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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작가 : 베리벨
작품등록일 : 2020.9.5

“나는 재미가 있는 아이는 놓아주지 않아.”
“이 XX 내가 너는 꼭 죽인다! 명심해!”
자신의 전 남친이자 사이코인 강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혜진은 뭔가 해보기도 전에 허무하게 죽고 만다. 하지만 다시 과거로 회귀한 혜진은 심부름센터 직원 지연우와 시원한 사이다 복수 및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찔한 공조를 펼친다.
[회귀물/마약/클럽/복수/스릴러/생존/악녀/거래/비밀/납치/감금/수갑/캠퍼스/여대생/집착남/철벽녀]
작가이메일: makapanda@naver.com

 
사이코에게 납치된 사연 #3
작성일 : 20-09-05 22:39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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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세번째 삶

 

 

 

 “허억, 허어억!”

 “왜 그래 혜진아?”

 “왜 그러세요? 엘리베이터 열렸으니 빨리 올라가요.”

 “잠시만, 잠시만요!”

 나는 식은땀을 흘림과 동시에 주변을 살피며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보아하니 지난번처럼 새로운 삶이 시작된 건가?’

 다만 이번 생의 시작점이 김경은을 구출하기 위해 엘리베티어에 탑승하는 것부터 시작인 모양인데, 이대로 흘러가게 되면 보나마나 모두 다 죽게 될 것이다.

 

 ‘침착하자, 지금 여기서 이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건 나 밖에 없어…….’

 

 “연우씨 주머니에 만능 열쇠 있죠? 그걸로 제가 경은이 구해서 데리고 나올 테니까 차는 여기 말고 사거리 앞으로 이동시켜 놔주세요.”

 “응? 그 인간들 지금 저녁 먹으러 가서 아직 오려면 좀 여유 있는데?”

 “오늘은 생각보다 빨리 올 거예요.”

 “네?”

 “어서요.”

 “으음, 뭔가 아가씨도 저처럼 정보가 있나 보네요? 자 여기요.”

 연우씨는 뭔가 고개가 갸우뚱하면서도 내게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넘겼다.

 “제가 경은이 데리고 차 있는 곳으로 갈 테니 절대 두 사람은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모두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혹여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두려워 두 사람에게 신신당부를 하며 말했다.

 

 철크덕!

 그리고 한 번 몸으로 제대로 경험을 한 탓에 그 다음부터는 진행이 순조로웠다.

 

 “고, 고마워 혜진아.”

 “네가 예뻐서 구해주는 게 아니야, 불쌍해서 구해주는 거야.”

 “으응.”

 만능 열쇠로 경은이를 구해 밖으로 나왔고 주차장에서 머뭇거리면 지난번 삶처럼 발각이 될 수도 있으니 일부로 뒷문으로 나가 낮은 담장을 올라간 뒤 잔디밭을 가로 질러 사거리로 향했다.

 

 “무사히 와서 다행이야!”

 “응, 수아야.”

 “어? 혜진아 이 오빠는 누구야?”

 “연우씨 이 아이 경은이라는 친구고 아마 여기서 집 가장 가까워요, 빨리 출발해주세요.”

 “아, 네 그럴게요.”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연우씨의 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물론 조수석에 앉은 김경은은 차량에 낯선 남자에 수아까지 타고 있으니 약간은 어리둥절해 보였으나. 지금은 최대한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는 게 급선무다.

 

 ‘아마도 지금쯤 악당 녀석들 난리가 났겠지?’

 

 “뭐야? 이 아이 어디로 갔어?”

 “형님 이미 완전히 튄 거 같은데요?”

 “빨리 찾아 이 XX들아!”

 “네!”

 

 다행히 내 활약 속에 김경은과 수아를 순서대로 내려주며 모두 안전하게 귀가하는 것에 성공했다. 죽었어야 할 사람, 죽을 운명에 처한 사람들을 살렸다는 것이 너무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왜 이렇게 마음 한 구석은 불편하고 분한 걸까? 하지만 이 이상하고 꺼림직한 기분을 누군가에게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고생했어요.”

