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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일 크리스마스
작가 : 예서
작품등록일 : 2020.8.20

믿었던 전 남자친구에게 통수를 맞은 날 천애고아가 된 소원. 나만 빼고 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거리에 자살을 결심하는데…… "안 돼!" 누구세요? 어느새 집에 들어온 웬 남자가 자살을 막고 있다. 말하는 사슴까지 데려온 남자는 자기가 나만의 산타라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인간 한 명과 산타 한 명, 사슴 하나(?)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다음 크리스마스까지 이 동거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질투해
작성일 : 20-09-05 01:41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7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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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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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은 그저 가벼운 장난으로 한 말이었지만, 소원은 방금 그 생각을 했던 터라 그 말이 엄청난 파장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알았지? 산타는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나?

 

 돌이켜보면 눈치가 참 빨랐었다. 시내에서 임성준이 자신을 알아볼까 걱정돼 굳어있을 때도 알아채고 품에 숨겨줬던 대한이었다.

 

 그렇기에 소원은 대한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가설이 그럴듯하다 여겼다.

 

 대한은 속내를 들켰다는 충격으로 얼어붙어 있는 소원이 황당해서 굳어있는 것으로 알고서 이번엔 더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사뭇 진지해진 소원이 다양한 표정을 지으니 놀리는 입장에선 재밌기 그지없었다.

 

 “장난이야, 장난. 하여간 귀엽다니까.”

 “이씨, 진짜! 나 놀리는 게 재밌어?”

 “응. 몰랐는데 진짜 재밌다. 반응이 귀여워서 더 놀리고 싶어.”

 

 얄밉게 말을 늘어뜨리는 대한에 소원의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자꾸 얄궂은 장난을 치는 것도 미운데 거기에 끌려다니는 자신도 싫었다.

 

 그래도 다 장난이라는 걸 보니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거나 한 건 아닌듯해서 한시름 놨다.

 

 삐진 소원이 못마땅하게 대한을 흘겼다.

 

 대한은 빵빵해진 소원의 볼살을 콕 눌러보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렸다. 20cm 접근금지령을 무시하고 실수인 척 딱 한 번만 눌러보고 싶을 만큼 유혹적인 볼살이었다.

 

 하지만 이내 충동을 참은 대한은 볼을 누르는 대신 부드러운 경고를 건넸다.

 

 “그러니까 이제 자꾸 아저씨, 늙은이 하지 마. 안 그러면 또 놀린다.”

 

 

 *

 

 

 객식구가 생긴지 어언 한 달이 지났다. 날씨는 여전히 쌀쌀했고, 사람들이 걸친 옷도 두꺼웠다.

 

 변화가 있다면 차가운 적막만이 흐르던 집에 이제는 온기가 가득 채워졌다는 것.

 

 외로움에 이불을 끌어안고 자던 전과는 다르게 소원은 편안하게 수면할 수 있었다. 문 너머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소원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는 것이었다.

 

 전과 같지 않게 소원은 곧잘 웃었고 진상 손님을 만나도 기죽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점장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소원의 얼굴에 어른 됐다고 때깔이 달라진다며 감탄했다.

 

 하지만 소원은 그 이유가 어른이 돼서가 아니란 걸 잘 알았다. 대한의 늘 짓는 웃음과 긍정적인 사고가 자신에게 스며든 것이었지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고마움에 대한을 떠올리던 소원은 저도 모르게 자신이 웃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언제부터인지 ‘대한’이라는 두 글자만 떠올려도 구름 위를 걷는 듯했다.

 

 소원은 대한을 좋아하는 마음을 인정해야 했다. 이성으로서 좋아한다고 확실히 못을 박은 건 아니었지만 대한과 함께면 인생이 꿀처럼 녹아드는 건 확실했으니 자신의 마음을 양보한 것이었다.

 

 문이 열리고 점장님이 큰 코를 긁으며 들어왔다.

