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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남의 삶이 탐나는 법
작가 : 파킹랏
작품등록일 : 2020.8.28

이거 여기서 살만한데??
나만 바라보는 고양이상 다정남에
이젠 내 앞에서 쩔쩔매는 대형견 황태자까지!!
그냥 안 돌아가면 안될까요??

 
넌 인성이 그게 뭐니
작성일 : 20-08-28 18:02     조회 : 159     추천 : 0     분량 : 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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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론은 미묘하게 설레는 발걸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업무라는 것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지만 사람마음이 생각대로 움직여 준다면 세상에 기적같은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이야 말로 세상을 원활하게 움직이는 동력이었다. 같은 일이라도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이토록 중요한 것이다. 평소같으면 피곤해서 적당히 서신으로 해결했을 일을 굳이, 직접 찾아와 전하는 아론의 의도는 명확했다.

 

 잠깐이라도 그와 함께 있고 싶다

 

 물론 그 누구에게도 내비칠 수 없는 마음이었지만 스스로 꽁꽁 묶어 논다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허상과도 같았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결국 말과 말의 이음새로 만들어지니 아론이 스스로의 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기 전에 그것은 애초에 진실 혹은 거짓조차 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아론은 꽤나 우울하지곤 했지만 금방 떨치곤 현실에 집중했다. 그래도 지금 곁에 있는건 바로 나니까.

 

 레이 고메즈 셀리아느 4세

 

 제국의 부흥을 이끈 핵심 가문의 후계자이자 황태자의 약혼자. 세상 그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그보다 모자랐다. 똑똑함, 총명함따위로는 그의 상황판단과 대처능력을 설명할 수 없었다. 기사 집안답게 타고난 신체능력으로 크고 작은 전쟁의 선두주자로 큰 활약을 펼쳐 온 제국이 황태자의 이름은 몰라도

 

 ‘셀리아느’

 

 이 네 글자만큼은 확실히 기억했다.

 

 그는 도태되고 욕심이 찌는 기존 권력층과는 현저히 다른 모습을 펼쳤다. 언제나 약자를 위해, 설령 그것이 강자를 차별하는 길이라도. 어찌보면 잔혹할 정도로 법을 엄격히 준수했으며 그 강력한 규율 안에 스스로의 가문을 예외로 만드는 편법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나또한 규율대로.

 

  셀리아느의 청결함에 처음에는 그를 끌어내리기 위해 호시탐탐 뒷통수를 노리던 사람들도 전부 순응하고 말았다. 그는 단순히 강력한 통치제도를 시행했을 뿐 아니라 적재적소에 사람을 설득하는 회유의 기술을 구사했기 때문에 제국은 가장 거대한 혁명을 어떤 피도 흘리지 않고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삶은 풍요로웠고 죄를 지은 자는 벌을 받는 아주 상식적인 시대가 왔다. 제국의 신민이라면 모두가 입을 모아 그를 칭송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법. 그들에게 셀리아느는 일종의 ‘신’과 같은 존재로 작용해 그가 해내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수없는 품평과 비명을 내질렀다. 가뭄이 왔는데 그는 뭘하고 있냐같은 황당무계한 비난부터 왜 난 결혼을 하지 못하는가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람들의 고민거리가 셀리아느에게 넘쳐났다. 마치 신에게 사소한 소원을 빌듯, 제국의 사람들은 셀리아느에게 빌었다. 그리고 그가 해결하지 못할 때는 가혹한 비방을, 해결해낼때는 무관심을.

 

 셀리아느는 태연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나서서 위로하고 괜찮다 북돋아주었을 뿐 그 스스로는 전혀 그런 유언비어에 신경쓰지 않았다.

 

 누군가 욕받이가 되어야 한다면 그것이 나인 것도 괜찮죠

 

 언젠간 내가 그에게 물었을 때의 답변이었다. 질문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저 그의 초연한 미소와 초월적인 태도만이 내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일면식 없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내걸고, 바라는 것 없이 진리를 추구하며, 언제가 올바른 길을 정진하는 그 모습은 자체로 예술적이었다. 올바른 진리를 스스로 품고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외치고 보완하고 해결해나가면서 셀리아느의 진리는 곧 제국의 진리가 되었다. 암흑 속에서 있던 나에게 자신이 꿈꾸는 명확한 미래를 제안하고 함께 하자 했을때, 어떻게 뿌리칠 수 있을까.

