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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라니에스는 정말 라니에스인가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20.8.3

소설에서나 흔하게 겪는 일인 여자주인공한테 빙의를 했다.
원작 남자주인공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주인공인 라니에스는 이제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40.
작성일 : 20-09-03 14:28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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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이 굉장히 사이좋게 내려오시네요.”

 

 “부러우신 거예요? 그래도 릴리의 손은 양보 못 해요.”

 

 “양보해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어서 앉아서 식사부터 하죠.”

 

 아버지는 양보해달라고 한 적 없다면서도 아쉽다는 얼굴로 내 손과 마주 잡은 어머니의 손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그가 질투하는 건 어머니가 아닌 내 쪽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걸 눈치채고 키득거렸고, 어머니는 왜 웃나 싶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 재미있는 사실은 나만 알고 있을 때 더 즐거운 것임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탁 위는 평소처럼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했으나, 어머니의 자리에만 먹기 쉬운 유동식이 올려져 있었다.

 그것을 본 것뿐인데, 어머니의 몸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짐작이 가능해 입맛이 사라졌다.

 나는 들었던 스푼을 내려놓고 음식을 먹고 있는 어머니를 바라봤다. …물어봐도 괜찮은 걸까?

 

 어머니의 몸 상태를 알고 싶으면서도, 알고 싶지 않았다. 내가 들어서 치료해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들어도 모르는 병이라면…….

 그래서 덮어둔 상처를 들쑤시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면……. 그러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내가 통 음식을 먹지 못하자 어머니가 걱정되는지 식사를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릴리, 왜 갑자기 안 먹어? 입맛이 없니?”

 

 “아뇨, 그게 아니라…….”

 

 나는 어머니에게 몸 상태에 관해 물어보려다가 결국,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 한 뒤 식사를 시작했다.

 내가 아는 병이라도, 이곳의 의학으로 손쓸 수 없는 병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건 똑같았다.

 나에겐 의료 지식도 없을뿐더러,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희망이 될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는 게 무서웠다. 어머니의 몸 상태를 알면…. 어떻게든 치료하고 싶어질 게 분명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게 낫지 않을까?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아니. 이건 그냥 무서워서 도망치는 것이었다. 소중한 사람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할 걸 아는 게 무서워서 도망치는 거다.

 

 ‘난 진짜 겁쟁이야….’

 

 아무것도 못 해주는 게 무서워서 아는 게 싫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비겁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그래도 역시 아는 건 무서웠다. 하지만 어머니의 병을 알아야 한다는 걸 안다.

 영원히 모를 수는 없다. 언젠간 알아야 하는 문제였다. 계속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조금만 더 마음의 준비가 된 다음에 물어보자. 그래…. 조금만 더…….’

 

 미루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미루고 싶었다. 일단 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만 미루자 생각하며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탓인지 마치 모래알을 씹어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반도 못 먹고 스푼을 내려놔야만 했다. 아직 내 앞에 놓인 음식이 한참 남은 걸 보더니, 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렸다.

 

 “릴리, 음식에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하렴.”

 

 “그런 거 아녜요. 그냥 입맛이 없어서…….”

 

 “무슨 일로 입맛이 없어진 거냐? 아까만 해도 기분이 좋아 보이더니.”

 

 “그게…….”

 

 물어봐야 한다. 이번만큼은 겁먹지 말고 물어봐야 한다. 이 질문이 그들을 상처 준다 해도 나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마음의 준비를 하건, 무슨 방법을 찾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내 손을 잡은 채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들의 대답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들어야 했다.

 

 “어머니의 병이…. 정확히 뭐예요?”

 

 “…….”

 

 “얼마나 안 좋은 거예요? …괜찮으신 거 맞죠?”

 

 내 질문에 온기가 흘러넘치던 식탁이 일순간에 차가워졌다. 부모님은 식기를 내려놨고 고용인들은 시야에서 멀어졌다.

 그들의 반응 덕분에 내가 얼마나 민감한 주제를 입에 올렸는지 확실히 알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어머니의 몸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물어보면 안됐던 걸까?

 괜한 질문을 했다며 후회할 때, 입을 연 건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아가. 네가 어머니인 날 걱정하는 건 당연하단다. 그리고 나 역시도 네가 걱정스럽구나.”

 

 “…….”

 

 “내가 떠난 후에 네가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아서……. 결혼하면 어미가 그리워지곤 하는데 그럴 때 내가 없으면 어쩌나 겁이 나.”

 

 “레나…! 당신이 없다니, 그런 말은 하지 마시오!”

