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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까칠한 내 이웃사촌
작가 : 류설량
작품등록일 : 2016.8.27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으르렁, 로맨스 작가만 7년째! 모코코의 새 교정 알바, 과격한 나라와 무심? 새침! 옆집 사는 편집장과의 코미디? 아니, 로맨스! "넌 날 좋아하게 될 거야" "네?" "내가 그렇게 만들거니까"
그와 그녀의 똘끼충만 엽기발랄 로맨스가 지금 바로! 시작됩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연재됩니다. / 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bluesky7412

 
17. 지울 수 없는 죄
작성일 : 16-10-20 23:33     조회 : 620     추천 : 0     분량 : 5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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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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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익은 목소리였다. 선우 린, 그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나라가 조금 안심했는지 그에게 소리 내어 대답했다.

 

 “응, 린아… 여기, 우리 집이야…?”

 

 “아니, 우리 집이야”

 

 그제야 그녀가 깨달았다. 아직 린에게 제 집이 어딘지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자각해낸 그녀가 곧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아…”

 

 그런 그녀의 이름을 그가 나지막하게 부르며 그녀에게로 천천히 다가섰다.

 

 “나라야…”

 

 “응…”

 

 물기어린 목소리로 대답하는 나라의 위로 린이 갑자기 올라앉았다.

 

 “큭… 무… 무거워…”

 

 린이 그녀의 콜록거림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그저 그녀의 두 손을 모아 잡았다.

 

 “콜록… 린아… 무거워…”

 

 애타게 말하는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그가 이내 어디선가 꺼내온 넥타이로 나라의 손목을 꽁꽁 묶어버렸다. 그러자 그녀가 그제야 그가 무슨 행동을 하려는지 알아챘는지 그에게 힘겹게 운을 떼보였다.

 

 “리… 린아… 지금 뭐하는…”

 

 괴로워하는 나라의 표정을 보며 린이 해맑게 웃어보였다.

 

 “나라야, 내가 너한테 공을 얼마나 들였는지 알아?”

 

 “큭… 그게 무슨…”

 

 “7년 전에, 나 너를 즐겁게 해주는 일에 실패했잖아. 그래서 한동안 다른 사냥감을 찾아다녔는데, 나는 네가 아니면 안 되겠더라고”

 

 “크윽… 린… 아…”

 

 “그런데 이게 웬 떡이야? 7년 만에 너를 떡하니 다시 만난 거 있지? 이 바보 같은 계집애는 다행히도 내가 어떤 놈이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하더라고.”

 

 이윽고 린이 나라를 향해 비열하게 웃어보였다.

 

 “그럼, 오늘 밤의 파티를 한 번 거하게 즐겨봐, 널 위해서 많은 것을 준비했어. 7년 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어마어마해”

 

 그 말을 끝으로 그가 그녀를 덮어주고 있던 이불을 거칠게 걷어치웠다. 바동거리는 그녀의 옆에 이내 자리를 잡고 앉은 그는 곧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 너… 이러는, 목적이 뭐야…”

 

 “몰라서 물어? 너 이런 거 처음이야? 하긴, 그 때 그 일이 생각이 안 나면 처음일 수도 있겠다~ 잘 들어, 넌 지금 나한테 묶인 거야”

 

 “뭐… 뭐?”

 

 “오늘 하드플레이 한 판 어때? 난 네가 즐거워할 모습을 상상하니까 벌써부터 기분이 좋은 거 있지”

 

 미동을 못한 채로 흠칫거리기만 하는 나라에게 린이 음흉한 얼굴로 색을 밝혔다.

 

 “선우 린…!”

 

 그녀의 말을 끝으로 곧 그가 나라의 허벅지 위에 올라앉았다.

 

 그가 그 기다란 손가락으로 나라의 몸을 감싸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나가자 이내 그의 눈앞에 그녀의 탱크 탑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역시, 내가 여자 보는 눈은 있어. 볼륨 좋고, 하. 이 탐스럽고 뽀~얀 빛깔 봐~ 캬, 죽이겠다.”

 

 그의 그 불결한 손길에 그녀가 몸을 뒤틀었다.

 

 “그만, 그만 둬…!”

 

 그녀가 약 기운에 취해서는 잔뜩 풀린 목소리로 소리를 내지르자 그가 곧 그녀에게 코웃음을 쳐댔다.

 

 “그런 섹시한 목소리로 그만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잖아.”

 

 린이 제 길쭉한 검지로 그녀의 턱에서부터 목으로 빠지는 라인을 부드럽게 훑었다.

 

 그의 그 더러운 손길에 그녀가 소름이 끼친다는 듯이 온 몸을 비틀자 린은 그런 그녀마저도 사랑스럽다는 듯이 그녀의 목에 쪽, 키스마크를 새겼다.

