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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아이돌과 함께 떠나는 연필마법사의 비밀 - 두려움의 달
작가 : 명하
작품등록일 : 2020.9.5

앗! 최고의 아이돌 그룹 윈터스가 내 방에!

우연히 7각 연필을 줍게 된 초등학교 5학년 지혜,

그녀는 윈터스의 사라진 멤버 2명을 구해오라는 엄청난 미션에 휘말려 버린다.

과연 '평범한' 그녀가 이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을까.

보이그룹 아이돌과 함께 하는 지혜의 행복한 모험기,

<연필마법사의 비밀> 그 첫 모험을 소개합니다! ^^

 
5화. 마법연필
작성일 : 20-09-05 21:10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8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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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집에 돌아온 지혜는 침대에 길게 누웠다.

 하루가 꿈만 같았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엄마가 밥을 차리고 있었지만, 그 모습 또한 꿈만 같았다.

 

 “모험은 오늘 밤에 시작될 거야. 일단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수업 듣고 또 그 다음에 학원과 공부할 거 다 하고 기다리고 있어. 부모님과 식사를 함께 해도 좋아. 단...”

 

 과학실을 나와 H가 설명하다가 잠시 뜸을 들였다.

 눈치 빠른 지혜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잘 알 것 같았다.

 

 “얘기... 하지 말라는 거지?”

 

 H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얘기는 너와 우리만 알고 있는 비밀이야. 물론 얘기한다고 해도 아무도 안 믿겠지만.”

 

 화니가 애써 밝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4명이 서 있는 윈터스.

 순간 지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았다.

 분명 5명이었는데 이제는 4명이 되었다.

 윈터스 또한 그걸 눈치 챈 것 같았다.

 일부러 화니가 밝게 이야기한 이유였다.

 지혜는 앞에 있는 H를 보았다.

 참 듬직해 보이는 그였다.

 하지만, 그의... 그 맑으면서도... 반짝거리는 컬러렌즈는 전혀 적응이 안 되었다!

 

 “이미 수업을 나왔는데 아이들이 다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럴 리는 전혀 없어.”

 

 심쿵. 케이였다.

 그들은 이미 교실 바로 앞 복도에 서 있었다.

 

 “이상하지 않아? 우리가 이 시간에 이렇게 걸어 다니는 데도 아무도 눈치 못 채고 있다는 게?”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그럼 아까 지혜가 떠난 그 시간 그대로 시간이 멈춰 있는 걸까?

 그때는 시간이 멈춰 짝인 윤주나 수경이 모두 입을 벌린 채 지혜를 바라보고 멈춰 있었다.

 설마 아직도 그대로 시간이 멈춰 있는 걸까?

 벌써 이렇게 해가 지고 있는데, 이건 시간이 간 거 아닌가?

 교실을 나오기 전에는 점심시간, 졸다가 선생님의 분필까지 맞지 않았던가.

 지금은 아무리 봐도 늦은 오후였다.

 

 “너는 이미 그 시간을 살아간 거야.”

 

 준하가 혼란스러워하는 지혜를 보고 말했다.

 

 “네가 모험을 떠날 때마다 현실에서는 네가 없어진지 아무도 모르는 채 그대로 시간이 흘러. 우리가 멤버가 하나씩 없어지는데도 현실에서는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야.

 다만 사람들 앞에서 사라질 때는 우리 관점에서는 아까처럼 시간이 탁! 하고 잠깐 멈춰. 그건...”

 

 준하가 그에게 얼굴을 바싹 가져다대고 이야기했다.

 

 “시간이 우리에게 문을 열어주는 거야.”

 “문을 열어준다고?”

 “응. 시간의 문이 잠깐 열려서 우리가 모험의 시간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거야.”

 “그 문이 열리는 시간도 잠깐 뿐이야. 우리가 모험을 떠나면 다시 시간은 원래대로 흘러. 그러다 만약 우리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어느새 케이가 준하의 말을 받아 이어가고 있었다.

 잠시 그가 말을 끊고 지혜에게 바싹 얼굴을 내밀었다.

 그런 케이에게서 향긋한 꽃내음이 났다.

 향수라도 뿌리는 걸까.

 생뚱맞게 지혜의 볼이 빨개졌다.

 

 “그럼 우리가 없는 채로 시간이 가게 되는 거지.”

