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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우연일까? 시작일까?
작가 : 해르
작품등록일 : 2020.7.31

어린 시절부터 줄곧 함께한 우연과 제노
곁에 있으면 투닥거리 바쁘고 곁에 없으면 허전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서서히 형태가 변해가는데
과연 두 사람은 지금의 이 친구관계를 청산할 수 있을까?

 
17화-찾았다
작성일 : 20-08-31 15:34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1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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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노트북에 향해있던 시선의 방향을 서로에게로 바꾸었다. 마치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다 우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왔어.”

 

 그러자 예진도 말했다.

 

 “나왔네.”

 “.......”

 “......”

 

 나왔다는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또다시 침묵상태에 돌입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왔어! 나왔다고 미친!!!”

 “진짜 나왔어 진짜!!! 아유 장하다 우린 연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호들갑을 치는 우연에게 맞장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두 사람은 서로를 감싸 안고 제자리에 일어나 방방 뛰며 기뻐하였다.

 

 “와... 난 진짜 이대로 포기하고 오빠 놈한테 부탁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내심 절망하고 있었는데.”

 

 서로를 껴안고 있던 품에서 가장 먼저 벗어난 우연이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결과를 바라보며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그러게 나도 만약 이대로 아무것도 안 나오면 한다면 연이 네가 우재 오빠한테 무엇을 대가로 줘야하나 그 생각하고 있었는데.”

 “?”

 

 지금 얘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우연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예진을 향하였지만 예진은 그러한 우연의 표정을 눈치 채지 못한 채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우재 오빠한테 돈가스를 튀겨줘야 하는 것을 대가로 걸어야 하나 아니면 우재오빠가 좋아하는 걸그룹이 이번에 새로 낸 앨범에 맞춰서 춤을 춰준다는 조건으로 오빠에게 큰 웃음을 선사해줘야 하는 건가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뭐라고?”

 

 우연은 의자 위에 앉으려다 굳어진 모습 즉 무릎을 구부린 채로 엉덩이와 상체가 반쯤 의자에서 떠있는 자세 그대로 멈춰져 예진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예진이 자신이 입을 황급하게 틀어막았으나 이미 나온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오호라... 그러니까 이것이 오빠한테 나를 팔 생각이었구나. 정작 자기는 쏙 빠진 채로 나만.

 

 “너... 오빠한테 검색 하는걸 도와주는 대가로 나를 팔 생각이었냐?”

 “...아.. 아니.”

 “정작 자기는 쏙 빠지고서 나만 팔 생각을 하다니 정말 괘씸한 생각이다. 안 그래?”

 “아하하... 아니 뭐 나는 진짜로 그러려던 게 아니라 이러면 어떨까하고 생각만 했다는 거지 생각만.”

 

 점점 날카로워지는 우연의 눈초리에 겁을 먹은 예진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생각만 했다라...”

 “그래 생각만.”

 “생각은 했지만 실행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라... 그것 참 맞는 말이다. 쳐맞는 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하는 우연의 모습에 예진이 몸도 흠칫하고 떨렸다.

 아.. 강예진 이 미친것아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해서는... 지금 얘 모습 보면 엄청 화난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얼른 미안하다고 사과를.

 

 “야. 사과하지 마.”

 “어?”

 

 예진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얼른 뒷수습을 해보려 했지만 그런 예진의 행동을 우연이 가로막았다. 갑작스런 우연의 말에 어리둥절해진 예진을 뒤로하고 우연이 그녀에게 싱긋 웃었다.

 

 “나도 너한테 한방 크게 날릴 거니까 그러니까 사과할 필요 없다고.”

 

 그래야 재밌지. 우연이 작게 덧붙인 말이 귓가를 스치자 잠시 얼이 빠져 있던 예진의 정신이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기대해. 네가 개학하고 나서 나한테 했던 것보다 더 큰 거 한방 날려줄게.”

 “......”

 

 한 쪽 입 꼬리를 쓰윽 올린 그녀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비장하게 보이자 그 모습을 본 예진의 머릿속에서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려댔다.