 

 “크윽… 너…!”

 

 “나 너 진짜 좋아해, 좋아하니까 이러는 거지”

 

 린이 그 속이 시커멓게 드러나는 목소리로 나라를 달래자 그녀가 있는 힘껏 팔을 들어 그에게 휘저어댔다. 그에 린 역시 그녀에게 가만히 당해주지는 않았다.

 

 “약 기운이 덜 돌았나? 우리 애기 약 좀 더 먹자~”

 

 그가 반 병 남아있던 물병의 뚜껑을 열어서는 병 안에 들어있던 물을 나라의 입 안에 거침없이 쏟아 부었다. 그리고는 교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앙칼진 고양이는 잠든 게 편할지도 몰라~”

 

 “큭… 너, 이 자식…”

 

 “킥킥… 자, 이제 시작해볼까”

 

 린의 말을 끝으로 끼이익 하고 문이 다시 열리는가 싶더니 순간 번쩍하고 천정의 불이 켜졌다. 그와 동시에 두세 명의 남자들이 우르르 방안으로 들어서더니만 린의 사인을 기다리는 듯 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런 것 따위를 캐치할 틈도 없이 나라가 갑자기 켜진 불에 그저 눈이 부신 듯, 그대로 제 눈을 잔뜩 찡그려버렸다.

 

 그녀가 그러고 있는 사이 그들이 섬뜩한 말들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살을 도려내는 흉기처럼 오싹하게 오고 간 그들의 대화는 이내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카메라 잘 설치했냐?”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장사 한 두 번해?”

 

 여유로운 표정의 남자에게 린이 피식 웃으며 명령했다.

 

 “킥… 시작해”

 

 그녀는 이제 정말 더 이상 늦게 되면 제대로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제 있는 힘껏, 젖 먹던 힘을 쥐어짜내 소리를 내질렀다.

 

 “싫어… 싫어…! 꺄아아악!!”

 

 곧 찢어질 듯한 괴성이 온 방 안을 가득 메웠지만 이미 약 기운에 흠뻑 취한 탓에 그녀의 목소리가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몸을 내돌릴 바에야 차라리 맞아죽겠다는 각오로 비명을 내지른 그녀와는 달리 그들의 태도는 너무도 담담했다.

 

 마치 이런 상황이 올 거라는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그게 너무 허탈해서 그녀는 그만 눈물이 났다.

 

 이대로, 끝인 건가…

 

 망연자실한 그녀의 눈가에서 그렁그렁 맺혀있던 눈물 한 방울이 얼굴을 타고 또르륵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린이 그녀의 탱크탑 안으로 제 손을 쑤욱 집어넣었다. 곧 말랑한 살결이 린에 의해서 어루만져지자 수치심을 이기지 못한 그녀가 그대로 두 눈을 꽉 감아버렸다.

 

 린은 그 기세를 몰아 그녀의 목까지 날름거리며 핥았다.

 

 그 생소한 충격에 그녀의 뇌에서는 그의 행동을 거부하라는 명령을 수도 없이 내려댔다.

 

 그에 막상 그녀가 제 몸을 움직이려 해보았을 때엔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육신이 그녀의 의지에 따라주지를 않았다.

 

 그것은 필시 독한 약 기운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약을 얼마나 먹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전신의 힘이 풀리며 정신까지 아득해질 정도로 독한 약이라는 것 정도. 그 정도는 그녀도 온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이 상황을 벗어날 대책 같은 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채로 그저 외부에서 전해져오는 자극에 의해 온 몸을 움찔거리는 것 밖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삐이이이잉- 삐용 삐용 삐용

 

 그렇게 나라의 정신이 조금씩 린의 자극에 의해서 아찔해져 갈 때 즈음, 바깥에서 시끄러운 굉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더니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경찰들이 나라가 묶여있는 방으로 들이닥쳤다.

 

 그리고 그게 그녀가 기억할 수 있는 제일 마지막 순간의 기억이었다.

 

 문득 나라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그녀는 주환의 품에 안겨있었다.

 

 벗겨진 셔츠가 제 몸에 다시 입혀져 있었고, 낯선 정장 마이가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덮어주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

 

 “나라 씨! 정신이 좀 들어요?”

 

 그녀가 비몽사몽 잠에 취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하자 그가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자식, 위험한 자식일거라곤 예상했는데… 설마 이런 짓을 저지를 거라고는…”

 

 그는 어쩌면 린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의 어딘가 음흉하고 계획적인 눈빛을, 소름끼치게 잔인한 태도를…

 

 그래서 그가 더욱 더 그녀에게서 그를 떼어놓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결국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몰랐다. 그가 이렇게 잔인한 짓을 저지를 거라고는.

