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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더 스트라드
작가 : NOAHSHIN
작품등록일 : 2020.9.3

"이진우 씨, 서울시향과의 계약은 파기하고 우리와 함께 하시죠."
관현악과 4학년, 첼리스트 이진우는 그렇게 초능력자 피아니스트 윤피에르의 손을 잡았다.

그의 곁에는 계약을 파기할만한 가치가 있는 저명한 실력파들이 있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잉그램 에반스, 클래식계의 아이돌 서정아,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올리스트의 딸, 강예빈. 그리고 신예 첼리스트 이진우까지 손에 넣은 윤피에르는 자신이 모은 이 멤버들로 실내악단을 꾸렸다. 하지만 어딘가 맞지 않고, 불협화음만이 지속되는데...

초능력과 클래식, 사랑, 그리고 불협화음, 더 스트라드의 연주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 영웅의 생애
작성일 : 20-09-04 01:17     조회 : 430     추천 : 0     분량 : 7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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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Y대 심포니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관현악과 4학년, 곧 졸업인 진우는 무대에서 지휘를 맡은 교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우는 무대가 처음이 아니었지만, 진우에게 이 무대가 꽤 부담이 될 이유가 몇 가지 존재했다.

 

  “이번에 서울시향 관계자도 온다고 하니, 이따가 끝나고 남아라.”

 

  담당교수님의 그 말, 이번 연주회에서 진우가 어떻게 하든 전부 서울시향 관계자가 보고 있다는 말이었다. 안 그래도 진우는 졸업 후 담당교수의 추천으로 서울시향에 입단하게 될 예정이다. 최악의 경우로 이번에 서울시향 입단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소리다. 그만큼 진우에게 압박이 되는 연주회였다.

 

  ‘진정이 되질 않아.’

 

  진우의 심장이 마구 뛰었다. 이 심장소리가 옆자리에 앉아있는 동기에게, 객석에 앉아있는 서울시향 관계자에게까지 들릴 것 같아 두려웠다. 진우가 든 활이 떨리기 시작했다. 매우 불안했다. 이 활로, 실수라도 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진우는 자신의 악보를 봤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총 6부로 이루어진 교향시. “왜 자신에 대한 교향곡을 쓰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라며 프랑스의 한 작가에게 말할 정도로 자신에 대한 애착을 과시했던 슈트라우스의 자서전. 자신을 ‘영웅’에 빗대어 만든 교향시. 인생의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영웅, 위대한 작곡가의 초상!

  영웅, 그래, 진우 자신이 연주하고 만들어야할 것은 영웅이었다. 서울시향 관계자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무대에서 영웅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렇게 기죽어있으면 청중들이 원하는 영웅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담당교수는 진우가 기죽어있을 때 항상 그렇게 말했다. 그래, 기죽지 말자. 진우는 허리를 곧게 펴고 심호흡을 했다.

 

  ‘그렇다고 가라앉진 않아.’

 

  그래도 조금은 효과가 있는지,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긴장이 되진 않았다. 그리 불쾌하진 않은 긴장감, 진우는 이 긴장감을 갖고 손을 풀었다.

  때마침, 무대 끝에서 지휘과 김주영 교수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가 Y대 지휘과 교수가 된 이래로 Y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 지휘는 전부 그가 맡아왔다. 진우는 연습할 때 보이는 그의 카리스마가 매우 인상 깊다고 생각했다. 평소엔 웃는 모습만 보여줘도 연습을 시작할 때 보여주는 그의 카리스마는 모두를 휘어잡았다.

  주영은 웃음을 머금고 지휘대에 올랐다. 일어나라고 손짓을 하고, 오케스트라 전원이 일어나 객석을 향해 인사를 했다. 진우는 객석을 한번 쓱 훑어보았다. 하지만 저번 기말 때 자신을 테스트하던 그 서울시향 관계자는 없었다. 그 관계자가 아닌 다른 관계자가 온 것일까. 진우는 다시 한 번 훑어보았지만 눈에 보였던 것은 관계자가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이었다. 어머니, 그리고 쌍둥이 동생 성민이, 성우.

  진우는 그들에게 웃어보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드디어 영웅을 만들 시간이었다. 진우는 활과 첼로를 다시 한 번 잡았다. 다시 한 번 들리는 심장의 두근거림. 하지만 이 두근거림은 주영이 들어오기 전처럼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영웅을 기대하며 울리는 북소리 같았다.

