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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파혼의 전말
작가 : 미세스존
작품등록일 : 2020.8.22

"결혼이고 뭐고, 일주일만 만나보자."

결혼을 고작 두 달 앞둔 커리어 우먼 한미주.

평생 한 번 밖에 못 해본 연애가 아쉬워 결혼이 망설여지는 그때,

운명처럼 나타난 대학 동창 지현민.

예전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변한 그를 보고

미주는 운명처럼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청첩장을 주던 날

늦은 저녁 술자리에서 서로에 대한 호기심은 커져만 간다.

호기심은 점점 커져 호감이 되어가고,

결혼을 앞둔 두 남녀는 원초적인 욕망에 휩싸이게 된다.

사랑 앞에 솔직하지만 한없이 나약한 두 남녀는

결국 위험한 계약을 하게 되는데......

 
8. 보이지 않는 선
작성일 : 20-08-27 19:36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6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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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중충한 일요일 날씨 탓인지, 그냥 요새 화가 많아진 건지 미주는 이른 아침부터 저기압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온통 핸드폰 화면에 가있었다.

 

 “혼자 하라는 게 아니잖아. 둘 중에 여유 되는 사람이 하면 되는 거지. 돈은 내가 낼게.”

 

 발신자는 동식이었고 미주는 어떻게 답장을 보내야 할지 고민중이었다. 체념할 것인가, 서운한 티를 낼 것인가 그것이 문제였다.

 

 발단이 된 건 어제저녁이었다. 뷔페를 갔다 온 이후 심적 변화도 있었거니와 결혼은 결혼대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주의 혼란은 가중되어 있었다.

 

 수진에게 털어놓을 수 있어 잠시나마 속은 시원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결혼을 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일부러 결혼 준비에 박차를 가했던 것도 심란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약속을 정하는 데서 불거졌다.

 

 결혼반지를 맞추려면 함께 시간을 내어야 했는데, 동식은 굳이 같이 갈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반지 사이즈를 모르는 것도 아니니 긴 휴가를 쓸 수 있는 미주가 일임해서 해결해 줬으면 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사랑을 권태롭고 구태의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미주가 느끼기에 동식의 태도는 어차피 해야 할 숙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기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결혼 준비를 하면서 점점 동식이 얄밉게 느껴졌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합리적이었지만 같은 말이라도 미주 입장에선 괘씸하게 들렸다.

 

 “돈은 내가 낼게?”

 

 다른 말보다 이 말이 미주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동식은 꼭 마지막 말을 하나 덧 붙여서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재주가 있었다.

 

 도화선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불을 붙이고야 마는 성냥 같은 남자였다.

 

 “지현민이 너 언제오냐는데?”

 

 그때 세라에게서 문자가 왔다. 텍스트를 보자마자 지현민이라는 이름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별 거 없는 내용이었지만 미주는 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을까 은근히 궁금해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왜 하고 있나 스스로도 의아해했다.

 

 “운동?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넌 몇 시에 갈거야? 그때 같이 가지 뭐.”

 

 미주는 태연한 척 답장했다. 그와는 반대로 몸은 분주해졌다. 당장에 옷장 앞으로 달려가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올리브 색 트렌치 코트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주변에서 호응이 괜찮았던 옷으로 그 코트를 입으면 미주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동시에 잠시 망설여졌다. 운동 차림으로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 있었다.

 

 결국 지난달에 협찬받은 검은색 레깅스에 연회색 오버핏 후드를 입기로 했다.

 

 막상 입어 보니까 옷도, 화장도 꾸민 듯 안 꾸민 듯 적당했다.

 

 옷을 고른 미주는 시간을 때우다가 일부러 늦게 나갔다. 괜히 일찍 도착해서 현민과 단 둘이 있게 되면 어색할 것 같았고, 기다리게 만들면서 작은 관심을 받고 싶었다.

 

 헬스장 일로 힘들다고 했던 게 생각이 나 비타민 음료까지 챙겨간다면 고마워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무슨 논리에서인지 회원이 많이 없을 거라 혼자 단정 짓고 자기도 모르게 동정 중인 미주였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자 헬스장은 미주가 생각했던 그림과는 전혀 달랐다. 동네에서 흔히 보던 피트니스 수준이 아니었다.

