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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포칼립스
작가 : 글여행
작품등록일 : 2020.7.31

지구의 멸망은 내가 편집했다

 
테라포밍 (4)
작성일 : 20-08-26 03:22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7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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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포밍 (4)

 

 “에엑? 지금까지 잡았던 녀석들과 같은 종 맞아? 으음, 녀석이 최종 보스인가.”

 놀란 눈으로 한 십갑자의 말에 모두 동의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편의점을 따라 이동해오다 발견한 마트에 녀석이 있었다.

 소설 내에선 편의점에서 나와서 자연스레 행동하다 이런 삽질을 해버렸다.

 앞으론 너무 소설에 의존하지 말아야겠다.

 근데, 진짜 더럽게 크네.

 얼마나 먹어치웠기에 이렇게 커진 거야?

 1층짜리 슈퍼마켓 건물이 녀석의 움직임에 따라 부서지고 있었다.

 건물의 한쪽을 꽉 채운 슬라임이 움직이면 천장과 벽들이 남아나질 않았다.

 건물이 반쯤 파괴되어 슬라임의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났는데, 이 녀석은 온몸이 점박이같이 알록달록했다.

 지금까지 거쳐왔던 편의점에 있던 슬라임들은 이 녀석에게 다 쫓겨난 듯했다.

 전환석을 지키며 전도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녀석이 음식에 대한 욕망에 빠져서 다 내팽개치고 미친 듯이 먹어대고만 있었다.

 슬라임은 육각형의 녹색빛 안쪽에서만 움직였는데, 그곳 바닥엔 풀들이 자라있었다.

 녹색빛은 녀석이 커지는 것만큼 점점 범위를 넓혀갔다.

 ‘유머라스 행성의 전도자들이 좀 멍청한 편이긴 하지만, 이 녀석은 심한데? 아니, 이렇게 모든 걸 다 먹어치워서 이 지역을 장악하면 그것도 정답인가?’

 전도자를 뽑는 기준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뭐가 어쨌든, 잡기만 하면 되니까.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손을 꼭 잡고 있는 나을과 하윤이 있었다.

 하윤은 아직 공격 스킬이 없었기에 나을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하윤은 내가 추천해준 검정색의 [가벼운 신발]을 신고 있었다. 몸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템으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스킬과 함께 쓰면 도주에는 쓸만했다.

 거기에 손에는 나을과 똑같이 새총을 쥐고 있었다. 당장 좀비에는 쓸모가 없겠지만, 소형 몬스터에는 익숙해지면 쓸만하니까.

 하윤은 모든 상태이상을 막는 [강인한 정신 [전설(F)]에 기척을 숨기기에 좋은 [조용한 발걸음 [백금]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떤 공격 방식으로 키워야 할지는 아직 고민이었다.

 당장의 스킬을 봐선 어쌔신 계열이 맞긴 한데.

 ‘뭐, 앞으로 스킬 나오는 걸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으니까.’

 이나을 뒤에는 자전거를 끌고 온 좀비 네 마리와 좀비 옆에서 ‘포잉포잉’거리는 슬라임 두 마리가 있었다. 그녀도 일반 스킬이지만, 스킬이 추가돼서 몬스터의 수가 늘어났다.

 슬라임은 비상식량이라곤 하는데, 옆에 오래 두고 나중에 잡아먹을 수 있을까 싶네.

 둘에겐 서포트만 맡기고 십갑자와 둘이서 ‘킹 슬라임’을 잡기로 했다.

 희귀해서 운이 좋지(?) 않는 한 볼 수 없는 네임드와 달리 전도자를 아직 아무도 못 잡았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같이 잡기로 했다.

 운이 좋으면 지역 업적이라도 받을 테니.

 “...조심하면서 몸을 깎아내. 인내 싸움이니까. 조금씩 깎아내기만 하면 핵이 보일 거야.”

 계획을 말한 나는 성역의 범위를 넓힌 뒤, 먼저 뛰어들었다.

 인도를 지나 풀이 자라난 녹색 타일 안으로 들어서자.

 

 [유머라스 지역에 들어섰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하향됩니다.]

