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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심연
작가 : 소설판타지
작품등록일 : 2020.8.3

돔 아래 인공태양의 빛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류, 인공태양이 갑자기 빛을 잃다.
태양이 사라지고, 빛 하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재난물]

 
episode 1 : 학교(2)
작성일 : 20-08-30 23:28     조회 : 236     추천 : 1     분량 : 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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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르륵 -

 굳게 닫혀 있는 문을 확 옆으로 밀었다.

 양호실의 문이 활짝 열리며 칠흑에 잠긴 안쪽이 불빛에 환하게 밝아졌다.

 양호실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약통들은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고, 붕대는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뭐야…? 이게.”

 

 속마음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왔다. 온종일 충격의 연속이었다.

 

 “뭐고 이게 다?”

 

 명석이 역시 놀란 듯 입을 떡 벌렸다. 다른 두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휴대전화로 양호실을 넓게 비추며 안쪽으로 걸어갔다.

 양호 선생님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침대의 침대보는 피에 젖어 검게 변해 있는 데다 약을 보관하는 찬장은 전부 열려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누군가 쓰다 남은 것 같은 진통제의 약통이 침대 위에 보였다.

 그리고 한쪽 구석 쓰레기통엔 피에 왕창 젖은 휴지가 들어차 있었다.

 

 “누가 다친 거 같은데…?”

 

 뻔한 추리였다.

 하지만 이런 내 추리에도 세 사람은 대단한 추리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일단 누나 여기다 눕혀.”

 

 안쪽에 보이는 비교적 깨끗한 침대를 가리켰다.

 내 말에 명석이는 얼른 선혜 누나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표정을 찡그리며 고통을 참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서 이슬이는 걱정 가득한 눈길을 하고 있었다.

 

 “언니, 괜찮아…?”

  “봐봐요.”

 

 내 말에 선혜 누나는 무릎을 세웠다. 부목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다. 다리를 고정해주던 자 뭉텅이는 몇 개가 부서져 반쯤 사라져 있었고, 엉성하게 감긴 테이프는 땀에 젖어 거의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녀의 다리를 보고 있던 명석이는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부목이랑 테이프 좀 뗄게요.”

 

 테이프 바깥에 튀어나온 살이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선혜 누나 다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그녀는 악 소리를 내며 움찔 무릎을 막았다.

 

 “조금만 참아요.”

 

 테이프의 마지막 지점을 찾으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손으로 풀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명석아, 가위 좀 찾아줘.”

  “어…! 그래!”

 

 선혜 누나 다리에 눈을 떼지 못하던 그는 내 말에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찬장으로 갔다.

 부스럭 찬장을 뒤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명석이는 눈썹 가위를 가지고 돌아왔다.

 

 “가위 이거밖에 없어?”

  “다른 건 안 비드라…”

  “아니다, 차라리 이게 더 낫겠다.”

 

 끝 부분에 작은 날이 서 있는 가위를 손에 쥐고 헐렁해진 테이프에 가져갔다.

 싹둑 -

 두 개의 날이 교차하는 날카로운 소리에 선혜 누나는 움찔 어깨를 움츠렸다.

 날이 작은 탓에 테이프를 자르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가위로 테이프를 자르는 동안 선혜 누나는 욱신거리는 고통을 참으며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다 잘랐어요.”

 

 테이프는 문이 열리듯 살을 보여주고 벌어졌다. 테이프를 잘라내자 안에 부서져 있던 조각들이 몇 개 떨어졌다. 그리고 남은 테이프를 떼어냈다.

 

 “아…!”

 

 테이프를 뜯는 중에도 선혜 누나는 손을 꽉 쥐고 고통을 참고 있었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반짝거렸다.

 

 “헉…!”

  “언니…! 어떡해!”

 

 선혜 누나의 다리를 보던 이슬이와 명석이의 말이 겹쳤다. 이슬이는 마치 제가 다치기라도 한 듯 한껏 인상을 찌푸린 상태였다.

 그리고 나 역시 짧게 들숨을 들이켜며 놀란 소리를 내뱉었다.

 부상이 있던 정강이가 처음보다 더 티 나게 부어올랐다. 마치 작은 혹이 다리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맨눈으로 보이는 다리는 조금 심각해 보였다.

 아마 다리를 고정해주던 자가 부서지면서 상처를 입은 부위를 압박한 것 같았다.

