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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귀요미는 상남자
작가 : 고수미
작품등록일 : 2020.7.31

“하, 먹고 살기 드럽게 힘드네, 진짜.”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빨간 베레모. 멜빵 반바지.
거기에 포인트로 도수 없는 동그란 레트로 안경과 빨간 틴트까지.
완벽하게 귀여운 본투비 아이돌, 권영빈.
그가 드디어 카리스마 있는 비주얼이 되었다!
새로운 몸(?)에 적응하기 위한 파란만장 스토리!

 
#13화 저는 어쩌면 좋죠?
작성일 : 20-09-05 01:34     조회 : 302     추천 : 2     분량 : 5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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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그룹은 걸그룹이다.

 얼핏 보니 그저 평범한 검정 수영복이었다.

 그런데 가연이 입으니 얘기가 달라졌다.

 일반인 중에서 몸매 좋은 사람만 봐도 섹시한데 연예인, 그것도 몸매관리의 끝판왕이라는 걸그룹이 입으니 차원이 달랐다.

 

 ‘미쳤다. 착한 생각…. 가연이는 내 동생이다. 착한 생각….’

 

 이런 영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연은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영빈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언니, 진짜 장난 아니지? 어디서 샀는지 알려줄까? 이거 물뽕 완전 자연스러워! 내가 여기 링크 보내줄게. 한번 들어가봐봐. 디자인도 많아.”

 

 쇼파에 앉아있는 영빈의 눈 바로 앞에 가연의 가슴이 다가왔다.

 

 “언니 이거 만져 봐, 느낌도 좋아. 나 아까 수영복 너무 무난한 것 같아서 실망했는데 가연이 입은 거 보고 깜짝 놀랐잖아. 히야~ 세상 좋아졌어, 진짜.”

 

 세린은 아예 가연의 가슴 패드 부분을 손가락으로 콕콕- 지르며 영빈의 손을 잡아끌었다.

 영빈의 손이 금방이라도 가연의 가슴에 닿을 것 같았다.

 

 ‘오.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아무나 좀 도와주세요! 이제 진짜 한계라고요!’

 

 당장에라도 코피가 쏟아질 듯 콧속이 뜨거워짐을 느끼며 영빈이 벌떡 일어났다.

 그 앞에 서서 온갖 유난을 떨던 가연과 세린, 그리고 옆에서 그저 웃으며 지켜보던 다정이 놀란 듯 동시에 영빈을 쳐다봤다.

 

 “나, 나도 지금 사야겠다. 내 핸드폰 어디 있지?”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영빈이 방 안으로 들어와 숨을 몰아쉬었다.

 

 “와씨. 위험했다.”

 

 미성년자 때부터 연습에만 매진했고, 데뷔 후에는 혹여나 팀에 피해가 갈까 여자 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았다.

 그런 영빈이 태어나 처음 비키니 차림의 여자를 마주했다.

 그것도 눈 바로 앞에서!

 영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흥분을 가라앉히려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허나 가면 갈수록 가연의 몸매가 머릿속을 헤집었다.

 이젠 아예 뇌리에 박힌 듯 선명했다.

 영빈도 남자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앞으로 함께 생활하고 활동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지고 가연을 대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예빈 뿐만 아니라 가연에 대한 예의도 아니기에 빨리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영빈은 미친듯이 운동을 시작했다.

 

 * * *

 

 토네이도는 계속해서 1위 행진을 이어나갔다.

 나날이 고공행진을 하는 인기만큼 팬들의 관심은 뜨거워졌다.

 마침내 모든 방송사 1위를 달성한 날, 소속사에서 회식을 제안했다.

 

 “크으…. 전 방송사 1위로 소고기 회식을 하는 날이 오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형, 갈 거지?”

 

 세준의 물음에 놀란 예빈이 말끝을 흐렸다.

 예빈은 상황대처를 잘해야 하는 회식 자리를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어어? 나는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은데….”

 

 “아~ 뭐야. 가자가자. 소고기래! 언제 또 소고기 먹을 줄 알고!”