 아... 얘가 이렇게 까지 말할 정도면 나 진짜 망한 것 같은데... 사실 우연은 항상 이들의 장난에 마냥 당해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귀찮아서 잘 나서지 않을 뿐 그렇다고 해서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다른 애들이 자신에게 하는 것들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애들이 방심하고 있을 때에 커다란 거 한방을 날리는 방법으로 친구들이 자신에게 했던 장난을 되돌려주고는 했다. 거기다 우연이 그런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는 그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이 시작되기 전에 빠져나올 수 있는 것도 절대 불가능했다. 그 정도로 치밀한 준비를 통해 움직이는 우연이라 그녀에게 한번 걸린다하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에 빠진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었다.

 어쩌지? 나... 진짜 당분간은 몸 좀 사려야겠는데. 사리분간 못하고 나댔다가는 진짜 훅 갈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정신을 놓은 예진을 뒤로 하고 우연은 다시 노트북 화면에 집중했다.

 나온 검색결과들 중에 우연의 시선을 사로잡은 결과는 무수히 많은 기사들 가운데 재한의 핸드폰 화면에 담겨있던 예술품과 무척이나 흡사한 사진이 담겨진 기사였다. 우연은 별다른 고민 없이 마우스의 커서를 그 기사로 갖다 대었다.

 

 “역시... 우리가 예상했던 게 맞는 것 같아.”

 “......”

 “이래서 우리가 아무리 검색해도 선생님에 관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던 거였어.”

 

 찬찬히 기사를 살펴본 우연이 예진에게 열심히 말을 건네 보았지만 그녀에게선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에 패닉이 되어버린 예진에게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 뒤로 두세 번 더 말을 건네 오던 우연도 예진이 자신이 하는 말에 지나치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예진의 상태를 확인하니 그녀는 어딘가 해탈한 표정으로 책상 한구석에 놓여있는 연필꽂이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우연은 그런 예진을 잠시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다 이내 다시 고개를 노트북 화면으로 돌리었다. 그녀가 말했다.

 

 “야, 집중해. 1시간 넘게 검색해서 겨우 나온 정보야.”

 “......”

 

 그럼에도 얼이 빠진 예진의 정신은 쉽게 돌아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우연이 다시 한번 조용하게 경고했다.

 

 “지금 당장 집중하는 편이 네 신상에 더 이로울 텐데... ”

 

 진짜 크게 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나지막하지만 강하게 귓가에 내리박는 우연의 경고에 예진의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야! 얼른 정신 차리지 못해! 급박한 머릿속의 경고에 누군가 자신의 정신을 깨우는 감각을 느끼자 예진은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녀가 한말은...

 

 “어 그래. 그러니까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재한 선생님이 예술가를 만든 예술품이란 소리지?”

 

 말도 안 되는 아무 말이었다.

 

 “뭐래? 아직 정신 못 차렸냐?”

 “...응?”

 “됐고 얼른 이 기사나 읽어봐. 내가 주방 가서 물 떠올 동안.”

 

 말도 안되는 예진의 아무 말에 단박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우연이 방밖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며 슬금슬금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 예진은 그제서야 진지하게 기사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읽어보기 시작했다.

 주방에 도착해 찬장에서 물 컵을 한잔 꺼낸 우연이 물을 담으려 할 때였다. 방안에서 예진이 ‘연아 난 오렌지 주스! 라고 외쳐왔다.

 

 “하. 내가 가져다 줄 것 같냐?”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다시 찬장에서 물 컵을 꺼낸 우연은 오렌지 주스를 꺼내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 뚜껑을 열고 주스를 한가득 담은 우연이 주스를 다시 냉장고 안에 넣으려 하는 그 순간.

 

 “아! 그리고 얼음 가득 넣어 주는 센스! 잊지 않았지?”

 “... 센스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센스 타령이야.”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투덜거리는 말투와는 다르게 착실하게 얼음을 한가득 담아서 방으로 향하는 그녀였다.

 

 “자.”

 “땡큐. 잘 마실게.”

 

 예진이 우연에게서 건네받은 주스를 단숨에 쭉 들이키자 우연도 자신이 가져온 물을 단박에 원샷 했다. 그러던 중 우연의 머릿속에 어떠한 의문이 떠올랐다. 아니 잠깐만. 그런데 얘가 우리 집에 주스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 주스를 달라고 한 거지?

