하게 외치고 또 외친 끝에 얻은 그 소중한 기회를 손에 쥔 모래처럼 허망하게 잃기도 한다.

 

 나에게는 지금 기회가 오고 있다. 그것도 여러 차례의 죽음과 맞바꿔서 얻은 소중한 기회이니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막상 기회가 찾아온다고 생각하니 긴장도 되고 떨리는 것도 사실,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만약 실패하면 어떡하지?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불안감이 내 머리를 어지럽게 하고 때로는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나는 결코 쉽게 물러날 수 없다.

 

 ‘이 모든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야만 내가 당한 억울한 일들을 되갚아줄 수 있으며, 악당들의 실체를 사람들에게 밝힐 수 있으니까…….’

 

 “오빠 이제 김호영이랑 손기창은 어떻게 되는 거야?”

 “여러 범죄를 저질렀으니 감옥에 가겠지, 강서준은 운이 좋게 빠져나간 거 같지만.”

 나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던 것을 멈추고는 연우 오빠에게 말을 걸었는데, 우리는 지금 카페에 나란히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아 그리고 그동안 요트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 연우 오빠는 나비에게 소형 폭탄을 요트에 배달시켜 폭발을 일으키고 날 구하려고 한 모양이다. 뭐 오빠의 도움이 없이도 아마 나 혼자 자력으로 탈출할 수 있었겠지만, 그 바람에 마약을 가지고 있던 놈들의 정체가 들통이 났으니 나쁘지 않은 결과인 건가?

 

 터벅터벅!

 그 순간 심부름센터 사장님과 함께 안경을 쓴 노신사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내 소개는 안해도 다들 잘 알 테니 다들 앉게.”

 나와 연우 오빠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 노신사의 정체는 사실 우리나라 5선의 국회의원인 김 의원이라는 인물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선거에서 한 번도 지지 않고 매번 승리해 불사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고 또한 내년 총선에도 출마를 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김 의원은 의뢰에 대한 보상으로 우리가 원하는 걸 들어준다고 직접 약속을 잡았는데, 나는 어떤 소원을 빌지 벌써 생각해 놓은 상태다.

 

 “이 아이들이 아주 큰 건을 얻어 왔어.”

 “그렇습니까?”

 “마약은 물론이고 여자를 감금하고 폭행까지 했어, 결국 가장 껄끄러운 상대 후보는 아들 문제로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못할 거야.”

 “네, 감사합니다. 약속한 보수는 언제쯤?”

 “보수는 이미 입금해 뒀네, 오늘은 큰 공을 세운 만큼 특별히 이 아이들이 원하는 걸 들어줄 생각이야.”

 슬슬 우리가 발언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된 건가? 나는 살짝 긴장이 되기는 했지만, 연우 오빠가 신호를 주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의원님, 저는 강서준이라는 아이를 파멸시키고 싶어요. 강서준이 운영하는 조직이 클럽 먼데이에서 여자들에게 마약을 먹이고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가 나오고 있을지 몰라요. 이미 많은 사람이 희생됐으니 빨리 진실을 세상에 알려야 해요.”

 “흠!”

 그런데 뭐지? 내 이야기를 들은 김 의원은 뭔가 심기가 불편한 듯 넥타이를 살짝 풀고는 짧은 기침을 내뱉었다.

 

 “이봐, 박 사장 세진 그룹의 아이를 이야기하는 거 같은데 맞나?”

 “네, 맞습니다. 의원님.”

 “아무리 내가 국회의원이라지만 그쪽은 잘못 건드리면 다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네, 잘 압니다. 의원님.”

 “저기 의원님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 저희가 원하는 걸 들어준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나는 속사포처럼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갔다.

 

 “박 사장, 자네가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게 빠를 거 같네. 지금 내가 함부로 움직이면 내년 총선에 출마도 못하고 끝장날 수도 있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의원님!”

 이럴 수가? 김 의원은 심부름센터 사장님에게 눈치만 주고는 서둘러 자리를 뜨는 게 아닌가? 도대체 강서준의 배경에 뭐가 있길래 5선의 국회의원이 저토록 부담감을 느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오빠 이게 뭐야! 하아, 진짜!”

 “사장님 상대가 엄청난 거물은 맞나 보네요. 5선의 국회의원이 꽁지가 빠지게 도망을 쳤을 정도니까요.”

 짜증이 잔뜩 난 나와 달리 연우 오빠는 일이 이렇게 될 걸 미리 알았다는 듯 무척이나 차분한 모습이다.

 “후, 뭐 그렇지. 지난번에 내가 이번 일 잘 해결하면 강서준에 대한 정보를 준다고 했던 거 기억나지?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도 강서준에게 복수하고 싶은지 다시 판단을 해보도록 해.”

 심부름센터 사장님은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펴더니 잠시 창 너머를 보셨다. 그리고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이지만 그때부터 나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사장님이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며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나 무서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얼른 들려주세요!”

 그렇지만 여기까지 힘들게 온 내가 쉽게 포기할 리 없다. 어떤 내용인지는 몰라도 얼른 다 듣고 강서준을 꼭 망하게 하고 싶다.

 “하아, 대단한 아이군. 보통은 겁을 먹거나 긴장을 할 법도 아닌데 오히려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다니?”

 “그랬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을 거예요.”

 “그래, 알았다.”

 심부름센터 사장님은 드디어 마음을 정한 듯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천천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나도 라나 일도 있었으니 조심스럽게 알아 봤는데 강서준이 운영하는 조직은 보통 조직이 아니더구나.”

 “네?”

 “사장님 그게 무슨 말이죠?”

 사장님이 보여주신 건 스마트폰 화면이었고 거기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강서준 그 친구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놈이지만 보통 놈이 아니더군, 이미 정제계 거물급 인사들에게 많은 뇌물을 뿌린 상태야. 어떤 악행을 저지르더라도 뒤를 봐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쉽게 꼬리가 밟히지 않을 거고 오히려 우리가 역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아.”

 “하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강서준에게 약점을 잡혔다고요? 연예기획사 유명 대표의 이름까지도 있네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강서준에게 포섭이 됐을 줄은 몰랐다. 연우 오빠 또한 사진을 계속 밑으로 내리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을 뿐인데, 김 의원이 왜 부담스러운 나머지 자리를 뜬 건지 약간은 이해가 간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을 거다. 정치인, 연예기획사 대표, 재벌들에게 성접대, 약물, 돈이나 건물까지 줄 수 있는 건 다 주고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을 거야.”

 심부름센터 사장님의 표정은 마치 암흑처럼 어두워 보였다.

 “하아.”

 “잘 들어라, 그 놈들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렇지 않게 사건을 덮을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놈들이야. 그런 괴물을 너는 이길 자신이 있는 거야?”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동안 한숨만 쉬자 사장님은 내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괴물이라…….’

 

 “혜진아?”

 “후우, 저는요!”

 연우 오빠 역시 날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는데,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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