 

 그런 예빈의 대답이 못마땅한지 정환까지 나서서 등을 떠밀었다.

 결국, 동생들의 성화에 못 이겨 회식에 참석하게 된 예빈은 재빨리 가장 구석진 곳을 찾아 자리했다.

 소속사 사장부터 관계자, 매니저, 그리고 멤버들.

 각자의 이유로 신이 난 사람들은 토네이도의 성공적인 성적을 자축하며 술잔을 부딪혔다.

 한 잔, 두 잔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술잔은 예빈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룹 맏형으로서 덕담을 가장한 잔소리와 축하 인사를 건네받은 예빈은 정신이 알딸딸했다.

 

 ‘아…. 취하면 안되는데….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데….’

 

 예빈은 차가운 밤공기라도 쐬면 좀 나아질까 싶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가게를 나섰다.

 

 “후우…. 이제 좀 살겠네.”

 

 “오늘 왜 이렇게 못 마셔.”

 

 중얼거리는 예빈의 뒤로 생각지도 못한 답이 날아왔다.

 깜짝 놀란 예빈이 돌아본 그곳엔 사장이 서 있었다.

 

 “어, 사, 사장님.”

 

 “짜식, 요새 많이 힘드냐? 소주 석 잔에 취하고.”

 

 “…넉 잔입니다.”

 

 예빈의 융통성 없는 대답에 실소가 터진 사장이 슬며시 웃음을 지웠다.

 진지한 얼굴로 예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영빈아, 이제 어떻게 하고 싶으냐?”

 

 “예? 뭐를 말입니까?”

 

 “너도 이제 이십 대 중반이다. 언제까지 뿌잉뿌잉인가 뭔가 하고 다닐 거냐.”

 

 ‘컨셉에 대한 얘기인가….’

 예빈이 눈치껏 답했다.

 

 “이제 반응이 별로 인가요? 다른 컨셉 알아봐야겠습니다.”

 

 “별로는 무슨. 너무 잘해줘서 탈이지. 그래도 영빈아, 이 정도면 됐다. 작은 회사 키워보겠다고 내가 너한테 너무 큰 짐을 지었어. 실력도 있고 누구보다 남자다운 애를 여태 ‘귀요미’나 하라고 했으니. 그거 그만해도 된다, 이제.”

 

 생각지도 못한 사장의 말에 예빈이 그저 눈만 끔뻑거렸다.

 그런 예빈을 바라보며 사장이 말을 이었다.

 

 “이번 활동까지만 그렇게 가고, 다음 앨범부터는 이제 성숙한 모습 보여주자. 내가 기깔나는 곡으로 하나 받아올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

 

 사장은 예빈의 어깨를 두어대 툭툭- 두드리고 그대로 갔다.

 예빈은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영빈이는 사장님이랑 좋은 관계구나…. 부럽다. 고생 많았다는 인사를 내가 받아도 되는 걸까. 영빈이가 직접 들었으면 무척이나 뿌듯했을 텐데…’

 

 누가 볼세라 얼른 눈물을 훔친 예빈이 안으로 들어가 대충 인사를 하고 나왔다.

 아니, 나오려고 했다.

 세준, 정환 그리고 민우까지.

 동생들이 호다닥 따라 나왔다.

 

 “형, 이대로 간다고? 오늘같이 좋은 날?”

 

 “아, 형님. 오늘 기념적인 날인데 9시에 들어가시는 거 실홥니까?”

 

 “맞아. 형 진짜 요새 너무행. 세쥬니 삐딤. 흥”

 

 되도 않는 세준의 애교까지 보고 있자니 동생들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영빈이는 멤버들이랑 사이도 좋구나. 우리도 나쁘진 않은데, 여긴 훨씬 더 친해 보이네.’

 흐뭇한 웃음을 유지한 채 예빈이 답했다.

 

 “그럼 뭐 더 먹자고? 어디 갔다가 사진 찍히는 거 싫은데….”

 

 “형, 우리 첫 1위 했을 때 기억나? 옥상에서 삼겹살에 쏘주! 캬~”

 

 “아, 형님들. 저 그때 미성년자라고 사이다 주셨던 거 기억나십니까? 서러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한 모금은 주실 줄 알았는데….”