 

 한 시 빨리 대한을 보고 싶은 소원은 어서 퇴근을 명하라고 주문을 외웠다.

 

 표정으로 드러나는 소원의 속마음에 점장이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아! 갑자기 왜 때려요.”

 

 이마를 문지르며 소원이 투덜댔다. 어차피 아프라고 때린 게 아니라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이게이게, 지 생각해서 중요한 말 해주려는데 빨리 가려고나 하고 말이야.”

 “중요한 말이요? 그게 뭔데요?”

 “소원아. 너도 언제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을 순 없잖아. 대학도 안 갈 거라며.”

 “……”

 “나 아는 사람이 회사에 직원 한 명이 필요하다는데 거기서 일해보지 않을래?”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언제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살 순 없는 노릇이었고 다른 애들처럼 대학을 가지 않는다면 더 빨리 취업에 힘쓰는 게 나았다.

 

 어느 날 대한이 대학에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물었을 때, 소원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특출난 재능도 없었고 성적은 개판이었다. 안 그래도 초라한 통장 잔고를 의미 없는 대학생활에 낭비하긴 싫었다.

 

 그래서 슬슬 취업할 곳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점장이 일자리를 물어다 준 것이다.

 

 소원은 입장을 헤아려 배려해 준 티가 역력히 묻어나는 점장의 제안에 진한 감동을 먹었다.

 

 먹으라고 물어다 줬는데 못 먹는 건 갓 태어난 새 만도 못한 새똥 같은 짓이었다. 새똥이 될 마음이 1도 없는 소원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저야 감사하죠. 점장님, 제가 많이 좋아하는 거 아시죠?”

 “얘가 징그럽게 왜 이래. 너네 학교 졸업 언제야.”

 “아마 다다음 주일걸요.”

 “자기 학교 졸업식도 제대로 몰라?”

 

 힐난하는 어조에 소원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지만, 대한에게도 아직 말하지 못한 걸 점장님에게는 더더욱 토로할 수 없었다.

 

 “일단 일을 해도 졸업은 하고 해야 되니까 당분간은 편의점 나와. 졸업식 알아보고 문자 보내고. 알겠지?”

 “네.”

 “대답은 기가 막히게 잘해요. 가봐.”

 “내일 봬요 점장님!”

 

 가라면 빠르게 사라져주는 게 인지상정.

 

 음료수 하나를 챙겨 총알처럼 튀어나온 소원은 곧바로 멀지 않은 번화가로 냅다 달렸다. 어서 직장인이 된다는 이 기쁜 소식을 대한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움직이는 커다란 곰인형을 발견하고서야 소원의 발이 멈췄다.

 

 곰인형은 행인들에게 음식점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가끔은 손도 좀 흔들고 탐스러운 궁둥이도 흔들면서. 언제 보아도 장관이다.

 

 멀리서 곰인형의 재롱을 구경하던 소원은 가까이 다가가 곰인형 옆에 섰다. 인기척을 느낀 곰인형이 큼지막한 인형 손으로 전단지를 내밀다, 이내 뚫린 인형탈 눈으로 소원임을 인지하고 반가워하며 불렀다.

 

 “소원아.”

 

 듣기만 해도 절로 입가에 호선이 그려지는 대한의 목소리에 소원이 짧게 웃었다.

 

 이내 목소릴 낮게 내리깐 소원이 출동한 경찰 흉내를 냈다.

 

 “신고받고 나왔습니다. 여기 노골적으로 엉덩이 흔드는 곰돌이가 있대서요.”

 “같은 집 사는데 한 번만 봐주시죠?”

 “이번 한 번만입니다.”

 

 대한이 고맙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무릎을 굽히며 두 손을 교차로 맞대고 흔들었다. 무거운 인형 옷을 입고 있어서인지 어떻게 움직여도 과장된 몸짓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우스운 한편 저 무거운 걸 입고 머리에 쓰려니 대한이 얼마나 힘들지 예상이 가 속상했다.

