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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드림앰버서더
작가 : 자유론
작품등록일 : 2020.8.2

어느 날 그들은 홀연히 자신 앞에 나타난 한 광고지를 발견하게 된다.
<당신이 어젯밤 꿈 속에서 만난 그 무엇을 만나게 해 드립니다 -By. 드림 앰버서더>

드림 앰버서더를 운영하는 신비로운 남자 아벨과 대한민국 최초의 여사제를 꿈꾸는 마리아.
각기 다른 사연을 하나 둘 해결하다 보니 다다르게 된 단 하나의 관계.

 
헤칠 피[披]
작성일 : 20-08-30 23:14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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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가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는 따스한 햇살이 부유하는 그 공간으로 주원을 안내했다. 가볍게 내 딛는 그녀의 발걸음 발걸음마다 흔들리는 머리칼에서 마치 음계가 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긴 복도를 지나 홀에 다다르자 소녀가 주원을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오늘은 동백꽃차를 준비했는데, 괜찮으세요?”

 “예?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럼 소파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주원은 소파에 앉았다. 사흘 전 이곳을 다녀간 뒤로 이상하게도 악몽을 꾸지 않은 것 뿐 아니라, 여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전보다 덜해진 듯 했다.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는 마치 무언가에 압도된 듯, 짓눌려졌다고나 할까. 그 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갑자기 어디선가, 꽃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향기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소녀가 원목 트레이에 하얀 도자기 찻잔을 얹고 향기와 함께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향이 참 좋지요? 동백이 겨울을 뚫고 피어나는 강인한 꽃이라 그런지 향기 역시 이렇게 진한 것 같아요.”

 

 소녀가 찻잔을 주원 앞에 내려놓으며 따스한 봄 햇살처럼 웃었다. 그 모습이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나 성숙하고 어른스러워 보여, 주원은 불현듯 씁쓸해져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지난번에도 그렇고, 말하는 게 참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럽네.”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아. 들으라고 한 소리는 아닌데. 반말로 중얼거려서 미안합니다. 사실 전, 이 나이 먹도록 아직 제대로 사람들과 교류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많이 미숙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가, 그쪽은 뭔가 멋져 보이네요. 저는 이 나이 먹도록 그런 여유, 가질 수가 없는데.”

 

 소녀가 앳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인자한 미소 지은 채, 찬찬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달그락 소리와 함께 찻잔을 들어 올렸다. 잔 속에서 흔들리는 찻물을 보며 그녀가 말했다.

 

 “모든 걸음은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죠. 주원 씨도 이번 일을 계기로 분명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저, 혹시 많이 힘들어지게 되면, 꿈을 꾸는 도중에 중단할 수 있습니까?”

 “자의로는 불가능 하겠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문제죠. 너무 괴로워 보이면 깨워드리도록 할게요. 그러니 마음 편히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나 부드럽게 불안하고 위태로운 마음을 어루만져, 주원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주원이 기특하다는 듯 소녀는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그 동작이 묘하게 안정감을 불러일으켜 주원 역시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는 찻잔에 담겨있는 차를 천천히 들이마셨다.

 

 꽃향기가 몸 안 가득 퍼져 나가며 점점 진해져왔다. 마치 후각세포를 강제로 비집고 들어가는 듯, 향기가 점점 더 강렬해져오는 것을 느끼며 주원은 천천히 정신을 잃었다.

 

 

 **

 

 

 주원은 천둥소리에 눈을 떴다. 그리곤 붉은 바닥 위에 웅크려 있는 자신을 인지했다. 양손으로 바닥을 짚자 축축한 동시에 따스하고 부드러운 감각이 손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재차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이제 곧 그녀가 나타날 것이었다. 주원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게도 두렵지가 않았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하늘은 역시나 언제나처럼 꿀렁이고 있었다.

