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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용의 아이 따윈 개나 줘 버려!
작가 : 솔커
작품등록일 : 2020.8.3

#본격_여주인공이_다_해_먹는_동양_판타지!

"아이야, 너는 용의 아이란다."

아니, 용의 아이면 축복이나 내려줄 것이지 제물이 웬 말이람?
제물이 될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희진의 이세계 고군분투 생존기!

나는 지금이 왜 고구려인지도 모르겠고, 왜 황태손이 황궁 대신 산골짜기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신관인 주제에 신을 죽이러 가자는 소리나 하는 신관이 옆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야, 너네 진짜 나한테 왜 그러냐?"

과연 희진은 용의 아이라는 운명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15. 비밀스러운 아이 둘 (6)
작성일 : 20-09-04 20:24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6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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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인가.”

 

 

 최 영감은 사색이 된 도영을 우선 자리에 앉힌 뒤 그릇에 물을 따라 내밀었다. 어찌나 급하고 중한 일이었던지 도영은 최 영감이 내민 물조차 마다하며 입을 열었다.

 

 

 “신관이, 신관놈들이 아이를 찾고 있다 합니다.”

 

 

 최 영감이 허탈한 얼굴로 물그릇을 내려놓고 뾰족한 목소리를 내었다.

 

 

 “고작 그깟 일로 이리 수선을 떨었단 말이냐?”

 

 

 도영은 고개를 내저으며 재빨리 최 영감의 말을 가로챘다.

 

 

 “예삿일이 아닙니다. 온 나라 구석구석 직접 소신관들과 대신관들이 돌아다니며 아이란 아이는 죄 만나고 있다 합니다! 이대로는 마마님께서도 언제 저들의 손에 노출될지 모릅니다!”

 

 

 그제야 최 영감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가만히 있던 신전 놈들이 갑자기 왜 이 난리를 부리는 것이야. 황제가 무언가 눈치를 채고 신전을 충동질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최 영감은 시름에 찬 얼굴로 눈을 감고 손끝을 매만지며 셈을 굴렸다. 도통 어찌 된 일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는 새 숨을 돌린 도영이 새로운 정보를 쏟아냈다.

 

 

 “사라진 용의 아이를 찾기 위함이라고 말은 하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더 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최 영감은 바닥을 내리치며 분개했다.

 

 

 “그놈의 용의 아이!”

 

 

 용의 아이. 이 모든 일의 시작에 용의 아이가 있었다. 황제와 황태자의 사이가 멀어지게 된 것도, 그 사이에 신전이 끼어들어 두 사람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게 되었던 것도 모두 두 사람의 싸움의 발단이 용의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신전 놈들은 대체 무얼 하는 게야! 제물이랍시고 온 나라 아이들을 박박 긁어갈 땐 언제고,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잃어버리기나 하고! 도대체 뭘 하는 놈들이란 말이야!”

 

 

 최 영감의 노기 어린 고함이 이어졌다. 그의 가슴 깊숙이 자리하고 있던 분노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 탓이었다. 그깟 아이 하나 때문에 이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솟구치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영감님.”

 

 

 도영은 손을 내밀어 벌벌 떨리는 최 영감의 손을 붙잡았다. 최 영감은 눈을 감고 연거푸 긴 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 봐도 마음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화만 더욱 들끓을 따름이었다.

 

 

 “도영아.”

 

 “예, 영감님.”

 

 

 힘없이 갈라진 최 영감의 목소리에 마지못해 대답하며 도영은 쓰린 속을 삼켜냈다. 어찌하여 영감께서 이 모든 고초를 감내하셔야만 한단 말입니까. 그깟 황명이 무엇이라고, 유언이 무엇이라고. 그는 티가 나지 않도록 제 옷자락을 꽉 쥐었다. 갈빛의 옷자락이 그의 손 안에서 엉망으로 구겨졌다.

 

 

 “너라면 어찌하겠느냐?”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였다. 어찌 지치지 않으셨으려고. 도영은 치미는 속상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놓은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감히 무엇을 알겠습니까. 저는 그저 영감님의 뜻에 따르고자 할 따름입니다.”

