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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파혼의 전말
작가 : 미세스존
작품등록일 : 2020.8.22

"결혼이고 뭐고, 일주일만 만나보자."

결혼을 고작 두 달 앞둔 커리어 우먼 한미주.

평생 한 번 밖에 못 해본 연애가 아쉬워 결혼이 망설여지는 그때,

운명처럼 나타난 대학 동창 지현민.

예전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변한 그를 보고

미주는 운명처럼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청첩장을 주던 날

늦은 저녁 술자리에서 서로에 대한 호기심은 커져만 간다.

호기심은 점점 커져 호감이 되어가고,

결혼을 앞둔 두 남녀는 원초적인 욕망에 휩싸이게 된다.

사랑 앞에 솔직하지만 한없이 나약한 두 남녀는

결국 위험한 계약을 하게 되는데......

 
9. 주사위는 던져졌다.
작성일 : 20-08-29 15:47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6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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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주, 쫌 익으면 먹어라.”

 

 “초벌 해서 나온 거라 괜찮아.”

 

 불판 위에 올린지 얼마 되지도 않은 고기를 덥석덥석 집어먹는 미주를 보고 세라가 한마디 했다. 정작 미주는 아무렇지 않게 등갈비를 뜯고 있었다.

 

 “현민이 넌 안먹어?”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는 현민을 보며 미주가 물었다. 급하게 뛰어와 놓고 여유를 부려도 되는 건지 궁금했다.

 

 “난 좀 더 익으면 먹으려고. 예전에 배탈 난 적이 있어서.”

 

 미주가 보기엔 곧 탈 것 같았지만 현민은 여전히 멍한 얼굴로 고기를 집어먹을 타이밍만 재고 있었다.

 

 “애들아. 익었는지 안 익은 건지는 너네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야. 돼지고기의 입장도 들어봐야지.”

 

 그 와중에 세라는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귀가 씰룩이면서도 현민은 일절 대꾸하지 않았다.

 

 “헛소리 시작하는 거지? 들어나 보자. 돼지고기한테 입장이란 게 있어?”

 

 파채를 뒤적이며 미주가 예의상 물어봐줬다.

 

 “있지, 왜 없어. 돼지고기는 지금 불판 위에서 서서히 익어 가면서 누군가 집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거야. 타버리거나 덜 익었을 때가 아니라 적당한 상태에서 말이야. 너넨 지금 그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거지. 시야를 넓게 가져봐. 바로 지금이다!”

 

 아무도 먹지 않자 세라가 기회를 틈타 적당히 익은 고기를 집어갔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되게 말처럼 하는 재주가 있네?”

 

 미주는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다시 등갈비를 뜯기 시작했다. 현민도 그제야 등갈비 하나를 집었다. 하지만 결국 조금 탄 부분을 먹었는지 쓴 표정을 지었다.

 

 “결혼 준비는 잘 돼가?”

 

 궤변에 아무 반응이 없자 세라는 이번엔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고 불판 위로 질문을 툭 던졌다. 현민과 미주는 누구에게 하는 말인 줄 몰라 서로 대답을 미루고 있었다

 

 “알다시피, 힘들지.”

 

 미주가 먼저 말했다. 지난번 술자리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했던 터라 고충을 토로하는데 거부감은 없었다. 그건 현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르겠지만, 나도 힘들어.”

 

 접근법은 달랐지만 대답의 결은 엇비슷했다. 둘은 잠시 눈이 마주쳤고 통하는 게 있는지 슬쩍 미소를 주고 받았다.

 

 “내가 또 결혼 선배이지 않겠니? 그래서 하는 말인데 힘들면 지금이라도 관두는 것도 용기야. 괜히 나처럼 뒤늦게 후회해서 이혼 딱지 생기지 말고.”

 

 생전 안 그러는 세라도 결혼 얘기엔 한없이 우울한 목소리였다. 3년이라는 연애 기간이 무색하게도 결혼 생활은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종지부를 찍은 그녀였다.

 

 “부득불 하는거지. 주사위가 던져진 이상 무를 수 없을 뿐이야.”

 

 미주도 자신의 처지를 반추하며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세라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싶기도 했다.

 

 “부득불? 한국말이야? 부득부득 이런 뜻인가? 아니면 부들부들?”

 

 세라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전혀 모르는 단어였는지 핸드폰을 켜 검색부터 하고 있었다.

 

 “아냐, 나중에 찾아봐.”