 

 가만 보니 하늘이라 하기에 그것은 몹시 이상했다. 마치 눈을 감고 태양을 바라보았을 때 눈 점막 안에서 펼쳐지는 붉은 카오스 같았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스믈스믈 주원의 몸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함과 동시에 멀리서 듣기 싫은 금속 소리와 함꼐 그녀가 나타나더니 주원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수십 년을 주원은 그녀를 피해 달아나기만 했다. 그 얼굴을 볼때면 거부감이 일어 저도 모르게 질겁을 하고 도망치고는 했다. 단 한 번도 그녀와 싸워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온르은 달랐따. 주원은 달려오는 그녀를 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두려움에 심장이 쿵쾅이기 시작했지만, 이 곳이 꿈이라는 걸 너무나도 선명히 자각할 수 있기에 용기가 났다. 주원은 이를 악물었다.

 

 ‘젠장. 될 대로 되라지.’

 

 그녀가 가까워져오자 주원은 그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얼굴이었다. 도려내고 짓이겨진 그 형체가 눈앞까지 다가오자 주원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눈을 떠보니 그녀는 주원을 통과해 계속 달리고 있었고 대기가 물결치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끼익, 끼익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왔다.

 

 그랬다. 그 소리는 그녀가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녀는 오히려 그 소리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일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더니 차가운 쇳덩이가 주원의 뺨을 할퀴고 지나갔다. 단지 스쳐지나갔을 뿐인데도 뺨에선 뜨거운 피가 흘러내렸다.

 

 주원은 순간 불길한 기분이 들어 그녀를 돌아보았다. 붉은 하늘과 바닥은 여전히 꿀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끊어진 길 위에서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다. 온몸을 바들바들 떤 채, 막다른 길에 내몰린 채였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그 순간 쇳덩이가 여자의 얼굴을 도려내 버리더니, 여자의 모든 사지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도려져 나간 여자의 살덩이가, 그 뼈가 후둑 후둑하고 바닥으로 떨어져나갔다.

 

 “으아아아악!”

 

 주원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처참한 살육 현장에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꿈이 의미하는 것을.

 

 또 다시 캉- 캉- 하고 쇳소리가 들려오더니 또 다른 쇳덩이가 그녀의 잔해를 쓸어내곤 사라졌다. 공포에 온몸이 떨려왔다. 눈앞에서 살육의 현장을 지켜본 주원은 그 잔인함에 치를 떨었다. 공포, 미안함, 그리고 분노. 또 다시 쇳소리가 들려왔다. 주원은 덜덜 거리는 손으로 꿀렁이는 바닥을 짚고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검은 웅덩이로 몸을 내던졌다.

 

 

 **

 

 

 “정신이 드시나요?”

 

 하- 하-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어느새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됐는지 얼굴이 미끈거리고 눈이 따끔거렸다. 자신을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는 소녀의 얼굴을 본 순간, 쇳덩이에 도려져 나간 귀신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살점이 잘려나가고 피가 튀어오르던 그 모습이 선명히 떠올랐다.

 

 욱!

 주원은 황급히 사무실 밖을 뛰쳐나갔다. 그리곤 상가 화장실에 들어가 토악질을 해댔다. 노르스름한 위액이 쏟아져 나왔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주원은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따뜻한 피부가 만져졌다.

 

 도려진 그녀의 얼굴이 또 다시 떠올랐다. 너무나 끔찍해 몸이 재차 떨려오기 시작했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낙태. 사람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어 나갔을까.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자식에게 생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식의 생을 걷어갈 권리 역시 그들에게 생기는 것일까.

 

 자신의 삶이 부모의 선택으로 시작되었다는 걸 깨닫게 한 꿈이었다. 두려움은 어느새 연민이 되어 주원의 가슴을 난도질 해댔다. 아렸다. 그 존재를 거부당해 끔찍하게 살해당한 그 존재가 어쩌면 그 귀신이 아니라 자신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한참을 멍하니 있었을까. 속이 쓰리다 못해 날카로운 무언가를 푹푹 쑤셔대는 기분이 들었다. 주원이 터덜터덜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소녀가 굳게 닫힌 철제문 앞에서 걱정스럽게 주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원은 묻고 싶었다. 그리고 알고 싶었다.

