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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인턴입니다
작가 : 이햐햐
작품등록일 : 2020.8.5

대학교 방학. 아주 긴 이 시간 동안, 알바나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어찌어찌 인맥으로 알바자리를 구했는데, 생각보다 더 좋은 알바자리였다. "연예인 소속사? 그것도 인턴으로? 나를 왜 뽑은거래?" "너 외국어 잘하잖아. 이번에 해외투어 나간다는데?" "...와." 알바하려했다가 여권사진 찍는 중입니다.

 
진짜 서럽네
작성일 : 20-09-01 20:34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7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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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재정관리부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 이윤슬이라고 합니다!"

 

 나는 허리를 숙이며 당차게 인사했다. 나는 평소에 사무직일을 보다가, 출장이 생겼을 때 따라가서 보조하는 말그대로 잡일을 맡게 되었는데. 일손이 가장 부족한 곳에 발령난다고 하더니 재정관리부로 왔다.

 

 "..."

 "..."

 "HR 엔터 재정관리부에 온걸 환영합니다!"

 

 잠시 조용하던 사무실은, 한박자 늦게 환호소리로 가득찼다. 나는 잠시 멈춰있다가 놀라서 움찔거렸다. ...그래도 다들 좋은 사람인 것같아 다행이었다. 회사랑 집도 가깝고 말이야.

 

 HR 엔터는 말만 들어왔지 건물이 어디있는 지도 몰랐는데, 놀랍게도 내 집 앞이었다. 다만 학교와 방향이 정반대여서 한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잘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인사하니 다들 반겨주셨다. 몇번 더 목례를 하고 박수 소리로 가득찼던 사무실 안이 조금 잠잠해지자 김동완 실장님이 입을 여셨다.

 

 "인턴이라서 3개월 동안 뿐이지만 같이 친하게 지내고, 한대리님. 전에 말했던..."

 "아, 정말요?"

 

 한대리님이라고 불린 사람이 다가와 나에게 손을 건넸다. 엉겹결에 손을 마주잡고 악수를 나눴다. 일반인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예쁜 사람이었다. 오늘 처음 회사에 와서 지나가면서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엄청 많이 봤는데, 눈앞의 사람이 그냥 진짜 예뻤다.

 

 "잘부탁해요. 이윤슬씨 사수를 맡게된 한미래 대리라고 해요."

 "아, 잘부탁드립니다!"

 

 우와 목소리 허스키해. 되게 고급지게 생기셨는데 반전매력 대박이다.

 

 "출장도 나랑 같이 나가게 될테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이윤슬씨 자리도 내 옆이니까 궁금한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세요."

 "네!"

 

 되게 좋은 사람이다. 거기다 예쁘다. 한미래 대리님은, 정말로 천사일 것이다. 나는 정말로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으어어."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대리님... 전화왔어요... 돌리겠습니다."

 "나 통화 중이니까 중요한거 아니면 네가 받아."

 "네, 말씀하세요."

 

 볼펜을 들고 포스트잇에 내용들을 끄적였다. 보통 신입사원은 1달 정도 가만히 앉아서 놀고먹고 한다던데.... 왜 나는. 내가 이곳에 처음 온 날은, 완전히 천국이었다. 다들 지나가면서 중간에 이야기도 나누고, 한가롭고. 굳이 인턴을 뽑아야했나 싶을 정도로 한가했다. 사람도 엄청 많은데.

 

 본모습은 그 다음날부터 드러났다. 정말로, 일이 이렇게 많을 수가 없다. 이 인원으로 이렇게나 많은 일을 한다고, 싶을 정도로 일이 미어터졌다. 통화를 끊고 중요사항을 전달하면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협찬제의, 광고 관련, 회사 관련주주분들부터 다른 부서 관계자 분들까지. 다양하기도 해라. 분명히 재정관리부인데 재정과 상관없는 전화가 걸려오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힘든건, 이거였다.

 

 -거기 HR 엔터 맞나요?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 목소리. 까랑까랑 성격있는 목소리에 숨이 턱, 막히는 듯 했다. 설마, 또.

 

 "네, 누구세요."

 -HR 엔터 맞냐구요.

 "네, 누구세요."

 -아니, 미라클 소속사 HR 엔터 맞냐구요!!!

 "네, 누구세요."

 

 속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정말이지, 이런 전화만 없었어도 좀 살만 했을텐데. HR 엔터 소속의 남자 아이돌 그룹 미라클. 데뷔한지 꽤 오래된 그룹인데 망할 뽄하다가 몇년 전에 차트 역주행으로 1위에 올라서 지금까지 컴백때마다 히트를 치는 그룹이었다. 그리고 인기가 많은만큼 사생도 많았다.