 

 

 최 영감은 머리끈을 풀어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확신이 잡히지 않았다. 짙은 안개 속에서 헤매는 기분이었다. 지끈거리는 이마를 문지르며 눈을 감은 그가 한층 더 낮아진 목소리를 냈다.

 

 

 “이 근처까지 신관이 온 것이냐.”

 

 

 도영은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것만을 들었습니다. 아마 예까지 당도하려면 시일이 꽤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 영감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지금은 물을 쏟은 이를 탓할 게 아니라 물을 닦을 방도를 찾기 위해 애써야 할 때였다.

 

 

 “마을에 종종 들러야 할 듯싶구나.”

 

 “영감님.”

 

 

 지친 기색만이 가득하던 최 영감의 눈빛이 점차 날카로운 빛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겨야 하는 법. 이곳이 아이들로 넘쳐난다면 어느 아이가 있어도 이상할 일이 없지 않겠느냐?”

 

 

 도영은 잠시 최 영감의 말을 곱씹었다. 아이가 많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라면 이곳에 아이들을 더 들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던가. 놀란 도영의 눈빛에 최 영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내 말년에 구휼 사업이나 해 볼까 하여 말이다. 감히 내가 그러한다 하는데 그 누가 말리려고?”

 

 

 최 영감은 한쪽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척하니 팔을 올린 채 왼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말아 올렸다. 도영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번져갔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다른 이도 아닌 영감님이 한다는 일에 어찌 누가 토를 달 수 있으려고. 이 대고구려에서 어르신을 넘어 유일하게 영감님의 자리에까지 오른 단 두 사람 중 한 사람이었으니, 신관 따위가 감히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비어있는 방들을 정돈토록 하겠습니다.”

 

 

 도영은 가타부타 말을 얹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최 영감은 묵묵히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저 이도 참으로 딱한 아이인 것을. 어찌하여 제 주위엔 이리도 사연이 많은 이들만 모였단 말이야. 최 영감의 짙은 한숨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온 바닥을 메울 듯 퍼지는 한숨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이어졌다.

 

 

 

 

 

 

 * * *

 

 

 

 

 

 

 희진의 손을 따라 빨래터에 도착한 경은 제 예상보다 아름다운 풍경에 멍하니 선 채 한참을 바라보기만 했다. 황궁에서도 이처럼 아름다운 곳은 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기 때문이겠지. 희진은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경의 얼굴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저 흔하디흔한 계곡의 풍경일 뿐인데 그토록 귀한 집에서 자라 놓고 고작 이런 것에 놀라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예쁘죠?”

 

 

 희진의 물음에 경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야트막한 높이로 떨어지는 계곡물, 넓은 폭으로 조용히 흘러가는 냇물, 그리고 널찍한 바위들과 그 곁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색색의 들꽃들까지.

 

 

 “무릉이 있다면 예가 그곳이겠구나.”

 

 

 경의 중얼거림에 희진이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

 

 

 “도원이 있다면 그곳은 저 건너편이려구요?”

 

 

 경은 놀란 얼굴로 희진을 바라보았다. 고려국사도 읽을 줄 모르는 아이가 무릉도원은 어찌 아는 것인지. 경은 그제야 최 영감이 왜 그토록 저 아이만 보면 답답해하고 또 놀라는지 알 것 같았다. 정말 알면 알수록 이상한 아이였다. 보편적인 기준으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아이기도 했다.

 

 

 “너는 이곳이 무섭지도 않더냐?”

 

 

 난데없는 경의 질문에 희진은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는 듯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왜요?”

 

 

 정말로 모르겠다는 말투였다. 희진은 뚱한 얼굴로 널찍한 돌 위로 털썩 주저앉아 흐르는 냇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당황한 쪽은 도리어 경이었다. 그게, 그러니까, 아무도 모르는 산속 깊은 곳에 죄 모르는 이들과 함께 있는데 어찌 무섭지 않단 말이야. 하지만 더듬더듬 이어지는 말은 입밖으로 쏟아지지 못했다. 희진은 작은 돌 하나를 주워 냇물 위로 힘껏 집어 던졌다. 조용히 흘러가던 물결 위로 작은 파문이 일렁인다.