 

 다른 행성의 지역에 발을 디디고 선 것만으로 능력치가 깎인다.

 이 정도는 충분히 무시할만한 수준이라, 상관 않고 전진했다.

 그러곤 음식을 먹는 데 빠져있는 녀석의 뒤를 배트로 힘껏 내리치자.

 퍼억!

 포탄이 터진 것처럼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

 포옹! 포옹! 포오오오옹!

 

 -아파! 아파! 아프다고오!

 

 비명을 내지른 ‘킹 슬라임’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녀석에겐 얼굴이 없었기에, 음식을 삼키던 지점을 얼굴로 상상해야 했다.

 이 녀석을 처음 상대하는 이들은 어느 부위가 앞인지 몰라 쉽게 잡아먹힌다.

 배트가 삼켜질 수 있기에 앞부분을 피해 계속 옆으로 움직이며 몸체를 돌려 깎았다.

 십갑자도 나를 잘 따라오며 슬라임을 검으로 잘라내고 있었다.

 나보단 현저히 느렸지만, 혼자보단 나았으니.

 나을과 하윤도 돌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대미지는 크지 않았지만, 딜을 줘 함께 얻어야 할 게 있었다.

 그렇게 몸체를 3분의 1쯤 깎았을까.

 바닥은 물컹거리는 슬라임 조각들로 뒤덮여 풀들이 보이질 않았다.

 “아우, 움직이기 힘들어 죽겠네.”

 푹푹.

 꼭 갯벌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발을 떼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십갑자는 어느 순간부턴 나보다 앞서 움직이며 바닥에 뿌려진 슬라임 조각들을 치우기만 힘썼다.

 포오옹! 포옹! 포오오우웅!

 

 -배고파! 아파! 배고아파!

 

 퍼억!

 ‘보였다!’

 드디어 색이 짙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킹 슬라임’은 핵 부위가 드러나자 갑자기 움찔거리며 다른 행동을 취했다.

 지금까지 계속 나를 쫓던 녀석이 핵이 드러난 부위를 주변 부위로 감싸며 슬금슬금 물러난 것이다.

 난 더 이상 질질 끌고 싶지 않았기에, 빠르게 달려가 배트를 마구 휘둘러 핵을 향해 파고들었다.

 포오오오이이이잉!

 

 -배고파아아악!

 

 분노로 울부짖는 녀석을 무시하고 드러난 핵을 향해 힘껏 스윙을 휘두르자.

 비명을 지르던 ‘킹 슬라임’은 고통으로 경련하더니 곧 잠잠해졌다.

 운 좋게 지역 내에서 제일 빨리 잡았는지 업적이 떴다.

 

 [업적 달성!

 전도자 사냥꾼 : 지역 내에서 맨처음 전도자를 죽일 시 주어짐

 능력 : 전도자를 사냥할 시에 능력치가 2% 상승]

 

 이어 황금색의 스킬 카드가 한 장.

 죽어버린 녀석의 핵 부근에서 무지개색의 구슬이 나타났다.

 

 [농축된 슬라임 핵 : 엄청난 향과 감칠맛을 자랑한다]

 [포식 스킬 [황금] : 위장의 한계를 넘는다

 배불리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 유지된다 / 패시브]

 

 농축된 슬라임 핵은 판매 가격을 확인하니 500UC나 됐지만, 쓸모가 많은 물건이었기에 다른 핵을 담아둔 비닐봉투에 넣었다.

 포식 스킬은 지금은 아무런 쓸모가 없겠지만, 나중을 위해 습득해 저장고에 넣어두었다.

 “쓰읍, 이 녀석은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하네. 형님 먼저 드시죠.”

 십갑자는 흐르는 침을 닦으며 나에게 수저를 건넸다.

 그에게서 수저를 받고는 일행에게 말했다.

 “먼저들 편히 먹어. 난 주변을 좀 확인해볼 테니.”

 내 말에 모두가 한 자리씩 차지해 황홀한 표정으로 ‘킹 슬라임’을 먹는 동안.

 나는 전환석을 찾기 위해 집중하며 바닥을 노려봤다. 녀석 근처에는 없었으니 바닥에 나뒹굴고 있겠지.