 

 보통 인터넷에 HR 엔터라고 치면 전화번호 2개가 뜨는데, 하나는 소통창구라고 민원이나 각종 하소연을 들어주는 곳이고, 하나는 이 재정관리부였다. 그래서... 사생들 전화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다른 일로 바쁜 사람들을 제외하니 그 전화는 대부분 나에게 쏟아졌고.

 

 -말귀를 못알아 먹어? 우리 미라클 오빠들 소속사 맞냐고!

 "네!! 누구세요!!!"

 

 아니, 네라고 하는데 왜 계속 물어보는거지. 그리고 얼굴도 모르면서 화내고, 반말까지.

 

 -당신이야말로 누구야? 딱들어보니까 내 또래 여자 목소리인데. 니가 왜 그 전화를 받아?

 "제 앞에 전화기가 있어서요."

 -그러니까! 니가 뭔데 그 소속사 안에 들어가 있냐고!!

 "여기 인턴입니다."

 -니가 뭔데!!

 

 너야말로 뭔데. 참고, 또 참았다. 여기서 폭발하면 또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친절함을 가득담아 다시 말했다.

 

 "HR 엔터테이먼트 재정관리부 인턴입니다. 누구세요."

 -니가 왜!!! 나도 못들어가는 소속사 건물 안에 있는데에!!

 

 아. 환장하겠네.

 

 "저기요."

 -어? 저기요? 지금 나한테 저기요 라고했어?

 "여기와도 그쪽 미라클 오빠들 못만나요. 저도 지금까지 한번도 못봤거든요. 저 지금 과로사로 죽을거 같은데 그냥 끊어주시면 안될까요."

 

 미라클을 만나지 못한다는 말에 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거기에 과로사라는 말까지 하니 조금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또 무슨 신박한 말을 할까.

 

 "저 어제랑 그제 야근했는데. 오늘 먹은거라곤 커피 한잔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아이스초코 한잔이었지만 사실이었다. 어제랑 그제, 야근했다. 아니 사실 이번주 내낸 야근이었다. 그리고 그 터질 듯한 일거리 때문에 저번주에 체하고 이번주는 일끝나고 짬짬이 먹었다.

 

 "아 갑자기 서럽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밥도 못먹고 이렇게 그쪽 오빠들 소리를 들어야하지."

 

 정말로 서러웠다. 시급이 세다. 야근수당도 나온다. 하지만 나에게 이건 알바였다. 편의점 알바를 생각하고 한 부탁이 이렇게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그, 그...

 "미안하다는 말하실 거 아니면 끊어주세요. 미라클 분들 저는 한번도 못 봤고, 제가 지금 좀 많이 예민해진 것같아서요.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할까, 생각했지만 그 전에 전화가 끊겼다. 이것도 이제 능숙해 지는건가, 하고 생각하니 더욱 슬퍼졌다. 그냥 욕하고 때려칠걸. 돈이야 좋지만 돈쓰는 내가 더 소중한 법이다.

 

 "...윤슬씨."

 "네? 대리님?"

 "많이 힘들죠."

 "...조금요."

 

 그럼 때리쳐!! 라고 할지도 몰랐지만, 할말은 해야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정도는 근로기준법 위반이었다. 아무리 연예인 관련에서는 예외를 둔다고해도 내가 하는 일은 일반 회사원과 다를바가 없었다.

 

 "조금만 참아요. 다음주 화요일부터 출장이니까."

 "...네?"

 

 보통 출장가면 더 힘들지 않나. 전화로 하던 일을 직접 발로 뛰면서 하는 게 출장이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출장은 그런거였는데.

 

 "한대리님 출장 잡혔어요?"

 "네. 8주로."

 "대박이다. 이번 투어 같이 가시는거구나. 그럼 윤슬씨도 같이 가시겠네요."

 "...네?"

 

 출장간다는 말은 전에도 많이 들었다. 나를 뽑은 이유가 출장때문이라는 것도 들었고. 그런데 무슨 출장을 8주 동안이나 가? 순간적으로 내 귀를 의심했다. 뭐, 어디 외국이라도 가나보지?

 

 "윤슬씨도 갈거예요. 그래서, 뭐 사다줄까요?"

 "저... 향수요."

 "향수? 많이 비싸지 않나?"

 "비싸니까 면세점에서 사야죠! 제가 왜 여기서 일하는데. 다 자본주의 때문이랍니다."

