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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블러드 블러드 호라이즌(Blurred Bloods Horizon)
작가 : 문태형
작품등록일 : 2016.9.6

─나는, 그녀만을 위한 기사가 된다.

신화, 전설, 마법, 무술이 공존하는 숨겨진 세계에, 단 한 소녀만을 위해 발을 들인다!

 
2화
작성일 : 16-10-22 01:58     조회 : 352     추천 : 0     분량 : 5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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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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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들어오세요.”

 

  반 전체가 두근두근 거리는 심정으로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또한 이번엔 기류에 편승해서 조금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전학생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드륵.

 

  전학생이 들어오자 교실엔 적막이 내려앉았다. 두근두근하던 심장은 쿵쿵 가슴을 내리치며 빨리 내보내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전학생이 숨 쉴 수조차 없이 예뻐서?

 

  완벽에 가까운 초 미남이어서?

 

  아니었다.

 

  그것은 학생이라기보다는, 정체불명의 무언가였다.

 

  구릿빛 피부가 굴곡지며 안에 존재하는 근육의 우람함을 뽐냈다. 핏줄이 불거지며 곧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거기에 목과 어깨 사이의 불룩하게 튀어나온 삼각근을 타고 내려오며 가뜩이나 큰 덩치를 더 위협적으로 만드는 대흉근. 이두근, 삼두근, 복근!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그 모습이 교실에 침묵을 강요했던 것이다!

 

  고요함 가운데 누군가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담임은 억지 미소라는 게 훤히 보이는 웃음을 짓고서 입을 열었다. 이 침묵을 깨고 이야기를 진행하겠다는 그 의지에 마음속에서 미묘한 응원심이 꿈틀거렸다. 다른 녀석들도 기대감에 찬 눈동자로 담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그냥 어서 소개해서 넘기는 거다. 우리를 이 중압감 속에서 구해줘!

 

  하지만 그녀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듣는 능력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그럼. 자기소개해주겠니? 아, 아니 해주시겠어요?”

 

  그녀는 우리의 기대를 짓밟으면서 도저히 우리 또래로 보이지 않는 전학생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말씀 편하게 해주십시오. 레이디.”

 

  그제서야 근육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툭 튀어나온 이마와 광대, 전체적으로 서구적인 얼굴, 아니, 서양인?

 

 “제 이름은 알렉스 바커스. 영국 출신 교환 학생입니다. 그리고....... 잡아 먹지 않으니 겁 먹을 필요 없습니다.”

 

  알렉스는 유창한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했다.

 

  생김새대로 역시나 그는 서양인이었다. 덩치에 겁 먹은 우리를 안심시키려는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는 그 모습에 조금은 경계를 풀었다.

 

  하지만 경계를 푼 것과 그의 육체를 보며 알 수 없는 위압감에 몸이 움츠러드는 것은 별개였다.

 

  서양인이 아무리 동양인보다 빨리 성장한다지만 저 나이에 저 얼굴이라니. 게다가 저 근육들은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겉으로만 봐도 가히 수 년을 보디 빌딩에 바친 것 같았다.

 

  알렉스의 소개가 끝나고, 담임은 새 전학생이 앉을 자리를 고심했다.

 

  “한국말이 능숙하구나. 그런데 알렉스는 어디에 앉아야 하려나.......”

 

  담임의 말에 짝이 있는 녀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반대로 홀로 앉아있는 녀석의 표정이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말했지만 혼자 앉아있는 건 나 혼자였다. 알렉스는 내 옆자리로 다가왔다. 성큼성큼 걸어와 의자를 당기고 육중한 몸을 앉혔다.

 

  “안녕?”

 

  “...안녕.”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하하하!”

 

  알렉스가 유쾌하게 웃었다. 난 고개를 모로 돌리며 그에게 보이지 않도록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

 

  “하. 하. 하.”

 

  옆에 붙어 있는 알렉스의 존재감이 잠에 드는 걸 방해했다. 자려고 고개를 숙이면 목을 잡아 곧추세우며 “하하하! 깨워줘서 고맙지? 감사 인사는 됐어.”라고 말할 것 같았다.

 

  결국 난 오전 수업 내내 정자세로 수업을 들었다.

 

  간간히 알렉스가 수업 내용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모르는 걸 대체 어떻게 대답한단 말인가?