 

 “자자, 술은 내가 살게. 다들 편하게 갈아입고 옥상으로 집합! 오늘 먹고 죽자!!!”

 

 정환의 외침을 마지막으로 멤버들은 신이 잔뜩 난 채 숙소로 돌아왔다.

 취기가 올라서 일까, 어느 정도 이 생활에 익숙해진 걸까.

 예빈도 싫지 않은 기분으로 옥상으로 향했다.

 방에 모아두었던 간식거리까지 들고 올라가자 동생들이 환호했다.

 

 “와, 영빈이형. 안 올 것처럼 하더니. 지금 그거 뭐야? 숏다리 뭐야? 누구보다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 같은 사람 누구야?”

 

 세준의 농담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멤버들은 아무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편하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렇게 밤새도록 우정을 나눴다.

 

 다음 날 아침, 예빈은 깨질듯한 머리를 쥐어 싼 채 몸을 굴렀다.

 엄청난 숙취에 몸을 일으킬 힘이 하나도 없었다.

 미처 눈을 뜨지도 못한 그때, 낯선 감촉이 예빈을 덮쳤다.

 누워있는 예빈의 배 위로 뜨겁고 무거운 무언가가 올라온 듯했다.

 

 ‘?’

 

 게다가, 그 뜨겁고 무거운 무언가가 닿은 곳은 분명히 맨살이었다. 맨살.

 

 ‘잠깐만, 맨살이라고?’

 

 황급히 눈을 떠 아래를 내려다본 예빈은 경악했다.

 달랑 팬티 한 장.

 예빈은 지금 달랑 팬티 한 장 걸친 알몸 상태였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예빈을 덮친 뜨겁고 무거운 것이 털이 수북한 남자의 다리라는 것이다.

 너무 놀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예빈이 끼기긱-하고 고개를 겨우 돌렸다.

 

 ‘윽.’

 

 그리고는 곧바로 눈을 질끈 감았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예빈은 분명 보았다.

 정환과 세준, 민우가 모두 팬티만 입은 채 서로를 깔고 깔린 채 곯아떨어져 있었다.

 맏형의 권한으로 독방을 쓰고 있었고, 나름 관리한다는 사람들이었기에 이렇게까지 흐트러진 모습을 본적이 없었던 예빈은 충격에 빠졌다.

 이 와중에 민우는 팬티마저 벗으려 했는지 엎드려 누운 채 엉덩이를 반쯤은 내놓고 있었다.

 

 “아…. 아아. 아….”

 

 충격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예빈이 이 아비규환의 현장을 빠져나가려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자신을 덮친 정환의 다리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예빈은 하는 수 없이 다시 두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으로 정환의 종아리를 잡아들었다.

 그리고는 아무렇게나 내팽개쳤다.

 

 “흐잉…. 느낌 이상해.”

 

 철수세미와도 같은 정환의 다리털을 만진 손의 느낌이 이상했다.

 예빈은 징그러운 듯 몸을 부르르 떨고는 방을 나서려 했다.

 

 “혀엉…. 나 목말라….”

 

 이런.

 아무렇게나 내팽개친 다리 때문일까.

 정환이 눈을 떠서는 예빈을 불렀다.

 하는 수 없이 부엌에서 물을 떠 건네준 예빈은 눈을 둘 곳이 없어 미칠 것 같았다.

 그런 예빈의 속을 모르는 정환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형, 사우나 갈래?”

 

 “케,켁켁. 뭐? 켁.”

 

 “헐, 괜찮아? 이리와 봐.”

 

 정환이 사레가 들린 예빈의 등을 퍽퍽 내리쳤다.

 어쨌거나 맨살은 맨살인지라 예빈은 껄끄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이번엔 등 두드리는 소리 때문인지 민우가 깼다.

 

 “형님, 사우나요? 저도 갈래요오. 아우, 속이야.”

 

 말을 마치고 부스스 몸을 일으키려는 민우를 예빈이 다급하게 막았다.