 풀과 슬라임 조각들에 뒤덮여 있어서 쉽게 보이진 않았는데, 한 3분쯤 퍼즐을 맞추듯 차근차근 확인하다 보니 ‘웃는 가면’ 문양과 한글로 ‘유머라스에 속한다’라고 새겨진 녹색의 전환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녹색이라 자칫하면 지나칠 뻔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야구배트를 전환석에 힘껏 내리쳤다.

 빠악!

 

 [업적 달성!

 변치 않음 : 지역 내에서 맨처음 전환석을 파괴한 이에게 주어짐(지역 변경 시 삭제)

 능력 : 다른 지역 내에 들어섰을 때 능력치 감소가 5% 줄어든다]

 

 ‘오늘도 운이 좋네.’

 이 채널 내에는 도전 정신이 뛰어난 이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로써 타 지역 진입 시 적용되는 능력치 감소 디버프도 5%로 줄어들게 되었다.

 앞으로 지구가 아닌 타 지역에서의 전투가 더 많아질 테니 있고 없고 차이가 꽤 클 터.

 

 [전환석 파괴 1개 달성!

 거점을 장악하시려면 지역 내에 존재하는 전환석 중 과반수를 파괴하십시오.

 지역 스탬프는 양보가 가능합니다.]

 

 [거점창이 활성화됩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거점 장악은 다른 이 밑에 들어가지 않는 한 필수로 해야 할 거였는데.

 이렇게 늦었는데 내가 처음인 거 보니, 다른 이에게 양보(?)를 받지 않아도 쉽게 거점 장악을 할 수 있을 듯했다.

 거점창에 지구 아이콘의 스탬프가 하나 찍혔다.

 ‘이 정도 크기 지역이면 두세 개쯤 더 모으면 되겠지.’

 전환석이 박살 나며 육각형의 경계에서 빛나고 있던 녹색빛이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지구 태생이 아니던 풀들도 서서히 파릇한 색을 잃어가며 빠르게 말라갔다.

 바삭바삭.

 어느새 낙엽처럼 색이 노랗게 변해 부스러지는 풀들을 밟고 일행에게 간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킹 슬라임’을 맛보았다.

 ‘아, 역시 최고야.’

 ‘킹 슬라임’을 맛보고 나서 최애 음식은 치킨에서 슬라임으로 바뀌었다.

 음, 치킨을 오랫동안 못 먹게 되면 다시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지만.

 우걱우걱.

 십갑자는 아직도 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을과 하윤은 마트에서 발견한 통에 슬라임 조각을 담고 있었다.

 “언니, 여기 두 통 채웠어요.”

 “잘했어.”

 모든 영양소를 다 담고 있는 슬라임이었으니, 아포칼립스가 된 이 지구에서 중요한 식용 자원이 아닐까 싶다.

 ‘나중에 정착지를 만들면 슬라임 사육장부터 만들던가 해야겠어.’

 그렇게 결심하며 슬라임을 쉼없이 먹어댔다.

 지금만으로도 포식 스킬은 충분히 좋게 느껴졌다.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있으니.

 먹으면서 채널창을 보니, 유머라스 행성의 침범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난리가 아니었다.

 몇 번 시도해보다 자신들로선 상대 못한다는 걸 깨달은 거겠지.

 

 [롤섹스 : 서정공원 쪽에 좀 미쳤는데? 좀비들이 군인처럼 다 둘러싸고 있어서 저쪽 근처엔 접근도 못하겠다.]

 [태권소녀 : 로떼 마트 쪽에 좀비밭 사냥터에 고블린 같은 녀석들이 갑자기 나타나 사냥하던 사람들을 잡아갔어. 여기서 터 잡고 살긴 글러서 가라산 쪽으로 도망가는 중인데 거긴 괜찮아?]

 [복있는남자 : 가라산은 우리들이 먹었는데, 복채 내야 거주 가능합니다.]

 [태권소녀 : 복채는 또 뭐야. 존나, 개같네. 멀쩡한 놈이 없어.]

 [동네백수 : 여자가 입에 걸레 물었누.]

