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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작가 : 베리벨
작품등록일 : 2020.9.5

“나는 재미가 있는 아이는 놓아주지 않아.”
“이 XX 내가 너는 꼭 죽인다! 명심해!”
자신의 전 남친이자 사이코인 강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혜진은 뭔가 해보기도 전에 허무하게 죽고 만다. 하지만 다시 과거로 회귀한 혜진은 심부름센터 직원 지연우와 시원한 사이다 복수 및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찔한 공조를 펼친다.
[회귀물/마약/클럽/복수/스릴러/생존/악녀/거래/비밀/납치/감금/수갑/캠퍼스/여대생/집착남/철벽녀]
작가이메일: makapanda@naver.com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8
작성일 : 20-09-05 22:54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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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 놈의 과거

 

 

 

 다다다다다!

 살짝 입을 벌린 채 약간 놀란 표정을 짓는 강서준을 향해 내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전력을 다해 내달리는 것이 전부였다.

 

 ‘한방만, 한방만 제대로 들어가면 돼!’

 강서준에게 이미 여러 차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데다가 이번엔 소중한 사람까지 잃었다. 내가 원하던 방식의 복수는 이런 게 아니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타아아아아앙!

 “억!”

 쿠우웅!

 조금만 더 달려갔으면 강서준에게 주먹을 날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옆에서 날아온 총알은 내 움직임을 그 자리에서 멈추게 하였고 나는 바닥에 누운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몸에서 흐르는 붉은 피를 조용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차 실장 뭐하는 거야! 엄청 재미난 상황이었다고! 너 윤혜진 맞지?”

 “이 여자 위험한 여자입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결국 또 차 실장에 의해 이렇게 또 죽게 될 줄이야? 마음은 당장이라도 몸을 일으켜 강서준에게 어퍼컷을 한대 날려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서서히 눈이 감기고 있다.

 

 ‘연우 오빠 정말 미안해요.’

 그렇게 나는 이번에도 아무 것도 복수하지 못한 채 세번째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

 

 

 “혜진이 너 밥도 안 먹고 그냥 가려는 거야?”

 “어?”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뭐가 그렇게 급해? 뭔가 있는 거지?”

 이제는 죽었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오는 게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나는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나서야 내가 캠퍼스 교정을 수아와 나란히 걷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잠시만 지금 몇 시지? 아 이번엔 대략 12시간 전으로 되돌아온 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수아는 내가 폰 화면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 모양이다.

 “아, 아니야. 아무 것도.”

 지난번 삶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결국 강서준은 나에게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완전히 당하고 끝이 나버린 셈이다.

 

 “강서준 그 녀석 지금 어디에 있어?”

 “지금쯤 오후 수업 들으러 갔겠지, 우리 그냥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살자.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어.”

 “XX!”

 하지만 수아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 속에서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분노가 자꾸만 날 강서준을 두들겨 패라고 명령하고 있다.

 

 “혜진아 괜찮아?”

 이대로 강의실에 난입해 신나게 강서준을 두들겨 팬다고 해서 과연 이 뜨거운 분노가 차갑게 가라앉을까? 그리고 그렇게 복수하는 게 맞는 걸까? 겨우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마음을 가라앉히자 내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수아야 미안. 진짜 아무 것도 아니야.”

 내가 원하던 복수는 강서준의 비밀을 모두에게 밝히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하든지 모든 것은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당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떠올랐다.

 

 “나 먼저 가볼 테니, 수아야 다음에 보자.”

 “어? 으응!”

 3번이나 무력하게 죽었다. 내가 목숨을 너무 가볍게 여긴 탓에 3번째 죽음에서는 날 도와주던 연우 오빠까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과거로 돌아왔으니 연우 오빠는 분명 살아있겠지? 복수도 중요하지만 이번엔 연우 오빠가 죽는 일이 생겨서는 절대 안 된다.

 

 ‘오빠 정말 미안해요, 내 욕심 때문에 오빠가 죽었으니까……’

 

 **

 

 

 “저기요.”

 나는 일부로 걸음을 엄청나게 빠르게 걷다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서서히 움직임을 멈췄고 재빨리 고개를 뒤로 돌렸다.

 “오빠 그 안에 있는 거 다 알아요.”