 

 관심의 대상이 되기엔 이른 시간에도 북새통이었고 하나같이 전투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지현민이 여기 사장이라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미주는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어쩌면 미주는 혼자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현민에게 미주는 그저 한 명의 회원에 불과했다.

 

 헬스장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몸매가 좋아 보였고 어느새 미주는 위축까지 되었다. 현민의 세계에 제 발로 들어온 미주는 호랑이 굴에 들어간 여우처럼 잔뜩 겁에 질려있었다.

 

 으리으리한 기구들을 지나올수록 미주는 점점 주눅이 들었다. 그건 열등감이라기 보단 낯섦에서 오는 심리적 위축에 가까웠다.

 

 잠시 뒤 미주는 어렵지 않게 현민과 세라를 찾을 수 있었다. 누가 봐도 몸 좋은 남녀 두 명이 사이좋게 운동을 하고 있었다.

 

 세라는 몸에 딱 붙는 연두색 레깅스와 필라테스용 상의를 입고 있었다. 남의 시선을 즐기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미주는 괜스레 질투까지 났다.

 

 “안춥냐?”

 

 터벅터벅 걸어오며 미주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현민에겐 가볍게 안녕, 하면서 손 인사만 했다.

 

 

 현민은 반가움에 어떤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미주의 표정이 신경 쓰여 관두었다.

 

 “운동하다보면 더워. 그리고 여기선 이렇게 입어줘야 운동 효과가 큰 법이지.”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잡아 댕기며 세라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현민은 그런 모습조차 자주 본 듯 그냥 넘어갔다.

 

 “그래. 더 벗고 다녀라. 나 뭐부터 하면 돼?”

 

 미주가 최대한 침착하게 물었다. 주눅 든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된 건지 아직까지 현민하고는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탈의실 가서 옷 갈아입고 와. 그다음에 인바디 측정하고 프로그램 설명해 줄게. 김세라 너가 안내해 줘”

 

 현민 역시 뭐가 문제인지 미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어물거렸다.

 

 아마 현민도 운동복을 입은 미주의 모습이 낯설어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전까진 도시 여성 같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면 오늘 본 모습은 수수하고 귀엽기까지 했다.

 

 새로움의 연속은 매력을 증폭시키는 일등 공신이었다.

 

 그렇지만 물론 현민도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아했다.

 

 “나야 좋지. 그럼 한 세트 채운 걸로 치는거다?”

 

 “제발 잔머리 좀 굴리지 말고, 얼른 갔다와.”

 

 세라는 신나는 얼굴을 하며 미주와 함께 탈의실에 갔다. 들어가 보니 탈의실조차 세련되었다. 미주는 옷을 갈아입으며 넌지시 세라한테 물었다.

 

 “지현민 돈 많이 썻겠다. 집에 돈 많다고 했나?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네.”

 

 “다 대출이래. 집에 돈은 많은데 자존심 부린다고 안 받았나 봐. 근데 여기 대박이지. 이따 샤워실 가보면 더 대박이야. 트리트먼트가 우리 집 것보다 좋아.”

 

 “앞으로 샤워는 여기서 해야겠다.”

 

 “큭큭, 어떻게 나랑 똑 같은 소리 하냐.”

 

 다시금 현민이 대단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현민이 인바디 기계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부터 미주는 떨리기 시작했다.

 

 트레이너라고는 하지만 외간 남자에게 체지방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건 그리 달갑지 않았다.

 

 옷으로 감춰봤자 기계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걱정 마. 김세라는 처음에 왔을 때 두 번이나 다시 쟀어. 기계 고장 난 줄 알고.”

 

 눈치를 챘는지 현민이 농담을 하며 긴장을 풀어줬다.

 

 “미쳤냐? 왜 거기서 내 얘기가 나와? 그리고 나 가슴 커서 지방 많은 거거든? 다른 데는 엄청 말랐거든?”

 

 역시 거침없고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세라였다. 그 말 때문에 근처에 있던 한 남자의 눈이 자연스레 가슴 쪽으로 향했다.