 

 “음. 결혼이 도박도 아니고 그런 말이 어딨어. 도박은 행운 아니면 불행으로 끝나잖아. 불행하려고 하는 결혼이 의미가 있을까?”

 

 그 와중에 현민은 미주의 의견에 동감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마지못해 하는 결혼이라면 애당초 하지 않는 게 옳았다.

 

 그때 불판을 갈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이 현민 옆으로 왔고 잠시 대화는 중단되었다. 셋은 어색하게 불판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단하게 감사할 일은 아니었지만 현민은 익숙하게 고마움을 표현했고 미주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동식과 대비되는 모습에 다시 한번 결혼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렇지. 행복 찾아 결혼하는 게 맞는 거지? 근데 사람 욕심이란 게 끝이 없는 것 같아. 분명 지금도 나름 행복하거든? 문제는 결코 불행하지 않은데도 더 큰 행복을 바라고 있다는 거야. 이건 내 잘못이 맞는 거지?”

 

 “응. 니가 욕심 덩어리라서 그런 거 맞아.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도 몰라? 절제하는 삶.”

 

 미주가 알면서도 물었고 세라는 모르는 말이지만 그럴듯한 표현을 쓰고 있었다.

 

 “멍청아. 그거 이런 상황에서 쓰는 거 아니야. 현재에 충실하자는 뜻인데 모르면 쓰지나 말아. 그러면 미주 넌 도대체 뭐가 제일 힘든 거야?”

 

 또 다시 대화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이번에는 현민이 화제를 전환했다. 미주의 고민을 더 듣고 싶어졌다.

 

 “음. 너무 포괄적이라서 어려운 질문이긴 한데…… 약간 지금 기분이 뭐랄까, 수능 치고 대학교 어디 갈지 고민하던 때랑 비슷한 것 같아.”

 

 “야! 결혼이 그거랑 비교가 되냐? 차원이 다르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라가 반박을 했다.

 

 “일다 들어봐. 왜, 대학 선택할 때 그렇잖아. 내 선택으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생각하면 설레기도 두렵기도 하잖아. 친구들이랑 헤어지기도 싫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도 하고.”

 

 “그건 맞지. 근데 그때는 두렵기보단 설레는 감정이 더 컸던 것 같은데 넌 아니었던 거야?”

 

 현민 역시 아직까진 크게 공감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두려움이 더 컸어. 지금도 마찬가지고.”

 

 “어떤 점에서?”

 

 “더 이상 고등학생이 아니라는 점이. 그 당시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 뭐였냐면 스무 살 넘으면 너네 어른이야, 이 말이었어. 그런 말 들을 때마다 내가 무슨 생각 했게? 난 아직 어른 되기 싫은데, 고등학생으로 사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아직도 마냥 소녀이고 싶은 미주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상념에 젖고 있었다. 그제야 세라와 현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해가 된다. 그럼 결혼도 그런 종류의 감정이란 소리야?”

 

 “이건 내가 먼저 말해도 될까? 내 경우엔 그것보다 더 큰 두려움이었어. 결혼이란 게 단순히 한 이불 덮고 잔다는 수준이 아니잖아. 결혼을 하게 되면 그때부턴 인생이 180도, 아니 못해도 720도 이상은 달라지는 거야. 특히 여자라면 말이야. 시집살이, 출산, 경력단절 등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그 결과 결혼을 망설이게 되는 것 같아. 꿈속에는 백마 탄 왕자만 나오는 게 아니야. 가끔은 입에 담기도 무서운 일들이 벌어진다고.”

 

 대화에 집중하고 있던 세라가 모처럼 진지한 목소리로 소신 발언을 했다. 미주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눈치였다.

 

 “일어날 않을 확률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결혼한다고 다 시집살이하고 경력단절되는 건 아닐 텐데.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현민은 아직 완벽하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미리 넘겨 짚어서 자발적 스트레스를 받는 게 무슨 득이 될까 생각하고 있었다.

 

 “이건 나도 세라 말에 전적으로 동감해. 여자의 특징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 여자는 시간을 앞질러 가는 존재들이야. 그래서 불안해하고 온갖 상상을 하게 되는 거지. 들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 이성과 감정은 평행선에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교차선 위에서 만났다가 헤어지는 거야.”

 

 “머리로는 이해 가는데…… 그냥 다른 동물임을 인정하는 게 빠를 것 같다. 교차로 신문은 들어봤어도……”

 

 의견이 다를지라도 현민은 당장 반박 하기보단 적당한 선에서 수용하는 편이었다.

