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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우연일까? 시작일까?
작가 : 해르
작품등록일 : 2020.7.31

어린 시절부터 줄곧 함께한 우연과 제노
곁에 있으면 투닥거리 바쁘고 곁에 없으면 허전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서서히 형태가 변해가는데
과연 두 사람은 지금의 이 친구관계를 청산할 수 있을까?

 
20화-대답을 안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작성일 : 20-09-02 15:41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7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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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반 아이들 모두를 끌어 모은 제노의 그림은 반 고흐의 뭉크의 절규라는 명화를 패러디한 그림이었다. 그의 그림 속에서는 한 인물이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절규하였고 머리 위로 인물의 것으로 추정되는 1등 로또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주제도 그렇고 아이디어도 그렇고 딱히 다른 친구들과 큰 차이는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의 그림은 달랐다.

 그 차이는 다름 아닌 색채였다. 그가 그린 그림 속 절규하는 인물과 로또를 뒤의 풍경과 대비되는 색채를 이용함으로써 패러디의 중심인 인물과 로또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가게끔 한것이었다. 사

 

 “와~ 진짜 쩐다.”

 “역시 제카소 클라스. 크으.”

 “야 이 정도면 어디 전시회나 미술관 같은 데에 출품해도 되겠다.

 

 어느새 제노의 곁으로 옹기종기 모인 친구들이 그의 작품을 보며 연신 감탄의 말을 쏟아내자 재한 역시 그의 그림에 흥미가 생긴 듯 슬그머니 그의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호오... 이거 아주 놀라운데 색채를 이렇게 잘 활용하다니.”

 

 제노의 작품을 본 재한은 저도 모르게 휘파람 소리를 내었다. 그런데... 저 색은 도대체 어떻게 낸 거지? 아무리 봐도 물감으로 나오는 색상은 아닌데... 문득 든 의문에 재한이 조심스레 제노의 책상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그러자 그의 책상 끝 부분에 놓인 미술도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놀란 재한이 작게 소리쳤다.

 

 “...뭐야 저거? 설마? 사인펜?”

 

 그렇다. 그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사인펜 이었다. 그러니까... 사인펜을 이용해서 저런 색채를 낸 거라고? 하...! 이거 일이 재밌게 돌아가네. 재한이 제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맛을 다셨다.

 그러자 그의 그런 행동에 세 사람의 날카로운 시선이 쏟아졌지만 이미 제노에게 정신이 팔린 그로써는 그 시선을 전혀 눈치 챌 수 가 없었다. 재한을 둘러싸고서 세 사람 사이에 알 수 없는 기류가 흘렀다. 그러나 그 기류는 한 아이가 외침으로 인해 금방 깨지고 말았다.

 

 “야. 잠깐만 얘들아 여기도 대박이야!”

 “뭔데 그.. 풉.”

 “푸하하하 이거 뭐냐?”

 

 누군가의 작품을 본 반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분위기는 어느새 제노의 작품에서 그 아이가 그린 작품으로 옮겨졌다. 순식간에 교실이 웃음바다가 되자 재한도 그 그림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 길래 저렇게 웃는 거지? 고개를 살짝 옆으로 옮긴 그가 한 걸음 한걸음 옆으로 움직였다 그가 옮긴 걸음의 수는 원래 있던 자리에서 불과 네 걸음 밖에 안 되는 거리였다. 이윽고 몰려든 아이들 뒤로 고개를 슬쩍 내민 그는 그림을 보자마자 풍선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푸흡.”

 

 재한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아니 잠깐만 저게 대체 뭐야? 역시 전교1등은 그림도 잘 그리는 건가 했던 그의 기대가 그녀의 그림을 보자마자 재빠르게 사라져버렸다.

 그 이유는 그녀의 그림 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자의 인중이 너무나도 길어 마치 원숭이 같아 보인다는 점과 여자의 뒤에 있는 저 정체모를 그림들이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이었다.

 

 “푸하하하하하.”

 “이야~ 역시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그거 아니? 우연아? 나 사실 미술시간 때마다 제노 그림보다 네 그림이 더 기대되는 거.”