 “그럼 만약 내가 모험에서 돌아오지 못하게 되면?”

 “너 또한 우리처럼 없어지게 되는 거야.”

 

 지혜는 놀라 숨을 멈췄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지금 없어진 수형이의 동생 별량이나 다른 제7의 멤버처럼 그녀 또한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엄마 아빠...”

 “맞아.”

 

 지혜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H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시간여행자인 거야. 언제 없어질지 모를 우리를 다시 데려올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H가 잠깐 말을 멈추었다.

 

 “네 연필 하나뿐이야. 그 연필만이 우리를 다시 돌려놓을 수 있어.”

 

 지혜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H가 그런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다른 윈터스 멤버들도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지혜는 H의 눈, 그 컬러렌즈를 낀 녹색 눈을 바라보았다.

 

 엥? 연필 하나가 그런 엄청난 일을?

 그런 연필이 왜 내 손에 들어왔을까.

 

 “우리는 연필을 선택할 수 없어. 연필이 우리를 선택할 수 있지.”

 “그럼 연필도 그 나쁜 패거리 중의 하나인거야?”

 

 H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연필은 우리를 그 세계로 안내하고 도와주는 타임워프, 시간과 그에 따르는 공간을 뛰어넘는 도구와 같은 거야.

 쉽게 말해 이 공간에서 다른 시간대의 모험공간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거지.”

 “연필이 없으면 다른 데로 갈 수 없어?”

 “응.”

 

 H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으로 갈 때도, 또 돌아올 때도 오직 연필만이 우리를 모험의 세계로 안내할 수 있어. 다른 기능이 또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우리도 몰라.

 아마 네가 선택받았으니 네가 알게 되지 않을까?”

 “이 연필은 내가 처음 가진 거야?”

 “아니. 그건 아냐. 그 전에 그걸 가진 사람이 있었어.”

 “그게... 누구야?”

 “그게 바로 별량이야.”

 

 쿵, 가슴이 내려앉았다.

 별량이는 수형의 여동생,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고 들었다.

 플라스크요정에 넘어가 다른 세계로 간 아이. 그가 연필의 이전 주인이었다니,

 그럼 나도?

 

 “아쉽게도 우리는 연필의 다른 기능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 그 기능을 아는 주인들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야.

 다만,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 모험에 함께 하게 되어 버렸어. 이상하게도 우리 멤버만 딱 골라서 공격해 오고 있으니까.

 너한테 강요는 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연필을 갖고 있는 한 네가 가지 않으면 이제 우리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다시 한 번 물을게. 이거 생각보다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될 거야. 정말 네가 해줄 수... 있겠어?”

 

 아까 과학실에서 나올 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그저 자신을 돕다가 쓰러진 수형을 위해 모험에 뛰어들겠다고 결심했다.

 이제는 윈터스가 직접 나서서 진지하게 그녀가 모험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결심은 이미 섰다.

 괜히 오랫동안 고민한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막 대답하려는데 갑자기 지혜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어느새 다가온 케이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턱 올려버린 것이다.

 낮에 맡았던 것과 같은 향수 내음이 풍겨왔다.

 은은하면서도 좋은 냄새, 사람을 매혹시키는 향기.

 

 “뭐 그렇게까지 화낼 건...”

 

 지혜의 빨개진 볼을 보고 케이가 잘못 생각한 듯 말했다.

 

 “아냐! 할게. 꼭 할게.”

 

 지혜는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하겠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 말에 모두 ‘호오~’ 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지혜는 감이 왔다.

 이 녀석들, 또!

 

 “하지 마! 아니, 내 말은 이제 모험을 떠나고 싶어. 고민은 아까 다 끝난 거야. 어떻게 하면 돼?”

 

 지혜의 짐작대로 이 때다 싶어 ‘윈터스’ 인사를 하려던 H와 다른 아이들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주 틈만 나면 인사를 하려하는 아주 묘한 아이돌 그룹이었다.

 H가 급하게 시계를 보았다.

 

 “앗! 그러고 보니 우리도 스케줄이야! 어서 출발해야 해. 자, 빨리 말해줄게. 너는 지금부터 다시 현실로 돌아갈 거야. 지금 6시 반, 딱 너 학원 끝날 시간이네.”

