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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그 별을 빼앗는 법
작가 : 너굴토끼
작품등록일 : 2020.7.8

고귀한 '사랑'에 모든 걸 내어주었던 작곡가 고서아.
그러나 그녀에게 남은 것은 빚과 무명 작곡가라는 불명예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끊임없는 불면증에 결국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이 든 서아에게 찾아온 기적이란!

"...모두 빼앗아줄게."

선물처럼 찾아온 시간.
원수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왔으니,
이제는 사라진 추억 속 그가 이룩한 모든 것을 빼앗으리라.
원수가 누리던 인기와 명예 그리고 실력과 재산까지!

 
무명 작곡가
작성일 : 20-08-27 03:38     조회 : 374     추천 : 0     분량 : 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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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뭐라고 했…어?”

 

  떨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눈앞의 남자에게 되물었다. 그러나 남자는 시큰둥한 얼굴로 짜증을 낼 뿐이었다.

  왜 그딴 걸 다시 물어보냐는 의도였다.

 

 “평소엔 귀도 밝으면서 못 들은 척하기는.”

 “…….”

 “……진짜 다시 말해줘? 헤어지자고. 그리고 지금까지 수고했다고.”

 

  애정 따윈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에 여자는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제 눈앞에 앉아 있는 남자가 지난 7년 동안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던 ‘그’가 맞는지조차 의문이 들었다.

  혹시 누군가 우리 둘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닮은 사람을 가져다 놓은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여자의 주위를 맴도는 목소리와 채취는 남자가 진짜 ‘그’라고 확답을 줄 뿐이었다.

  여자는 발끝 아래로 곤두박질쳐버린 정신머리를 겨우 붙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결코, 남자에게 닿지 않았다. ‘그’가 비수 같은 말로 입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유우진 너 정말…….”

 “아, 시발. 진짜 짜증 나게 말귀 못 알아먹네.”

 “……!”

 “야, 고서아. 이제 됐다고. 너 필요 없으니까 이제 좀 꺼져 달라고.”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그건 흩어진 사랑에게 이별을 고하는 애정이 아닌, 가치가 없어진 물건을 마치 쓰레기통에 처박는 통보와도 같았다.

 

 “하…!”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상황이었다.

  서아는 그의 난폭한 통보에 눈물은커녕 헛웃음만 튀어나왔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더니.

  갑자기 내던져진 폭언에 맞은 그녀는 그대로 머릿속이 텅 비어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일 수가 없었다.

  짧은 침묵 끝에 서아는 겨우 말을 내뱉었다. 꽉 움켜쥔 주먹 사이로 뾰족한 손톱이 파고들어도, 그 정도 아픔은 사소한 거라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자그마치 7년이야, 유우진.”

 “그런데?”

 

  같이 보낸 지난 세월과 추억을 물은 그녀의 말에 우진은 성의 없이 대답했다.

  무미건조한 그의 목소리 때문에 어쩌면 그럴 수 있겠단 생각 하나가 서아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단호하게 치켜뜬 눈동자 앞에, 이 거지같은 생각이 틀리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너, 나 사랑하긴 했니?”

 “…….”

 “지난 7년간 날 사랑하기는 했냐고…!!!”

 

  돌아오지 않는 목소리에 결국 언성이 높아졌다.

  그런데도 우진은 서아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대답한 걸 그녀가 애써 무시한 걸 수도 있었다.

  그 이유는 싸늘하게 식은 그의 눈동자엔 사랑은커녕 추억 하나조차 비치지 않기 때문이었다.

  서아는 두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그가 그럴 리 없다고 애써 부정했지만, 곱씹을수록 남아 있는 건 거짓인 사랑과 감정 그리고 검게 타버린 추억뿐이었다.

 

 “……왜 그런 거야?”

 “…….”

 “뭐라도 씨부려 봐, 개새끼야. 지난 7년간 왜 그런 거냐고. 손톱만큼의 사랑도 없었으면서 네가 뭔데 나한테 그따위 행동을 한 거냐고!”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일그러진 감정이 점점 서아를 좀먹어갔다. 온통 찢긴 물음표로 가득 찬 그녀의 머릿속은 지난 7년을 끊임없이 되묻고 답하기를 반복했다.

 

 “편하게 여자랑 자고 싶어서 그런 거니?”

 “…….”

 “……지저분한 사생활 걸리면 안 되는 아이돌이니까 그런 거냐고!”

 

  서아는 아무리 소리쳐도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그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아무 동요 없이 고요하기만 한 우진의 눈동자는 결단코 그 말이 정답은 아니라고 알려주었다.

  그 때문에 서아는 누군가 죽기 직전 주마등을 보는 것처럼, 우진과의 모든 기억을 빠르게 떠올려보았다.

  하지만 짧은 시간 속에 떠오른 기억이라곤 그저 두 사람이 열렬하게 끌어안고, 사랑하고, 입 맞추며 속삭이던 나날들뿐이었다.

 

 “……말해, 유우진.”

 “뭘.”

 “……여자랑 자려고 사귄 게 아니라면 왜 나랑 사귄 거야…. 절대로 너 같은 새끼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니까, 뭐라도 씨부려 봐,”

 

  제발…….

  힘 빠진 목소리가 결국 마지막으로 애원했다. 처참하게 짓밟힌 서아의 기억이 오로지 진실만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설령 그 진실이 감당할 수 없는 이유였다 해도 말이다.

  서아는 그가 어서 대답하길 바랐다. 문제는 그녀에게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니었다. 코웃음에 가까운 비웃음이었다.

 

 “풉!”

 “…!!”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반응에 눈이 번쩍 떠진 서아가 우진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고요하기만 하던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가 그토록 알고 싶던 진실을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아아, 왜 사귄 거냐고? 참나,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왜 너랑 사귀었을 것 같냐?”