 "선입금 후구매. 알죠?"

 "당연하죠. 잘부탁드릴게요."

 

 면세점. 면세점. ...면세점? 의심은 확신이 되고, 온몸의 피가 멈췄다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한대리님께 물었다.

 

 "저, 대리님. 저희 출장 어디로 가요?"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요. 유럽 장기투어, 우리도 같이 가는데. 몰랐어요?"

 "...네."

 "윤슬씨 계약한 이유도 언어때문이라던데? 독일어랑 프랑스어 잘한다면서요."

 "...네."

 "보니까 언어말고도 다른 일들도 잘하더만. 컴퓨터도 잘쓰고."

 "아하하하..."

 "그런데 몰랐다니. 윤슬씨 눈치 빠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일할 때만 빠른거였구나?"

 

 아. 이제서야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김동완 실장님이랑 면접 볼때, 기념품만 개인이 사고 나머지는 법인카드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지. 그리고 계약서 마지막 조항에....

 

 -출장시 추가 일정으로 인한 초과 근무는 야근수당과 별개로 보너스를 지급한다.

 

 출장시 추가 일정, 그리고 통역사라면, 나는 거의 모든 곳을 돌아다니면서 통역을 해주고 다녀야한다는 건가. 그것도 그렇게도 가고싶었던 유럽에 가서.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 젠장. 이 계약, 급여가 아주 빵빵하지만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중도 계약 해지시 ----원의 위약금을 문다.

 

 위약금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고 사인부터 한 과거의 내가 의심스러웠다. 하하하. 그래, 그러니까 내가 여기 붙었지. 내가 잘하는게 뭐가있다고. 언어 말고는 없는데.

 

 자아성찰을 마친 나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기로 마음 먹었다. 오늘은 야근하기 싫었다. 마우스를 잡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서류를 출력해서 검토하고, 대리님께 넘겼다. 지금 시간 오후 1시. 오늘의 목표는 칼퇴근이다.

 

 ***

 

 "수고하셨습니다!"

 "급한 불은 다 껐네요!"

 "오늘 단체 회식..."

 "안갑니다."

 "못가요."

 "가기 싫습니다."

 "은, 다음에 갑시다."

 

 부장님의 말에 모두가 환호하고 다같이 퇴근을 준비했다. 목표인 6시 칼퇴근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8시 단체퇴근이었다. 처음왔던 날 이후로는 처음있는 일이었다. 대리님을 포함한 사무실 사람들과 다같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한대리님. 그러면 저희 다음주 화요일에 해외 출장가는거죠."

 "그렇지. 8주니까 짐 좀 미리 싸놓는게 걸을 거예요."

 "...저는 사실 제가 출장을 해외로 가는 줄 오늘 알았어요. 계속 여기에서 일하는 줄."

 "아하하,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했구나."

 "네?"

 "아니, 통역사가 잉여인력이라서 남는 계약기간동안이라도 보내달라고 해서 왔는데, 너무 열심히 일해서 좀 놀랐지."

 

 그런거였구나. 오늘 참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알지도 못하는 해외출장에 화가 났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가고싶은 나라 3곳을 회사 법인카드로 가는거다. 나는 중간중간 통역만 해주면 되는거고. 설마 통역이 논문 해석보다 어려울까.

 

 "통역사는 저 혼자인가요?"

 "아마도. 그런데 각 방송국 쪽에서도 통역사가 있을테니까, 너무 부담가지지는 말아요."

 "그렇구나."

 

 그러면 그렇게 큰 부담도 아니었다. 그래도 준비는 좀 해놓는게 좋겠지. 독일은 많이 찾아봤는데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는 문화나 역사, 최신 유행까지. 공부할 게 산더미였다. 유행어같은게 나올 수도 있을 거고...

 

 "공부할게 많겠는데요."

 "...왜요?"

 

 대리님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했다. 언어가 된다고 무조건 통역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통역은 독해랑은 조금 달라서요. 독일어는 되는데 프랑스어는 통역할 실력까지는 아니라서."

 "...이러니까 뽑히지."

 "네?"

 "일 잘한다고. 보통은 바로 닥쳐서야 어버버, 하는데."

 "...칭찬감사합니다."

 "습관인가? 어딘가에 한번 꽂히면 끝까지 파야하는 타입?"

 "그런 소리도 많이 듣죠."

 

 웃으며 답하고 할일을 정리하기 위해서 가방을 열어 핸드폰을 찾았다. 할일에 통역 공부하기를 적은 나는 오늘 할일을 체크했다. 분리수거해야하고, 장도 봐야하는데.