 “맞아 나도 그래. 이번에는 또 얼마나 재밌는 그림을 그려줄까 싶어서.”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은 모두 ‘맞아 맞아’ 라고 웃으며 공감하는 반응이었다. 오직 한사람 우연을 제외하고서. 교실을 가득채운 웃음소리 속에서 우연은 뚱한 표정으로 자신의 그림을 보며 웃고 있는 친구들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친구들은 이제 웃는 것에서 한 술 더 떠 우연의 그림을 해석해보겠다며 저마다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말이야... 음...”

 “야 뭘 고민해. 딱 봐도 이거지 그러니까...”

 

 호기롭게 무언가를 말하려던 친구들의 말이 어디 한번 말해 보라는 우연의 무언의 압박에 의해서 가로막히었다. 자신들을 지긋이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그들이 움찔하는 한편. 지금의 이 상황을 눈치 채지 못한 누군가가 대뜸 앞으로 나오며 외쳤다.

 

 “다들 비켜봐. 내가 알아냈으니까!”

 “뭔데?”

 “이 그림은... 여기 이 여자가 저 뒤에 음식들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그림 인거야!”

 “뭐라고? 저게 음식이라고?”

 “뭐? 진짜?”

 

 뒤에 있는 저 물체가 음식일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친구들의 반응에 제노와 예진은 자지러지듯이 웃었다. 그리고 또 한사람 이 두 사람과 같이 격한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재한이었다. 그는 아까보다도 더 필사적인 손짓으로 자신의 입을 세게 틀어막았다.

 그가 속으로 외쳤다. 정신 차려 김재한! 적어도 나만큼은 나는 여기서 웃으면 안 돼. 명색에 미술선생님이 학생의 그림을 보고 웃는 경우가 어디 있어. 슬픈 생각. 슬픈 생각. 그러나 애써 마음을 다잡아가며 겨우겨우 웃음을 진정시켜나가던 것도 무색하게 그의 앞에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쳤다.

 

 “야 그러면 왜 음식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건데?”

 

 그야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한가득 차려 놓은걸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거지. 제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오랜 친구답게 그는 우연의 그림을 정확하게 알아보았다. 그러나 친구의 대답은.

 

 “그야. 음식을 먹으라고 줘 놓고는 못 먹을 음식을 주니까 그런 거지.”

 

 그림의 의미와는 완전히 다른 해석이었다.

 

 “아하. 알았다. 그럼 이 그림의 주제는 행복의 눈물이 아니라 슬픔의 눈물을 패러디 한 건가?”

 

 악의라고 찾아볼 수 없는 친구의 해맑은 말에 재한은 그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는 크게 웃어버렸다.

 

 “푸하하하하하하하.”

 

 뒤에서 들려오는 난데없는 웃음소리에 우연과 제노를 비롯한 모든 아이들이 재한을 돌아보았다.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던 아이들은 이내 서로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야 선우연 너의 그림이 새로 오신 미술 선생님을 웃겼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눈물 아니겠니?”

 

 한 친구가 우연의 왼쪽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리며 그녀에게 대답을 요구하였다. 어쩐지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이 반짝반짝거리는 것이 꼭 ‘나 잘했지?’ 하며 칭찬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우연은 그런 그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은 말로 할 때 내 어깨에서 손 내려라? 아픔의 눈물을 흘리고 싶은 게 아니라면.”

 “오우... 미안.”

 

 나긋한 목소리로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우며 건네는 우연의 경고에 흠칫한 그가 얼른 손을 내리며 과장스런 몸짓으로 한걸음씩 뒤로 물러나자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웃어대기 바빴다. 아무래도 반 아이들은 모두 방금 우연의 반응은 그냥 장난으로 여긴 것 같았다.

 그러나 예진만큼은 달랐다. 흠. 이제 슬슬 애들 좀 말려야 할 것 같네. 이러다가 쟤 곧 터지겠어. 아까부터 우연의 미세한 감정변화를 느끼고 있던 예진은 우연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불편함을 눈치 채고는 얼른 제노에게 눈짓을 보냈다. 제노 역시 그런 우연의 감정변화를 계속 파악하고 있었던 터라 재빠르게 지금의 이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했으나 그것은 곧 마무리를 알리는 재한의 말에 의해 멈춰졌다.

 

 “자 얘들아 선생님이 보기에는 이제 다들 마무리 된 것 같으니까 모두 다 자리로 돌아가서 발표 준비 하자.”

 “네.”

