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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벨트는 제 겁니다, 전하
작가 : 곰고미
작품등록일 : 2016.9.3

창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남자는 얼굴 한가득 화사한 미소를 띠었다.

"바지 좀 벗어주겠는가, 그대."

어머니. 일하러 왔는데 순결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흔한 황태자와 보좌관의 관계 (5)
작성일 : 16-10-21 22:42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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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제국의 수도, 하베른에서 하스웰 남작령까지는 마차로는 사흘, 기차로는 반나절. 기껏 받은 휴가를 허무하게 소비하고 싶지 않았던 에이비는 휴가를 받은 즉시 기차표를 끊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잘 있어라, 황궁! 기차역으로 떠나기 전, 다시는 오기 싫다는 마음을 담아 아무도 안보는 틈을 타 손을 흔들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해고가 아닌 휴가였기에 다시 돌아와야 하겠지만 행동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기분이 다르잖아. 어쨌든 오랜만에 돌아가는 집이니 조금이라도 더 기분 좋은 상태에서 가볼까 해서 손 한 번 흔들어보았다.

 

 덕분에 집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탄 에이비는 자신의 자리를 찾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음흠- 그러니까 내 자리가…”

 

 집에 가는 거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황궁에서 벗어나서 그런 건지 끊임없이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어차피 누가 본다 해도 아는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니 에이비는 그냥 내키는 대로 하기로 결심했다. 즐거운 기분을 굳이 억누를 필요는 없잖아?

 

 한 손에 들린 기차표에 쓰인 글자와 좌석 위 선반에 쓰여있는 글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비교하던 에이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걸음을 멈췄다. C-22. 방금 돈을 주고 예매한 자신의 자리. 이제 짐을 올려놓고 자리에 앉기만 하면 되는데 그 간단한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예쁘다…”

 

 에이비의 눈 앞에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잠들어있는 어린 남자 아이가 있었다. 쭉 곧게 뻗은 붉은색 생머리가 목 뒤를 간질이고 이마를 가볍게 덮는 앞머리는 창 밖의 햇살과 부딪쳐 빛 조각을 흩뿌린다. 잠을 자는 어린아이는 천사의 모습과 같다 했던가. 마치 그 말을 그대로 옮겨놓기라도 하듯 곤히 잠든 남자아이의 모습은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어도 절로 미소가 나오게 만들었다.

 

 그런데… 거기 내 자리… 물론 아이의 잠든 모습에 시선을 빼앗긴 것도 사실이기는 했으나 자리에 앉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누군지 모를 남자아이는 에이비가 방금 돈을 지불하고 산 좌석에 앉아 잠들어 있었다. 음…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 저렇게 곤히 자고 있는데 놔둬야지."

 

 깨울까 말까 고민하던 에이비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피곤한건지 아이의 입가에 침이 한줄기. 저렇게 세상 모르고 잠들었는데 깨우는 건 또 아니다 싶어 그냥 깨우지 말고 옆자리에 앉기로 했다. 얼마 안되는 짐에서 책을 한 권 꺼내고 선반에 짐을 올린 에이비가 제 자리였던 창가가 아닌 그 옆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아이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

 

  "으음..."

 

 아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하베른에서 출발한 지 세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창에 기대어 있던 머리를 들고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향해 양 팔을 쭉 편 아이는 기지개를 폈음에도 잠이 덜 깼는지 털썩 팔을 내린 채 잠에 취해 멍한 상태였다.

 

  "일어나셨습니까?"

  "네... 음?"

 

 잠이 깨다 만 그 몽롱한 상태로 따땃한 햇살을 받으며 기분좋게 꾸벅거리고 있는데 옆쪽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말을 걸어온다. 비몽사몽간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던 아이가 화들짝 놀라 옆쪽을 바라보니 귀엽다는 듯한 미소를 건 채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ㄴ,누구...세요...?"

 

 싫어요! 안돼요! 이러지 마세요! 모르는 낯선 사람을 바로 옆자리에서 발견한 아이의 반응은 '아이들을 위한 납치 대처법 안내서' 라는 책에 나오는 것마냥 정석적인 반응이었다. 두 팔을 가슴에 X자로 교차시키며 수상한 사람과의 거리를 벌린 뒤 경계심을 대놓고 드러내는 자세. 말만 안 꺼냈지 지금 저 태도만으로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정도였다.

