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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작가 : 베리벨
작품등록일 : 2020.9.5

“나는 재미가 있는 아이는 놓아주지 않아.”
“이 XX 내가 너는 꼭 죽인다! 명심해!”
자신의 전 남친이자 사이코인 강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혜진은 뭔가 해보기도 전에 허무하게 죽고 만다. 하지만 다시 과거로 회귀한 혜진은 심부름센터 직원 지연우와 시원한 사이다 복수 및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찔한 공조를 펼친다.
[회귀물/마약/클럽/복수/스릴러/생존/악녀/거래/비밀/납치/감금/수갑/캠퍼스/여대생/집착남/철벽녀]
작가이메일: makapanda@naver.com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2
작성일 : 20-09-05 22:58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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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고양이의 기억

 

 

 

 “차 실장, 일은 어떻게 처리했어?”

 “말씀대로 언론은 입단속을 철저히 시켰고 도망친 여자는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되어 추격을 하고 있습니다.”

 “후우, 잘했어.”

 “도련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내가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고 있어서 그래?”

 “이번엔 별로 화를 내시지 않아서…….”

 “뭐, 당장 큰 타격이 있는 사안은 아니고 지금은 15층에 침입한 녀석들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니까.”

 “아, 그렇습니까? 그 시간의 CCTV만 고장이 난 걸로 봐서는 프로의 솜씨인 걸로 보입니다.”

 “XX! 도대체 누굴까? 지난번 그 계집도 그렇고 요즘 들어 이상한 일들이 많아지네, 후.”

 

 

 **

 

 

 “가장 아름다운 세월을 7년이나 뜨거운 사랑을 나누며 함께 보냈으나, 주인공은 남자친구의 비밀을 너무나도 뒤늦게 알았고 결국 이 커플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어째서 남자친구는 7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의 사랑을 배신하고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걸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따분한 표정으로 강의를 듣고 있던 중 강서준의 얼굴을 살짝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왜냐하면 지금 수업에서 듣고 있는 에피소드도 여자친구 몰래 바람을 피우는 남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저 녀석 완전히 나에 대한 관심은 끊은 건가?’

 

 보통은 양심에 찔릴 법도 하지만 강서준의 얼굴에서는 죄책감이나 후회 같은 표정은 전혀 없었다. 잠시 후 강서준은 강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자 기지개를 편 뒤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게 전부였을 뿐인데, 저토록 나쁜 놈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

 

 ‘언제쯤 강서준의 가면이 벗길 수 있을까…….’

 

 강서준의 얼굴을 보면 화도 나고 조급해지기도 하고 답답하다 못해 내 몸통 자체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때론 이런 기분을 참고 견디는 것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야 나와 가까운 사람이 허무하게 죽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나 또한 소중한 사람을 잃는 기분을 더 이상 느끼지 않을 수 있다.

 

 “혜진아 밥 먹으러 안 가?”

 “아, 가야지! 가자 수아야!”

 내가 너무 깊게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던 건지 뒤늦게 수아가 날 기다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 해?”

 “하하하! 아, 아무 것도 아니야~! 가자!”

 

 그렇게 나와 수아는 곧장 식당으로 간 다음 각자 주문한 메뉴를 식탁 위에 천천히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안녕?”

 “오빠!”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이 모자를 쓴 연우 오빠가 내 옆자리에 앉는 게 아닌가? 오빠가 느닷없이 우리 학교 식당에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오, 오빠? 혜진아 이 분은 새로 사귄 남자친구야?”

 “뭐? 그런 거 아니야~!”

 나는 수아의 말에 깜짝 놀라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지만, 연우 오빠는 뭔가 즐거운 건지 실실 웃고 있는 모습이다.

 

 “오빠가 여긴 왜 왔어?”

 “너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왔지.”

 “며칠 전에 봤는데 뭐가 궁금해.”

 “그냥~!”

 장난기가 가득한 연우 오빠의 목소리를 들으니 나까지 톤이 올라가는데, 연우 오빠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춘 뒤 우리는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꽤 친해졌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같은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치게 된 팀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까지는 그렇다.

 

 ‘아직까지는…….’

 

 “와 두 사람 엄청 친해 보인다~!”

 “그냥 친하기만 해, 하하하! 배고파라~!”

 나는 수아가 빤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서둘러 분위기를 바꿀 겸 식사에 집중했다.

 “혜진아 강서준이다.”

 “뭐?”

 하지만 내가 식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강서준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꽃미남 포스를 내뿜으며 학생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고 이내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와 잘 생겼다.”

 “모델 지망생 아니야?”

 “소문으로는 엄청 잘 사는 집 아들이라며?”

 “그러게, 딱 봐도 그런 거 같아!”

 웅성웅성!

 그저 강서준이 식당에 등장해 복도를 걷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런 강서준의 등장에 몹시 놀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여전히 강서준의 인기는 식지 않고 뜨거운 건가?

 

 ‘얼떨결에 사귄 거기는 하지만 내가 대단한 녀석이랑 만나기는 했었나 보네…….’

 

 파밧!

 “……!”

 그런데 이럴 수가? 강서준이 가던 길을 멈추고는 나와 연우 오빠가 있는 곳을 지그시 쳐다보는 게 아닌가? 연우 오빠는 이미 모자를 푹 눌러쓴 채로 정체를 숨기느라 바빴고 나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식사에 집중했지만, 강서준이 우리를 보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간 건가?”

 “휴! 갔어, 오빠.”