 

 악! 학원을 잊고 있었다.

 

 “나 공부 하나도 못했는데.”

 “그건 괜찮아.”

 

 준하가 그녀를 보며 빙긋 웃었다.

 

 “네 머릿속에 오늘 공부분량은 이미 들어있을 거야. 시간모험을 하게 되면 그 비어있는 시간의 경험은 자동으로 저장돼.

 단! 평소의 평균수준이야. 즉, 평소 네가 빵점 받고 있었으면 딱 그 수준으로 돌아오는 거지. 물론 100점이었으면 그대로 100점을 받는 아주 유리한 점도 있지만.”

 

 망했다.

 오늘은 수학학원, 지혜가 제일 싫어하는 날이었다.

 학교나 학원이나 수학은 지혜 머리를 아주 뱅뱅 돌게 하는 과목으로 지혜는 절대 싫어했다.

 평소에도 점수가 좋지 않았으니 아마 오늘 점수도 그다지 좋지 않게 저장될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코피가 터질지언정 100점 만들어 둘걸.

 

 “어서 돌아가. 우리도 스케줄 갈게. 모험은 오늘 밤, 달이 반짝 떠오르면 시작될 거야.

 연필을 잘 간직해줘. 그 연필이 우리를 안내해 줄 거니까.”

 “아까는 연필 없이도 과학실을 갈 수 있었잖아.”

 “우리 세상에 사는 유령들은 그렇게 만날 수 있지만, 그 유령들이 원래 사는 데로 가서 제거하려면 연필이 있어야 돼. 집에 가자마자 연필을 찾아둬. 꼭. 알았지?”

 

 지혜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걸 보고 안심한 듯 윈터스는 서둘러 학교를 나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멀리서 그들이 타고 다니는 검은 차가 붕하고 달려왔다.

 

 ‘역시 차를 타고 다니는구나.’

 

 지혜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윈터스를 만나 계속 묘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 차타는 게 오히려 더 신기하게 보였다.

 당연히 꿈에서 돌아온다고 해도 현실의 공간에서는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앗! 나도! 나도 얼른 가야지!”

 

 지혜는 시계를 보고 서둘러 학원을 향해 100m 달리기 하듯 질주해 갔다.

 빨리 가면 그래도 수업 후반은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지혜는 지친 채 방으로 돌아왔다.

 현실과 모험공간을 오가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학교에서 달려간 수학학원은 생각한대로 ‘외국어’와 같았다.

 비몽사몽간에 외국인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듯 수업을 마치고는 이렇게 집에 돌아와 짐을 풀자마자 방에 누워 있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 평소와 다름없는 엄마와 아빠를 보고 눈물 날 것처럼 반가웠다.

 엄마 아빠는 아무 것도 모르고 평소보다 늦게 왔다면서 빨리빨리 다니라고 잔소리했다.

 당연히 모를 것이다.

 지혜가 오늘 어디 다녀왔는지.

 그렇게 좋아하는 윈터스와 함께 과학실에서 놀랄만한 일을 겪은 것도 모를 것이다.

 ‘모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니깐.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H가 말한 대로 말한다고 해서 믿지도 않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엄마 아빠가 가지 말라고 할까봐 지혜는 그것도 걱정이 되었다.

 그런 마음을 숨기고 엄마 잔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잔소리조차 정겹게 느껴져서 그만 눈물 날 것만 같았다.

 마지막 잔소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지혜는 얼른 마음을 감추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돌이켜보면 참 긴 하루였다.

 과학실에서 시작된 모험과 교실에서 떠날 때 입 벌린 채 있던 아이들, 과학실에서 시작된 모험, 그 후 겪었던 끔찍한 모험 장면들이 모두 생각났다.

 날랜 윈터스의 모습과 하얗게 질린 채 쓰러지던 수형의 모습도 떠올랐다.

 이제 저녁이면 곧 모험을 떠날 건데, 그러면 엄마 아빠도 당분간은 못 보겠지.

 곧 식사시간이니 엄마는 지혜를 부를 것이다.

 그럼 나가서 최대한 태연하게 식사해야지.

 그녀의 짐작은 한 치도 틀리지 않았다.

 

 “지혜야! 얼른 나와! 밥 먹어야지!”

 

 엄마의 높은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지혜는 침대에서 비척거리며 일어났다.