 

 위험한 사람이란 느낌을 느끼긴 했지만, 그의 대처는 생각보다 늦은 편이었다.

 

 아예 시작 되기 전에, 아니 그들이 계획을 꾸미기 전에 알아차렸다면 좋았을 것을…

 

 제가 조금 더 빨리 알아차렸다면 그녀가 이렇게 고통을 받지는 않았을 텐데…

 

 괴로워했을 그녀의 얼굴을 상상하며 그 역시 괴로운 표정을 내지었다.

 

 “콜록… 나, 괜찮아요… 편집장님, 덕분에…”

 

 몇 개월만이었다. 그 때 그녀와 그렇게 된 이후로 이렇게 그녀와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같은 대화를 하게된 것이. 그래서 그는 왠지 더 마음 한 편이 아려왔다.

 

 “미안합니다, 내가 다 미안합니다… 다 내 잘못입니다. 내가 좀 더 지켜줬어야 되는데, 끝까지 지켜줬어야 됐는데, 내 판단 미스로 당신을 이렇게…”

 

 “괜찮아요… 그래도, 지금 여기 이렇게…”

 

 그녀가 금방이라도 다시 잠에 빠져들 것만 같은 애처로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가 불쌍하다는 듯, 주환이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조금, 긴 싸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치만, 내가 꼭 당신 지켜낼 거니까, 부디 걱정 하지말아요…”

 

 그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뺨을 따스하게 어루만지자 그녀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채로 까무룩 잠이 들어버렸다. 그런 그녀를 그가 따뜻하게 꽉 끌어 안아주었다.

 

 그녀는 그간 시름시름 앓았던 탓인지, 무더운 여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무척이나 차가웠다. 그에 비해 이마는 또 불덩이였다.

 

 그는 그게 또 걱정이 되어서, 그녀를 제 품에 꼭 끌어안은 채로 그녀의 이마 또한 수시로 짚어보며 그녀의 상태를 체크했다.

 

 이윽고 그녀의 몸이 조금 진정씩 진정될 기미를 보이자 그제야 그가 그녀에게 차마 못다했던 말들을 중얼거리듯 입 밖에 꺼내놓았다.

 

 “편히 쉬어요… 나머진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

 

 얼굴 위로 반짝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에 나라가 눈이 부시다는 듯,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여기가… 어디지,”

 

 졸음 가득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나라가 또다시 제 집이 아님을 눈치 챘는지 얼른 두 손으로 제 입을 막아버렸다.

 

 그 때,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다. 그녀가 그 냄새에 이끌린 듯 고개를 돌리자 곧 그녀의 시야에 캐주얼한 차림의 주환이 포착되었다.

 

 양복을 입은 모습 외에는 그녀에게 한 번도 캐주얼한 차림을 보여주지 않았던 그는 오늘따라 왠일인지 무척 오빠같은 차림을 하고는 주방에서 보글보글 맛있게 찌개를 끓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음, 맛있다”

 

 마치 회사에 나가는 아내를 내조하는 남편의 모습으로 찌개를 팔팔 끓이던 주환이 이윽고 나라의 앞에 금세 한 상을 차려주었다.

 

 “잘 잤어요?”

 

 눈을 비비는 나라에게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펴, 편집장님…”

 

 놀란 그녀에게 주환이 무려 두 번째로 밝게 웃어주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는 웃는 방법을 모를 것만 같았는데, 오늘따라 왠지 그가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웃어주었다.

 

 몇 달 전 백반뷔페에서 일어난 일 이후로 그와 그녀는 사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공적으로도 말 몇 마디를 섞질 않았고, 서로가 서로의 할 일만 하며 애써 모르는 척 살아왔었는데, 그런 주환이 제 앞에서 그것도 이토록이나 해맑게 웃어주다니.

 

 나라는 그런 그가 오늘따라 그저 더 낯설기만 할 뿐이었다.

 

 그 때, 갑자기 문득 모든 게 이상해졌다.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오기 시작하더니만 괜한 기분까지 같이 상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대체 전 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몰라도 전 날과 관련된 기억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저 나쁜 악몽이라도 꾼 듯한 기분에 그녀의 심기가 점점 나빠져갔다.

 

 제가 왜 이 곳에 있는지, 그 조차도 기억이 나질 않아서 그녀가 뜬금없이 그에게 물었다.

 

 “제가 왜… 여기에 있어요?”

 

 다 끓은 찌개를 내오는 주환에게 그녀가 당돌하게 물었다.

 

 “그거야, 어제…”

 

 “어제…?”

 

 “혹시, 기억… 안 나요?”

 

 “어제,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는 듯, 그녀가 얼굴을 한 번 찡그리자 주환이 제 입을 굳게 닫아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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