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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다의 왕이라는데요?
작가 : 윤소언
작품등록일 : 2020.7.31

전생, 바다의 왕이었던 남자가 최고의 헌터가 되기까지.

 
16화. 돌아오다
작성일 : 20-08-29 18:40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6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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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돌아오다

 

 현 해류 길드장.

 해류 그룹 회장의 직속 경호원.

 A급 헌터, ‘강철우제’ 한우름.

 그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지만 속은 몹시 놀란 상태였다.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닮았다!’

 

 해류 그룹에서 김해류는 몰라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

 김해류가 어떤 인물인가?

 회장 용유영은 67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 온갖 고생을 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그녀는 발상을 전환, 혼자서 찾기보다 여럿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

 그를 위해 보육원을 설립.

 아들을 잃은 서러움과 슬픔을,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봄으로써 채웠고.

 아이들은 김해류에 대한 지식을 채우며 성장했다.

 

 -이건 내 아들의 얼굴이야. 언젠가 너희가 이 얼굴을 만나게 된다면, 꼭 내게 데려와 주렴.

 

 보육원장 용유영이 그저 그런 인물이었다면,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훌륭한 어머니였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 줄 아는 위인이었다.

 후에 대격변을 경험하고, 보육원 출신의 헌터들이 활약하면서 해류 재단과 용유영은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다.

 

 ‘한국 헌터의 어머니.’

 

 라는 이름으로.

 

 “…….”

 

 한우름은 김해류(라고 주장하는)를 흘깃 보았다.

 그 또한 해류 길드의 마스터로서 용유영 회장의 꿈을 이루어 주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해류 보육원 출신이었으니, 용유영은 그에게 친할머니나 다름없었다.

 한국 제일의 길드장이지만, 회장의 경호원으로 보내는 시간이 더 긴 것은 그런 이유였다.

 한우름은 조용히 말했다. 마나를 사용하여 대상자에게만 들리는 기술, 전음이었다.

 

 -검사 시작해.

 

 그는 어떤 해류보다 진짜처럼 보였지만, 지금까지 단순히 닮아 보이는 해류는 무척 많았다.

 그중에는 용유영 회장에게 불손한 짓을 저지른 놈들도 있었다.

 납치 시도를 하거나, 보상금을 추가 지급하지 않으면 눈앞에서 자살하겠다거나….

 한우름은 그런 무뢰배들을 사전 검열하는 역할이었다.

 그를 위해서는 그림자에 숨어있는 헌터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 * *

 

 -아빠. 검사한다는데?

 “쉿. 나도 들었어. 해야 할 일이 있나 봐. 방해하지 말자.”

 

 나는 레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 정확히는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손바닥과 레비 사이에 있는 물을 진동 시켜 의사를 전달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동행해도 돼?”

 

 서현이 한우름의 그림자와 얼굴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한우름은 살짝 인상을 썼다.

 

 “해류 씨의 동행이 아니십니까?”

 

 서현이 나를 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럼 우선 함께 이동하겠습니다.”

 “그렇데.”

 

 서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믿어주니 고맙네.”

 “그러게.”

 

 서현은 아무렇게나 한 말이었지만, 한우름에게는 전혀 다르게 들렸다.

 

 * * *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스터.

 -위험한 도구도 없습니다.

 -능력치 확인 결과, 신체 능력과 마력 모두 일반인과 다를 바 없네요.

 -쉐도우레인의 분석 결과 보고. 검사 해당자와 동행인은 무해하다고 판단.

 

 한우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쉐도우레인이니 믿도록 하지.

 

 쉐도우레인. 해류 재단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는 그림자 조직이다.

 주요 업무는 해류 재단의 고위급 인사를 보호하고, 위해를 가하는 적들을 사전 제거.

 그리고 세상에 떠도는 주요 정보들을 수집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대상자의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특성이 있었다.

 대외적으로 해류 길드의 최강자인 한우름도 정보력에서는 쉐도우레인을 믿고 따랐다.

 그런데 그때였다.

 

 “믿어주니 고맙네.”

 

 서현이 그렇게 말했다.

 마치 한우름의 전음을 엿들은 것처럼!

 타이밍도, 단어 선택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한우름과 쉐도우레인들은 침묵했다.

 분명 검사 결과는 일반인이었다.

 아무런 특성도, 능력도 없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하지만… 감이 왔다.

 수많은 전투와 다양한 경험을 해온 베테랑 헌터의 직감에 경종이 울렸다.