 

 그렇게 외친 아이들이 모두 자신의 자리로 가버리자 아까 일어났던 그 소란이 언제였냐는 듯 마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과 같은 묘한 정적이 우연의 몸을 감쌌다.

 도대체 이게 무슨... 멍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몇 번 두 눈을 깜빡거리던 우연의 눈에 서서히 초점이 맞추어지기 시작했고 그러자 보이는 것은 교탁 위에 서서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재한이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매우 뿌듯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씩 웃어 보였다.

 

 * * *

 

 이어진 발표 시간에선 제노의 그림이 아이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마지막으로 우연의 그림이 교실을 웃음바다로 물들이며 마무리 되었다. 이윽고 시간은 체육시간. 우연과 친구들은 폭풍과도 같았던 미술시간을 끝내고 체육복 차림으로 운동장 스탠드에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마침 오늘은 테스트 날이었기에 일찌감치 테스트를 끝낸 이들이 이 자유 시간을 이용해 아까 있었던 미술 수업에서 재한의 행동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한 것이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예진이었다.

 

 “흠... 뭔가 저번보다 좀 풀어진 것 같지?”

 “어. 대놓고는 아니더라도 제노 볼 때 눈빛이 확실히 달라져. 특히 얘 그림 볼 때.”

 “맞아! 그건 나도 느꼈어.”

 

 재원이 우연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 쳤다. 재원이 이어 말했다.

 

 “그럼 이번에는 왜 태도가 달라진거지? 저번에는 그림 그리는 시간이 없어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제노의 그림실력에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경계심이 풀렸던 걸까?”

 “아니면 이런 걸 수도 있지.”

 “어떤 거?”

 

 흩날리는 바람에 자신의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예진이 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업도 시작했으니까 더는 감출 생각 같은 건 없다...? 같은 거?”

 “오~ 그 말도 확실히 일리는 있다.”

 

 예진의 허를 찌르는 말에 재원이 감탄했다. 우연도 그녀의 말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다 재원이 둘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우리가 예상한 것들 중에서 선생님의 의도가 뭔지 확신할 수 있는 증거는?”

 “없지.”

 

 예진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뭐?”

 “뭐 하나 얻은 게 있어야 확신을 하는데 얻은 게 없잖아? 거기다 우리가 하는 예상도 근거 없는 추측들뿐이니까.”

 “그렇긴 하네.”

 

 그렇게 말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던 재원은 문득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그건 바로 세 사람이 열성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데에 비해 정작 이 사건의 주요인물인 제노는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다.

 

 “야, 근데 넌 왜 이렇게 조용해? 이 상황에선 네가 제일 말이 많아야 하는 거 아니냐?”

 “응?”

 

 자신의 어깨를 툭 치며 하는 재원의 물음에 제노가 화들짝 놀랐다.

 

 “그러게. 너 뭔 일 있어? 미술시간 끝나자마자 왜 이렇게 조용해졌어.”

 “아, 아냐 아무 일도 없어.”

 “그럼 너도 말 좀 해봐. 아까 수업시간에서 이상한 거 느낀 거 없었어?”

 “응... 딱히?”

 

 어딘가 멍해 보이는 그의 대답에 재원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어쩐지 얘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그렇게 느낀 건 재원만이 아니었던 듯 그가 슬쩍 고개를 돌려 예진을 바라보니 마침 그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건지 예진이 우연을 바라보며 제노를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쟤 왜 저러는지 좀 알아내봐.’

 

 그 신호를 알아들은 우연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몸을 움직였다. 우연이 자신의 앞에 앉은 그를 왼쪽발로 툭 건드렸다.

 

 “야 뭔데 말해.”

 “응?”

 

 다분히 협박하는 요소가 없지 않은 그녀의 행동에 제노가 의아하게 물었다.

 

 “아무 일도 없는 거 아니까 빨리 말하라고.”

 “아니... 그냥.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내가 그린 그림을 칭찬해줬다는 게 신기해서.”

 “아...”

 

 그런 이유 였구나. 세 사람이 모두 알만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제노는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무튼 그게 다야. 다른 이유는 없어.”

 “그래 뭐... 그런 거라면 이해 못할 것도 없지. 근데 이렇게 되면 우리가 얻게 되는 결론이 뭐야?”

 “...없지. 아무것도.”

 “응 없지.”