 

 

 “안 무섭다면 거짓말이겠죠.”

 

 

 담담한 목소리였다. 경은 빤히 희진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 아이였다.

 

 

 “근데 어쩔 수 없잖아요? 저는 당장 갈 곳이 없는데 먹여주고 재워주신다면 어이쿠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야죠.”

 

 

 당장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고작 그런 게 이유가 된다니. 경은 도무지 희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희진은 작은 돌 하나를 더 던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원래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몸이었거든요.”

 

 

 희진은 물결치는 냇물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오기 전, 하루가 머다하고 쓰러지던 자신의 과거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경에게는 전혀 다른 뜻으로 와 닿는 말이었다.

 

 

 “힘들었겠구나.”

 

 

 마치 저를 이해한다는 듯한 경의 목소리에 그게 아니라며 해명하려던 희진은 이내 마음을 고쳐 먹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의 오해를 풀어줄 만한 설명을 할 자신도 없었거니와, 저 말괄량이가 이참에 자신을 안쓰럽게 여겨 조금이라도 살랑거린다면 저에게도 좋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아, 참. 꽃을 꺾자고 했었죠?”

 

 

 희진은 경을 돌아보며 환히 웃었다. 조금 전의 그늘진 목소리와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물결에 반사된 햇살이 맑은 얼굴에 부딪혀 반짝임을 빚어냈다. 경은 그 순간 진심으로 희진이 반짝거린다고 생각했다. 생기발랄한 모습, 화사한 미소, 당돌한 성품. 참으로 밝은 아이.

 

 

 “너 말이야.”

 

 “잔소리라도 할 거면 관두쇼. 그런 거 듣자고 여기 온 거 아니니까.”

 

 

 팔짱을 끼고 자세를 잡는 경의 모습에 희진은 부루퉁한 모습을 돌 위로 대자로 드러누우며 떠벌댔다.

 

 

 “아이고, 기껏 이곳까지 모셔왔더니 한다는 말이 잔소리란다! 불쌍한 내 팔자야!”

 

 

 경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체 저 녀석은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저리 방자하게 구는 것인지. 아니, 이쯤되면 알 법도 한데. 얼마전 우는 모습을 들켰던 일이 떠오르자 경의 목덜미가 붉어졌다. 경은 괜히 목덜미를 박박 긁으며 희진이 누운 바위 위로 조심스레 올라섰다.

 

 

 “와.”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었다. 위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아래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희진은 슬쩍 고개를 들어 흐뭇하게 경을 바라봤다.

 

 

 “여기서 보니까 더 예쁘죠?”

 

 

 희진의 넉살에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조금 위에 올라섰을 뿐인데 보이는 풍경은 천지 차이였다.

 

 

 “낮은 곳에 있을 때만 보이는 게 있고, 높이 올라가야만 보이는 게 있고. 세상 사는 게 다 그런 거죠.”

 

 

 야무지게 양팔을 머리 뒤로 받친 채 누워서 눈을 감은 희진의 입에서 나온 말에 경은 의외라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럴 때 보면 저보다 어린 아이가 아니라 최 영감과 동년배는 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경은 눈을 흘기며 희진을 바라봤다.

 

 

 “네놈, 설마 구미호라도 되는 것이냐?”

 

 

 희진은 허공에 발을 뻥 차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 거 이 동네 사람들은 창의성이 없어. 안 그래도 최 영감님이 맨날 그 얘기 하시거든요? 내가 진짜 구미호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아니, 뭔 말만 하면 구미호 타령이야!”

 

 

 희진은 이리저리 발을 굴러대며 울분을 토해냈다. 조막만한 발을 이리저리 차대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던지라 참고 참으려던 경의 입에서 기어코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웃겨요? 지금 제가 웃겨요? 에휴, 저도 제가 웃깁니다. 웃겨요. 내가 진짜 어쩌다 이런 곳에 떨어져가지고는.”