 

 온몸이 꽉 막힐때까지 참고 참고 참아도 비실비실 마음의 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막으며 겨우 그 곁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바라는 것도 없이, 그저 평생이 오늘만 같기를.

 

 그러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전국 각지에 퍼져나가는 원인모를 전염병에 제국은 앓아가고 있었다. 역사상 한 번도 일어난 적없는 전염병 사태에 경제는 마비되고 왕국은 문을 닫았으며 거리에는 빈민이 속출했다.

 

 이 전염병이 특이한 점은 바로 감염경로가 <흡혈>이라는 점이다. 감염자는 정신을 잃고 타인을 물고 피를 빨아먹는다. 그 발작상태가 안정될때까지 계속해서, 사람들을 물어뜯었다. 어린 꼬마라도 발작 상태에서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어 성인 남성까지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 병은 몇 차 감염자에게 물렸냐에 따라 그 위중이 3단계로 나뉘었다.

 

 먼저 인세인(insane), 가장 인간과 동떨어진 형태로 인간의 냄새만 나면 일단 달려들어 목을 물어버린다. 이들과는 어떤 의사소통도 불가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다음은 써커(sucker) 인세인보다는 인간다운 사고가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8살정도의 인지능력일 뿐이었다.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기에 갑작스러운 발작만 제어할 수 있다면 충분히 공존이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싸이클(cycle), 이들은 평상시에는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갔다. 모든 과거를 기억하고 있으며 원래 자신의 모습인양 소통하고 사고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물린 순간을 기준으로 30일 간격으로 급작스러운 발작현상이 일어났다. 발작현상은 최대 20분으로 그 순간만큼은 싸이클을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셀리아느는 누구보다 이 현상을 빠르게 파악하고 병을 알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녔다. 제국을 치료하기 위해 그는 병의 근원 곁을 떠나지 않고 연구했으며 이 병에 대한 많은 기초상식을 사람들에게 보급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했다.

 

 셀리아느는 병과 맞서 싸웠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의 삶을 되살렸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는 병으로부터 피해가지 못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가 기억을 잃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다는 것. 처음으로 세상을 원망했다. 왜 하필 그대인가. 세상에 넘쳐나는 쓰레기들을 놔두고 왜 누구보다 성실한 그가 이런 고통을 겪어야하는가. 병에 대해 오히려 더 많은 점을 알게 되어 괜찮다는 말로 모두를 위로하고자는 모습에 오히려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도대체 왜

 

 감히 그런 질문조차 던질 수 없었다. 그저 맹세했다. 그가 원하는 일이라면 어디든 따라가겠노라. 그가 모두를 위해 목숨을 던진다면 나는 그를 위해 인생을 바치겠다고.

 

 

 ++

 

 

 “오랫만에 뵙네요 셀리아느 님.”

 

 오랫만의 조사 끝에 보고서를 공유하고 현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기 위해 셀리아느님을 만났다. 어딘가 모르게 그의 얼굴은 경직되어있었다. 아무리 그라도 불치병에 걸릴 이상 온전한 정신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겠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몸이 이제 좀 괜찮으신가요?”

 

 그의 건강이 무엇보다 걱정되었다. 잠을 잘 잤는지, 밥은 잘 챙겨먹고 있는지 사소한 모든 것을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감히, 그런 따뜻한 걱정을 보내기엔 내가 그에게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목전까지 올라온 물음들을 꾸역꾸역 삼켜냈다.

 

 “...네. 괜찮습니다.”

 

 전혀 괜찮아보이지 않는 목소리로 괜찮다는 말은 오히려 걱정을 제곱으로 하게 만들 뿐이었다. 미세한 떨림을 감추고자하는 목소리. 혹시—

 

 “조금 힘들어보이시네요. 오늘은 짧게 상황정리만 해드리고 물러나겠습니다.”

 

 울음을 참는 것일까. 설령 울음을 참고 있는 상태라고 해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당장 상황을 해결할 능력도, 그의 걱정을 덜어줄 방안도 떠오르지 않는 스스로가 그저 한심할 뿐이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게 끝내죠.”