 [황금가면 : 난 가벼운 걸레년이 좋더라. 뉴시대의 황금수저와 함께할 여성 모집중임.]

 [동네백수 : 저 신발은 아직도 안 당했누. 지금쯤 백퍼 스킬 떨궜을 줄 알았는데.]

 [황금가면 : ㅈㄹㄴㄴ. 계속 깝치면 썰어준다.]

 [대마도사 : 만렙발컨인지 조빱인지 하는 놈은 뭐하냐? 마트에서 혼자 다 처먹었으면, 위험한 녀석은 말 안 해도 재깍재깍 처리해야지.]

 [남해횟집 : 그 녀석은 내 딸 가지고 노느라 지금쯤 정신없을 텐데. 딴짓할 때 그놈 잡고 떨군 스킬은 한 명이 갖자고. 관심 있는 녀석들은 횟집으로 찾아와.]

 [다리미인 : 저 아재는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나 같음 숨도 안 쉬고 구석에 쭈구려 있겠다.]

 [천상여자 : 좀 전에 멋진 내 만렙 남친이 대빵 슬라임 잡는 거 봤어. 아, 듬직한 가슴에 안기고 싶다.]

 [동네백수 : 언제 남친 삼았누. 만발 고로시한 놈들은 지금 바지에 지리고 있을 듯. ㅋㅋ]

 [롤섹스 : ㄹㅇㅋㅋ]

 [자율방범대회장 : 성산초 옆에 있는 파출소 쪽으로 오십시오. 여긴 저희가 안전하게 질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태권소녀 : 감사합니다!]

 

 “형님, 저 두 놈은 보이면 제가 먼저 닭처럼 모가지 쳐버리겠습니다. 아, 횟집 녀석은 나을이한테 맡겨야겠지?”

 “네, 저한테 맡겨주세요.”

 “형님, 다음엔 어디로 가실 겁니까? 채널창 보니 갈 곳은 많아 보이네요.”

 채널창을 보던 십갑자가 나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의 표정을 보니 배 터지게 먹어서 만족한 듯했다.

 “음,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가보자. 다들 배불리 먹었지?”

 “네!”

 “슬라임 간식도 다시 가득 채워놨어요.”

 “그럼 가자.”

 쓰러진 빌딩들 때문에 돌아서 공원 쪽으로 향했다.

 도로 쪽으로 걸으며 덤벼오는 좀비들을 해치우며 걷다 보니 채널창의 말대로 몇 줄로 줄을 서서 가만히 있었다.

 “으으, 뭔가 강시를 보는 것 같네.”

 좀비들을 본 십갑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보통 좀비들처럼 웅얼거리는 소리도 없이 정적을 유지했기에 오히려 더 두렵게 보이는 듯했다.

 ‘강시’라... ‘군인’ 같다는 점에서 예상은 했지만.

 확실히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좀비들과는 다르게 이 녀석들은 그저 ‘시체’처럼 죽어있는 것 같았다.

 ‘그 녀석들이 자리 잡았나 보네. 귀찮게 됐어.’

 소설대로라면 좀비보다 더 좀비 같은 녀석들이었기에 짜증이 났다. 거기에 수는 대충 보기에도 백여 마리는 되는 듯했다.

 ‘이 녀석들은 성역도 영향이 별로 없을 텐데.’

 내가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이해가 안 됐는지 십갑자는 두 눈을 끔벅거리며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한 번 보여주는 게 빠르지.

 “휴, 저 녀석들은 보통 좀비와 다른 것 같은데 한번 실험 좀 해봐야겠다.”

 나는 근처에서 조각 난 돌덩이를 주운 뒤 일행에게 말했다.

 “뒤로 물러나 있어. 보자, 저기 횡단보도 건너서 가 있는 게 좋겠네. 내가 좀비들한테 쫓겨도 그냥 가만히 있어.”

 그들이 뒤로 물러나는 걸 기다리던 나는 충분히 멀어졌다는 걸 확인한 뒤에 돌덩이를 힘껏 좀비들이 모여 있는 곳에 집어 던졌다.

 퍽!