 “강서준이 혜진이 널 쳐다본 건 헤어진 뒤로 이번이 처음 아니야?”

 “그, 그런가?”

 내가 남자와 나란히 앉아있었던 게 마음이 걸렸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강서준의 돌발 행동에 살짝 당황했다.

 “그럼 사무실에서 만나자, 할 얘기가 있거든.”

 “으응, 오빠!”

 그 사이 연우 오빠는 여기에 더 오래 있는 게 위험하다고 느낀 건지 서둘러 자리를 떠났는데, 오늘따라 다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

 

 

 “도련님 왜 벌써 오십니까? 아직 수업 더 있지 않으세요?”

 “그냥 기분이 별로 안 좋아서 바로 집에 가려고. 시동 걸어.”

 “아, 알겠습니다.”

 “윤혜진, 벌써 다른 남자친구가 생긴 거야? 쳇.”

 

 

 투욱!

 “오빠!”

 나는 아마도 심부름센터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접대용 소파에 가방을 던져놓고는 연우 오빠를 불렀다.

 “형 금방 올 거야, 화장실 갔거든.”

 그런데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구석진 책상에 앉아있는 명환이의 모습이 보였는데, 연우 오빠만 생각하다 보니 명환이도 있다는 건 이제야 알아차렸다.

 

 “그, 그래? 명환아 잘 지냈어?”

 “지난번에 내가 얼마나 고생을 한 줄 알아? 갑자기 티켓을 구해달라고 하지를 않나, CCTV를 해킹해 달라고 하지를 않나!”

 “미안, 너무 급박한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

 “다음부터는 미리 이야기를 하라고, 나도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응, 그럴게.”

 다행히 명환이는 더 이상 내게 핀잔을 주지 않고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느라 바쁜데, 이 정도로 잘 넘어간 거 보면 명환이는 엄청 좋은 녀석인 거 같다.

 

 “왔니?”

 “오빠 왜 학교까지 온 거야? 하마터면 강서준한테 신변이 노출될 뻔 했다고!”

 “그냥 너 요즘 연락도 없고 급하게 할 이야기도 있어서 놀러간 건데 강서준이 아직 너한테 관심이 있을 줄은 몰랐네.”

 “아, 그래서 할 이야기가 뭔데?”

 나는 연우 오빠가 빈 소파에 앉는 걸 보고는 서둘려 옆에 앉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호텔 15층에 갇혀있던 여자는 외국으로 튄 거 같아.”

 “그래?”

 “그런데 이번엔 무리해서라도 죽이지 않고 텀을 두는 걸 보면 더 급한 일이 있거나 패턴이 바뀐 게 확실해.”

 “그럼 뭔가 짐작이 가는 건 없어?”

 “이제는 위험하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뉴스에 나온 건 한 두건이지만 클럽 먼데이 주변에서 일어난 의문사가 엄청 많으니 경찰도 슬슬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을 거야.”

 “아, 그럴 수도 있겠네.”

 “천하의 강서준도 슬슬 부담이 된다는 소리야, 우리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타닥!

 타다다다닥!

 “잠깐, 두 사람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야? 아예 친구처럼 대화를 하네?”

 그 순간 신나게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던 명환이가 오랜만에 우리 둘 대화에 끼어들었다.

 “흠! 명환아 내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조사해보니까 지난번 공연에 왔던 VIP 인물들 중 일부가 최근 클럽 먼데이를 드나드는 걸로 파악이 됐어요.”

 오빠는 명환이의 추궁이 시작되기 전에 재빨리 화제를 바꿔버렸고 다행히 그 작전은 성공한 모양이다.

 “그래? 혜진아 이번엔 우리가 그쪽을 한 번 공략해 보자.”

 “응!”

 철크덕!

 “어서 오세요! 어?”

 손님인 걸까? 연우 오빠는 오래된 문이 거친 소리를 내며 반쯤 열리자 자동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는데, 고개를 한참 숙이고 나서야 사무실에 온 손님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비야!”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바로 나비였다.

 “하아, 다들 여기 모여 있었구나 냥!”

 나비의 상태는 처음보다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내가 그때 얼마나 많이 다친 줄 알아? 나는 네 냄새를 기억하고 있으니 널 찾는 건 일도 아니다 냥!”

 “조금 있다가 같이 병원 가자, 도와줬으니 은혜는 갚아야지.”

 명환이는 내가 나비와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자 무척이나 놀란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지만, 연우 오빠는 그런 명환이에게 괜찮다는 듯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좋지만 나도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냥!”

 “뭔데 나비야?”

 “내 주인을 죽인 그 놈을 죽일 수 나도 여기 팀에 껴줬으면 좋겠다 냥!”

 “나비야 네 주인을 죽인 게 정말 차 실장이 확실한 거야?”

 “그렇다 냥!”

 나비는 내 입에서 차 실장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표정이 엄청 무섭게 변했다.

 

 “클럽 먼데이에 가는 바람에 모든 비극이 일이났다고 냥!”

 “……!”

 “혜진아 고양이가 뭐라고 한 거야? 왜 그렇게 놀라?”

 

 “오빠, 명환아! 나비를 키우던 주인이 클럽 먼데이에 갔다가 차 실장한테 죽은 모양이야.”

 “뭐라고?”

 “하아, 그 자식들!”

 내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나비가 하는 말을 전달해주자, 연우 오빠랑 명환이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두근두근!

 ‘나비의 주인에게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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