 

 

 희진은 죄 없는 제 다리를 짝 소리가 나도록 내려치며 입맛을 다시고는 중얼거렸다. 경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떨어져?”

 

 

 희진은 할 수만 있다면 제 입을 때리고픈 심정이었다. 이 알 수 없는 고구려 땅에 떨어진 지 어언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정신을 못 차리다니. 이러니 이 집 사람들이 저를 허구한 날 구미호 취급이나 해대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 그게, 눈 뜨고 보니까 이 집 창고던데요? 그러니까 제 입장에서는 여기 떨어진 게 맞죠.”

 

 

 희진은 임기응변을 발휘해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으니까. 경은 의외로 그 말에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웬일이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긴, 나도 눈을 뜨니 이곳이긴 하였다. 마지막조차 지켜드리지 못하다니, 이런 불효가 또 어딨으려고.”

 

 

 경의 목소리가 점점 씁쓸하게 가라앉았다. 희진은 제 생각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그날 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그 밤 황궁에 번졌던 불은 경에게서 모친을 앗아간 게 분명했다.

 

 

 “불효가 달리 불효겠습니까. 잘 사는 게 효고, 못 사는 게 불효지요.”

 

 

 타령이라도 읊는 듯한 희진의 목소리에 경이 잔뜩 가시를 세우며 소리쳤다.

 

 

 “네까짓 놈이 무얼 안다고 난리야!”

 

 

 희진의 발언은 그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그가 잔뜩 움츠러들 밖에. 희진은 무심한 얼굴로 몸을 일으켜 세운 채 경을 바라봤다.

 

 

 “저기요, 경님. 생각 좀 해 보세요.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게 아름답고 행복해야 나도 보람을 느끼고 행복하지 않겠어요? 그게 맨날 울상으로 죽네, 마네 하고 있으면 내가 걸었던 모든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게 되잖아요. 사랑이든, 미래든, 돈이든. 그럼 얼마나 불행할까요. 그러니까 결국 잘 사는 게 효인 거죠.”

 

 

 따박따박 이어지는 희진의 말에 경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돌렸다. 냇물은 하염없이 흐르고 또 흐르고 있었다. 한참을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던 경이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시간이 흐르면, 아픔도 저리 기억 저편으로 떠내려가 사라질까?”

 

 

 희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경의 등을 툭툭 쓰다듬었다.

 

 

 “경님. 경님이 태어날 때 얼마나 아팠는지 기억이나 하십니까?”

 

 

 뜬금없는 희진의 말에 경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를 바라봤다. 햇살 아래 까만 눈물점이 반짝였다.

 

 

 “아이가 태어날 때는 엄청난 고통을 뚫고 나온다고 해요. 근데 경님도 나도 그거 하나도 기억 안 나잖아요. 그러니까 시간이 흐르면 지금 아프고 힘들었던 것들도 그렇게 될걸요?”

 

 “허. 내가 네놈 말을 어찌 믿으려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경은 희진의 손길에 조금 더 제 등을 가까이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희진의 입가에 걸린 웃음이 짙어졌다. 에라, 이놈아. 이 누나가 너보다 살아도 십 년은 더 살았어요. 으이구, 귀여운 자식. 희진은 경의 등을 토닥이며 대꾸했다.

 

 

 “예, 예. 맘대로 생각하세요. 저는 그냥 알려만 드린 겁니다.”

 

 

 경은 그 후로도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희진의 손길을 거부하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돌처럼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해가 저물어 갈 즈음이었다. 희진은 돌 위에 웅크린 채 잠에 빠져든지 오래였다. 경은 잠든 희진의 얼굴 위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중얼거렸다.

 

 

 “내게 너같은 동생이 있었더라면, 이리 할 말을 다 할 줄 아는 아이가 있었더라면. 아니, 적어도 나라도 그리했다면 우리도 조금은 행복했었을까.”

 

 

 낮은 경의 목소리 위로 붉게 물들기 시작한 하늘 속으로 노을이 내리깔리고 있었다. 산채의 하루가 또 이렇게 저물어 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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