 

 평소와는 다르게 소극적인 그의 태도는 내 걱정을 심화시키기만 했다. 언제나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제국을 호령하던 그 모습은, 겨우 전염병 때문에 잃을 수 없는 그의 인생이다. 어떻게 해야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용의자를 추정할만한 단서는 없나요?”

 

 “아뇨. 완벽하게 깔끔합니다. 단서를 하나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의심이 가는 인물들이 있다만…”

 

 “추측에 불가한 것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차분한 목소리로 사건을 정리하는 모습은 이내 본래의 그로 돌아온 것 같았다. 이후 간단한 미팅을 마친 후 셀리아느님은 바쁜 듯 자리를 감추었다. 괜한 걱정이었나. 스스로가 가장 답답할텐데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셀리아느님의 모습은 경이로웠으나 불안하기도 했다. 분명 그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제국의 수호신 ‘셀리아느’는 한순간에 제국의 질병이 되어버렸다.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는 점점 부풀어올라 마치 셀리아느님이 전염병에 걸린 이유도 그 스스로 블러더의 왕이되어 제국를 지배하기 위함이라는 황당한 소문은 질병보다 빠르게 번져나갔다. 황당한 소문치곤 그 뼈대가 탄탄해 이는 조직적으로 누군가 셀리아느님을 모함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딴거엔 관심이 없겠지. 당장 누군가를 욕하고 힘든 상황을 비난한 대상이 필요할 뿐. 구역질나는 대중들. 전부 병에 걸려 죽어버려야 그 입이 쉴 수 있겠지.

 

 셀리아느님은 어떻게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

 

 

 아 설레서 죽을 뻔 했네. 아론씨 얼굴 뭐하는거야 저렇게 이기적이어도 되는건가. 다음엔 제가 공부를 하고 와서 꼭 24시간 릴레이 미팅을 하고싶네요

 

 “아가씨...?”

 

 잘생긴 남자를 생각하다보니 히죽히죽 올라가는 입꼬리를 자제할 수가 없었다. 짱구가 예쁜 누나보고 웃던 그 마음 백분 이해한다. 혼자 비실거리는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날 아가씨라고 부르던 메이드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미안하다 못 볼 꼴 보여서.

 

 “이제 곧 황태자 저하가 오실 떄가 되었으니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아 맞다. 나 또 누구 만나야지.

 

 “음 저기...”

 

 “아가씨, 물론 아가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더이상 약속을 미룰 수는 없었어요. 짧게 얼굴만 확인하고 가신다 하셨으니 부담갖지 말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난 방금 퇴폐 고양이상 미남을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또 다시 끌려가야 하는거니..? 아니 셀리아느 이 사람 너무 인싸다 이렇게 이중약속 잡는거 예의에 어긋나!!!

 

 “네 안내해주세요”

 

 방금의 만남을 잘 끝내 자신감이 붙은 탓일까? 황태자와의 만남 정도 가뿐하게 넘길 수 있을 것같다는 자만감이 솓아났다. 황태자도 그냥 인간인데 적당히 맞장구 쳐준 다음에 몸 아프다고 나오면 되지! 어쩔거야 지금 난 인간모기 상태인데 .내 머릿속에는 얼른 약속 끝나고 방으로 돌아가서 셀리아느의 일기장를 뒤져볼 생각뿐이었다.

 

 “헉”

 

 방 안에 들어갔을 때 나는 또 한번 단말마를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소름끼치도록 사랑스럽게 생긴 얼굴... 어쩌면 강아지의 귀여움을 이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종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랑스럽고 영롱한 황금빛 눈동자와 눈동자색과 같은 곱슬 금발, 똑 떨어지는 콧날에 도톰한 입술까지.

 

 뭐야 섹시한데 귀엽고 귀여운데 섹시해

 화려한데 수수하고 수수한데 화려한 얼굴이야

 

 “...오랫만이야 셀리아느”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면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었을 얼굴이 황태자라니 이건 정말 재수없을 정도다.

 

 “하....짜증나. 이래서 오기 싫었는데. 좀 앉기 그래?”

 

 방금 말 정정. 신은 공평헀다. 얼굴과 작위는 주었지만

 

 “좀 웃는 법을 몰라? 사람이 왔으면 인사라도 해야지. 나 니 남편될 사람이야. 그러다가 사랑 못 받는다?

 

 인성은 심해 바닥에 던져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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