 무엇보다 이곳은 회장님이 있는 장소.

 몇 번이고 조심해도 부족한 중요한 곳이었다.

 그들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지금까지 용유영을 노린 빌런들의 접근은 무수히 많았다.

 이들도 어쩌면 그런 부류일지도 몰랐다.

 서현의 말 한마디에 해류 재단은 비상이 걸렸고, 길드의 간부 총원이 병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 * *

 

 “해류. 왜 그래?”

 “우와… 높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높이보다 최고였다.

 

 “안색이 안 좋은데?”

 “여기서 떨어지면 살 수 있을까?”

 

 서현이 한심하게 보았다.

 

 “네가 죽으면 바다는 누가 지켜.”

 “떨어지면 바닥에 닿기 전에 심장 마비로 죽는데. 심장이 멈추면 어떤 느낌일까?”

 “이제는 혼자만의 몸이 아니잖아. 죽는다느니 헛소리하지 마.”

 “아니, 그게… 사실 지금 좀 고소공포증 오는 느낌이거든.”

 “…….”

 “아니! 왜! 이렇게 높이 올라온 건 처음이란 말이야.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 영역에서 벗어나는 거고….”

 “구름은 물이잖아. 우리 영역일걸?”

 “아, 그러네. 되려나?”

 

 쿠르릉.

 

 “오. 된다.”

 

 둥실둥실 솜사탕처럼 떠 있던 구름의 모양이 바뀌었다.

 별, 문어, 상어, 고래, 인어… 마지막으로 삼지창.

 나중에 이벤트 할 때 유용할 것 같았다.

 

 “진짜 떨어지면 끌어다가 낙하산으로 써야겠다.”

 “해류. 그렇게 말하면 조만간 쓸 일이 생길 것 같잖아. 조용히 해.”

 “넵.”

 

 올라가는 시간 동안 우리는 가벼운 만담을 나눴다.

 

 * * *

 

 -비상!!!! 비상비상비상!!!!

 -대상자 ‘기후조작’ 관련 특성으로 추정!

 -총원 해류 병원으로 지원 바람!!

 

 한우름의 손이 강철로 바뀌었다.

 그의 특성은 ‘강철우제’.

 절대 쓰러지지 않는 강철소의 황제였다.

 부분 강철화를 한 한우름의 목덜미에 식은땀이 흘렀다.

 

 ‘기후조작은 유럽의 길드, 올림포스의 길드장 제우스의 특성이다. 그리고 그는 S+. 누구보다 SS에 가깝다고 추앙을 받는, 현재 랭킹 1위의 헌터.’

 

 그런 존재와 유사한 특성을 지닌 자가 나타났다.

 그것도 김해류의 얼굴을 가지고, 용유영의 거처에.

 두 눈으로 날씨를 조작하는 것을 보았다.

 헌터가 아니라는 쉐도우레인의 판단이 틀린 것이다.

 쉐도우레인의 탐색 능력을 벗어났다는 것은… 즉, 이 자는 최소 A급이었다.

 아니. A급도 그들의 눈을 완벽히 피할 수는 없는데….

 능력치를 감추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템 식별에는 반응이 없었다.

 잠깐. 그전에 헌터임을 숨기려고 했다면 어째서 이렇게 당당하게 특성을 사용한 거지?

 의문이 의문을 물고 이어졌지만, 중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어째서 이곳에 왔는가.’

 

 이자는 헌터인가, 빌런인가.

 무슨 목적으로 찾아왔는가.

 그리고.

 

 ‘…우리가 막을 수 있을 것인가.’

 

 한국 헌터 랭킹 3위가 긴장할 정도로… 이 외부인의 행동은 놀라운 것이었다.

 

 * * *

 

 -저 아저씨 상태가 이상해.

 “그러게. 똥 마려운가?”

 

 엘리베이터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쪽입니다.”

 

 새하얀 복도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창을 통해 누리끼리한 볕이 내리쬐었다.

 한우름이 먼저 나갔다. 레비를 안고 내가 뒤따랐다. 서현이 마지막이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는 그때였다.

 척척척척.

 

 “응?”

 

 진득한 살기가 형체를 갖췄다.

 한우름의 정장에서 찌직 소리가 났다. 그림자에서 열 명의 인간이 솟아났다. 천장에 스파이더맨들이 자리를 잡았다.

 서현이 눈가를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 등 뒤에 나를 두고 감추려고 한 모양이다.

