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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죽이기
작가 : 나드리
작품등록일 : 2016.8.30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마법사 이야기.

 
작전-2
작성일 : 16-10-22 00:53     조회 : 380     추천 : 2     분량 : 5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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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렴. 우리 짐 덩이.”

 

  루더는 간밤의 사건이 없었던 것처럼 엘라를 깨웠다. 침낭에서 빠져나온 엘라는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며 일어났다. 바깥에서 하이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와서 식사해!”

  “지금 가!” 루더는 그렇게 외치곤 엘라에게 속삭였다. “어제 일은 비밀이다. 그리고 옷 갈아입고. 그 꼴로는 수도는커녕 거지들 사이에서도 쫓겨날 거다.”

 

  엘라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더가 나간 자리엔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를 열자 하이젤이 입는 것과 같은 종류의 드레스가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다. 엘라는 옷을 들었다.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옷을 벗었다. 마른 살이 드러나자 엘라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희고 부드러운 살결은 어디에도 없었다. 뼈에 달라붙은 가죽과 푸석푸석한 피부가 전부였다. 엘라는 자신의 달라진 모습에 순간 넋을 잃었다.

 

  “안 나오고 뭐 해?”

 

  루더가 엘라를 불렀다. 정신이 든 엘라는 더듬더듬 드레스를 입었다. 어색한 옷매무새를 다듬고 밖으로 나오자 쏟아지는 햇살이 살을 찔렀다. 루더가 두 팔을 벌리며 외쳤다.

 

  “수확의 시기에 이토록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해야 하다니. 난 정말 재수가 없어.”

  “여보!” 하이젤이 쏘아붙였다. “헛소리 그만하고 식사나 하지?”

  “예, 남작님.” 루더가 툴툴거렸다. “알아서 모셔야지요.”

 

  하이젤은 속이 답답한 듯 가슴을 두드렸다.

 

  “대체 누굴 닮아서 저런담.”

  “이봐, 하디.” 루더가 스튜 냄비 앞에 놓인 간이 의자 위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예, 주인님.” 하디가 대답했다.

  “여유와 농담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마.”

  “애가 넷입니다. 주인님.”

  “대체 언제 그렇게?” 루더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여유가 있을 때마다 농밀한 대담을 즐겼지요.” 하디가 실실 웃었다.

  “멋지군! 훌륭해!” 루더가 박장대소했다. “자넨 내 뒷바라지나 할 인물은 아니야.”

 

  그때, 하이젤이 루더의 등을 때리며 말했다.

 

  “물론 아니지. 아침부터 어린 애가 보는 앞에서 시답잖은 농지거리나 하고.” 하이젤이 하디를 쏘아봤다. “하디!”

  “예, 마님.” 하디가 정중하게 예를 갖춰 말했다. 하지만 과장 된 티가 역력했다.

  “식사 마치자마자 출발할 테니 미리 준비해두세요.”

  “예, 알겠습니다.”

 

  하디가 떠나자 엘라가 자리에 앉아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저 때문에 너무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맞아, 얘가 이래봬도 열여덟이라고? 알 건 다 알 나이란 말이지.” 루더가 바지에 흘린 스튜를 손으로 문질러 닦으며 말했다.

  “제발, 여보.” 하이젤이 루더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귀족이면 귀족답게 굴어. 엘라하고 다닌 이 주 동안 고상한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여 준 적 없잖아.”

  “귀족답게라.” 루더가 더러워진 손수건을 보며 말했다. 그리곤 엘라에게 말했다. “엘라.”

  “예, 남작님.”

  “귀족다운 건 이 손수건 같은 건가?”

  “예?”

  “이 손수건 꽤 비싼 거란 말이야. 내가 귀족 중에선 매우 가난한 편이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값나가는 물건은 좀 있거든. 이 손수건도 그중 하나고.”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하이젤이 지친 표정으로 루더에게서 손수건을 빼앗았다. 하지만 루더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엘라, 값비싼 손수건도 결국 손수건일 뿐이야. 음식물을 닦고 눈물, 콧물을 훔치는 게 고작이지. 뭐, 급할 땐 엉덩이도 닦을 수 있겠군.”

