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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심연
작가 : 소설판타지
작품등록일 : 2020.8.3

돔 아래 인공태양의 빛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류, 인공태양이 갑자기 빛을 잃다.
태양이 사라지고, 빛 하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재난물]

 
episode 1 : 학교(3)
작성일 : 20-09-04 22:19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5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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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너희 어디 갔다 온 거야…?”

 

 희미한 불빛 속에 부반장은 놀란 토끼 눈으로 우릴 보고 있었다.

 다른 이목들 역시 우리를 주목했다.

 

 “…잠깐 바깥에?”

 

 옆에서 눈치를 보던 명석이가 슬며시 내뱉었다. 그의 말에 앉아있던 친구들 몇 명이 벌떡 일어섰다. 교실이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그들은 위협적으로 다가오며 질문들을 던져 댔다. 그들의 눈에 작은 희망이 어려 있었다.

 

 “바깥에 나갔다 왔다고!?”

  “진짜?”

  “어떻게 나갔다 온 거야!?”

 

 코앞까지 다가온 친구들을 살짝 밀어내며 고개를 돌렸다.

 

 “얘들아, 잠깐만…!”

  “바깥은 어때…?”

 

 부반장이 말했다. 어떤 말을 들을지 대충은 예상한 얼굴이었다.

 조용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자 교실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답도 없다…”

 

 명석이가 한숨을 내뱉으며 거들었다.

 

 “겨…경찰이나 군대는…!?”

 

 부반장 옆에 서 있던 주미희였다.

 주미희는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 정도 상황이면 그 사람들도 뭔갈 할 거 아니야…!”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게 바로 우리가 학교로 돌아온 이유였으니까.

 경찰이나 군대가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제일 처음 도움을 줄 곳이 바로 학교인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아직은 우리도 못 봤어.”

 

 우리가 본 것들은 그랬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고작 몇 시간 정도 바깥에 있었던 것뿐이다. 속단을 내릴 수도 뭔가를 장담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당장 내가 내뱉을 수 있는 최선의 한마디였다.

 내 말에 주미희는 참담한 얼굴로 가까이 있는 의자에 몸을 맡겼다.

 

 “바깥은 그럼… 많이 심각해…?”

 

 부반장이 물었다.

 

 “아마 지금은 학교가 제일 안전할 기다.”

 

 명석이의 말에 부반장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석에서 엎드려 있던 누군가가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더럽게 시끄럽네! 진짜. 너희 유난 좀 떨지 마. 이렇게 된 지 고작 몇 시간 정도밖에 안 됐거든.”

 

 반장 윤대호였다. 그는 까칠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러자 주미희가 반박했다.

 

 “넌 걱정도 안 되냐? 몇 시간이 지났든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넌 이 상황에 유난이 할 말이야?”

  “하늘에 떠 있는 저것도 어차피 전기나 뭐 그런 거로 작동하는 걸 건데 정전이라도 일어났겠지.”

 

 그리고 그는 혀를 차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주미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욕이라도 할 듯 입을 벌렸지만 그때 복도 쪽에서 소리가 울렸다.

 

 “부장 선생님!”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복도를 보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복도에 작은 빛줄기가 보였다. 그리고 그 빛줄기는 점점 더 좁아지더니 이내 손전등을 들고 복도를 빠른 속도로 걸어가는 작은 체구의 여자 선생님이 보였다.

 그녀는 윤기현, 2학년 수학 선생님이었다.

 

 “부장 선생님!”

 

 무슨 일인가 싶어 복도로 나갔다.

 복도 끝에 앉아있던 부장 선생님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에요. 윤 선생님?”

  “혹시 6반에 창섭이 있어요?”

 

 그녀는 뛰어왔는지 조금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창섭이요? 잠시만.”

 

 부장 선생님은 빠르게 6반 앞으로 걸어갔다.

 

 “창섭이 있니? 문창섭!!!”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부장 선생님은 6반의 뒷문을 두드리며 창섭이를 찾았다.

 

 “너희 문창섭 못 봤어?”

  “아까 화장실 간다고 나갔어요.”

 

 6반 안쪽에서 누군가 말했다.

 

 “화장실?”

 

 부장 선생님은 그 말에 바로 화장실로 움직였다. 복도를 밝히는 유일한 불빛이 사방을 돌아다녔다.

 

 “창섭이 있니? 문창섭!”