  서글서글하던 주영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바뀌면서 지휘가 시작됐다. 비올라와 첼로가 먼저 서막을 열었다. 1부, 영웅이 시작되면서 진우는 자신만의 영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가 만들기 시작한 영웅은 결의를 가지고 점점 형태를 잡아갔다. 관악기가 시작되면서 점점 1부의 클라이맥스에 다다를 때 즈음, 그의 영웅은 당당하게 행진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2부, 영웅의 적들이 시작되었다. 목관악기에서 2부의 제목처럼, 영웅의 적들이 만들어지기 시작됐다. 스산한 분위기. 마치 적들과 영웅에게서 일어날 일들을 예고하는 것만 같다.

 

  ‘적...’

 

  적. 이 곡을 작곡한 슈트라우스는 보수적인 비평가들을 적으로 칭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곡을 연주하는 진우의 적은 누구인가? 진우의 영웅과 대립하는 자는 대체 누구일까.

 

  ‘이 곡을 이끌어가는 내 자신.’

 

  이 곡을 끝까지 잘 이끌어 가는가. 영웅을 잘 만들어내어 끝까지 살아남게 하는 것. 진우와 영웅은 서로와 싸우고 있었다.

  진우는 주영과 악보를 번갈아보았다. 서글거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날 선 눈빛을 가진 주영과 눈이 마주쳤다. 그래, 끝까지 해야 한다. 어느새, 진우의 머릿속에 자신을 보고 있다는 서울시향 관계자는 사라지고 영웅과의 전투만이 남아있었다.

  3부, 영웅의 반려자. 악장의 독주가 시작되었다. 자신의 변덕스럽고 말 많은 아내를 바이올린 독주에 표현하듯, 기교가 서려있었다. 그걸 연주하고 있는 악장, 김한음의 연주는 아름다우면서도, 과하지 않았다. 진우의 동기이면서,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던 그녀의 실력은 과연 일품이었다.

 

  ‘사랑스럽다.’

 

  그런 그녀의 사랑스러운 연주에 맞춰서 곡은 진행되었다. 곡이 진행되면서 영웅과 그녀의 연주에서 나온 영웅의 반려자는 사랑을 하기 시작했다. 진우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마음이 아파왔다. 사랑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탓일까.

 

  ‘곡에 집중하자.’

 

  그리고 들려오는 팡파르 소리. 4부, 영웅의 전쟁터가 시작되는 소리였다. 금관악기가 만들어내는 팡파르 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지면서 영웅과 진우가 있는 무대는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점점 고조되면서 악기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전쟁의 격렬한 싸움을 청중에게 알려주는 듯 했다. 피가 튀고 치열한 전투, 맹렬히 퍼붓는 적의 공격 속에서 영웅은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옆에서 그의 승리를 축하해주는 반려자. 아름다운 현악의 음은 승리를 쟁취하고 돌아오는 영웅을 맞이해주는 반려자 같았다.

  전쟁이 끝난 후 찾아온 휴식, 5부, 영웅의 업적에서는 그 휴식 후, 영웅이 업적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자서전과 같은 이 곡의 5부에는 차라투스트라 말고도 슈트라우스의 다른 곡들, 그리고 이 곡에서 나온 주제들이 나왔다. 영웅의 업적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모습을, 자신의 과거 곡들의 주제들을 모아 메들리 형식으로 보임으로서 표현했다.

  어느새, 진우가 만든 영웅은 노년에 접어들었다. 그렇다, 6부, 영웅의 퇴장과 완성. 진우가 만들어낸 그의 모습이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격렬한 현악의 소리는, 마치 영웅의 의지를 표현해낸 듯하다. 적과 아직 싸울 수 있다는 자신의 의지, 늙었지만 아직 영웅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곡이 점점 차분해지면서 사라져갔다. 어찌 보면 마지막을 불태웠지만, 이내 끝이 나버린 상황. 하지만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그런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영웅은 휴식을 취했다. 치열했던 전투와, 반려자와의 사랑, 영웅은 그런 휴식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했다. 점점, 곡이 끝나가며 진우가 만든 영웅은 영면에 들었다.

  그리고 박수 소리. 주영이 한음에게 일어나라고 손짓하자, 한음은 당당하게 일어나 청중들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모두들 일어나 청중에게 다시 한 번 인사를 올렸다. 진우의 마지막 학교 오케스트라 공연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잘 했는지는 모르겠어.’

 

  본인이 만들어낸 영웅은 어땠을까. 진우는 뒤늦게 서울시향 관계자를 떠올렸다. 그가 만든 영웅은 그 관계자에게 어떻게 보였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우는 모두가 박수를 치는 가운데에서 한숨을 푹 쉬었다.

 

 -

 

  공연이 끝난 뒤, 진우는 대기실에서 집에 갈 준비를 했다. 담당교수의 말 때문에 실질적인 귀가 시간은 늦어질 예정이었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는 해야할 것 같았다.