 아직 연필을 꺼내 보지도 않았는데 엄마는 어김없이 제때 그녀를 부른 것이었다.

 그때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혜야! 얼른! 윈터스야, 윈터스!!”

 “뭐? 윈터스라고? 어디, 어디!”

 

 지혜는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쾅하고 문을 닫으며 거실로 나갔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아빠가 그런 지혜를 보고 끌끌 혀를 찼다.

 아빠 팔은, 다리는 아직 멀쩡히 있나?

 당연히 그대로 있었다.

 지혜는 눈을 TV로 돌렸다.

 아직 화면에는 음악방송 MC의 모습만 보였다.

 윈터스는 아직 나오기 전인 것 같았다.

 

 “네! 오늘은 인기 절정의 아이돌이지요? 어제 컴백한 데 이어 오늘은 학교까지 직접 찾아가 깜짝 팬공연까지 했다고 하네요.

 자, 컴백 윈터스, 윈터스를 불러 볼까요?”

 

 지혜의 마음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인기 최고의 그룹 윈터스! 자, 4명 모두 다 무대로 나와 주세요! 여러분 크게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하나 둘 셋! 컴백 윈터~~~스 포(Four)!”

 

 4명? 4명! 4명!!

 지혜가 놀랄 틈도 없이 무대에 윈터스가 요란한 박수소리와 함께 올라왔다.

 지혜는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정말 딱 4명, 수형이 빠진 4명만 올라온 것이다.

 정말이구나.

 정말 수형 오빠가 사라진 거구나.

 

 너무 황당했다. 마음 속 깊숙이 아려왔다.

 누가 알까, 이 기분.

 

 혹시 해서 지혜는 옆을 보았다.

 아빠가 지혜가 실망한 모습에는 아랑곳없이 TV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아빠는 지혜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윈터스 또한 그렇게 챙겨보다가 아빠도 팬이 되었다.

 그 얼굴에는 이상하게 느끼는 모습이 하나도 없었다.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보고 있었다.

 

 ‘아빠, 아빠 이거 안 이상해? 정말 안 이상해? 윈터스 원래 5명이잖아? 아니, 원래는 7명이잖아!’

 

 지혜는 하마터면 이렇게 외칠 뻔했다.

 물론 말로 꺼낼 수는 없었다.

 속으로만 생각한 것이다.

 말한다고 누가 믿을까.

 

 “쟤네는 4명이서 참 열심히 활동해.”

 

 식사를 차리며 TV를 힐끗 본 엄마도 말했다.

 지혜는 어이가 없어 황당한 표정으로 엄마를 보았다.

 그때 TV에 비쳐진 윈터스가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팬의 환호성에 답하며 무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윈터스~~ 포(Four)예요!”

 

 현기증이 일 것 같았다.

 무대에는 4명, 수형 없이 H, 케이, 준하, 화니 만이 올라와 있었다.

 수형은 어디에도 없었다.

 윈터스의 말처럼, 과학실에서 사라진 수형은 과학실에서 사라진 것은 물론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깨끗이 지워져 버린 것이었다.

 

 지혜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확인이 필요했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뛰다시피 들어갔다.

 과일을 들고 오던 엄마가 그런 지혜를 아빠와 함께 이상하게 보았다.

 지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얘, 이거 다 안 봐?”

 

 엄마의 목소리였다.

 

 “안 봐!”

 

 지혜가 얼른 문을 닫고 들어가며 외치듯이 말했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 마주 보았다.

 무슨 일일까. 윈터스 사생팬인 애가.

 

 지혜는 방문을 쾅하고 닫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엄마도 아빠도 모르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아니 어제까지 있었던 수형이 없어졌는데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모험을 다녀온 그녀만 알고 있을 뿐, 컴백 무대를 보면서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지, 윈터스, 오늘 저녁에 올 윈터스는 이 사실을 알고 있겠지.

 ‘내가 반드시 구하고 말거야. 이대로 사라지게 하지는 않아.’

 

 지혜는 새삼 각오를 다졌다.

 그럼에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미 4명으로 줄어든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TV에서 그 모습을 확인하니 쉽게 진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혜가 책상 위에 둔 가방이 반짝거리며 빛났다.