 

 뉘 집 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육을 참 잘시켰군... 정말 정석적인 반응이 돌아오자 에이비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억울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난 그저 내자리에서 곤히 자고 있기에 자리를 양보해줬을 뿐이고, 귀여워서 좀 쳐다봤을 뿐이다. 게다가 일어났길래 어디서 내리냐고 물어보려고 말을 걸었을 뿐이고.

 

 ...어? 이거 완전 수상하네...? 이유없는 친절과 음흉한 시선. 낯선 사람이 갑자기 걸어오는 말. 순간적으로 자신의 행동이 납치범들의 3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에이비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거 아들 교육 정말 잘 시켰구만...

 

  "그... 수상한 사람은 아닙니다."

  "... 제가 어떻게 믿습니까?"

 

 우리 엄마가 수상하지 않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사람이 제일 수상한 거라고 그랬어요! 우리 아빠가 자기 입으로 안 수상하다고 말했었대요! 라고 말하는 듯 아이의 눈동자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저 눈빛을 받고 있자니 좀 상처받을 것 같다. 아이의 의심하는 눈초리라니... 이거 생각보다 데미지가 크다. 이 이상 데미지를 받기 전에 의심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에이비는 주머니를 뒤졌다. 그 행동에 아이가 몸을 움찔 떨며 경계 태세에 들어갔지만 일단 그 물건을 찾는 것이 더 급했다.

 

  "찾았다. 이거 보시죠."

  "이게 뭡니까...?"

  "그... 이름이 뭡니까?"

  "테네스... 읍."

  "걱정 마십쇼. 아무 짓도 안합니다. 이건 테네스 경이 앉아있는 자리의 기차표입니다."

  "제가 자고있는 사이에 몸을 뒤진 겁니까?"

 

 엄마, 내 옆자리에 변태가 있어...! 딱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표정에 아까보다 더 한 상처를 입은 에이비는 한숨을 쉬었다. 교육을 잘 시켜도 너무 잘 시켰다. 그런 주제에 물어본다고 이름을 답싹 말하는 건 어떨까 싶기는 했지만. 어쨌든 작은 고사리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이 동그랗게 커진 아이의 모습에 에이비는 빠르게 의심을 풀어야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상태라면 다음 역에서 내려 경비대를 부르고도 남을 것이다.

 

  "이건 제가 제 돈 주고 산 기차표입니다. 거긴 제 자리고 말이죠."

  "그럼 왜 안깨운 겁니까? 설마 납치..."

  "아닙니다!"

 

 맙소사. 드디어 저 조그마한 입을 통해 그 단어가 나오고 말았다. 그 단어가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에이비는 경악하며 그 말을 끊어냈다. 어딜 큰일 날 소리를... 아직 앞날이 창창하단 말입니다.

 

  "너무 곤히 자고 계시기에 깨우지 못했던 것 뿐입니다. 이걸로 입가나 닦으시죠."

  "아. 그런... 에엑? 입가?"

  "네. 침자국이 생겼습니다."

  "으아아악!"

 

 선의로 양보했다가 납치범으로 오해를 받은 에이비는 조금 복수의 마음을 담아 아이의 상태를 직접적으로 말하며 손수건을 내밀었다. 어린애 상대로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만만치않게 상처받았다고. 손수건을 받아 급하게 얼굴을 문지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조금 통쾌해진 에이비는 다시 제 페이스를 찾았다.

 

 어느새 얼굴을 정돈한 아이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기..."

 

 어? 잠깐. 안 돼. 이러지 마. 이러면... 잠시 되돌아왔던 페이스는 어느새 옆자리에서 올려다보는 아이의 눈동자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달아나버렸다. 당당하게 자신을 납치범이라 단정짓길래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는데 아이의 입에서 머뭇머뭇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죄송합니다."

  "아니, 그게..."

  "기차를 혼자 타는 건 처음이어서요."