  다 준비한 진우가 주영에게 짧게 인사를 하고 먼저 가겠다는 말을 했다. 주영은 이미 진우의 담당교수에게 언질을 들었는지, 진우를 쿨하게 보내줬다. 진우는 자신의 폰을 찾아서 어머니에게 오늘 교수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가시라고 연락을 했다. 그리고 교수에게 전화를 하려고 하던 그 때, 때마침 진우의 담당교수, 백성묵이 복도 저 끝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교수님!”

  “그래, 진우야.”

 

  진우는 성묵에게 달려갔다. 아까 서울시향 관계자때문에 걱정하던 것치고는 꽤 반가워하는 발걸음이었다.

 

  “지금 서울시향 악장이 기다리고 있다. 너 보고 가겠다고.”

 

  성묵은 반가워하는 진우에게 서두르자는 말을 하면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진우도 그를 뒤따랐다.

 

  “그나저나 악장이요? 서울시향에 부악장까지밖에...”

  “이번에 새로 수석객원지휘자 오면서 외국에서 같이 데려왔댄다. 아직 발표 안 난 거니까 어디 가서 말하지는 말고.”

  “아, 예...”

 

  성묵은 빠르게 코너를 돌았다. 진우도 빠르게 성묵을 뒤쫓았다.

 

  “그나저나 서울시향 간다는 얘기 아직 한음이한테 안 말했냐?”

  “걔한테 왜 말해요?”

  “내가 말하니까 처음 듣던데. 설마 헤어졌냐?”

  “예? 예.”

  “뭐어? 언제?”

  “학기 초에 헤어졌는데, 걔는 그런 말 안 했어요?”

  “걔가 뭐 그런 거 말 할 애냐? 난 니가 아무 말도 없길래...”

  “백성묵 교수님.”

 

  성묵이 김한음 얘기로 진우에게 정신이 팔릴 때, 갑자기 앞에서 어떤 여자와 남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진우는 깜짝 놀랐지만 애써 침착해하며 비명을 삼켰다.

  성묵 앞에 서며 그를 불렀던 여자는 꽤 호리호리해 입고 있던 정장이 잘 어울리는 체형이었고, 눈매가 날카롭고 코가 오똑해 누가 보면 외국인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 옆에 있던 남자는...

 

  ‘어디서 많이 봤는데... 아, 윤피에르 닮았다.’

 

  윤피에르, 2010년 당시 22살에 쇼팽 콩쿠르 3위에 입선한 피아니스트. 오버그라운드 액터즈 소속 배우 윤다니엘의 동생으로도 유명한 그 사람. 진우는 옆에 있는 남자가 그와 꽤 닮았다고 생각했다. 진우가 기억하는 윤피에르보다 이 남자쪽이 더 야위어 보였기 때문에.

 

  ‘윤피에르가 나랑 같은 초능력자였지...’

 

  같은 계열은 아니었어도, 진우가 지금 후원받는 ‘오버그라운드’의 얼굴마담격 초능력자. 제조형 약계열 2급 초능력자로, “우리는 초능력이라는 고정관념과 한계에서 벗어나 우리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습니다.”라는 오버그라운드의 캐치프레이즈와 가장 걸맞는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진우가 가장 존경하고, 제일 닮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아, 진우. 저는 이번에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악장으로 입단할 키라 러셀이라고 합니다.”

 

  호리호리한 여성, 키라는 어색한 한국어로 인사를 하며 진우에게 악수를 청했다. 윤피에르와 닮은 남자를 보며 멍 때리고 있던 진우는 그 말에 정신을 차리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진우는 잡자마자 그녀의 손에 굳은살이 많이 배겼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악장으로 입단할 정도의 실력이면 얼마나 피나는 연습을 했을까. 만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진우는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의 노력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분들은 너랑 같은 초능력자니까 서울시향 가서 잘 지내도록 해.”

 

  성묵은 작은 목소리로 진우에게 언질을 했다. 진우는 그 말을 듣고 둘을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먼저 입단할 초능력자라니. 진우는 성묵이 “너는 서울시향에 입단할 최초의 초능력자야!”라며 자신에게 계속 말해왔던 것이 생각났다. 별로 마음을 쓰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서울시향 최초의 초능력자’라는 타이틀을 뺏기면서 성묵에게 들을 잔소리를 떠올리니, 조금 지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우는 방금 잡았던 손에 있던 굳은살도 불현듯 떠올랐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 중 굳은살 없는 사람 있겠냐만, 그녀의 손은 유독 거칠었다. 진우는 그녀를 오늘 처음 봤기에, 그녀의 인생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녀가 꽤 힘들게 살아왔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오버그라운드의 등장으로 초능력자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녀도 바이올린을 하면서 얼마나 핍박을 많이 받았을까. 그걸 깨부수려고 노력했기에 그런 손이 나오는 거고, 또 서울시향에 악장으로 입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윤피에르 군은 정말 오랜만이야. 작년에 봤었지?”