 

 신분증이 없어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는 아르바이트를 찾느라 고군분투하던 대한의 모습들이 눈에 선했다.

 

 예비 산타인 대한은 이승에서 죽은 사람으로 처리돼있어 신분증을 가질 수도 없었다. 생존신고를 할 수도 없었고.

 겨우 하늘에서 별 따기 급으로 어찌 구하긴 했지만 힘들기로 악명 높은 인형탈 알바였다.

 

 그나마 겨울이라 날씨가 추워서 망정이지 여름이이었으면 그 무거운 인형 옷 안에서 땀을 한 바가지 쏟아낼 뻔했다.

 초연해진 소원이 시무룩하게 물었다.

 

 “많이 힘들지.”

 “괜찮아. 안 힘들다니까.”

 

 안 괜찮은 순간이 있기는 할까?

 

 대한의 버릇 같은 괜찮다는 말에 소원은 자신이 지은 별명인 괜찮무새를 상기했다. 누가 괜찮만 반복하는 앵무새 아니랄까 봐.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괜찮다고 하는 거면 그러지 말라고 하겠는데, 정말 괜찮아 보여서 그럴 수도 없었다. 물론 대한은 정말 힘든 순간이 와도 괜찮다고 할 사람이지만.

 

 유한 외면과 다르게 단단한 내면이 대한의 특징이었다. 겉바속촉이 아니라 속바겉촉 같은 남자.

 

 돌연 거센 바람이 불었다.

 

 코드를 통과하는 싸늘한 온도에 소원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대한이 소원을 와락 안았다. 살과 살이 닿는 게 아니니, 접근금지와는 무관하다는 생각을 하며.

 

 온몸에 닿는 부드러운 인형 털 감촉 사이로 따스함이 잦아들고 다정다감한 음성이 귀를 감쌌다.

 

 “이제 안 춥지.”

 “응. 하나도 안 추워.”

 

 웅얼거리던 소원은 포근함에 눈을 감았다. 이대로 잠에 들어도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들 만큼 품 안이 안락했다.

 

 아무렇지 않게 접근금지령을 대한이 무시해도 전혀 밉지가 않았다. 실은 백 번, 천 번을 더 무시해도 기분이 좋을 거 같았다.

 

 대한도 소원이 진심으로 자신의 스킨십을 마다하는 게 아니란 걸 눈치채서, 접근금지령을 칼같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 감정을 파악하는 게 남달리 뛰어났던 것이 빛을 발했다.

 

 소원이 기분 좋게 울리는 심장의 뜀박질에 푹 빠져 미소를 지었다. 얼굴을 마주 보고 있지 않아서 더할 나위 없이 평온했다. 안 그랬으면 늘 그랬듯이 홍당무가 돼서 당황해있을 터였다.

 

 그러나 안온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학원이 끝나고 우르르 건물을 내려온 아이들이 그 모습을 목격하고 소리를 질러댔기 때문이었다.

 

 “어! 저기 봐봐!”

 “곰돌이가 아줌마 안고 있어!”

 “좋아하나 봐!”

 

 빠직. 소원의 이마에 빗금이 새겨졌다. 감았다 뜬 눈이 짙은 분노로 타올랐다. 낭랑 이십 세 꽃다운 나이에 아줌마 소리를 듣다니. 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한테 대체 어떤 자식이!

 

 대한의 몸이 멀어지고, 팔짱을 낀 소원이 아이들에게 눈을 부라렸다.

 

 그러나 아이들의 나이가 겨우 초등학교 저학년 남짓하다는 걸 안 순간 눈에 준 힘을 풀 수밖에 없었다.

 

 쥐콩만 한 것들이 못하는 소리가 없어.

 

 빈정 상한 소원에게 대한이 이제 내 맘을 알겠냐며 호쾌하게 웃었다.

 

 “나 스무 살이거든? 누가 아줌마래, 누가!”

 “곰돌이 여자친구가 화낸다!”