 

 복도에 쩌렁쩌렁한 부장 선생님의 목소리가 퍼졌다. 평소라면 화장실에서 내는 소리가 7반까지 닿을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고요한 복도는 화장실에서 울리는 소리를 이곳까지 끌고 오고 있었다.

 

 “거기 있니!?”

 

 드디어 그를 찾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내 화장실에서 부장 선생님의 손전등에서 나오는 빛을 따라 문창섭이 걸어 나왔다.

 검은 어둠 속 불빛에 비쳐 떨리는 그의 어깨가 보였다.

 

 “창섭아!!”

 

 윤 선생님이 그를 반겼다.

 복도 끝에 흐릿하게 보이는 그의 얼굴에 떨떠름한 표정이 드러나 있었다.

 

 “무슨…무슨 일이에요?”

  “부모님이 오셨어. 빨리 앞문으로 가자.”

  “엄마가요!?”

 

 눈물에 젖어 있던 창섭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잠시 뭘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듯 삐걱대며 움직이다 휴대전화 불빛을 켜 몸을 옮겼다.

 

 “잠시만요!!! 가방 좀 챙기고.”

 

 그는 그러더니 어두운 복도를 가로질러 6반으로 튀어 갔다. 그리곤 이내 가방 하나를 메곤 다시 등장했다.

 

 “빨리 가요.”

 

 그는 마치 부모를 기다리던 유치원생 마냥 밝은 얼굴로 선생님의 인도를 따라 사라졌다.

 그리고 본관 2층은 다시금 침묵에 잠겼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복도로 나와 있던 친구들은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누군가가 부모님을 찾았다는 사실에 시샘이 난 얼굴들이었다.

 

 “엄마 보고 싶어…”

 

 어느새 교실로 돌아와 구석에 쭈그려 앉아있던 주미희가 말했다.

 

 “바깥은 진짜 희망도 없는 거야?”

 

 그녀는 울먹이는 얼굴을 들었다.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부반장이 대신 입을 열었다.

 

 “다시 괜찮아지겠지.”

  “염병한다.”

 

 반장은 엎드린 채 내뱉었다. 주미희는 찌릿 반장을 노려보았다.

 

 “누가 보면 지구가 멸망이라도 한 줄 알겠네.”

  “야 너 왜 말을 계속 그따위로 하냐?”

  “내가 뭐 틀린 말 했냐?”

  “그게 틀린 말이든 아니든 지금 이 상황에 그런 말을 해야겠어?”

  “그럼 시끄럽게 하지를 말던가.”

 

 두 사람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 싸웠다.

 

 “쟤들은 뭐하노. 아 맞다!”

 

 명석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더니 뭔가 생각난 듯 나를 보았다. 그리곤 자기 책상으로 돌아가 가방을 뒤져 충전기를 꺼냈다.

 충전기?

 잠깐 근데 이 상황에 전기가 통하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기도 했다. 하늘에 빛이 사라지고 세상에 보이는 빛이라곤 휴대전화나 손전등에서 나오는 불빛이 전부인 상황에서 전기라니.

 바깥에서 접한 충격적인 풍경에 사로잡혀 그런 상식적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웅아, 충전기.”

 

 그가 충전기를 꺼내 내게 들어 보였다. 흐릿한 불빛 속에 그의 손에 들린 검은 무언가가 일렁거렸다.

 명석이는 그대로 옆에 있던 콘센트에 꽂아 휴대전화에 연결했다. 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 듯 그는 계속 충전기를 꽂았다 뺐다를 반복 했다.

 명석이는 참담한 심정이 담긴 얼굴로 나를 보았다.

 

 “웅아, 우야노, 충전이 안 된다…!”

 

 솔직히 놀랍지도 않았다. 불도 안 들어오는 마당에 전기라니.

 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뱉고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생각해보면 전등에 불도 안 들어오는 마당에 전기가 말도 안 되긴 하지.”

  “와 씨, 생각도 못 했다.”

 

 난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보조충전기는 하나 있다.”

 

 명석이는 가방을 뒤지더니 손바닥 크기의 보조충전기를 꺼내 보였다. 딸각 전원 버튼을 누르자 4칸 중 2개의 칸에 불이 들어왔다.

 

 “충전 안 돼 있네…”

 

 그는 낙담했다.

 

 “씨발 엄마가 보고 싶으면 나가서 찾던가. 여기서 찡얼대지 말고.”

  “말 다 했어?”