 “하아, 생각 외로 침착하시네요. 저랑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그래요?”

 연우씨는 마지막으로 날 데려다 주기 위해 이동 중 잠시 신호에 걸리자 내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 열쇠요! 돌려드릴게요!”

 “제가 열쇠가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뭐 어쩌다 보니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 건물 악당들 아지트인 건 어떻게 알고 있었고 왜 친구들에게는 신고하지 말라고 한 거예요? 보통은 경찰에 알리려고 하지 않나요?”

 “저기 몇 살이세요?”

 “네? 저 25살이요.”

 “그럼 연우씨라고 하는 것보다는 오빠라고 하는 게 좋겠죠?”

 나는 지난번 삶에서 이 남자가 호칭을 통일하고 싶다고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하실 때로 하세요.”

 “참고로 그 사람들 사람 죽이는 거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비밀도 많은 녀석들이에요. 경찰에 신고하면 오히려 타깃이 된 다음 더 빨리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네, 맞아요.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네요.”

 “아, 신호 초록불이니 얼른 출발해요.”

 “네.”

 연우 오빠는 경이롭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날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뒤늦게 신호가 바뀐 걸 알고는 차량을 움직였다. 하지만 나는 작은 성과 하나를 이뤘다고 해서 만족할 수는 없다. 이미 두 번이나 무참하게 죽었으며, 그 악당들은 내 친구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죽였다.

 

 ‘이대로 만족할 수도 만족해서도 안 돼…….’

 

 

 **

 

 

 하지만 다음날이 되자 원통하게도 비극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하아, 어떻게 이런 일이?”

 “혜진아 경은이가 실족사로 죽을 리가 없잖아!”

 나는 수아를 통해 비보를 접하고는 경은이의 장례식장에 달려갔지만, 사인이 실족사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으응, 그 녀석들 짓일 거야.”

 “그 녀석들? 강서준 말하는 거야?”

 “글쎄, 하아.”

 연우 오빠가 무사히 집에 데려다 줬고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잘 확인했는데,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우연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어쩌면 정체가 탄로가 나기 전에 완전히 싹을 제거하는 게 녀석들의 수법인 건가? 더구나 경은이가 실족사로 처리된 걸 보면 뒤처리 솜씨 또한 상당한 걸로 보인다.

 

 “수아야 나중에 보자.”

 “혜진아 어디 가게?”

 “나중에 연락할게!”

 나는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장례식장을 나와 택시를 잡았다.

 

 “아마도 심부름센터로 가주세요.”

 “아, 주소 좀 잠깐 보여주세요.”

 “네.”

 경은이는 내 애인과 바람을 피운 내게는 악연인 아이이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기엔 매우 가엾은 아이였다.

 

 내가 다시 한 번 부활해 운명을 바꾸려고 발버둥을 쳐봤지만, 결국 모두를 살릴 수는 없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원통하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지금의 나로서는 혼자 강서준에게 쳐들어가봐야 또 죽게 될 뿐이다.

 

 ‘일단은 연우 오빠를 만나 정보를 교환해야 해…….’

 

 

 **

 

 

 내가 택시에서 내려 도착한 건 허름한 구식 건물 앞이었다.

 “2층이니까 저기로 들어가서 올라가려면 되려나?”

 나는 연우 오빠에게서 받은 명함을 다시 주머니에 대충 우겨 넣고는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덜크덕!

 “어서 오세요! 아, 뭐야? 어제 그분이네요.”

 나는 기름칠이 필요해 보이는 문을 힘을 줘 당기고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서는 소파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재빨리 자리에 앉아 짜장면을 먹고 있는 연우 오빠의 모습이 가장 먼저 보였다.

 

 “잘 지냈어요? 오빠?”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걸 물어보세요? 저 식사 좀 할게요.”

 연우 오빠는 배가 많이 고픈지 내 등장에도 짜장면 흡입에만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혼자 일하는 거예요? 소파도 책상도 TV도 전부 오래된 물건 같아요.”