 

 또래 남자아이가 하는 말에 옆에 있던 양 갈래머리 여자아이가 발끈했다.

 

 “아니거든! 곰돌이 내 남편이란 말이야!”

 

 대한이 자기 남편이라 주장하는 여자아이에 소원의 웃음보가 터졌다.

 

 쪼끄만 게 소꿉놀이를 열심히 하고 자랐나 보다.

 

 “왜 웃어요 아줌마?”

 

 날을 세운 말투에 소원의 웃음이 멎었다.

 

 비소가 불쾌했던 여자아이가 허리에 양손을 얹고 소원을 노려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줌마 소릴 들었는데 같은 날 연속으로 다시 듣게 될 줄이야. 두 번이나 단어 폭행을 당한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런 모욕을 당하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쥐콩만 한 게 남편은 무슨. 우유 마시고 키나 커라 꼬. 맹. 아.”

 

 키가 평균 미달이었지만 양심을 땅에 버린 소원은 키를 운운하며 한 쪽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제가 나중에 아줌마보다 더 클걸요? 우유 안 먹고 컸나 봐요 아. 줌. 마는?”

 “허, 허……!”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또박또박 응수하는 초등학생에 소원이 헛숨을 들이켰다.

 

 새파랗게 어린애가 무슨 말을 저렇게 잘해? 요즘은 조기교육으로 스피치 학원을 보내나?

 

 한참 어린애한테 말로 밀리는 건 자존심이 상했다. 이게 뭐라고 승부욕이 발동했다.

 

 “누가 너랑 결혼한대? 결혼이 너 혼자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줄 아냐 이 꼬맹아?”

 “곰돌이도 나랑 결혼하고 싶을걸요?”

 “아닐걸? 그거 완전 너 생각일걸?”

 

 둘에게서 활활 뜨거운 기류가 흘렀다.

 

 서로를 날카롭게 응시하던 둘은 흥분해서 동시에 대한에게 물었다.

 

 “곰돌아, 나랑 결혼할 거지?”

 “오빠, 얘랑 결혼할 거야?”

 

 실시간으로 연령 제한 없는 사랑과 전쟁을 구경하는 아이들의 이목이 대한에게 쏠렸다.

 

 난데없이 벼락을 맞은 대한은 인형탈 안에서 실실 웃고 있다가, 당혹스러움에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성장판 닫힌 어른이랑 학원 가방 멘 어린애가 다투는 게 웃겨서 안 말리고 방관했던 게 화근이 될 줄이야.

 

 어디 한 번 말해보라는 듯 대한을 올려다보는 소원과 여자아이를 번갈아 본 대한이 뜸을 들였다.

 

 “어, 글쎄, 그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한다.

 

 슬금슬금 도망각을 재던 대한이 냅다 뛰었다. 무거운 인형 복장에도 다리는 굴하지 않고 빠르게 움직였다.

 

 등 뒤에서 외마디 고함이 동시에 들려왔다.

 

 “오빠!”

 “곰돌아!”

 

 부름에도 대한은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대한의 몸이 자취를 감추자, 구경하던 아이들이 실망스러운 기색으로 하나둘씩 떠났다.

 

 “하영아 우리도 가자.”

 

 입술을 앙다물고 대한이 사라진 자리를 응시하던 여자아이를 친구가 불렀다.

 

 이름이 하영이었어? 예쁘기로 치면 소원이 훨씬 예쁘지.

 

 이상한 데서 승리감을 얻은 소원을 가방을 똑바로 멘 하영이 흘끗 흘겼다. 눈이 마주친 둘은 서로 흥, 콧방귀를 뀌고 돌아섰다.

 

 옆에서 하영의 친구만이 한심하다는 눈길로 둘을 지켜볼 뿐이었다.

 

 

 *

 

 

 집으로 가는 길, 대한의 옷차림이 집에서 나설 때로 돌아와있었다.