 

 “켁, 일어나지 케, 마! 일, 켁, 어나지마!!!”

 

 “네? 왜요? 저 다시 누워요?”

 

 민우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팔꿈치로 엎드린 몸을 엉거주춤 지탱한 채 물었다.

 

 “황민우, 너 이 새끼, 크크크. 자다가 팬티도 벗을라고 했냐? 드러운 새끼.”

 

 아슬아슬한 민우의 팬티를 발견한 정환이 말했다.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깨달은 민우가 민망한 듯 주섬주섬 팬티를 챙겨 입고 일어나 앉았다.

 

 “아, 우리끼린데 뭐 어때요. 저 원래 팬티도 벗고 자는 거 아시잖아요.”

 

 적나라한 대화가 스스럼없이 오갔다.

 예빈은 죽을 맛이었다.

 어떻게 상황을 벗어날지만 고민하던 예빈이 말했다.

 

 “나는 어제 엉덩이 피부가 화끈거리더라고. 뜨거운 물에 안 닿는 게 나을 것 같아. 이따 피부과 가봐야지.”

 

 엉덩이라고 말하기가 민망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팬티로 가려진 부위 말고는 모두 드러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른 부위였으면 저 화끈한 동생들이 곧바로 확인하고는 ‘에이- 별거 아니네. 이 정도는 괜찮아.’라며 사우나로 끌고 가고도 남았을 거였다.

 

 하지만 예빈의 생각은 빗나갔다.

 

 “나도 지난번에 그 가죽바지 입고 활동했을 때, 기억나지? 나 그때 엉덩이 발진 생겨서 죽을 뻔했잖아. 그거 연고 직빵인 거 남았어. 내가 발라줄게. 누워봐 봐.”

 

 피부병 핑계는 통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외간남자에게 엉덩이를 까게 생겼다.

 예빈의 입이 바짝 말랐다.

 

 ‘오, 주여. 저는 이제 어쩌면 좋죠?’

 

 

 * * *

 

 다음 앨범 컴백일이 아직 다가오지 않았음에도 벌써 다다음 앨범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가 열렸다.

 게다가 정규앨범인지라 후속곡까지, 갈 길이 멀었기에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당연했다.

 

 누가 뭐라 해도 ‘예빈’은 ‘힙’하고, ‘걸크러쉬’다.

 웅장한 사운드에 강렬한 멜로디 역시 예빈과 찰떡이었다.

 아이돌 개발실 실장 지휘 아래 예빈을 센터로 한 무대 구성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 별안간 다정이 재편곡을 제안했다.

 

 “실장님. 저희 그동안 쭉 같은 이미지인 것 같다고 팬들도 그러던데, 편곡해서 섹시한 느낌으로 가는 건 어때요? 메인은 우리 컨셉인 걸크러쉬를 유지하면서 섹시 어필도 함께 가져가면 색다르면서도 성숙한 느낌 나고 좋을 것 같아요!”

 

 “음….”

 

 다정의 말에 모두가 잠깐 고민에 빠졌다.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흠. 그럼 가연이나 다정이가 센터 가지고 가는 건가요?”

 

 의상팀의 되물음에 실장이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아니야. 예빈이로 한 번 가보자. 예빈아. 할 수 있지? 언니는 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무대도 연기잖아. 너 충분히 할 수 있어.”

 

 ‘잠깐. 섹시라고? 내가? 오 마이 갓. 절대 못 하지!’

 

 예빈이 안 어울릴 것 같은 문제와는 별개다.

 남자인 자신이 섹시한 여성을 표현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요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다니는 가연을 떠올려보니 그녀에게 이보다 더한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영빈이 막 가연을 추천하려던 참이었다.

 

 “에이, 섹시는 예빈 언니보다는 저 다정이죵!”

 

 다정이 요망한 말투로 말하며 윙크를 했다.

 

 ‘응? 이건 또 뭐야? 딱 보니까 예빈이 밥그릇 채가려는 건데?’

 

 생각지도 못한 다정의 도발에 영빈의 전투 의지가 불타올랐다.

 
작가의 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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