 

 “대체 당신 정체가 뭡니까? 그리고 대체 그 애는 왜 그렇게 끔찍하게 난도질당해야 했습니까! 당신은 그 이유도 알고 있죠? 말해봐요! 말해보라고요!”

 

 

 

 거친 주원의 목소리가 건물 안으로 울려 퍼져 나갔다. 소녀는 슬픈 표정으로 주원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녀의 대답을 들은 주원은 이를 악물며 잠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다 소녀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소녀는 주원의 발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끼익-.

 마리아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벨이 창가에 서 그림을 보고 있었다. 마리아는 그런 아벨을 보고 아벨의 말에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소파로 걸어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게, 이번 건은 아무래도 무리일 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냥, 도와주고 싶었어요.”

 

 아벨은 응당 그랬을 거라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해바라기는 마치 태양을 닮은 거 같군요.”

 “네.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마치 갈증에 허덕이는, 빛을 갈구하는 해바라기처럼 느껴졌어요.”

 “그는, 언뜻 보기엔 예민해 보이긴 하지만 단 한 번도 삶을 포기하려 한 적이 없습니다. 항상 자기 나름의 길을 찾아왔고 그렇기에 이곳까지 오게 되었죠.”

 “제 역할은 여기까지인 거겠죠? 처참히 살해당한 그 기억을 반복하는 아이도, 그 아이와 기억을 공하는 그도 너무나 가여워요. 신께서 주신 목숨을 어찌 그리 함부로……. 마음이 아프네요.”

 

 

 **

 

 ‘그 질문을 받아야할 사람이 제가 아님을 잘 아실 텐데요.’

 

 주원은 넋이 빠진 채 남은 하루를 보냈다. 소녀의 슬픈 목소리가 주원의 귓가를 계속해서 맴돌았다. 주원은 몇 번이고 휴대폰 버튼을 누르려다 주저하길 반복했다. 묻고 싶었다. 정말 이 모든 게 진실인지. 그냥 자신이 사기꾼들에게 놀아난 것인지, 아니면 진실을 알게 된 것인지를 말이다.

 

 그녀의 집념은 물리적 틀을 잃고 나서도 한동안을 머물렀다. 또 다른 생명, 주원이 어미의 뱃속에 똬리를 틀었음에도. 주원은 그녀가 자신의 꿈속에서 계속해서 그 장면을 보여주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감정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육신은 갈가리 찢겨져 버려졌다. 그리고 그저 성별만 다를 뿐인 주원은 부모의 선택을 받아 사랑과 축복 속에 태어나고 사랑 속에 자라났다. 사실, 그 모든 것은 자신도 누릴 수 있었던 것이었을 거다. 그것은 질투였을까. 아님, 원망의 투사였을까.

 

 주원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잘 지내시죠.”

 “어 아들. 엄마야 항상 잘 지내고 있지. 어쩐 일이야?”

 “그냥.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요.”

 “우리 아들이 웬 일이래~.”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한 때부터 아들 걱정에 자신보다 더 고통받아왔던 엄마. 하지만 언제나 씩씩하게 아들에게 용기를 주던 엄마. 끔찍하게 살해됐던 그녀 역시 이런 엄마의 자식이었을까.

 

 “엄마.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응. 그래그래. 우리 아들 궁금한 거 있음 엄마가 다 대답해줘야지. 뭐가 궁금한데?”

 

 주원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엄마에게도 큰 상처일지도 모르는 이 일을 묻기, 망설여졌다.

 

 “뭐가 궁금한데?”

 “저, 혹시…….”

 “혹시 뭐?”

 “자식이 엄마한테 이런 거 묻는 거 아닌 거 아는데……”

 “왜 그렇게 망설여?”

 “저 태어나기 전에, 엄마 뱃속에 있었던 아이가 있었어요?”

 

 수화기 건너편에선 한동안 말이 없다. 주원은 처참한 마음으로 엄마의 대답을 기다렸다. 부디 사실이 아니기를 빌며 말이다. 한참 뒤에 엄마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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