 

 “그래. 차라리 그게 낫지. 이제 여자에 대해서 조금 알겠냐? 그나저나 지현민씨 문제는 뭐야? 오늘 등갈비 회동 하길 잘했다. 완전 고민 상담소네. 나 이런 거 완전 좋아하는데.”

 

 등갈비가 익어가는 시간만큼 대화도 무르익었고 죽이 잘 맞는 상황에 세라가 신이 나서 말했다. 사실 미주와 현민도 일찍부터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번에 말하지 않았나? 내가 문제라고. 피트니스 일 만으로도 벅차서 결혼까지 생각하면 여유가 없어져. 책임질게 너무 많아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술 한잔 마시지 않았지만 어느새 현민도 분위기에 동화되어 있었다. 예비 신부 소희를 생각하면 저절로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그러면 결혼식을 왜 그렇게 서두른거야? 혹시 너네 사고쳤니?”

 

 결혼을 서두른 내막이 궁금한 미주가 넌지시 물었다.

 

 “그런 거 아냐. 서로 나이도 찼고 양가 부모님도 허락하셨으니까. 어차피 할 거면 빨리해야지.”

 

 “에이, 솔직하게 말해. 소희가 빨리 하자고 해서 그런 거잖아.”

 

 얼버무리는 현민이 답답했는지 세라가 참견했다. 현민은 원망의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소희라면 예비 신부? 특이하네. 보통 신랑 쪽에서 보채는데. 소희씨가 서두르는 이유가 있어?”

 

 “한 마디로 지현민이 태양이면 소희는 해바라기야. 운명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확실하게 자기 남자로 만들고 싶은 거지. 인정하기 싫지만 지현민이 가끔 어린애들 스타일이긴 하지.”

 

 “아주 그냥 동네방네 소문 다 내라. 그렇다고 마지못해 하는 건 아냐. 나도 빨리해도 나쁠 건 없으니까 하는 거야. 물론 준비된 상태로 하고 싶은 건 내 욕심이겠지. 완벽하진 않더라도 불안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거든.”

 

 지난 번 술자리에서 서로 했던 이야기를 잊은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건지 현민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예비 신부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나. 우리가 여자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친절하게 설명해 줄게.”

 

 다시 가면을 쓰고 뒤로 물러난 현민을 붙잡고 싶은지 이번엔 미주가 한 발자국 먼저 다가갔다.

 

 “없어. 오래 사귀어서 이제 웬만한 건 부딪히지도 않아.”

 

 “그래? 난 아닌데.”

 

 그때 미주가 현민을 그윽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뭐가?”

 

 “오래 사귄다고 안 싸우는 건 아니야. 지난번에 네가 그랬지? 이해하지 말고 기다리는게 중요하다고. 그리고 기다림엔 많은 인내와 시간을 요구하니까 오래 만나보는 게 좋다고도 했었지. 괜히 빈티지 와인에서 깊은 맛이 나오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그날을 떠올리며 미주는 현민의 말을 인용했다. 정작 당사자는 기억을 못하는 눈치였다.

 

 “그랬었나? 그런데 왜?”

 

 “그건 빈티지 와인이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야. 대다수의 일반 와인은 기한이 오래되면 결국 썩어. 게다가 난 썩었을 까봐 코르크 마개를 따지 않는 유형의 사람이고.”

 

 미주는 최대한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현민은 대화의 흐름을 읽어내느라 잠시 일시정지 상태가 되었다.

 

 “따지 않는다는 말은 그냥 피한다는 거지? 예를 들면?”

 

 “싸우면 꼭 티를 내. 그 상대가 나면 상관없는데 괜한 애먼 상대한테 화살이 돌아가는 게 문제야. 가령 다투고 나서 치킨집에 가면 종업원한테 함부로 대한다거나? 뭐 그런 것들. 예전엔 그것 때문에 더 크게 싸웠는데 이젠 그러려니해. 알아서 풀리겠거니 하면서 아예 상대를 안해.”

 

 이젠 구체적인 예까지 들면서 동식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미주였다. 먼저 말해준 덕분인지 정말 공감이 가서인지 현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따지면 사실 나도 그런 거 하나 있긴 하지. 불만까지는 아니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말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말끝을 흐리는 건 구태여 말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뭔데?”