 “…….”

 “…목적이 자는 거였으면 굳이 너 아니어도 됐지. 네가 월등히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닌데.”

 

  서아는 모욕적인 품평에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가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칼을 곱게 넘겨주며 두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서아는 무척 불길한 기분에 휩싸였다.

  우진의 입꼬리가 사르르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요즘 아이돌 바닥에 자체 프로듀싱은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능력이더라고. 그런데 단기간에 얼굴만으로 캐스팅돼서 데뷔한 나한텐 그 정도 능력은 없더라? 그래서 찾아봤지. 우리 회사로 프로듀서 지원한 사람 중에 괜찮겠다 싶은 애를….”

 “!!!”

 “…그때 회사로 제출했던 믹스테잎 좋더라 서아야. 여자가 작곡했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드는 곡이었어.”

 

  우진은 큰 충격에 휩싸인 그녀에게 더더욱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람들에게 딱, 내가 만들었다고 속일 수 있는 곡이었다고.”

 “너!!!”

 

  서아는 크게 소리치며 매섭게 손을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목을 단숨에 낚아챈 우진은 품에서 발버둥 치는 서아에게 마지막 진실을 내뱉었다.

 

 “내가 7년간 왜 너랑 사귀었냐고? 오늘 같은 날을 위해서였어, 멍청아. 내가 언제까지 눈곱만큼도 좋아하지 않는 애랑 연애질하면서 멍청하게 네 능력만 믿고 있었을 것 같아? 당연히 아니지! 그 스킬, 그 능력, 그 아이디어! 전부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그래야 나중에 니가 나랑 헤어져도 표절이네 뭐네, 탈이 안 날 거 아냐?”

 “……뭐…?”

 “…아직도 모르겠어? 고서아. 넌 이제 나 아니면 더는 이 바닥에서 일 못 한다고. 작곡가 생명 끝났다고. 니 곡 스타일이 곧 내 곡 스타일인데 어? 이렇게 설명해줘도 아직 모르겠어?”

 

  작곡가 생명이 끝났다.

  그 한 마디가 순식간에 서아의 정신을 흐트러뜨렸다. 덕분에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지난 세월, 서아는 우진과 함께 곡을 작업하며 그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작곡 스킬을 가르쳐주었다.

  무엇을 노래로 표현할지, 코드는 어떻게 다루는지, 또 작곡 프로그램은 어떻게 다루는지, 그리고 실제 작곡은 어떻게 하는지…….

  그러다 공동작곡은 곧 솔로 작곡이 되었다.

  같이 고민하며 만든 수십 개의 스케치는 어느새 우진만의 곡이 되었고, 앨범에 같이 오르던 서아의 이름 역시 우진의 이름만 올라가게 되었다.

  한때 서아는 제 이름이 앨범에 실리지 않는 게 불만이기도 했다. 우진과 똑같은, 아니 어쩌면 그보다 많은 시간을 공들였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자체적으로 프로듀싱을 할 줄 아는 아이돌이 다른 그룹보다 인기를 끄는 추세였다. 그렇기에 서아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이름을 빼는 것 정돈 감내할 수 있는 희생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문제는 우진이 서아와 같은 생각을 한 게 아니란 점이었다. 그는 ‘사랑’이란 권력 아래, 서아의 모든 것을 이용하고 집어삼킨 것이었다.

 

 “……무, 무슨 짓을…….”

 “…….”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그녀의 목소리가, 눈동자가 더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에 빠져버려 흐릿해졌다. 지난 7년 동안 우진은 오로지 서아를 완벽하게 사용하고 버릴 생각만 하고 있던 것.

  쓰레기보다 더한 진실에 헛웃음만 나오던 그녀는 결국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그리고 텅 비어버려 빛이 바랜 서아의 눈동자를 타고 눈물이 흘러 내렸다.

  소리조차 낼 수 없던 그 눈물은 마침내 땅바닥에 툭 흩어졌고, 우진은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우진은 끝까지 서아의 가슴을 후벼 팠다.

  더는 그녀가 일어설 수 없도록. 어쩌면 그보다 더 끔찍한 생각을 하며…….

 

 “지금까지 수고했어, 고서아. 아니, 서아 누나. 먹고 살기 어려워서 돈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응?”

 “…….”

 “무명이긴 해도 어디 쓸만한 데는 있을 테니까.”

 

  피식.

  우진이 내뱉은 바람 빠진 코웃음은 순식간에 그녀의 숨통을 조였다. 서아는 목에 뭐가 걸린 사람처럼 꺽꺽대며 숨을 내뱉었지만, 우진은 그런 그녀를 무시한 채 그대로 사라져버릴 뿐이었다.

  서아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꺽꺽, 껄떡이던 숨통이 순식간에 뚫렸다. 하지만 그건 결코 그녀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서아의 목에 걸려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찢어질 것 같은 짐승의 울음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이, 울음이, 끊어질 것 같은 숨통이, 작은 서아의 몸을 빠져나왔다.

  처절하게 온 방을 울리는 서아의 울음소리는 그녀의 머릿속을 뒤흔들어 놨다.

  우진이 헤어지자 했을 때 그 이유를 묻지 말았어야 했다고. 아니, 차라리 편하게 여자랑 자기 위해 사귄 거라고 단정 지었어야 했다고. 그렇게 온갖 후회가 서아를 잠식하고 좀먹어갔다.

  그러나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다시 끼우기엔 7년이란 세월이 이미 흘러버린 뒤였다.

  결국, 서아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끝없이 후회하며 울음을 토해내는 일뿐이었다.

  그녀에겐 죽을 용기도, 그렇다고 이 모든 걸 폭로할 증거도 없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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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명 작곡가 2020 / 8 / 27 375 0 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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