 그래봤자 키 차이 때문에 가려지지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셨겠지만 꼭 필요한 절차입니다.”

 

 한우름의 목덜미가 은색으로 변했다. 손끝은 황소의 발굽처럼 굵어졌다. 그것으로 요령 좋게 셔츠의 첫 단추를 푼 한우름의 시선은 묵직했다.

 

 “당신은… 이곳에 무슨 목적으로 왔습니까?”

 “무례한 인간들아. 이분이 누구인 줄 알고….”

 “서현. 괜찮아.”

 

 서현이 어느새 트라이어쓰를 들고 나아가려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서현은 내 눈치를 보다 뒤로 물러섰다. 무기는 거두지 않았다.

 

 “……!”

 

 그들은 놀란 기색이었다. 대충 어디서 무기를 꺼냈지? 라는 반응이었다.

 놀랄 만도 하지. 영혼샘… 다른 말로 인벤토리는 나도 이해하고 쓰는 게 아니거든.

 그냥 되니까 쓰는 거지.

 웅- 웅-

 나는 인벤토리에서 울고 있는 해신검을 달랬다.

 저들의 살기에 반응한 해신검이 당장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들의 면면을 살폈다.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심장 소리가 컸고, 근육이 긴장되어 있었다.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자세.

 포위를 하고 있는 모양새가, 싸움에 무지한 내가 보아도 굉장히 안정적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아서 웃음이 나왔다. 웃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서 입가를 가렸다.

 이들은 어머니의 경호원이었다.

 이들이 이러는 이유는 어머니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그러니 이건 무례가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서현은 움찔하고는 나를 따라 했다.

 한우름이 물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당신들은 진심으로 어머니를 지켜주시고 계시군요.”

 “…….”

 “이 정도라면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었겠지요.”

 “…….”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한우름만이 우물쭈물하다 말했다.

 

 “당신은… 진짜 김해류입니까?”

 “예.”

 

 나는 활짝 웃었다.

 

 “너무나 늦게 어머니를 뵈러 온, 불효자. 김해류입니다.”

 

 한우름과 나는 한동안 눈싸움을 했다.

 

 “지금껏 어디 있다가 이제서야 온 겁니까.”

 “음, 어머니한테 제일 먼저 말해주고 싶었지만… 절차상 꼭 필요한 것이겠지요?”

 

 한우름은 머뭇거리다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당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회장님뿐입니다. 우리는 그저 회장님의 안전을 책임질 뿐.”

 

 다른 이들도 한우름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나는 뺨을 긁적였다.

 

 “그런데 여러분이 이렇게 반응한다는 거는 제가 ‘위험한 인물’이어서 그런가요? 내가 그런 오해를 받을만한 짓을 했나?”

 -아닝?

 “그치?”

 

 레비가 작게 답해주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누가 봐도 평범한 일반인인데 왜 테러리스트를 보는 듯한 눈빛인지 모르겠다.

 

 “…당신은 기후를 조작했습니다.”

 “기후?”

 

 서현이 바깥의 삼지창 구름을 가리켰다.

 

 “아… 구름….”

 

 하긴, 평범한 인간이 구름을 조작할 수는 없지.

 

 “네. 그런데요?”

 “즉, 당신은 헌터입니다. 맞습니까?”

 “어… 헌터가 뭐죠?”

 “…….”

 “…….”

 -…….

 

 잠깐 침묵이 흘렀다.

 한우름은 헛기침을 하고 설명해주었다.

 

 “2035년의 대격변. 헌터. 게이트. 던전. 몬스터. 모르십니까?”

 “네. 모르는데요.”

 

 고개를 젓자 사람들이 일제히 당황했다.

 뭐야. 그 아기는 두루미가 가져다준다는 상식도 모르냐는 반응은.

 두루미가 아니라 학이었나?

 암튼.

 한우름은 몹시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헌터라 함은 특성을 각성한 초능력자를 말합니다.”

 “오! 초능력 좋지! 어렸을 때 M사 영화를 되게 많이 봤거든요.”

 “아…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뭐야. 그 떨떠름한 반응은.

 

 “M사가 뭐야?”

 “그거 있잖아. 그 어벤…”

 “아, 그…”

 “도대체 언제 적….”

 “…….”

 

 그림자들이 숙덕거렸다.

 난 그 말에 상처받았다.

 

 “명작인데요! 시대가 흘렀다고는 하나 변치 않는 명작일 텐데요!”