 

 “야, 그런데 너 우리 집에 주스 있는 줄 어떻게 알았냐? 난 주스 있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페흐병 보그 아핬지.”

 

 어느새 주스를 모두 다 마시고 얼음을 입에 한가득 문 예진이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페트병?”

 “응. 분리수거 통에 다 먹은 주스 통 하나 있던데.”

 “...뭔 소리야? 그거 보고 주스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는데?”

 “간단해. 너희 집은 원래 집에 식구가 많아서 주스나 다른 간식거리 살 때 한 번에 많이 사놓는 편이잖아?”

 “그렇지.”

 

 우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너희 아파트 단지의 분리수거 하는 날은 수요일로 분리수거통이 깨끗하다면 당연히 그 이유는 어제 분리수거를 했기 때문이겠지?”

 “그렇지...”

 “그렇다면 지금 저 분리수거 통에 있는 페트병은 분리수거를 다하고 난 늦은 밤이나 오늘 아침 정도에 버렸다는 게 되는데 그 말은 언제나 간식거리를 한가득 사놓는 너희 집에서 페트병 하나만 덩그러니 있다는 것은 아직 많은 양의 주스가 너희집 냉장고에 있다는 얘기가 되기도 하지.”

 “와... 너 진짜.”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무섭다고 해야 할지. 고작 분리수거 통에 있는 페트병 하나만을 보고 어떻게 거기까지 추리가 되냐...? 아니 근데 잠깐만.

 

 “야, 근데 그것만으로는 알기 어렵지 않냐? 우리 집 분리수거 통에 있는 저 페트병이 마지막 하나 남은 페트병일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러자 입에 있던 얼음을 아그작 아그작 소리를 내며 씹어 먹던 예진이 단호한 어투로 답했다.

 

 “아니 그럴 일 없어. 그 주스 월요일 날 이 앞 마트에서 40%할인해서 팔았던 거잖아. 그걸 너희 오빠가 놓칠 일은 절대 없지.”

 “......”

 

 과연 예진의 모든 예상은 전부 정답이었다. 실제로 지금 냉장고 안에 한가득 들어있는 저 주스는 우준이 이 앞 마트에서 세일 한다고 두 손 가득 사왔던 주스였었다.

 이쯤대면 얘 추리력은 정말 일반인 수준을 넘어선 것 같은데... 어디 방송에서 연예인 말고 일반인 데리고 하는 추리쇼 같은 거 없나? 거기 내보내면 1등쯤은 거뜬하게 할 수 있을 텐데... 아.. 아닌가 그런데 내보내면 그렇게 미리 짜여져 있는 각본 안에서 추리하는 건 재미없다고 초반에 탈락해 버리고 끝내려나..?

 

 “그것보다 이것 좀 봐봐 우연아.”

 “뭘?”

 “내가 아까 네가 읽어 보라던 기사 보고서 선생님이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주로 활동한다는 것 보고 혹시 해서 구글 에다가 네가 검색한 그대로 검색해 봤거든. 그랬더니 기사 몇 개가 더 뜨던데 영어로 되어 있어서 난 도통 뭔 소린지 모르겠다.”

 

 예진이 모니터 화면을 가리킨 모니터 화면 속에는 기사 제목부터 내용까지 온통 영어로 도배되어 있었고 그 중에서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silly라는 단어 하나뿐이었다. 대충 기사를 눈으로 훑어보던 우연의 미간이 와락 찌푸려졌다.

 

 “와 뭔 영어가 이렇게 많아? 이거 다 해석하려면 진심 몇 시간 더 걸릴 것 같은데.”

 “그 정도야?”

 “어 아무래도 예술적 용어들도 많고 게다가 나도 영어는 그닥이라...”

 “아 이럴 때 제노가 있으면 금방 끝낼 수 있을 텐데.”

 “내말이. 왜 걔는 정작 필요할 때에는 쓸모가 없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일은 그가 아직은 알면 안되는 일이었기에 지금 이 일에 제노를 끌어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제노가 필요하다고 해도 지금 이 상황에서는 부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둘이 생각해낸 방법은 이 기사에서 핵심정보만 찾아내자! 였지만 아무래도 그녀들이 모르는 예술 단어와 영어단어가 한 가득이다 보니 도대체 어떤 것이 핵심정보인지 알 수 가 없었다. 그러니 결국 두 사람은 영어기사를 차근차근 기사를 해석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20대의 젊은 예술가들의 다양한 행보. 첫 번째 주인공은 최근 예술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기대주 silly이다.”