 멀어서 한 번에는 못 맞출 것 같아 여러 개를 가져와 뒀는데, 다행히 한 번에 머리가 터져나갔다.

 그런데 예상대로 머리가 터진 좀비도 다른 녀석들과 함께 한꺼번에 나에게 달려들었다.

 좀비 특유의 느릿한 걸음걸이도 아니고, 달리는 속도로.

 나는 뒤돌아 빠르게 공원이 안 보이는 곳까지 도망쳤다.

 그러자 좀비들은 누구에게 명령을 받는 듯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 제자리를 지켰다.

 난 도로를 건너 동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니, 저 녀석들은 도대체 뭐예요? 눈이 좋아져서 머리가 터지는 것까지 잘 보였는데...”

 십갑자는 지금과 다른 좀비의 모습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럴만도 하지.

 말이 안 되긴 하는데, 저 좀비는 이미 죽은 시체였다. 좀비로서도 움직일 수 없는.

 그런데 움직이는 이유는 시체를 조종하는 ‘좀비 벌레’라는 녀석들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여왕에게 받은 명령대로 다른 시체들의 몸을 조종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후반에 강력한 시체들을 조종하면 정말 ‘환장’이라는 말밖에 안 나올 정도.

 여왕에게 명령받는 일사불란한 군대나 마찬가지였다.

 “태우거나 얼리거나 압축시키거나 분해하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이네. 그런데 그렇게 다 죽일 수는 없으니까...”

 나는 십갑자에게 계획을 설명하고 날 따라올 수 있겠는지 물어보았다.

 이건 강제로 명령해봤자, 자율적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였기에 십갑자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섭섭하게 왜 그러십니까, 형님. 당연히 가야죠. 죽어봤자, 부활할 테니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이럴 때 도전 안 하면 앞으로도 계속 도망만 칠 텐데, 무사는 도망치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가자.”

 난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십갑자의 어깨를 두드려주곤 [농축된 슬라임 핵]을 챙긴 뒤 좀비들을 향해 나아갔다.

 나을과 하윤은 계획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그 자리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성역의 범위를 키워 십갑자까지 덮은 뒤에 정렬하고 있는 좀비들에게로 향했다.

 좀비들에게 가까워지자, 바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내가 가는 면에 위치한 녀석들만 달려들었는데도 서른 마리 정도나 됐다.

 천천히 걸어가던 나는 속도를 올리며 오른쪽 방면으로 틀었다.

 좀비가 따라올 수 있는 정도의 속도로 뛰며 유인하던 나는 공원과 거리가 좀 떨어지자, 반전해서 상체를 숙인 채 달려들었다.

 일렬로 되어 있는 좀비 떼의 제일 첫 녀석의 다리를 향해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파악!

 녀석의 두 다리가 꺾여나가며 좀비가 쓰러졌다.

 나는 마무리하지 않고 뒤이어 달려드는 좀비에게 배트를 휘둘렀다.

 그렇게 움직임만 막으며 재빠르게 움직였고.

 뒤에서 나를 따라오는 십갑자도.

 “일검양단!”

 검기를 이용해 다리를 잘라냈다.

 우리의 계획은 간단했다.

 죽일 수 없다면.

 못 움직이게 하면 된다.

 속도에선 확실히 우리가 유리했기에, 뒤처져 좀비 떼에 휩쓸리지만 않으면 이처럼 야금야금 숫자를 줄여나갈 수 있었다.

 계속 치고 빠지며 좀비들의 움직임을 막아버리자 서른 마리나 되던 좀비도 어느새 몸통만 남은 채 도로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다.

 주변에 다른 시체가 없었기에 ‘좀비 딱정벌레’도 쉽게 몸통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날지 못하는 이상 나오면 그냥 밟혀 죽을 게 뻔했으니.

 그렇게 한쪽 면이 뚫리자, 질서정연하게 서있던 좀비들의 움직임에서 당황한 게 느껴졌다.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홀로 뛰어들었다.

 “으, 이 강시 녀석들! 못 움직이게 팔까지 다 잘라주마!”

 소리치는 십갑자는 뒤에 남겨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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