  “엘라, 듣지 말렴. 이런 헛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간 속이 얹힐지도 몰라.” 하이젤이 진절머리를 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엘라는 루더의 말에 빠져들었다. 루더는 말을 이었다.

  “네가 앞으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하난 명심해라. 제아무리 무섭고 대단해 보이는 손수건일지라도.” 루더가 남은 스튜를 들이켰다. “고작 손수건일 뿐이야.”

  그 순간, 말을 마친 루더가 자리에서 넘어졌다. 넘어진 루더 앞에는 하이젤이 씩씩거리고 있었다.

  “가서 준비나 해!”

  “예!” 흙투성이가 된 루더는 벌떡 일어나 짐을 꾸리는 하디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면서 엘라에게 외쳤다.

  “봤지? 귀족도 마누라한테 맞으면서 산다고!”

  “어휴, 저 천치.” 하이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안해, 엘라. 정신없었지? 좋은 옷도 입었는데 말도 못 해주고. 너 정말 예뻐!”

  “아니에요.” 엘라가 미소 지었다. “옷이 좋아서 그렇죠. 그나저나 부인께서 왜 결혼하셨는지 알 거 같아요.”

  “어머, 그래?” 하이젤이 짐짓 놀란 척했다.

  “예. 남작님은 겉으로 보기엔 경박해 보이고…….” 그 말을 하며 엘라는 조심스럽게 하이젤을 바라봤다. 하이젤은 괜찮다는 듯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라가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을 비꼬는 말만 하시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그건 남을 비하하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말은 아니에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하이젤이 엘라에게 스튜 담은 그릇을 건넸다.

  “예.” 엘라가 그릇을 받았다. “표현은 좀 거칠게 하시지만, 남작님의 마음은 충분히 전달됐어요. 제게 도움이 될 조언을 해주고 싶으셨던 거죠.”

  “하긴. 저 이는 늘 그렇지.”

 

  하이젤이 스튜를 떠 한입 물었다. 엘라는 그 모습을 보며 늘 그랬던 것처럼 감탄했다. 우아한 귀족의 방식이었다. 루더는 더러운 손수건을 귀족에 비유했지만 하이젤의 기품은 그런 데 비할 수 없었다. 엘라는 하이젤을 볼 때마다 루더와는 또 다른 풍모를 느꼈다. 그것은 같은 옷을 입었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거 아니? 저 이, 사실 하디 자식이 몇이나 되는지 알고 있었어.”

  “그런가요?”

  “하인이라고 해서 혼자 떨어져 일만 하는 걸 두고 보지 못한 거지. 물론 너무 적나라한 대화를 하는 통에 내가 쫓아냈지만.”

 

  하이젤이 씩 웃자, 엘라도 따라 웃었다. 그들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은 루더가 했던 우스꽝스러운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엘라.”

 

  별안간 하이젤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이제 반나절만 더 가면 수도야.”

  “예,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이젤이 엘라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상처 입을까봐 물어보지 않았어. 하지만…… 너처럼 예쁘고 어린 여자애가 홀로 다니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야. 괜찮다면 네가 무슨 일을 겪었었는지 말해 줄 수 있겠니?”

 

  엘라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그리고 전 혼자가 아닌걸요.”

 

  하이젤은 이엘의 시체가 놓인 짐마차를 흘끗 바라봤다.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네 동생이 널 보호해 줄 순 없잖니.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네 동생 때문에 네가 피해를 볼 수도 있어.”

 

  하이젤의 말을 들은 엘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하지만 남작님과 마님을 끌어들일 수는 없어요. 저 때문에 피해를 보실 수도 있으니까요.”

 

  엘라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하이젤의 표정은 더욱 굳었다.