 정확히는 마치 요술봉이 돌아가면서 찬란한 빛들이 나오는 것처럼, 그런 휘황찬란한 빛이 그녀의 가방 뒤쪽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직 그녀는 방에 불을 켜지 않고 있었다.

 TV를 보다 충격 받아서, 바로 방으로 와 침대에 누워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한층 어두운 방안에 빛은 더욱 찬란히 빛났다.

 그녀는 무엇에 홀린 듯이 가방을 향해 다가갔다.

 조심스레 가방의 뒤쪽을 열어보았다.

 

 연필이었다.

 어제 주은, 그 마법연필이라고 하는 연필이 가방 뒤에 꽂혀서는 찬란하게 돌아가면서 빛을 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연필은 윈터스의 말대로 7각으로 되어 있었다.

 6각 연필은 자주 보았지만 7각 연필은 또 처음 보는지라 지혜도 신기한 얼굴로 찬찬히 살펴보았다.

 각 면은 각기 다른 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3개 면은 불이 꺼져 있었다.

 제7의 멤버와 별량, 또 수형을 상징하는 것일 테다.

 그럼에도 빛은 굉장히 밝게 빛났다.

 3개의 면이 꺼져 있었는데도 4개 면에서 나온 빛만으로도 방안은 황홀하게 물들었다.

 

 지혜는 그 빛에 저도 모르게 연필을 꼭 쥐며 가방에서 꺼냈다.

 지혜가 연필을 잡자 연필이 마치 강아지처럼 부르르 떨더니 지혜의 손안에 사뿐히 들려 나왔다.

 지혜가 꼭 잡자 연필은 잠깐 놀란 듯 돌아가던 요란한 빛이 멈추었다.

 그럼에도 온몸은 여전히 반짝거리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연필의 각 면에서 나온 빛이 마치 프리즘처럼 은은하고도 예쁜 빛을 내면서 지혜의 온 방안을 수놓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지혜는 무심결에 연필을 들어 그 빛을 따라 허공에 그림을 그리려 했다.

 자연 연필이 허공에 들리며 지혜의 가슴께까지 올라갔다.

 

 그때였다.

 연필의 심에서 진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허공에 무슨 글자가 써지는 것이 아닌가.

 지혜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연필은 허공에 계속 글씨를 썼다.

 더구나 놀랍게도 한번 쓰여 진 글씨는 없어지지도 않고 계속 허공에 은은한 빛으로 남아 있었다.

 마치 밤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네온사인이 연필의 끝을 따라 탄생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지혜는 놀랍기도 했지만, 연필이 쓰는 글씨가 너무 예뻐서 계속 글자를 이어 썼다.

 

 처음에는 ‘빵’이라고 썼고 그 다음에는 ‘방귀’라고 썼다.

 다음 글자는, 생각하는 순간 지혜는 눈물이 핑 돌 뻔 했지만 ‘수’하고 첫 글자를 썼다.

 그 다음 글자를 쓰려 할 때였다.

 

 지혜의 방이 우르르 하고는 온 사방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방이 진동모드의 커다란 휴대폰이라도 된 것 같았다.

 허공에서 우당탕 쿵쾅 하면서 뭔가 묵직한 것들이 방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지혜의 방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자연 먼저 떨어진 것 위에 그 다음 물체가 겹쳐서 떨어져 내렸다.

 연필도 놀란 지 빛이 잠깐 깜박거렸는데 지혜는 곧 떨어져 내리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윈터스였다.

 그들이 허공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혜의 방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직접 만난 지 단 이틀밖에 안되었는데, 참 볼 때마다 매번 적응하기 힘들었다.

 

 ‘꼭 이렇게 등장해야 하나. 그렇게 여러 번 넘어졌으면 이제는 안 넘어지고 나타날 때도 됐는데.’

 

 그 말대로 된 걸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넘어진 그들이 바로 몸을 일으키며 지혜에게 소리부터 쳤던 것이다.

 

 “연필을 닫아! 아니 어서 내려!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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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모험의 시작 2020 / 9 / 5 289 0 5298   
3 3화. 불안의 플라스크 유령 2020 / 9 / 5 292 0 5290   
2 2화. 세기의 아이돌 '윈터스' 2020 / 9 / 5 280 0 6651   
1 [1부. 7각 마법연필] 1화. 무지개색 연필 2020 / 9 / 5 437 0 5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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