 “응 그래서?”

 “그래서...”

 

 자신이 해석한 글을 몇 줄 더 읊던 우연이 별안간 마우스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야 안되겠다. 그냥 이거 복사해서 번역기 돌려버리자.”

 “...우연아. 너 이거 고작 2줄 밖에 해석 안했어.”

 “아 몰라, 이게 지금 몇 줄이나 되는 줄 알아? 50줄이 넘어 50줄이. 2줄이고 나발이고 이거 다 해석했다가는 오늘 나 이 컴퓨터 부셔버릴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는 우연의 눈빛은 너무나도 진지해 보여 이대로 그녀에게 기사해석을 맡겼다간 정말로 그녀의 말처럼 컴퓨터를 지금 당장에라도 부셔버릴 것처럼 보였다. 예진은 서둘러 우연을 말렸다.

 

 “야... 알았어 네 말대로 번역기 돌릴 테니까 제발 그러지는 말자 우연아. 우리 이거 겨우 찾은 정보야. 무려 1시간을 개고생해서 찾은 거라고.”

 “나도 알아. 아는데. 이거 읽다 보면 우리가 고생 했던 거 생각이 안날정도로 짜증이 솟구 쳐.”

 “....진짜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고작 영어 2줄 해석하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시험성적은 매번 그렇게 좋은 거야?”

 “뭐겠냐. 걍 달달 외우는 거지 뭐. 어차피 난 뼛속부터 이과형이라서 이런 쪽에 약하다는 거 알잖아.”

 

 하긴 그렇긴 하지. 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실제로 그녀는 어지럽게 놓여져 있는 숫자 안에 공식을 대입하여 정답을 찾아내는 것에는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반대로 여러 가지의 영어단어들이 빼곡하게 적혀진 문장을 해석하는 것을 늘 힘들어 했다. 그리고 그것을 우연만의 놀라운 암기력으로 커버하고 있기에 우연이 영어에는 약하다는 사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 그런 애한테 암기가 아닌 해석을 시키고 있으니 힘들겠지. 게다가 지금 얘 눈에 초점이 살짝 흐릿한 거 보면 진짜로 맛탱이가 좀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애 잡기 전에 얼른 번역기 돌리는 게 낫겠다.

 

 “역시.. 이과에게 영어란.”

 “손에 난 가스러미 같은 존재지. 귀찮고 신경 쓰여서 빼내고 싶지만 빼낸다면 나한테 어떤 상처와도 같은 불이익이 올지 몰라서 몸의 일부처럼 갖고 가게 되는 그런 거.”

 “오 맛이 완전 갔는데.”

 “그리고 인터뷰 뒤로 갈수록 예술용어들 많이 나오는데 그거 일일이 검색하고 있는 게 시간 더 걸릴걸. 그러고 있느니 차라리 싹 다 번역기 돌리는 게 이득 아니겠냐?”

 “하긴 그러긴 하겠다. 오케이 싹 다 번역기 돌리러 간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나온 번역의 결과는...

 

 “.......”

 “...이게 다 뭔 소리냐?”

 

 무척 처참한 결과였다. 처음 몇 줄은 읽을 만 했으나 점점 뒤로 가면 갈수록 이상한 문장들이 가득했다. 주로 앞의 문장은 그럴듯하게 이해가 된다고 해도 그 뒤에 바로 이어지는 문장의 흐름이 문맥상 앞의 문장과 맞지가 않아 아예 문장 전체가 말도 안되는 문장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예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하아...이래서 되도록 번역기 안 쓰려던 거였는데.”

 “... 혹시 모르니까 다른 번역기도 써보자.”

 

 그러나 다른 번역기로 번역된 결과 역시 그렇게 나은 상황만은 아니었다. 처음 번역된 것과 비교해 보았을 때 문맥상 말이 안됐던 부분이 이 번역기에서는 매끄럽다 싶다가도 다른 문장에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결국 이쪽이나 저쪽이나 도진개찐과 같은 결과였던 것이다. 허망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던 우연의 옆에서 마찬가지로 화면을 바라보던 예진이 번역기가 번역한 어느 한 문장을 가리키며 우연에게 물었다.