 “다들 출장 나갔어요. 여긴 용건이 있어서 온 거죠?”

 “사실 어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친구가 오늘 아침 죽었어요.”

 “그래요? 유감스럽게도 그 아이는 얼굴이 알려진 아이였으니 그 녀석들 입장에서는 살려 두기가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내 이야기를 듣고도 연우 오빠는 놀라거나 충격 받지 않는 걸로 봐서는 녀석들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모아두고 있는 게 틀림없다.

 

 “오빠도 강서준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했죠?”

 “아? 네, 뭐.”

 연우 오빠는 드디어 식사를 제대로 다 마무리한 듯 그릇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내 물음에 대답했다.

 “제가 알고 있는 정보와 교환하는 건 어때요?”

 “교환이라?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저는 더 이상 예쁜 아이가 몹쓸 짓을 당하고 죽는 건 원하지 않아요. 적당히 하고 이쯤에서 조용히 사는 게 어때요?”

 “네?”

 그런데 내 기대와 달리 연우 오빠는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게 아닌가?

 

 “나이 21살, 대학교 2학년이고 이름은 윤혜진. 특이사항은 강서준과 사귀는 사이였으나 어제부터 헤어진 사이라는 것도 정도?”

 “저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셨군요.”

 “유감스럽게도 아가씨 혼자서는 그런 거대한 녀석을 잡을 수가 없어요, 나도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조사만 하고 위에 넘기는 입장이니까.”

 “오빠!”

 연우 오빠가 고개를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얼른 돌아가세요. 사람이라는 건 한 번 죽으면 인생 자체가 끝나거든요.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화도 나고 억울하고 분할 때가 있어도 참을 줄 알아야 해요. 이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조언의 전부입니다.”

 “거짓말!”

 “응?”

 나는 연우 오빠는 날 내버려두고 사무실을 나서려고 하자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하하하! 이대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리고 복수를 하고 싶다고요?”

 

 “어제 차에서 내려 저와 처음 만날 때 웃고 있었잖아요? 그 웃음, 비웃음이나 조롱이 아닌 진짜 마음에서 나온 웃음이었어요! 오빠도 사실은 제가 강서준에게 시원한 한 방 먹이는 걸 원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오빠도 뭔가 사연이 있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에게 접근한 거잖아요!”

 나는 연우 오빠와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리며 속사포처럼 하고 싶은 말을 토해냈다.

 “아가씨 알겠으니 목소리 좀 낮춰요, 여기 방음이 잘 안 되는 곳이거든요.”

 “오빠?”

 “처음엔 평범한 여대생이 강서준 같은 거물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대견하고 멋있어 보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너무 위험한 일이고 아직 아가씨는 죽기에는 엄청 일러요. 친구가 그렇게 된 거 보면 안 무서워요?”

 “저는 불사신이니까 제 걱정은 그만해도 돼요.”

 “그건 또 뭔 소리?”

 “그리고 저 아가씨도 아니고 평범한 여대생는 더더욱 아니니까요!”

 터벅터벅!

 나는 연우 오빠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까치발을 들고는 얼굴을 들이밀며 가까이 밀착했다.

 

 “뭐, 뭐 하는 거예요?”

 “오빠 설마 나 좋아해요? 왜 얼굴이 붉어져요?”

 “갑자기 그러니까…….”

 “잘 들어요, 강서준과 그 일당이 마약을 숨겨놓은 장소를 알아요.”

 “뭐라고요?”

 타아악!

 연우 오빠는 이번엔 흥미가 생기는 건지 양 팔로 내 어깨를 세게 잡으며 날 뚫어져라 쳐다봤다.

 “당신 정체가 뭐야? 어떻게 그런 걸 아는 거야?”

 “제가 꽤 큰 건을 알고 있는 거죠? 그럼 협력할 거예요? 말 거예요?”

 “하아, 협력 뭐 한 번 해보죠.”

 잠시 망설이던 연우 오빠는 미소가 번지는 내 얼굴을 보더니 결국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우리는 몇 분 동안 서로가 원하는 정보를 교환한 후 서둘러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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