  “다 못했는데, 뭐 어쩌라고?”

 

 아직도 반장과 주미희가 한창 싸우고 있었다.

 어떻게 반장은 저렇게 걱정이 없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싸우지 말고…”

 

 부반장과 다른 친구들이 그들 사이에 끼어 중재하려 했지만 두 사람은 이를 갈며 그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싸웠다.

 워낙 자존심이 강한 두 사람이라 아무도 그들을 말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넌 반장으로서 할 말이야?”

  “존나 쫑알거리네. 진짜.”

  “뭐 쫑알?”

  “그럼 씨발 네가 반장 하던가. 너희가 추천하고 너희가 뽑아 놓고 왜 나한테 지랄이야?”

 

 반장은 참다못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흐릿한 불빛 사이로 반장이 이를 꽉 깨문 모습이 보였다.

 그는 툭 건들면 폭발할 듯 조금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지금까지 네 그 좆 같이 앵앵대는 목소리 듣기 싫었는데 겨우겨우 참고 있었거든? 목에서 쇳소리 나오고 싶은 거 아니면 이제 주둥이 닥쳐야 할 거다.”

 

 반장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웅아 말려야 하는 거 아니가?”

  “저걸 어떻게 말려.”

 

 흘깃 반장을 보았다. 그는 흔히 말하는 다혈질의 사내였다. 한 번 화를 내면 화가 풀릴 때까지 눈에 뵈는 건 모조리 부수고 망가뜨리는 일명 사이코패스.

 그가 반장이 된 이유는 단순했다. 가장 친화력이 좋은 친구였으니까.

 반장선거는 인기투표라 그랬던가. 반장은 당시 교실 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친구였다.

 그의 본성을 알게 된 건 그가 반장으로 뽑히고 거의 3달 가까이가 지나서였다.

 평소 장난을 자주 치던 친구가 반장을 화나게 했단 이유로 점심시간 내내 반장은 그 친구를 피떡이 되도록 때렸었다.

 피떡이 된 친구는 보복이 두려워 그 모든 사건을 묻은 채 전학을 갔었다.

 그 이후 교실 내에서 반장을 화나게 해선 안 된다는 불문율이 생겼었다. 화만 내지 않으면 굉장히 쿨하고 재밌는 친구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반장이 지금 화내기 직전의 상태로 최미희를 보고 있었다.

 최미희도 그것을 알아챘는지 알았는지 잔뜩 놀란 얼굴로 자리에 얼어 붙어있었다.

 

 “그…그래도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럼에도 최미희는 지지 않고 내뱉었다.

 

 “와 저 미친년.”

 

 명석이가 감탄을 내뱉었다.

 쿠당탕하며 책상이 넘어졌다.

 반장은 넘어진 책상다리를 잡았다.

 

 “씨발 그냥 아무것도 안 보이고 뵈는 것도 없는데 그냥 너도 뒤지고 나도 뒤지자.”

 

 반장은 책상을 그대로 들었다.

 

 “누가 싸워!!!”

 

 여차하면 주먹을 오갈 것 같은 분위기에 복도에서 쩌렁쩌렁 소리가 울렸다.

 선생님의 목소리에 반장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책상을 바닥에 쾅 던졌다. 그리고는 가까운 의자에 몸을 맡겼다.

 그리곤 터벅터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너희 힘들고 무서운 거 다 알겠는데, 너희까지 그렇게 싸우고 그러면 선생님들 다 힘드니까, 조용히 있어 줬으면 좋겠다.”

 

 어느새 창가까지 다가온 선생님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간절했고, 지친 듯 느껴졌다.

 이 상황에 2층의 6개의 반을 그것도 혼자서 관리하는 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지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이후 교실에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반장은 분노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책상을 다시 세웠다.

 그 날의 작은 다툼은 그렇게 끝이 났다.

 반장과 몇 명은 그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했고, 나머지는 공포에 떨며 잠을 청하거나 조용히 앉아있었다.

 시계가 7시를 가리킬 때쯤 다른 선생님이 나타나 빵과 물을 나눠주고 사라졌다.

 우리는 빵으로 허기를 달랬고, 이후로 다른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가끔 선생님들이 2층으로 들어와 누군가를 찾아 데리고 가는 일은 있었지만 그게 우리에게 해당하는 일은 없었다.

 우리는 그저 모든 게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조용히 첫날의 끝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튿날, 사흗날, 우리의 식량이 바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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