 

 “있잖아 여기 이 화려한 색채와 감각적인 그림으로 만든 물감이란 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뭐긴. 아까 네가 했던 아무 말이랑 똑같은 헛소리지.”

 “...크흠.”

 

 우연의 말에 예진이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하며 고개들 돌렸다. 우연은 그런 예진은 한번 스윽 쳐다보다 이내 곧 시선을 예진의 뒤의 벽에 걸려있는 시계로 옮기며 말했다.

 

 “이거 우리 가족들 오기 전에 다 끝내야 하니까 일단 지금 번역한 결과 보고서 우리 둘이서 대충 맞춰보기라도 하자.”

 “그래 그 수밖에 없겠다.”

 “얼른 해야 해. 이제 좀 있으면 우희 학원 끝나고 올 시간이거든.”

 “오케이 알았어.”

 

 그렇게 둘은 한참동안이나 번역기를 붙잡고서 인터뷰한 기사를 해석하기에 바빴다. 말이 좋아야 번역한 내용이지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는 그냥 둘이서 문장 하나를 재창조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변역기의 효과는 무척이나 미미했다.

  해석이 매끄럽지 않은 문장 안에 있는 단어나 문법의 뜻을 다시 하나하나 해석하며 겨우겨우 말이 되는 문장으로 만드는 것을 오랜 시간동안 반복하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번역기 안 쓰고 둘이서 해석 하는 게 더 빠르지 않았을까 하고. 오히려 이쪽이 더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인 것 같다고. 그러나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너무 늦은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남아있는 문장은 두 문장 정도만 해석하면 드디어 이 모든 기사의 해석을 마치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그들의 성장이 더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아! 드디어 끝났다!!!”

 

 마지막 문장까지 무사히 한글 파일에 옮겨 담은 예진이 환호하며 두 손을 번쩍 들며 우연에게 내밀자 우연이 그녀가 내민 두 손을 내리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와... 진짜 미친... 기사 찾는 것부터 해석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어.”

 “그래도 2시간동안 아무런 정보도 못 얻어낸 것보다 낫지 않니?”

 “그건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는 우연의 얼굴이 어딘가 모르게 그새 폭삭 늙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예진이었지만 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옆에서 2시간 동안 혹사당한 자신의 뻐근한 손목을 연신 돌려대는 예진의 낯빛 또한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또한 단어와 문법의 연결이 잘 되지 않을 때마다 답답함에 짜증이나 계속 헝클인 그녀의 머리는 마치 사자의 갈기 마냥 사방팔방으로 뻗어 아주 엉망이었다.

 이미 자신의 모습이 그리 정상적이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고 있던 예진은 가방에서 작은 손거울을 하나 꺼내들고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마주하게된 자신의 몰골은.

 

 “이야... 누구세요? 나 뭐 어디 굴렀니? 머리 왜이래? 누가 보면 진심 언덕에서 한 열댓 번은 구른 사람인 줄 알겠다.”

 “머리를 그렇게나 헝클여댔으니 당연하지.”

 

 헝클어진 예진의 머리를 한 손으로 정리해주던 우연은 책상에 있던 자신의 머리빗을 예진에게 건네주었다.

 

 “땡큐.”

 “그런데 기사 번역하면서 느낀 건데 말이야.”

 “응?”

 “새로 오신 미술선생님. 이쪽에서는 꽤 대단한 분이신거 맞지?”

 

 예진인 빗질을 하는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이며 답했다.

 

 “응 그런 것 같아. 우리가 이쪽 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이 크게 없다 보니까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쪽업계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선생님을 모를 분은 없을 것 같아.”

 “게다가 우리가 해석한 이 기사를 보면 선생님은 신인이었을 때부터 엄청 주목받았던 모양인데.”

 “그것도 20대 초반에 말이야.”

 

 그렇다 이 부분이 두 사람이 기사를 해석하면서 가장 놀랐던 사실이었다.

