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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작가 : 베리벨
작품등록일 : 2020.9.5

“나는 재미가 있는 아이는 놓아주지 않아.”
“이 XX 내가 너는 꼭 죽인다! 명심해!”
자신의 전 남친이자 사이코인 강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혜진은 뭔가 해보기도 전에 허무하게 죽고 만다. 하지만 다시 과거로 회귀한 혜진은 심부름센터 직원 지연우와 시원한 사이다 복수 및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찔한 공조를 펼친다.
[회귀물/마약/클럽/복수/스릴러/생존/악녀/거래/비밀/납치/감금/수갑/캠퍼스/여대생/집착남/철벽녀]
작가이메일: makapanda@naver.com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11
작성일 : 20-09-05 22:56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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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층 제일 끝에 방, 냥!”

 나비는 팔로 수염을 긁으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지만,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타이밍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오빠, 15층에 강서준이 감금한 여자가 있다고 해요. 거기에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변장도 하지 않았고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요.”

 “강서준의 약점을 잡으러 온 거잖아요,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요.”

 내가 너무 단호하게 이야기를 한 탓일까? 잠시 머뭇거리던 연우 오빠는 공연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살피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안 간다고 해도 혼자 갈 거죠? 알겠어요, 같이 가요.”

 “오케이, 결정.”

 나와 연우 오빠가 눈치를 보며 어느 타이밍에 자리를 뜰까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나비는 표정이 무섭게 바뀌더니 털을 바짝 세우고 있었다.

 

 “나비야 왜 그래?”

 “내 주인을 죽인 녀석이다 냥!”

 “뭐? 주인을 죽인 녀석이라니?”

 “내가 죽인다 냥!”

 “나비야!”

 

 놀랍게도 나비가 발톱을 세우고 달려간 사람은 기둥 옆에서 뒷짐을 지고 서 있는 차 실장 바로 그 놈이었다.

 

 “꺄아!”

 “뭐야 고양이잖아!”

 “실장님 괜찮으세요!”

 “XX! 뭐야 이 고양이는!”

 차 실장을 향한 나비의 맹공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차 실장 또한 나비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듯 언성을 높이며 팔을 이리저리 휘두를 뿐이었는데, 어쩌면 혼란스러운 지금 이 상황이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오빠!”

 “네, 가요.”

 나비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사이 우리는 다른 문으로 재빨리 나와 곧장 엘리베이터를 탔다.

 드르륵!

 “고양이가 15층이라고 했죠?”

 “네, 오빠.”

 자세히 살펴 보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연우 오빠는 약간은 긴장이 된 듯 표정이 어두웠다.

 

 “오빠 왜 그렇게 얼굴이 굳어 있어요?”

 “그 방 안에 있는 여자, 이미 죽었으면 어떡하나 해서요.”

 “일단 가봐요.”

 우리가 대화를 몇 마디 나누는 사이 15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는 서서히 문이 열리며 이제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음을 암시했다.

 

 “아무도 없잖아?”

 운이 좋게도 악당들이 지키고 서 있으면 어쩌나 싶었지만, 악당들은 공연이 열리는 8층에 다 집결한 건지 아무도 없는 상태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오빠 저 방에서 소리가 났어요!”

 “저기구나!”

 다다다다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구두를 신은 채로 제일 끝에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달그락!

 ‘역시나 문이 열리지 않는 건가?’

 

 “힘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예요.”

 “알고 있어요! 으아아아아!”

 두두둑!

 나는 전력을 다해 문고리를 비틀었고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더!”

 “으아아아아아!”

 두두두두둑!

 “열렸다!”

 “허억, 허어억!”

 연우 오빠는 이제 내가 괴물처럼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게 된 건지 표정에 변화가 없고 오히려 강제로 문이 열리자 기뻐하고 있다.

 

 “살려주세요!”

 예상대로 우리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낯선 여자가 침대에 수갑으로 묶여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아가씨, 힘 한 번 더 써야 할 거 같아요!”

 “아, 귀찮네 진짜!”

 슈우웅!

 나는 이번엔 수갑 체인을 향해 찍어차기를 시도했고 체인은 그대로 끊어져 여자가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됐다.

 “감, 감사해요!”

 “얼른 내려가세요! 1층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택시 승강장이 있습니다.”

 “아, 네!”

 내 괴력을 본 여자는 조금은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연우 오빠의 외침에 이내 방을 후다닥 뛰쳐나갔다.

 

 “오빠 저 여자를 계속 보호해 주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저 여자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몰라요.”

 “지금은 공연장으로 되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자리를 오래 비우면 우리가 제일 먼저 의심을 받을 테니까요.”

 “아, 알겠어요.”

 연우 오빠는 생각보다 상황을 길게 보고 있었던 건가? 혼자 가버린 여자가 조금은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나 역시 악당들에게 우리가 15층에 왔다가 간 사실을 들키고 싶지는 않다.

 

 “뭐라고? 어서 쫓아!”

 “네!”

 우리가 공연장 원래 있던 좌석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군거리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나이들이 분주히 어디론가 뛰어가는 게 보였다.

 

 “오빠 누구한테 문자 보내고 있는 거예요?”

 “명환이한테 우리가 15층으로 갔을 당시 여기 호텔 CCTV는 고장이 나도록 해킹해달라고 했어요.”

 “아, 좋은 생각이네요.”

 “지금부터는 다양한 분들과 춤을 추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에 몸을 맡겨주세요.”

 “슬슬 시작인가? 춤 잘 춰요?”

 “오빠?”

 연우 오빠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마지막에 춤을 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 같은데, 사실 나는 춤을 춰본 적이 한 번도 없기에 너무나도 부담스럽다.

 “나 춤 같은 거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어쩌죠?”

 “내가 알려 줄게요.”

 나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연우 오빠의 손을 붙잡았다.

 

 두근두근!

 ‘오빠의 손 생각보다 따뜻하고 부드럽구나…….’

 

 “흠! 오빠 나랑 춤 추고 싶어서 여기로 다시 오자고 한 거였군요?”

 “글쎄요, 하하하하하!”

 “그 대신 소원이 하나 있어요.”

 “뭔데요?”

 “우리 이제 서로 반말해요.”

 “네?”

 “오빠가 나한테 가끔씩 아가씨라고 부르는 거 일부로 나와 거리를 두기 위함이라는 거 잘 알아요. 일종의 자기암시, 또 가까운 사람을 잃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

 나는 어느새 연우 오빠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모르죠? 이미 우리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거, 오빠도 나도 서로가 서로에게 매우 필요한 존재가 됐으니까.”

 “하아, 어쩔 수 없네.”

 연우 오빠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며 고민을 하다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알겠어, 윤혜진.”

 “알겠어, 지연우.”

 “뭐? 이제는 오빠라고도 안 하는 거야?”

 “풉! 오빠라고는 불러줄게, 됐지?”

 “아, 뭐야! 하하하!”

 “나도 좀 놀려봤다! 아까 나를 힘 쓰는 사람으로 취급했잖아!”

 “그거야 네가 나보다 힘이 세서 그런 거고~!”

 “아, 몰라~!”

 드디어 우리는 서로 친밀하게 말을 터놓게 되었다. 내가 연우 오빠를 만난 여러 날 중 오늘이 가장 설레면서도 정말 많이 웃은 날로 기억이 될 거 같은데, 그렇게 우리는 신기하게도 음악이 끝날 때까지 춤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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