 

  지쳤다. 난 천적과 마주한 초식 동물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점심시간조차 알렉스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호쾌하게 웃으며 같이 먹자고 하는 그를 거부할 수가 없었다. 평소 함께 밥을 먹던 유진이 날 보며 히죽 웃더니 빠른 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런, 이런. 새 친구와 우정을 쌓는데 방해할 수는 없지.”

 

  “오, 정말 배려심이 깊군!”

 

  ‘이, 배신자.......!’

 

  내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말을 속으로 곱씹었다.

 

  밥을 먹는 동안 수많은 눈들이 이쪽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난 정신이 피폐해짐을 느끼며 수저를 들었다. 알렉스는 신경도 쓰지 않는지 정말 맛있게 밥을 퍼먹고 있었다.

 

  가리는 음식도 없나. 서양인 맞아?

 

  “현일.”

 

  알렉스가 밥을 먹다 말고 나를 불렀다.

 

  “응?”

 

  “혹시 운동같은 거 하나?”

 

  알렉스의 시선이 내 몸을 훑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건가? 내가 국을 떠먹으며 대답했다.

 

  “아아, 옛날부터 꾸준히 해왔지. 작년까지만 해도 검도부에 있었기도 했고.”

 

  “작년까지? 지금은 나온 건가?”

 

  “응, 생각보다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흠.”

 

  건방지게 들릴지도 몰랐지만 사실대로 말했다. 알렉스의 얼굴이 호기심으로 물들었다. 그 부담스러운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밥을 빠르게 흡입하고 일어섰다. 알렉스도 허겁지겁 밥을 입에 밀어넣고 따라나섰다.

 

  오후 수업은 의외로 빠르게 지나갔다. 영어 수업 때는 알렉스가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내면서 몇몇 반 친구들과 가까워졌다. 계속 그렇게 다른 녀석들과 대화하면 될 것을. 알렉스는 내 옆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나는 종례 후 잽싸게 학교로부터 탈출했다. 뒤에서 알렉스가 붙잡을 것 같은 느낌에 시내가 보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나마 내일은 축제였기에 망정이지. 내일까지도 오늘처럼 지내게 됐다면 부담스러움에 익사했을 것이다. 왠지 모르게 곰의 과한 애정표현으로 인해 죽은 사람에 관한 기사가 떠올랐다.

 

  하루동안 봐온 결과 알렉스는 나쁘지 않은 성격이었다. 매사에 쾌활하고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거리낌 없이 다가온다. 다른 이였으면 분명 그와 친구가 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하고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싫은 게 아니다. 그저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나는 상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어느새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었다. 시내에 가까이 왔다는 증거였다.

 

  보통 학교가 끝나면 난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었다. 이리저리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거나, 혼자 게임장에 박혀서 시간을 떼우는 것이 보통이었고, 어쩔 때는 유진과 함께 밥도 먹고 쇼핑을 하기도─다르게 말하면 짐꾼─했다.

 

  오늘은 유진과 함께 나오지 않았다. 다급하게 나온 탓도 있지만 혼자서 마음을 안정시켜줄 간식 따위를 먹고 싶었다. 얼마 전에 중심 사거리에 생긴 디저트 가게가 떠올랐다.

 

  사거리로 향하는 횡단보도의 가장자리에 섰다. 여러 사람들이 그 주변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무언가 바쁜 모습으로 뛰어다니는 사람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

 

  수다를 떨며 신호등의 불빛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나는 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말하길, 기주지체(氣主之體).

 

  그는 나에게 이 특수한 체질이 사람들의 몸에 있는 기를 느끼며,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다스리기까지 할 수 있다는, 무술인들이 더없이 바라는 체질이라고 했었다.

 

  어릴 적의 나는 이것을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성장하고나서, 나는 기주지체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지 여실없이 깨닫고 있었다.

 

  기(氣)란, 사람들의 몸에 있는 생명력 그 자체.

 

  난 그 생명력을 눈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담겨져 나오는 행동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요컨대, 만약 대련을 한다고 치면 상대방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도 움직이고, 그것을 볼 수 있는 난 상대보다 한발짝 먼저 움직여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그야말로 반칙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평상시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능력이기도 했다. 길가다가 툭하면 싸움이 붙는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사람 구경하는 용도에 쓰는 정도였다.

 

  기주지체에 대해 알고 있는 이가 지금 나를 본다면 한심함에 뒷목을 잡을 지도 몰랐다.