 

  “절대 말할 수 없는 일이니?”

  “예. 저 혼자서 해결해야 할 문제고, 그래야만 해요.”

  “그래, 그렇다면…….”

 

  하이젤이 엘라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이젤의 치마에 수 놓인 장식들이 눈부시게 빛났다. 하이젤이 말을 이었다.

 

  “묻지 않고 도와주는 수밖에.”

  “그게 무슨…….”

 

  어안이 벙벙해진 엘라가 하이젤을 올려다봤다. 하이젤이 하얀 이가 드러날 정도로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널 그냥 보낼 순 없어. 언제든 떠나도 좋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 돼.”

  “그, 그건 말도 안 돼요. 제가 나쁜 일을 저지르려는 거 라면요?”

  “내가 이 주 동안 가만히 있었다고 생각하니?” 하이젤이 속상한 척하며 엘라에게 손을 뻗었다. 엘라가 하이젤의 손을 잡았다. “내가 데려가자고 했으니 쭉 지켜봐왔어.”

 

  하이젤이 엘라를 당겼다. 엘라는 일어섰다. 하이젤은 엘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넌 착한 아이야. 늘 떠날 궁리를 하고 있었지. 우리를 끌어들이지 않으려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하이젤의 말이 엘라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 “수도가 가까워질수록 긴장한 티가 역력하더구나. 뭐, 그게 배신의 징조이니 뭐니 할 수도 있겠다만” 하이젤이 피식 웃었다. “그건 연극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니까.”

 

  하이젤은 엘라의 진줏빛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널 믿어. 네가 우리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지.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네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법이야. 우리도 결코 좋은 일로 수도에 찾아가는 건 아니거든.”

 

  그때, 하디가 다가와 하이젤에게 물었다.

 

  “출발 준비 다 했습니다. 식기구만 치우면요.”

  “어머, 미안해요, 하디.” 하이젤이 한 발짝 물러서며 말했다.

  “아닙니다, 마님. 남작님께서는 이미 마차에 올라 계십니다.”

  “고마워요, 하디.”

  “별말씀을.”

 

  하디는 꾸벅 인사하곤 식기구를 챙겼다. 엘라가 도우려 하자 하디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말씀 나누세요. 아씨. 그게 아씨가 할 일입니다.”

 

  하이젤은 엘라의 손을 잡아끌었다. 마차를 향해 걸어가며 하이젤이 엘라에게 속삭였다. 하이젤의 숨결이 엘라의 귀를 간질였다.

 

  “네가 일부러 우리를 해할 의도가 없다면, 우리가 널 돕는 게 뭐가 문제겠니?”

 

  하이젤은 엘라를 마차에 먼저 태웠다. 루더는 졸고 있었다. 엘라는 조심스럽게 루더의 건너편 자리에 앉았다. 하이젤이 루더 곁에 앉으며 말했다.

 

  “대신 우리가 필요할 때 네가 도와주면 어떨까? 그러면 부담 없겠지?”

 

  엘라는 생각했다. 이 부부는 정말 닮았구나. 귀족이 되면 나도 이렇게 타인을 위할 수 있을까? 아니야, 난 이렇게 남을 생각해 줄 수 없어. 동생 외엔 모든 이들이 날 상처 입혀 왔으니까. 내게 다른 사람은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야. 하지만…… 남작님의 품이 잊히질 않아. 아마 마님의 손도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있겠지. 이 호의,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날 처음으로 도와준 사람들이 나로 인해 상처를 입는다면? 난 동생 하나로도 벅차. 감당해낼 수 없을 거야. 아니면…… 이 모든 게 거짓이라면? 그러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엘라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어느새 돌아온 하디가 말을 몰았다. 마차는 출발했다. 루더는 잠에서 깨 엘라를 바라봤다. 하이젤도 엘라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그러나 엘라는 함께 웃어줄 수 없었다. 수도가 가까워질수록 길은 평탄해졌지만 엘라는 자갈길 위를 달리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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