 

 단박에 없다고 말하는 우연의 말을 받으며 예진도 긍정했다. 그렇다. 재한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냈다고 의기양양하게 수업에 임했던 것 치고는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뭐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 저번처럼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게임을 한 것도 아니고 오늘부터는 본격적인 수업이었잖아. 근데 어떻게 우리가 정보를 알아내?”

 “하긴...”

 

 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한데... 재원이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지 조심스레 친구들을 향해 물었다.

 

 “잠깐만... 그럼 선생님이 나가시기 전에 말했던 상담은?”

 “상담? 아. 그거...”

 “그건 중요한 단서가 못되나?”

 “상담은... 입시 하는 애들이 주로 받는 거잖아. 그래서 상담신청서를 미리 작성해서 내라는 거였고 뭐... 그밖에도 납득할만한 이유라면 상담을 받아준다고는 했지만 글쎄, 그렇다고 우리 넷 중 상담 받을만한 애는 얘 혼잔데. 적의 소굴에 애를 밀어 넣자고?”

 “오케이 알았다. 이건 기각.”

 

 논리적으로 이유를 설명하는 예진의 말에 재원이 빠르게 자신의 안건을 기각시켰다.

 

 “흠... 그럼 우리 이제 뭐 어떻게 하냐?”

 “일단은 그냥 지금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선생님을 계속 주시하도록 하자. 우재오빠가 말했던 것처럼 상대방이 먼저 나서기 기다리는 게 낫지 우리 쪽에서 뭔가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그래 그게 낫겠다.”

 “알겠어.”

 

 예진이 내린 결론에 모두들 동의하는 대답을 내놓는 한편 우연한테서는 그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선우연,,, 쟤... 또 대답 안 하네 예진은 그런 우연의 행동에 무슨 말을 하려했지만 그 말은 곧 체육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로 인해 가로막혀 버렸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휑하니 몸을 움직이는 우연의 뒤를 예진은 계속해서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 *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하...”

 

 교무실 문을 닫고 나선 그의 입에서 큰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

 

 “세상에 쉬운 일이라고는 없다고 했지만....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일이 참 많구나.”

 

 이건 또 언제 다 보지? 자신의 오른손에 들린 서류를 작게 흔들며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던 재한이 아까보다도 더 큰 한숨을 내쉬었다.

 하... 됐다 일단은 오늘은 얼른 퇴근이나 하자. 지친기색의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미술실 앞에 다다를 때 즈음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이제오세요? 꽤 늦으셨네요?”

 “...?”

 

 들려오는 목소리가 어딘가 매우 낯이 익은 목소리라 설마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 올린 그가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고 선 그대로 굳어졌다.

 

 “너... 네가 여기에는 어떻게?”

 

 그러자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상담 받으러 왔죠.”

 “아... 근데 이거 어쩌지? 상담은 상담신청서가 필요한데.”

 

 놀란 것도 잠시 빠르게 표정관리를 한 그가 씨익 웃으며 안타깝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아닌데... 저 상담신청서 냈는데요.”

 “뭐?”

 

 당황한 듯 재한이 두 눈을 깜빡거리는 모습을 본 우연이 그의 재킷 왼쪽 주머니를 손으로 가리켰다. 주머니? 주머니가 왜? 의아함 속에서도 그의 손이 천천히 자신의 재킷 왼쪽 주머니로 속으로 들어갔다. 여기엔 아무것도 없...지 않네.

 그가 주머니 속에 잡힌 종이를 꺼내더니 이내 그것을 꺼내어 펼쳐보았다.

 “하!”

 

 그것을 꺼내 본 그의 이름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것의 정체는 그가 아까 미술부장을 통해 전해준 상담신청서로 그 안에 설렁설렁 적어낸 그녀의 신청이유가 아주 인상 깊었다.

 

 “솔직히 그 이유 정도면 납득할만한 이유라고 생각하는데요.”

 “......”

 “뭐 그게 아니더라도 선생님이 그러셨죠. 선생님의 상담소는 언제나 학생들을 향해 널려있다고요.”

 

 자신이 아까 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말하는 우연의 얼굴은 당당했고 눈빛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하... 이거 아주 일이 재밌게 돌아가네.

 

 어쩐지 입이 바싹 마른 듯한 건조함에 재한은 자신도 모르게 매마른 입술을 혀로 할짝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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