 

 한우름이 두 손을 들었다.

 

 “예. 그렇다고 칩시다.”

 “아니, 그 반응은 뭐야! 도대체 67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직접 확인해봐야겠어!”

 “확인은 나중에 하시고, 당신이 헌터인 이상 필요한 조치를 하고자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씩씩거리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조치?

 뭘 한다는 걸까.

 인간들이 해신의 저주를 다룰 수는 없을 테니 별 효과가 없을 텐데….

 아무튼 그걸 해야 만날 수 있다면 해야지.

 

 “후우. 네. 동의해요.”

 

 서현이 걱정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안심하라고 웃어 보였다.

 그녀는 다가오는 한우름을 노려보고 삼지창을 집어넣었다.

 완전히 사라진 삼지창에 놀라면서도 한우름은 나에게 다가와 두 쌍의 팔찌를 건넸다.

 

 “마나 동결의 팔찌입니다. 아시다시피 헌터의 특성을 봉인하는 도구이지요.”

 

 모르는데요.

 

 “이건 신체 저하의 팔찌입니다. 신체 능력을 일반인보다 약하게 만드는 도구이지요.”

 

 이런 것도 있구나. 역시 미래의 기술력. 신기방기하네.

 

 “착용에 동의하지 않으시면 면회가 불가…”

 

 철컥. 철커덕.

 

 “…….”

 “됐죠?”

 

 나는 망설이지 않고 팔찌들을 찼다.

 제법 무거운 쇳덩이의 중앙에서 파랗고 빨간빛이 점멸했다.

 한우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면 허가하겠습니다.”

 

 나는 레비와 함께 복도 끝의 병실 앞에 섰다.

 

 “당신은 들어가지 못합니다.”

 “뭐?”

 

 한우름에게 막힌 서현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괜찮아. 다녀올게. 기다리고 있어.”

 “야. 해류!”

 “괜찮다니까.”

 

 나는 손을 들어 흔들었다. 팔찌가 잘그락 소리를 냈다.

 손가락 끝에 아주 작은 물방울이 생겨났다.

 그렇다.

 이딴 봉인구로는 해신의 축복을 막지 못했다.

 

 “……하아. 그래. 다녀와.”

 

 서현은 그제서야 물러섰다.

 물러서면서 한우름의 발등을 짓밟는 것이 그녀다웠다.

 

 “후우.”

 -드디어 할모니 만나는 거야?

 “그래. 드디어.”

 

 마침내 돌아왔다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긴장이 사라지지 않았다.

 나에게는 고작 며칠의 시간에 불과했지만, 인류는 67년의 시대가 흘렀다.

 거리를 돌아다니고,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눴지만, 아직까지 나에게는 그 흐름이 와닿지 않았다.

 어서 빨리 어머니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었다.

 M사가 만든 영화들을 몰아서 보고 싶었다.

 혼자가 아니라 어머니, 레비, 서현과 함께 웃으면서.

 분명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있었다.

 

 덜그럭.

 

 그래. 너무 어린아이 같은 믿음이었다.

 

 한 걸음.

 

 문이 열리고, 안으로 한 걸음 내디뎠을 때.

 

 “다녀왔…….”

 “…….”

 “…….”

 “…….”

 

 조용한 병실. 창밖으로는 가까운 구름과 지기 전 누런 햇살이 실크커튼처럼 늘어져 있었다.

 창가의 작은 화분에는 초록색 카네이션이 생기를 뿜어댔다.

 병실은 생각보다 좁았다.

 침대 하나와 옷장 하나. 의자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협소한 공간.

 대기업의 회장님이 있는 곳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 공간.

 규칙적으로 울리는 환자관찰기의 기계음만이 들리는 공간.

 그 공간에 한 걸음 들어선 나는.

 

 …….

 

 뿌리를 내린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쿵.

 

 심장이 내려앉았다.

 

 쿵.

 

 두 눈을 의심했다.

 

 쿵.

 

 시간을 우습게 보았다.

 

 쿵.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쿵.

 

 -아빠?

 

 쿵.

 

 비극을 맞이한 뒤에야 현실을 깨닫고 말았다.

 

 쿵.

 

 67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쿵…….

 쿵…….

 쿵…….

 

 쿵! 하고.

 심장과 영혼과 피와 뼈와 삶과 생과 추억과 우정과 기억과 행복과 눈물을.

 

 67년의 세월이.

 

 쿵, 하고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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