 “뭐야?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팔짱을 낀 채로 노려보고 있는 곳은 회색 중형차였고 결국 연우 오빠는 창문을 내려 나와 얼굴을 마주했다. 내가 캠퍼스에서 나오자마자 저속으로 날 따라다니는 걸 확인했으니 아마도 저 차 안에는 연우 오빠가 차에 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오빠가 아직까지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과거로 돌아온 게 이럴 때는 좋구나…….’

 

 “다른 차로 날 미행한다고 내가 모를 거 같아요?”

 “와, 촉이 대단하네.”

 덜크덕!

 “촉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왔거든요.”

 “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조수석에 탑승해 안전벨트를 매고는 대화를 이어갔다.

 

 “오빠 내가 그 항구로 가서 뭔가 일 저지를 거 같아서 나 감시한 거죠?”

 “이제는 관심법까지? 네, 맞아요. 아가씨는 다치지 않았으면 해서요.”

 “여전히 아가씨라, 가요 얼른.”

 “가다니 어디로?”

 “여기서 15분만 가면 카페거리 나와요, 거기서 달달한 거나 먹으면서 얘기나 좀 해요.”

 “네?”

 “아, 얼른요!”

 “네, 뭐.”

 나는 연우 오빠가 멀쩡히 살아서 운전을 하는 게 너무나도 기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니 내 돌발 행동이 이해가 안 가나보다. 뭐 이대로 연우 오빠와 항구에 간다면 똑같이 함정에 걸려 둘 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게 뻔하니 오늘은 마음도 다스릴 겸 나는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연우 오빠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 좋을 듯싶다.

 

 

 **

 

 

 “주문하신 빙수 나왔습니다!”

 “네!”

 연우 오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폰만 만지작거리다가 주문한 빙수가 나오자 얼른 테이블로 가지고 돌아왔다.

 

 “갑자기 빙수가 먹고 싶었던 거예요?”

 “하아, 빙수도 먹고 싶고 물어볼 것도 있어서요.”

 “네, 물어보세요.”

 연우 오빠는 담담하게 말을 하면서도 빙수 몇 스푼을 떠먹었다.

 

 “미안해, 라나야. 나도 여기까지인 거 같아.”

 

 삶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연우 오빠를 보니 뭔가 사연이 있어 강서준 패거리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확신이 선 상태인 만큼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은 꼭 들어야 할 듯싶다.

 

 “오빠, 라나라는 사람과는 무슨 사이였던 거예요?”

 “풉!”

 내가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물은 탓에 연우 오빠는 하마터면 입에 있던 내용물을 밖으로 내뿜을 뻔했다.

 “라나를 어떻게 알아요?”

 “아, 저도 알만큼 알아요. 오빠가 저에 대해 조사를 하듯이 저도 오빠에 대해 조사를 좀 했거든요.”

 “하아, 그런가요?”

 연우 오빠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진지한 얼굴로 돌아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라나는 제가 좋아하던 아이였어요. 처음에는 심부름 센터의 손님으로 왔고 서로 존댓말을 쓰며 정중한 태도로 지내다가 얼마 후 말을 놓게 되었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라나는 하늘나라로 가게 됐어요.”

 “네? 설마 강서준이? 아니면 그 악당들?”

 “정확히 누가 라나를 죽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들 때문이겠죠.”

 “오빠가 계속 절 아가씨라고 부르는 이유도 라나라는 사람과 관련이 있는 거예요?”

 “라나한테 배운 거예요. 그 아이 고객님이라는 말보다는 아가씨라고 불러달라고 그랬거든요. 그래서일까? 지금은 고객님보다는 아가씨라는 단어가 더 입에서 잘 나오는 거 같아요. 겁도 없는 데다가 고집도 센 성격, 두 사람 비슷한 구석이 있기도 하고요.”

 “두 사람이라는 건 당연히 저랑 라나라는 분 말하는 거죠? 좀 더 이야기해주세요!”

 “이야기가 길어질 텐데 괜찮나요?”

 연우 오빠가 이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천천히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네, 괜찮아요.”

 연우 오빠는 천천히 수저를 쟁반 위에 올려놓고는 최근 몇 달 동안 일어났던 드라마나 다름없는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가끔씩 날 설레게도 슬프게도 만들었지만…….’