 

 찬 공기에도 더웠는지 잠시 걸음을 멈춘 대한이 땀에 젖어 헝클어진 옆머리를 쓸어넘겼다. 몇 시간 동안 인형탈을 쓰느라 머리 상태가 엉망이 됐지만 그런 머리조차 잘 어울렸다.

 

 대한의 팔에 돋아난 윤이 나는 잔근육이 소원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거부감이 들 정도로 과도하게 근육이 잡힌 몸보다 적당히 근육 잡힌 몸이 취향이었는데, 그 취향에 부합하는 몸이 앞에 있으니 시선이 떼지질 않았다.

 

 손끝에서 팔로 시선을 옮기던 소원이 시선이 가슴에 닿았다. 골격 잡힌 몸이 드러나는 부분이 어쩐지 야하게 느껴졌다.

 

 괜스레 낯부끄러워진 소원이 큼, 헛기침을 하고 물었다.

 

 “언제까지 할 거야?”

 “뭐? 아르바이트?”

 “응. 맨날 땀범벅에 쉴 새 없이 움직이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잖아.”

 

 대한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돈을 벌 수 있는 것 자체로 고맙지. 여기 아니면 신분증 안 보는 데가 또 어딨겠어. 괜찮아. 쪼끄만 애들이 좋아하는 거 보면 행복하기도 하고.”

 “내가 싫단 말이야. 사람들이 바닥에 버린 전단지도 일일이 줍고! 이상한 꼬맹이도 꼬이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싫은 이유를 대던 소원의 입에서 하영의 얘기가 나오자 대한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어린애를 대상으로 씩씩대는 소원이 진짜 어린애 같아 있지도 않은 막냇동생같이 귀여웠다.

 

 이상한 나이만 어른이지 정말 애다, 한 마디로 어른 애.

 

 “걔랑 놀지 마. 벌써부터 애가 싹수가 노래.”

 “왜. 귀엽잖아.”

 “뭐가 귀여워. 걔 눈에 독기 가득한 거 못 봤어? 크면 성격 장난 아닐걸? 살다 살다 그렇게 기가 센 애는 처음……”

 

 잠자코 소원의 험담을 듣던 대한이 말을 끊고 물었다.

 

 “지금 질투해?”

 

 장난칠 때 나타나는 특유의 짓궂은 웃음이 대한의 얼굴에 걸려있었다.

 

 대한의 입장에선 장난으로 툭 던진 말이었지만, 소원은 아니었다.

 

 자존심 상하지만, 질투가 맞았다. 그 꼬맹이가 오빠를 좋아하는 것도, 오빠가 꼬맹이를 귀여워하는 것도 싫었다.

 

 어린애를 상대로 질투하고 있는 것도 웃긴 일이었지만 혼란스러운 자신의 마음에 소원은 헛웃음조차 지어지지 않았다.

 

 나는 남자로서 오빠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애정에 굶주리며 자라서 오빠의 애정을 독차지하고 싶은 걸까.

 

 자신의 마음이 전자인지, 후자인지를 가늠하던 소원은 쉬이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에 생각을 떨쳐냈다.

 

 중요한 건 예고도 없이 찾아온 산타가 주는 따뜻함에 자신이 중독됐다는 거였다. 이제는 오빠가 없는 자신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한참을 말없이 걷는 소원에 부정의 답을 기다리던 대한이 의아해졌다.

 

 이렇게 장난을 치면 방방 뛰며 아니라고 할 소원이 그러지 않고 입을 꾹 닫고 있으니 이상했다.

 

 침묵의 원인을 잦은 장난으로 화가 나서라고 해석한 대한이 사과하려는데, 소원이 우뚝 멈춰 섰다.

 

 얼떨결에 그에 맞춰 걸음을 멈춘 대한이 소원이 쳐다봤다.

 

 고개를 든 소원이 대한의 선한 눈망울을 응시하며 말했다.

 

 “질투해.”

 “……”

 “좋아하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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