 

 “씨발…”

 

 명석이가 죄책감 섞인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곤 선혜 누나의 얼굴로 눈을 옮겼다.

 

 “누나 어떡해요…!”

  “괜찮아...! 많이 안 아파.”

 

 그녀는 애써 괜찮다며 미소를 보였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아씨…! 내가 괜히 나대서… 누나 미안해요…!”

  “아니야. 너 때문은. 네가 부목이라도 해줘서 그나마 이 정도인 거야…!”

 

 명석이가 울먹이며 말하자 선혜 누나는 그를 달래 주었다.

 급하게 처치할 만한 것이 필요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또 부목을 가져다 대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졌다.

 일단 찬장으로 걸어갔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라곤 과산화수소나 빨간약 같은 정체 모를 약통들이 전부였다.

 빨간약? 아냐, 이건 아니야.

 약통을 몇 개 치우니 안쪽에 붙이는 파스가 보였다.

 파스!

 

 “파스 찾았어요!”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게 최선이었다.

 

 “이거 맞겠지?”

 

 세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도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선 병원이나 가봤지 자기 손으로 치료한 적은 없으니까.

 먼저 파스의 포장을 뜯고 널따란 파스를 손바닥 크기로 잘랐다.

 그리고는 그녀의 다리에 조심스레 붙였다.

 

 “아…!”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는 그녀의 표정이 보였다. 식은땀이 선혜 누나의 광대를 타고 굴러떨어졌다.

 

 “병원 가야 할 거 같은데요. 누나…!”

 

 명석이가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

 병원…

 

  “지금 병원이 할까요…?”

 

 이슬이가 말했다.

 누구도 답하지 못했다.

 

 “그래도 병원에 환자들도 있고 하니까 의사는 있지 않을까…?”

 

 그래도 명색이 병원이고, 환자 살리는 의사들이 있는 곳이었다. 이런 위급 상황에도 의사들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었다.

 

 “웅아, 학교 근처에 병원이 있었나…?”

  “아니…”

 

 내가 알기로는 없었다.

 

 “정형외과로 가야 할 텐데, 그럼 못해도 두 시간을 걸어야 할 거예요. 버스만 타도 30분 거리니까.”

 

 이슬이가 절망적이라는 듯 표정을 구겼다. 고개를 돌려 막연한 얼굴로 선혜 누나를 보았다.

 

 “하… 어떡하지… 누나 어떻게 하실래요…?”

  “아냐 여기까지 같이 온 것도 고마운데, 어떻게 병원까지 같이 가자고 그래.”

 

 그러자 명석이가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누나! 내가 괜히 나서 가지고 응급처치한다고 그래 된 긴데.”

  “아니라니까 네 잘못.”

  “맞아 명석아. 네 잘못은 아니야. 운이 없었던 거야. 운이.”

  “맞아요. 오빠.”

 

 그래도 여전히 명석이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럼 바로 병원으로 가요!”

  “맞아요. 빨리 병원으로 가요. 언니 병원으로 가자 일단.”

 

 명석이가 조급한 듯 말했다. 이슬이 역시 그와 비슷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모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대뜸 휴대전화로 시계를 보았다.

 5시 54분.

 평소라면 수업을 끝내고 하교를 하거나 자율학습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벌써 6시가 다 됐어. 오늘은 쉬고 내일 가자.”

 

 내 말에 선혜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언니!”

  “아냐, 오늘은 좀 쉬자. 어차피 집으로 가기엔 멀잖아. 버스만 타도 한 시간은 걸리는데. 일단 오늘은 학교에서 쉬고 내일 출발하자.”

  “언니 괜찮겠어…?”

  “괜찮아. 그리고 이모부가 학교로 올 수도 있잖아? 혹시라도 이모부가 찾아오면 차 타고 병원으로 가도 되고.”

 

 이모부가 올 수도 있다는 말에 이슬이의 얼굴에 조금 화색이 돌았다.

 

 “너희 뭐야!!!”

 

 복도에서 쩌렁쩌렁 소리가 울렸다.

 소리에 놀라 우리는 고개를 돌렸다.

 1학년 부장 선생님이 손전등을 쥐고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선생님…!”

 

 왠지 모르게 그의 얼굴을 다시 보니 반가웠다.

 

 “내가 반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그는 역정을 내듯 고함을 쳤다.

 벽에 부딪혀 메아리치는 목소리에 귀가 아릴 정도였다.