 

  윤피에르? 진우는 놀란 눈을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입니다, 백 교수님.”

  “많이 야위었어. 요즘 힘든가?”

  “아무래도 작년이나 올해에 초능력자 관련해서 이슈가 많았다보니.”

  “그래, 요즘 나오는 횟수가 많이 줄었어.”

  “내년부터는 열심히 해야죠.”

 

  이번 년도 1월에 진우의 아버지네 오케스트라에 피에르가 협연으로 왔을 때, 진우는 그를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보다 더 야위어졌다. 너무 야위어져서 그저 닮았다고만 생각했는데, 설마했던 본인이었다니. 진우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본인이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바로 앞에 있었는데 못 알아보다니. 피에르 팬 실격이었다.

 

  “그럼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식사라도 같이 하지.”

  “러셀 씨와 따로 할 얘기가 남아서.”

 

  그들은 바로 갈 눈치였다. 자신의 영웅이 바로 앞에 있는데 알아보지 못했던 진우는 아쉽다는 눈빛으로 성묵과 피에르를 번갈아보았다. 피에르는 그런 진우를 눈치 채고는 그에게 웃어보였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봅시다.”

 

  그런 기회를 놓칠 뻔 했던 사람이 진우였다. 진우는 네, 그래요., 라는 말을 하고도,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같다고 생각했다. 없을 뿐더러, 생기더라도 또 이번처럼 놓치겠지. 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멀어져가는 피에르를 바라보았다. 성묵은 그런 진우를 보고 한숨을 푹 쉬고는 진우를 불렀다.

 

  “이진우이.”

  “예, 교수님...”

  “이제 우리 할 얘기가 남았지 않냐.”

  “무슨...?”

 

  진우는 더 할 얘기가 남았냐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성묵을 바라보았다.

 

  “임마, 아까 악장때문에 못 했던 얘기 있잖아.”

  “아... 김한음...”

 

  성묵은 진우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고, 진우는 그 말에 오늘 귀가시간은 좀 많이 늦춰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나마나 어떻게 헤어졌는지 꼬치꼬치 캐물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

 

  Y대 심포니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가 있고 약 4개월 후, 10월. 그동안 진우는 방학을 꽤 유익하게 보낸 후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었다. 진우는 익숙하게 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어머니가 급하게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고, 집에 막 들어온 진우와 마주쳤다.

 

  “진우야, 오늘 엄마가 성우 데리러 가야해서 그러는데...”

  “아, 네. 알아서 해먹을게요. 너무 걱정하시지 마세요.”

 

  진우는 웃어 보이면서 급하게 나가시는 어머니를 배웅해드리고 진우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아, 지친다.’

 

  마지막 학기라서 그런지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서울시향 입단이 예정되어 있어서 취업에 대한 걱정은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진우는 침대에 누워서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어머니, 아직 나한테...’

 

  Rrrr... 진우의 폰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가방을 뒤져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폰을 꺼내들었더니 액정에는 처음 보는 번호가 찍혀있었다. 당연히 이름은 나와 있지 않았다. 대체 누굴까. 또 대출 전화일까. 얼른 번호를 바꾸던가 해야지, 진우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다시 진우의 폰이 울렸다. 액정을 보니 아까 전화 온 그 번호. 꽤 집요했다. 대체 누구기에 진우의 목소리를 그렇게 듣고 싶어 하는 것일까.

 

  “여보세요.”

 

  진우는 결국 전화를 받으면서, 그저 집요한 대출 전화라고만 생각했다.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진 말이다.

 

  “이진우 씨 전화 맞습니까?”

 

  그 목소리를 드는 순간, 진우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동공이 커지면서, 그 눈으로 폰을 바라보았다.

 

  “놀랐을텐데 미안합니다. 담당교수님께 전달해달라고 했는데 꽤 바쁘셔서 그런지 전달이 안되었나 봅니다.”

 

  중저음, 하지만 미성이라고 생각이 드는 그 목소리. 진우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그라는 것을 직감했다.

 

  “좀 볼 수 있을까요? 스카우트 제안을 하려고 하는데.”

 
작가의 말
 

 정보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cid=60512&docId=895992&categoryId=60512”, “https://terms.naver.com/entry.nhn?cid=59000&docId=3575258&categoryId=59000”

 한예종 크누아 오케스트라 제 63회 정기연주회 영상을 참고했습니다. "https://youtu.be/RTzC_sq64o4"

 

 반갑습니다. 잘부탁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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