 

 “하지만, 베르한. 당신도 알잖아요…. 나를 고칠 방도가 없다는 거.”

 

 “…….”

 

 “릴리도 알아야 해요…. 이 아이도 마음의 준비는 해둬야죠.”

 

 마음의 준비라는 단어에 심장이 덜컹거렸다. 역시 어머니의 몸 상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진 것이다.

 그러니 그녀는 자신에게 준비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머니를 떠나보낼 준비를.

 겨우 마음을 열고 가족으로 받아들이려고 애쓰는데,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떨려오는 손을 잡고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금만 더 일찍 마음을 열 걸……. 그래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걸…….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해 후회가 흘러넘쳤다. 레나가 죽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숨쉬기가 어려웠다.

 

 가족으로 생각하지 못하겠다는 머리와는 달리 마음은 이미 그녀를 어머니로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슬프고 고통스럽다니……. 나를 보냈던 어머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나는 도대체 어머니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단지 사랑을 위해……. 이런 상처를 가족에게 줬던 걸까?

 

 “릴리…. 울지 말아라. 아직 방도가 있을 게 분명해.”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가진 병이 무슨 병인지 이름은 알고 계신 거예요?”

 

 “…….”

 

 “모르시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이름도 모를 병을 고치신다고 하시는 거예요.”

 

 “고칠 수 있다. 그렇게 하고 말 것이야. 셰리카 가의 이름을 걸고서라도…….”

 

 “여보.”

 

 “…….”

 

 “안된다는 걸 알잖아요….”

 

 이미 모든 걸 포기했다는 어머니의 말투에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증상을 들어서 내가 안다면…. 그래서 의사를 닦달해서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셰리카 가는 그만큼의 재산이 있고 실력 좋은 의사를 데려올 수 있는 집 안이었다.

 희망이 한 줄기 보이는 것 같은 심정에 나는 어머니에게 다급하게 질문을 던졌다.

 

 “증상…. 증상은요? 어머니, 어디가 어떻게 아프신 건데요?”

 

 “…약을 먹어도 몸이 계속 아프고 음식 넘기기가 힘들고 계속 살이 빠지는 것 같아. 가끔 기침할 때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하고.”

 

 제발 고칠 수 있는 병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들었으나, 그녀의 병은 내가 알고 있는 난치병 중 하나였다.

 …암. 과학과 의학이 훨씬 발전한 내 세상에서도 쉽게 고칠 수 없는 병이었다.

 초기가 아니면 잡을 수도 없는 병. 설사 잡았다 해도 재발 우려가 있는 병…….

 

 항암 치료는 지독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치료였다. 그런 걸 몸이 약한 어머니가 해낼 수 있나?

 아니, 애초에 이곳에서 항암치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의학이 발전되긴 했나?

 아무리 생각해도 어머니를 고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내 어두운 표정을 본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곁으로 와 바닥에 주저앉으셨다.

 그리고 내 손을 잡고 나를 올려다보는 그 얼굴에 병색이 완연해서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릴리…. 그렇게 슬퍼하지 않아도 된단다.”

 

 “하지만……. 아프시잖아요. 많이 아프실 텐데…….”

 

 “괜찮단다. 버틸 만 해. 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때까진 살아 있을 거야.”

 

 “어머니…….”

 

 “그러니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네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만 생각하렴, 응?”

 

 어떻게…. 어떻게 그런 말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걸까? 왜 이렇게 지독하게 내 생각만 할까.

 나는 레나의 딸이긴 했지만, 동시에 딸이 아니기도 했다. 억지로 라니에스의 기억을 지워내고 내 자리를 만든 것뿐이었다.

 내가 딸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을 그녀에게 못된 짓을 하는 것만 같았다.

 

 갑작스러운 죄책감은 내 목을 조르고 진실을 말하라고 사정없이 나를 흔들어댔다.

 그와 동시에 아픈 사람에게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할 생각이냐며 이성이 내 입을 막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내 손을 잡은 레나의 손을 더욱 더 세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런 것뿐이었다. 그녀의 마른 손을 잡는 것밖엔…….

 

 저녁 식사는 그렇게 간단히 끝났다.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내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자마자 참았던 눈물과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바깥으로 흘러넘쳤다.

 나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울었다. 어머니의 죽음과 내 몸의 죽음….

 

 전혀 관계없던 죽음이 한 곳에 모여 하나의 결과를 내놓았다. 나는 두 명의 어머니에게 상처를 줬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평생 지니고 살아야만 하는 지독한 상처를…….

 내가 과연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게 맞을까? 머리와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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