 

 

 (3개월 전 연우)

 

 

 “어서 오세요!”

 피부가 하얗다 못해 핏줄이 다 보일 것 같은 여자가 양산을 접으며 우리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 여자는 뭔가 교양이 넘치고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랐을 것 같으며, 연약해 보이는 체구와 달리 뭔가 신념과 고집이 있을 것처럼 얼굴에는 단단함이 느껴졌다.

 

 털썩!

 “여기가 어떤 의뢰이든 다 들어주는 곳이라죠?”

 “네, 맞아요.”

 여자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것처럼 보였으나, 잠시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몇 번이나 두리번거리고는 다시 입을 뗐다.

 “제 친구가 클럽 먼데이에 놀라갔다가 한동안 연락이 끊기고 결국 죽은 채로 발견됐어요.”

 “네? 어떻게 그런 일이? 경찰에 신고는 했나요?”

 “너무나도 이상해요, 친구는 타살이 아닌 아사한 걸로 처리가 됐거든요.”

 “요즘 같은 시대에 아사라고요? 이상하기는 하네요.”

 “제 친구가 왜 허무한 죽음을 당한 건지, 도대체 그 클럽 먼데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자세히 좀 알고 싶어요.”

 “고객님 그게 의뢰 내용인가요?”

 

 “연우야, 그 고객님 돌려보내라. 거기 매우 위험한 곳이야.”

 “사장님?”

 평소 도박에 빠져 사무실에는 잘 나오지 않는 사장님이 오늘따라 느닷없이 등장해 의뢰를 거절하라고 할 줄이야? 그러고 보니 돈이라면 환장하는 사장님이 의뢰를 거절하라고 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액은 많이 준비했어요.”

 “얼마나 큰 금액을 준비했는지 몰라도 그쪽은 위험해서 안 됩니다.”

 사장님이 단호한 어조로 다시 한 번 거절 의사를 나타내자 여자는 조심스럽게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냈다.

 

 “이 정도 금액인데도요?”

 “어? 그, 금액이라면!”

 이럴 수가? 봉투에서 살짝 나온 지폐가 도대체 몇 장인 걸까? 언뜻 보기에도 엄청난 금액이 틀림없는데, 사장님도 아까와 달리 눈이 무척이나 커진 상태다.

 

 “하하하! 저희 심부름 센터는 안 하는 일이 없습니다! 하하하! 당연히 해야 하고 말고요! 연우야, 얼른 조사 들어가거라!”

 “네?”

 결국 사장님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마음을 바꿨고 그렇게 나는 클럽 먼데이를 조사하게 되었다.

 

 

 **

 

 

 “클럽 먼데이가 이렇게 위험한 곳일 줄이야, 오셨습니까 고객님!”

 사장님 또한 클럽 먼데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소문으로 몇 번 들은 적이 있고 위험하다고 느껴 거절하려고 했던 거라며 가끔 내게 정보를 주시기도 했는데, 어쨌거나 파면 팔수록 뭔가 더 나올 것만 같다.

 “조사한 자료 주신다고 해서 왔어요.”

 “고객님, 클럽 먼데이에 대한 자료는 그 봉투 안에 넣어 놨습니다. 거물급 인사들의 방문, 마약, VIP룸 등 결론적으로는 보통 장소가 아닙니다.”

 “제 이름은 정라나라고 그때 이야기 했을 텐데요?”

 몇 차례와 통화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객님이 오랜만에 사무실로 찾아와 내 앞에 앉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여자를 여전히 편하게 대할 수가 없다.

 

 

 “네 압니다, 고객님이 요즘 핫한 S기업의 손녀라는 것도요.”

 “고객님이란 호칭이 너무 딱딱한 거 같아요, 오빠랑 저랑 나이 차이 얼마 안 나죠? 그냥 편하게 말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

 “그건 좀 곤란해요.”

 “그러면 아가씨라고 불러줘요, 우리 회사 직원들은 그렇게 부르니까요. 그 정도는 타협하실 수 있죠? 저는 그냥 편하게 오빠라고 부를게요. 연우 오빠!”

 “하아, 알겠어요.”

 그러나 이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우리도 모르게 의뢰를 받은 사람과 의뢰를 한 사람이라는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무너지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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