 

 “너 진짜 조만간 문란죄로 끌려 나간다. 아무튼 미주야 얼른 올라가. 운동 안 할 거야? 설마 너도 김세라 과는 아니지?”

 

 “너 되게 무섭다. 사형 집행인 같아.”

 

 미주는 어설픈 농담을 하며 조심스레 기계 위에 발을 디뎠다.

 

 다행히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검사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넌 체지방이 거의 없는데? 문제는 근육도 거의 없어. 이 정도면 조금만 무리해도 쓰러질 정도야. 평소에 잘 챙겨 먹고 다녀. 못 먹을 것 같으면 나를 부르던지. 닭 가슴살 배달 가능.”

 

 “야, 쓰러져? 얘가 얼마나 독한 줄 모르나 보네. 이사 비용 아깝다고 용달차 직접 렌트한 여자야.

 

 “세라야……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이제 운동하자. 그럼 나 뭐부터 해야해?”

 

 근육이 없다는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체지방이 거의 없다는 그 말에 미주는 내심 기분이 좋아 배시시 웃었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무리하지 말고 전체적인 스트레칭 한 번씩 해보자. 스쿼트는 자세만 알려줄게.”

 

 현민은 자연스레 매트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라는 기존에 하고 있던 등 운동을 하러 기구 쪽으로 갔다.

 

 “거울 보고, 일단 목 스트레칭부터.”

 

 거울 앞에서 미주는 슬쩍슬쩍 현민을 쳐다봤다. 새삼 현민이 다르게 느껴졌다. 대학생 때부터 몸이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곡선으로 만든 조각 같았다.

 

 몸을 만들기 위해 쏟은 노력을 생각하니 대단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직업적 성취까지 이뤘으니 절반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너 되게 멋지게 산다?”

 

 돌연 미주의 입에서 사심이 가득 담긴 칭찬이 나와버렸다. 그건 정말 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이렇게 뜬금없이? 이거 내 돈 아니라니까. 전부 대출이야. 김세라 덕 좀 봤지.”

 

 느닷없는 칭찬에 현민이 당황해서 횡설수설했다. 칭찬을 넙죽 받는 성격이 못 되는 것도 있지만 미주한테서 멋지다라는 직접적인 말을 듣자 쑥쓰러웠다.

 

 “그러고 보면 셋 다 영문학과 나와놓고 다른 일하네. 나는 패션쪽, 너는 체육, 세라는 은행원. 사람한테는 각자 맞는 일이 있나봐. 아무튼 멋지다. 진심이야.”

 

 오해로 점철되었던 지난 날에 대한 반성인지 미주는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마디 한 마디를 힘주어 말했다.

 

 “그러게. 자, 다음 어깨 풀자. 한쪽 팔 뒤로 젖혀서 반대쪽 목 잡고, 아니. 그게 아니라.”

 

 계속된 칭찬에 민망해진 현민이 급하게 말을 돌렸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자세를 못하는 미주의 어깨를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야, 그냥 만져. 나 여자 아니야. 회원이야.”

 

 미주가 허둥지둥 거리는 거울 속 현민을 보며 말했다. 많이 편해졌다고 생각해서 미주는 아무렇지 않게 말한 것이었다.

 

 “그런게 아니라……”

 

 “어깨 잡는다고 이상하게 생각 안해. 그리고 막말로 우리 둘 사이에 뭐가 있으려고? 어차피 두 달 뒤면 서로 결혼하는데?”

 

 왜 그런 말이 덥석 나왔는지 미주 자신도 몰랐다.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현민의 표정을 살피는 건 나름 떠보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표정만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현민은 돌연 시큰둥한 얼굴로 미주의 자세를 고쳐주었다.

 

 “너라서 안 잡는 게 아니야. 요새 헬스장에서 신체 접촉 관련 잡음이 많이 나오니까 그래.”

 

 사실 현민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세라의 경우엔 냉큼 손목이라도 잡아 자세를 고쳐줬을 것이다. 그런데 미주한텐 아직 그게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미주의 장난 섞인 말은 현민에게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당연히 현민도 그 선을 넘으면 안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굳이 미주가 저런 말을 해버리자 마치 자신이 선을 넘으려고 했던 사람으로 간주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농담이야. 난 그저 날 좀 더 편하게 대해도 된다는 뜻이었어. 우리 사이에 아직도 거리가 조금 있는 것 같아서……”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오히려 당황한 쪽은 미주였다.