 

 “분명 아까 수업시간에 했던 게임에서 선생님 현재 나이가 29살이라고 하셨는데 이 인터뷰 기사는 7년 전 기사니까. 7년 전인 이때부터 계속해서 파리에서 활동하신 거겠지. 다만 이렇게 유명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무리 검색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본명이 아닌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그치 그거지... 아! 근데 그러고 보니 우연이 너는 이 silly라는 단어는 어떻게 찾아 냈던거야?”

 

 마침내 머리정리를 모두 마친 예진이 우연에게 빗을 건네며 묻자 건넨 빗을 받아든 우연이 그것을 책상위로 톡톡 두드렸다.

 

 “그냥 문득 생각이 났거든. 선생님의 핸드폰 화면에 있던 예술품 아래에 뭔가가 적혀져 있었던걸. 그래서 어쩌면 이것이 선생님을 나타내는 무언가가 아닐까 싶었지.”

 “예술가들이 자신이 만든 예술품에 자신만의 표시를 남기는 것처럼?”

 “그래 그것처럼. 그래서 혹시나 하고 쳐보니까 이렇게 딱하고.”

 “으흠 그렇게 된 거 구나.”

 “운이 좋았지. 만약 내가 이것을 놓쳤다면 우린 아마 오늘 안에 이 정보들을 다 알아낼 수 없었을걸.”

 

 과연 그 말은 사실이었다. 재한에 대한 정보라고는 기껏해야 아까의 수업시간에서 알게된 정보가 다였었고 사실 그것만으로 재한에 대한 것을 알아내기에는 정보가 무척이나 적었다. 그나마 이것도 재한이 우연에게 핸드폰을 넘기지 않았다면 전혀 알아채지 못했을 사실이었다. 어쩌다가 우연히 알아내었던 작은 정보 하나가 눈덩이가 굴러가듯이 커져가며 이렇게까지 거대한 정보로 변할 수 있다니 참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 silly라는 예명은 무슨 뜻일까? 아까 번역해서 나왔던 뜻만 본다면 별로 이 단어는 예명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나도 그게 의아하긴 했어. 단어 뜻만 본다면 이 단어는 예명으로 쓸 단어가 아니거든.”

 “그래서 내가 생각 좀 해봤는데 나는 어쩌면 이 silly라는 예명이 단어가 아니라 애칭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애칭?”

 “응. 그것도 연인 사이에서 주고받거나 아니면 아주 가까운 사이끼리 서로 부를법한?”

 

 애칭이라... 난 그쪽으로는 아예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어쩐지 예진이 하는 말을 들으니 자신이 한 가정보다는 이쪽이 더 맞겠다는 미묘한 확신이 드는 우연이었다.

 

 “아 아무튼 이렇게 선생님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긴 했는데 정작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쌤이랑 제노와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낸 것은 전혀 없네. 오히려 이런 대단하신 분이 왜 우리 학교로 온건 지... 의심만 더 커지게 됐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그치?”

 “글쎄. 오히려 나는 자그마한 힌트 정도는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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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게임속의 숨은 의도 2020 / 8 / 27 244 0 7708   
14 14화-이 게임의 메인이벤트 2020 / 8 / 26 237 0 6744   
13 13화--수업시간에는 원래 수업보다는 놀고 싶… 2020 / 8 / 26 237 0 7743   
12 12화-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2020 / 8 / 25 240 0 7301   
11 11화- 그렇게 매번 모르는 척 2020 / 8 / 25 247 0 7161   
10 10화-판도라의 상자(2) 2020 / 8 / 25 231 0 8637   
9 9화-판도라의 상자 2020 / 8 / 25 245 0 8537   
8 8화-정체불명의 손님 2020 / 8 / 18 235 0 6130   
7 7화- 상담의 결과 2020 / 8 / 18 243 0 6668   
6 6화-단지 시간이 필요한 일 2020 / 8 / 11 263 0 6552   
5 5화 -네 손에 들어있는것이 정녕 그것이냐 2020 / 8 / 11 234 0 9773   
4 4화- 우리 모두 언제나 뒷통수를 조심하자 2020 / 8 / 10 239 0 7480   
3 3화-그거 안해도 아무일도 안일어납니다 2020 / 8 / 10 248 0 7064   
2 2화-하고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는거지 2020 / 8 / 4 270 0 10075   
1 1화- 넝쿨째 굴러들어온 그녀석! 2020 / 7 / 31 411 0 7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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