 

 “아! 뭔데? ”

 

 우물쭈물거리는 현민을 보고 세라까지 합세했고 분위기상 현민은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거든. 그런데 싸우고 나면 가끔 함부로 대할 때가 있어. 일부러 못살게 군다던지. 미주의 경우랑 같아. 괜히 다른 상대한테 화풀이를 해. 그게 고양이라 더 신경쓰이고. 동물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이잖아.”

 

 결국 현민이 어렵게 소희 단점을 꼽았다. 큰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에 괜한 험담을 한 것 같아 후회도 더러 들었다.

 

 “흠., 그건 좀 아닌데. 여자의 문제라기 보단 사람의 문젠데. 한미주 너의 생각은?”

 

 얘기를 들은 세라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동물을 안 키워봐서 그런 걸 수도 있지.”

 

 사실 미주도 엄연히 다른 경우라고 생각했지만 심란한 현민의 표정을 보곤 일단 편을 들어줬다.

 

 “웃기시네. 동물 안 키워봤다고 그렇게 하는 게 정상이냐? 너는 동물 키워본 적도 없으면서 길고양이 만나면 그렇게 예뻐하잖아. 결국 사람 성향 차이야. 아무튼, 예비 신부 성깔 좀 있으시다?”

 

 세라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마치 자신이 고양이라도 된 듯 감정이입까지 하고 있었다.

 

 “평소엔 전혀 그렇지 않은데 꼭 화가 나면 그래.”

 

 현민은 역시 괜한 말을 했다고 후회하는 중이었다. 눈치 없이 자꾸 떠드는 세라가 얄밉기만 했다.

 

 “생각해보면 약간 동식 오빠도 비슷하지 않아?

 

 세라가 이번엔 가만히 있던 동식한테까지 팔을 뻗었다.

 

 “뭐가? 내가 고양이가 없는데 뭐가 비슷해. 이젠 아군 적군이 없어 김세라?”

 

 무차별 난사를 하는 세라 때문에 미주도 결국 발끈했다. 아무리 동식을 못마땅해 하지만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면서까지 흉을 보고 싶진 않았다.

 

 “야, 또 대화 이상하게 흘러간다. 우린 왜 꼭 이렇게 삼천포로 빠지냐? 그만 먹고 입가심이나 하러 가자.”

 

 어수선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현민이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소희 이야기를 계속하는 게 부담이 되었다.

 

 “그래. 적당히 하고 나가자. 우리 결혼 코앞이야. 너무 딥하게 뒷담화 주고 받다간 걸릴 수도 있어.”

 

 미주 역시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솔직한 마음 같아선 현민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지만 부담 주면서까지 그러고 싶진 않았다.

 

 “입가심이면 소주?”

 

 본인 때문에 분위기가 가라앉은 줄도 모르고 세라는 연신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었다.

 

 “카페 가자고. 많이 먹어서 더부룩하다. 이럴 땐 캐모마일티 한 잔이면 딱인데.”

 

 현민이 무심코 던진 말에 미주가 깜짝 놀랐다. 같은 취향을 가진 상대방은 한층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어! 그거 한미주 단골 메뉴인데!”

 

 현민도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알면 알수록 작고 소중한 부분에서 닮은 게 많다고 생각했다.

 

 “정말 캐모마일이야? 페퍼민트도 아니고 캐모마일?”

 

 “응. 캐모마일. 고기 먹은 다음에 꼭 마셔. 느끼한 게 싹 가라앉거든. 신기하다. 우리 되게 잘 맞네?”

 

 그 순간 미주는 자석같이 강한 끌림에 이끌리고 있었다. 어쩌면 이미 만났었어야 할 운명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결 가까워진 기분은 미주를 들뜨게까지 했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 이상한 말을 해버렸다. 참아보려고 했던 마음이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지현민. 나랑 같이 일해볼래?”

 

 느닷없는 대사에 현민은 벙찐 상태로 미주를 바라 볼 뿐이었다. 아무 맥락도 과정도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 현민의 눈은 이미 예,라는 대답을 하고 있었고 앞으로 미주와 자주 보겠다는 운명적인 직감이 들었다.

 

 “뭔지는 몰라도 너랑 하는거면 재밌을 것 같네. 캐모마일 마시면서 이야기 해줘.”

 

 마침내 주사위는 손안에서 벗어났고 행운과 불행 중 어느 쪽을 가져다줄 모르는 운명의 노름판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작가의 말
 

 매 순간 좀체 밝아지지 않는 그런 희망 속에

 매 순간 좀체 어두워지지 않는 그런 희망이 있었다.

 

 <비 오는 날 희망을 탓했다>, 황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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