 

 “없어. 거리 같은 거.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겠으니까 운동에 집중하자. 대신 자세 조금이라도 틀리면 손모가지 바로잡는다. 오케이?”

 

 “그래, 오케이.””

 

 어색했던 대화도 잠시 오해는 풀렸고 그 이후부터 둘은 편안한 마음으로 운동할 수 있었다.

 

 현민이 1:1로 코칭을 해줘서 그런지 혼자 운동할 때 보다 시간이 빨리 갔다.

 

 어느덧 1시간이 넘게 흘렀고 그렇게 첫 날 운동은 별 탈 없이 끝이 났다.

 

 “애들아, 일요일이 끝나간다. 기분도 우울한데 지현민 일 빨리 끝내버리고 등갈비 콜?”

 

 운동을 마친 세라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다가왔다. 그리곤 당연한 말투로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얌전히 집에 가라. 복근 운동할 땐 참치 뱃살 먹자고 하더니 등 운동했다고 등갈비? 너도 참 단순하다.”

 

 현민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주의 눈치를 살폈다. 선뜻 간다고 하기엔 들떠 보일까 싶어 자중했다.

 

 “유명한 말 몰라? 먹는 것까지 가 운동이다. 미주 넌 시간 될 거 아니야. 어차피 마감 끝났으면 휴가 길잖아.”

 

 세라는 자연스럽게 미주까지 걸고 넘어졌다. 짧은 순간 둘은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건 그렇지. 난 콜. 현민이 안되면 그냥 둘이서 먹고 헤어지자.”

 

 예상외로 미주는 흔쾌히 수락했다. 쿨한 반응에 현민은 갑자기 동행하고 싶어졌다.

 

 “일단 가있어. 상황 보고 가던지 할게.”

 

 어차피 저녁은 먹어야 하고 조금 일찍 들어가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너무 쉽게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다.

 

 “확실하게 말해. 상황 보고라는 말은 오지 않겠다는 거야. 완곡어법 내가 모를 줄 알아?”

 

 “세라야. 회식 강요하는 사람이 가장 꼰대랬어. 우리 그 꼰대는 되지 말아야지? 현민아, 오늘은 쉬어. 내가 세라 맡을게.”

 

 세라가 버릇처럼 집요하게 굴었고 미주는 정말 현민은 안 와도 된다는 말투로 세라를 저지했다.

 

 “고맙다. 미주가 있으니까 확실히 편하네. 김세라, 이야기 잘 들었지? 꼰대처럼 굴지 말고 얼른 가라. 갈 수 있으면 진짜 간다니까?”

 

 겉으론 티가 나지 않았지만 이미 현민은 갈 작정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마지막 말을 애매하게 흘렸다.

 

 “너 꼭 연락해라. 안 오면 우리 다시 운동하러 온다. 그것도 술 냄새 풀풀 풍기면서.”

 

 끝까지 진상을 부리며 세라와 미주는 퇴장했다. 그렇게 샤워를 마치고 둘은 근처 등갈비 집으로 향했다.

 

 운동 후 먹는 고기는 언제나 진리였고 죄책감을 덜하게 만들었다.

 

 세라와 미주는 불판 위에 먹음직스럽게 세팅된 등갈비를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현민 하여간 참 한결같아.”

 

 그런데 고기가 알맞게 익었을 때쯤에 미주의 뒤에서 뭔가를 발견한 세라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뭐가?”

 

 “말 바꾸는 거.”

 

 “무슨 말을 바꿨다는거야?”

 

 그때였다.

 

 “진짜 밥만 먹고 다시 갈거야.”

 

 뛰어왔는지 현민이 숨을 헐떡거리며 어느새 미주 뒤에 서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미주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작가의 말
 

 그대가 값진 삶을 살고 싶다면, 날마다 아침에 눈뜨는 순간 이렇게 생각하라.

 '오늘은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좋으니 누군가 기뻐할 만한 일을 하고 싶다'고

 

 <값진 삶을 살고 싶다면>, 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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