  "그러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으윽... 크리티컬 3연타... 안그래도 예쁘장하게 생겨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가로채는 외모인데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니 치명타다. 방금 전의 소소한 복수가 커다란 잘못이라도 된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두려움에 떠는 아이를 괴롭힌 나쁜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

 

  "아닙니다. 충분히 그럴 만도 하죠."

  "그래도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앉았을거라는 생각도 했어야 했는데!"

 

 으어어... 제발 그만해 줘... 어쩐지 사과를 받고 있는데 더 나쁜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제발 그만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부드럽게 웃어보이며 말했으나 아이는 도저히 그만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가 정말 창가에 앉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그러니까 정말 착각해서! 정말이니까요!"

  "네. 이해합니다. 그러니 그만하셔도..."

  "정말 이해해주시는 건가요? 진짜. 진짜로 이런 풍경따위 볼 수 있는 창가가 탐났던 게... 우와..."

 

 짧은 팔을 열심히 내저으며 변명을 하던 아이는 그정도만 해도 이해한다는 에이비의 말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말을 늘어놓았다.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허둥대는 것이 어린아이답기는 하다만 이 이상 듣다가는 양심이 남아나질 않는다.

 

 '저 조그마한 입을 손으로 막아버릴까'라는 납치범으로 오해받아도 변명의 여지 하나 없는 생각을 하던 에이비에게는 다행히도 아이는 그 행동이 실행되기 전에 말을 멈췄다.

 

 멈췄다기 보다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창가자리가 탐나서가 아니라 실수였음을 강력하게 주장하기 위해 창 밖을 가리키던 아이는 무심코 제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다가 창 밖 풍경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봄을 맞아 꽃이 만개한 산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산 아래 위치한 커다란 호수는 햇빛을 받으며 푸른 빛을 뽐내고 있었다.

 

 말 그대로 절경.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술 한잔 홀짝이면 딱 좋을 풍경에 아이는 시선을 빼앗겼다.

 

  "아... 그게 아니고! 지금이라도 자리를 바꾸도록 하죠!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지금 이대로도."

  "이미 제가 앉았던 자리라 기분이 나쁘신건가요? 아니면 혹시 침 흘렸을까봐? 걱정마세요! 다른 곳에는 묻지 않았어요!"

 

 문득 자신이 무슨 말을 하던 중이었는지 깨달은 아이가 화들짝 놀라며 에이비를 향해 다시 한 번 변명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 번 눈에 들어온 창밖의 풍경이 마음에 들었는지 말을 꺼내면서도 계속 흘끔거리는 아이의 모습은 도저히 그러자 하고 말할 수 없게 만들었다. 애초에 굳이 창가에 앉아야 할 이유도 없었고 말을 막기 위해 아이에게서 창가자리를 빼앗기는 좀 미안했다. 게다가...

 

  "그런 건 아니고 좀... 사죄랄까."

  "네? 사죄요?"

 

 어린 아이한테 복수하겠답시고 한 짓에 대한 사죄요.

 

 순진무구한 눈망울과 자꾸 눈이 마주치니 죄책감이 양심을 콕콕 찔러와서 미치겠다. 창가 자리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넘겨주면 좀 사죄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아이가 고개를 좌로 갸웃, 우로 갸웃 기울이며 에이비를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뜻인지 말해달라며 보채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을 아이의 앞에서 입 밖으로 내기에는 좀 창피했다.

 

 내가 네가 좀 괘씸해서 네가 창피할 것 같은 말을 대놓고 했던 거란다? 이렇게 말하기에는 내가 창피하다고. 속으로 격렬한 고민을 한 에이비는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생각들을 꾹꾹 머릿속 쓰레기통에 집어넣으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어쨌든. 괜찮습니다. 이렇게 가도록 하죠."

 

 아까는 납치범으로 오인한 주제에... 슬쩍 쓰레기통에서 빠져나오려하는 모난 생각을 꾹꾹 밟아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이렇게라도 사죄 퍼레이드를 끝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착하신 분이로군요! 감사합니다!"

 

 ...가벼워지기는 개뿔. 에이비는 자리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사탕을 한아름 선물받은 아이처럼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에 여전히 죄책감이 양심을 찌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고작 창가자리에 행복해하는 아이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한걸까...

 

 아무래도 있다가 음식 카트가 오거든 간식거리를 품에 안겨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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