 

 요리하기 싫었다. 요리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니 오히려 꽤 하는 편이었지만 요리를 하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음식은 원래 남이 해준거 먹을 때가 가장 좋은건데!

 

 "샌드위치나 사갈까."

 

 어차피 공복이라 부담스러운거 먹으면 소화도 못하는데. 빵집에서 빵이랑 샌드위치같은거 사가면 내일 아침까지 괜찮게 버틸 수 있지 않나.

 

 "그럼 안녕히 가세요!"

 "윤슬씨 어디 살아요? 태워다 줄게."

 "아니예요. 저 다른 데 들렸다 가야해서. 안녕히 가세요!"

 "그럼 잘 들어가요."

 

 인사를 나누고 발길을 돌려서 집 반대 반향으로 걸어갔다. 분명히 이쪽에 빵집이 하나 있었는데. 코너를 도니 빵집이 보였다. 횡단보도 앞에 선 나는 핸드폰을 보며 가만히 서있었다.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라. 어쩐지 다들 그쪽 전화가 많이 오더라.

 

 신호가 파란불로 바뀐 것을 확인한 나는 주변에 차가 오지 않는 것을 보고 길르 건너기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거의 다 걸었을 때쯤, 전화가 울렸다. 친구 전화였다. 전화를 받고 완전히 반대편길에 도착하기 직전, 갑자기 커다란 벤이 나타났다.

 

 끼이익-

 

 부딪힌다. 두 눈을 질끈 감고 두 팔을 위로 들어올렸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한 벤은 점점 나에게 가까워졌다. 소름끼치는 타이어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

 

 조심스럽게 두 눈을 뜨니 코앞에서 벤이 멈췄다. 여전히 횡단보도는 초록색이었다. 내 과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들어 벤의 운전자를 바라보았다. 나를 칠뻔한 운전자는 핸들에 얼굴을 묻고 겁에 질린 듯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벤의 뒷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내렸다.

 

 "...아, 저는 괜찮아요. 안부딪혔어요."

 

 그제서야 나는 두 팔을 내렸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남자를 바라보고, 말을 잃었다.

 

 한여름에 긴바지. 실크재질의 셔츠를 입은 남자는 매우, 매우 더워보였다. 차의 라이트 때문에 역광으로 보였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잘생겼네."

 

 내 한마디에 남자의 얼굴이 화난 듯 일그러졌다. 이상하게 처음부터 남자는 나를 못마땅하게 보고있는 중이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걱정돼서 내린 것같지는 않은데. 갓길에서 차가 멈춘 탓에 다른 차들의 통행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이 상황을 빨리 정리하는 게 낫지 않나.

 

 뚫어져라 나를 노려보는 남자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나빠졌다. 머리를 정리한 나는 남자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남자는 뒤로 빠르게 물러섰다. 뭐야. 내가 해코지라도 할거라고 생각하나. 한참을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남자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살지마."

 

 명백히 혐오를 담은 목소리였다. 갑자기 화가 치솟았다.

 

 "저기요."

 

 뒤를 돌아 다시 차에 타려는 남자의 팔을 잡아챘다. 남자는 이상하게 내가 팔을 잡아채자 놀랐는지 겁 먹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 상관은 아니었다.

 

 "그쪽이야 말로 그렇게 살지마요. 저는 파란불에 횡단보도 걷고 있있고, 그쪽네 차가 와서 치려고 했잖아요. 어이가 없어서 진짜. 미안하다고 괜찮냐고 한마디 안하고. 다짜고짜 반말에. 운전자 분은 겁먹어서 내리지도 않고. 이게 정말.... 어이가 없어서."

 

 너무 어이가 없으면 말이 횡설수설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갑자기 또 화나네. 남자의 팔을 놓고 주먹을 꾹 쥐었다. 여기서 울면 미친년이 되는 건 나다.

 

 "저 안다쳤고, 솔직히 놀랐었는데 그쪽이 재수없게 굴어서 다 날아갔네요. 네, 급해서 사람도 치려고 하던데 어서 가세요. 늦을라."

 

 그리고 그 상태로 집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또, 흥분해서 막뱉었다. 상처받았으려나.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더 서러워서 그냥 두기로 했다. 배고픈데. 그 사람 때문에 빵집도 못갔잖아. 더 서럽게 느껴졌다.

 

 정말. 알바하려고 했었을 뿐인데. 조금 맺힌 눈물을 꾹꾹 눌러 닦고 냉장고를 열어 맥주를 꺼냈다.

 

 딱, 한캔만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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