 

  삐─

 

  신호가 초록빛으로 변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넜다. 나도 그들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고 디저트 가게를 찾아 두리번 거렸다.

 

  아무래도 이쪽은 없는 모양이다.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주변을 돌아 다니기로 마음 먹었다.

 

  ‘이 부근에서 오른쪽으로 돌면서 봤던 것 같은데.’

 

  빠른 걸음으로 코너를 돌았다. 그런데 그때, 미미한 충격이 느껴졌다.

 

  “앗.......”

 

  말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내가 누군가와 부딪혔음을 알아챘다. 서둘러 아래쪽을 바라보니 주저 앉아 있는 붉은 머리의, 작은 소녀가 보였다. 그녀에게 손을 뻗으려다가 나도 모르게 멈칫하고 말았다.

 

  한순간, 시야가 마비됐다.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거대한 기의 파도였다.

 

  보이지 않는 파도에 휩쓸려 팔다리를 허우적댔다. 숨이 턱 막혔다. 온 몸을 짓누르는 압박에 시야가 흐려졌다.

 

  하지만 허무하게도, 그 기는, 다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스스로 일어선 소녀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허용치를 넘은 기의 흐름을 목격한 뇌가 지끈거렸다. 머리를 부여잡았다. 소녀가 쳐다보고 있는 걸 알았지만 손을 내릴 수가 없었다. 벌레가 머리 속에 알을 깐 것 같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머리를 감싸쥐던 팔을 내렸다. 아니, 한참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느꼈다.

 

  “괜찮느냐?”

 

  소녀가 나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남들 눈엔 분명 혼자서 지랄하는 미친 놈으로 보일 터였는데, 소녀는 그런 나한테서 도망치지 않고 걱정하고 있었다. 순수한 걸까, 아니면 내가 진심으로 걱정된 걸까?

 

  소녀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갔다. 난 아차 하는 마음에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오빠는 괜찮단다. 너야말로 나 때문에 넘어진 것 같은데, 다친 덴 없어?"

 

  "내가 넘어진 건 그대의 잘못이 아니다. 내 실책이지."

 

  소녀가 대답했다.

 

 .......왠지 '오빠는'이란 부분에서 미간이 찌푸려지는 걸 본 것 같은데.

 

  소녀는 초등학생 뻘로 보였다. 붉은 머리는 그저 특이하게 염색한 건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순수 적발이었다. 인종은.... 서양인인가? 피부는 하얀데 이목구비가 동양적이라서 구분이 헷갈렸다.

 

  내가 흥미를 느끼며 질문했다.

 

  "너 서양인이야?"

 

  "나? 나, 나는......."

 

  소녀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다는 듯 두 눈을 깜빡였다.

 

  이상한데? 이게 당황할 만한 질문이었나?

 

  예상치 못한 소녀의 반응에 눈썹을 모았다.

 

  "...서양인이다."

 

  "그럴 줄 알았어. 한국말 잘 하네?"

 

  우물쭈물한 것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지만 곧 신경을 껐다. 서양인이라는데, 모르는 단어가 있어서 당황한 걸 수도 있지. 오히려 그녀의 나이에 이만큼이나 한국어가 유창한 게 굉장한 거였다. 말투도 부모 중에 한국 사극을 즐겨보는 이가 있다면 해명이 되었다.

 

  서양인 하니 문득 알렉스가 생각났다.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 만나는 것도 처음인데 하루에 두 명씩이나 만나다니.

 

  소녀에게 "잘 가렴."하고서 디저트 가게에 들어가려는데. 소녀는 그 자리에 박힌 듯 움직일 기색이 없었다. 아까 나와 부딪혔던 코너에서 그대로.

 

  혹시 아까 부딪혔을 때도 계속 저러고 있어서 였을까? 나는 나도 모르는 새 소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누구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글쎄."

 

  애매한 대답. 나는 다시 질문했다.

 

  "혹시 부모님이랑 같이 왔어?"

 

  "아니."

 

  소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부모는 없다."

 

  그 말에 내가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내가 민감한 걸 물은 걸까? 소녀의 표정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언제부터 여깄던 거야? 집은?"

 

  "있지만....... 돌아갈 수 없다. 나는 그곳에서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다."

 

  "혹시, 가출?"

 

  소녀의 괴상한 어법을 내 나름대로 해석했다. 하지만 그럴리가 없지. 무슨 초등학생 애가 가출을...

 

  "가출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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