 나도 모르게 죄인처럼 어깨가 움츠려졌다.

 그가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는 우리의 얼굴을 확인했다.

 

 “너 최이슬 아니야?”

  “아! 선생님…!”

  “너 어디 갔었어!!!”

 

 이슬이는 놀란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그를 보았다. 선생님은 버럭 소리를 내고는 우리 뒤에 침대에 반쯤 누워있는 선혜 누나에게로 눈을 옮겼다.

 

 “뭐야…! 다쳤어!?”

 

 선생님은 그녀에게로 빠르게 다가갔다. 선생님은 그녀를 아는 눈치였다.

 

 “야 최선혜! 뭐야, 이게!”

  “그…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쯧…”

 

 선생님이 선혜 누나의 다리를 살짝 건들자 그녀는 악하며 짧은 비명을 내뱉었다.

 

 “아이고… 양호 선생님 오늘 출장이라 학교에 없는데…”

 

 선생님은 한숨을 내뱉었다.

 

 “친한 선생님이가…?”

 

 명석이가 이슬이에게 조용히 물었다.

 

 “언니 작년 담임 선생님이기도 하고, 1학년 부장 선생님이세요.”

  “아…”

 

 명석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뭐해! 빨리 교실로 안 돌아가?”

 

 우리의 대화 소리에 선생님은 힐끔 고개를 돌려 우리에게 소리쳤다. 움찔 두 사람은 선생님의 소리에 놀라 반응했다.

 

 “안 그래도 지금 정신없는데, 너희까지 그렇게 정신없게 하면 선생님들 힘드니까. 조용히 교실 가서 선생님들 지도 따라 움직여.”

  “네…넵!”

 

 명석이가 대답했다.

 난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여 이슬이를 향했다.

 

 “그럼 우리가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올게…! 어떻게 될지 모르니…”

  “빨리 안 가!?”

 

 선생님의 호통에 우리는 서둘러 움직였다.

 

 “웅아, 그래도 쌤 보니까, 학교 온 거 같다 진짜.”

  “그니까. 우리끼리 있을 땐 솔직히 폐교 탐험하는 기분이었는데.”

 

 별관 문을 열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세상은 칠흑에 잠겨 있었다.

 정면에 보이는 본관 건물. 우리의 교실을 찾고 싶었지만, 어둠에 잠겨 간간이 작은 불빛만 보이는 통에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학교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학교는 축구장보다 넓은 기분이었다.

 벽을 따라 본관으로 향하는 길을 찾았다.

 

 “저기 문 보인다. 웅아.”

 

 명석이가 조금 멀리 있는 유리문을 가리켰다.

 본관의 오른쪽 문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본관.

 문을 열자 밖에서 들리던 소리들이 조금은 더 크게 들렸다.

 게다가 본관은 1층부터 교실이 있기에 복도에 나름 빛이 보였다. 그리고 그 끝엔 1층의 교실을 관리하는 듯 의자에 앉아 다리를 떨고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아마 선생님이겠지.

 

 “너희 뭐야! 교실로 돌아가!”

 

 여자 선생님의 목소리였다.

 우리는 빠르게 계단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접어든 2층.

 2층에 우리의 교실이 있었다.

 복도에 들어서자 저 끝에 복도를 밝히고 있는 선생님이 보였다.

 멀리서 제대로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우리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돌아왔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조금 풀린 듯 넘어질 뻔했다.

 

 “조심해라.”

 

 명석이가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었다. 고맙다며 손을 들어 보이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실 갔다 왔으면 빨리 교실로 들어가라.”

 

 그는 우리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목소리에서 힘든 기색이 느껴졌다.

 우리는 그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며 얼른 교실로 향했다.

 드르륵 –

 2학년 7반 교실의 문을 열었다.

 교실은 어두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어둠에 잠긴 건 아니었다. 손전등을 천장에 매달에 교실 전체를 밝히고 있었지만 그리 강한 불빛은 아니었기에 교실이 어둡게 보였다.

 교실엔 20명 가까이 되는 친구들이 보였다. 보이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교실에 있었다.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거나 교실 맨 뒤 사물함 앞에 모여 작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구석에 쪼그려 울고 있는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자 그들의 이목이 우리에게로 집중되었다.

 

 “너희 뭐야…?”

 

 사물함 앞에 앉아 있던 부반장이 놀란 얼굴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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