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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포칼립스
작가 : 글여행
작품등록일 : 2020.7.31

지구의 멸망은 내가 편집했다

 
테라포밍 (1)
작성일 : 20-08-26 01:03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7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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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포밍 (1)

 

 “이건 말도 안 돼! 노예 계약이나 마찬가지인데 미쳤다고 이런 계약을 하겠어?”

 서류를 다 읽었는지 천마가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으음.”

 반면 십갑자는 신음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그 모습에 천마는 어이가 없는지, 십갑자의 뒤통수를 손으로 때리며 말했다.

 퍽!

 “이 새끼야, 정신 차려! 그거 계약했다간 금방 골로 간다. 지 살자고 우릴 함정으로 밀어넣을 텐데 사인하려고? 주변에서 사인 잘못했다가 그 후로 안 보인 녀석들 한둘 봤냐?”

 천마가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십갑자는 인상을 쓰며 그를 노려보다 한숨을 쉬곤 나를 쳐다보았다.

 “계약하면 저에게 추가로 어떤 이득이 있습니까? 카드 정산 비율 10%는 너무 적게 느껴지네요.”

 고민하고 있는 그에게 한마디만 말해줬다.

 “생존.”

 그 한마디에 십갑자의 두 눈이 흔들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 저 말을 믿어? 부랄친구인 나를 버리고 오늘 첨 본 새끼를 따라갈 거야?”

 “휴우, 야. 너도 잘 생각해봐. 우리 능력만으로 앞으로 살아갈 수 있겠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이게 최선인 것 같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됐는데 도박이라도 해야지. 강해지려면 계속 살아야하지 않겠냐?”

 언성을 높이는 천마를 향해 십갑자가 차분히 말하며 그를 설득했다.

 그러나 천마의 생각은 변함이 없는 듯했다.

 “아, 됐어. 그럼 여기서 이만 쫑내자. 친구따라 강남 간다지만, 목숨을 담보로 널따라 갈 수야 없지. 장난으로 네 녀석의 컨셉질에 어울려준 거지 네가 진짜 무림고수라도 된 줄 아냐. 마지막으로 충고하니깐 너나 빨리 정신 차려라. 잘 있어라.”

 천마는 구석에 있는 자신의 가방과 봉투를 들고 방문을 나섰다.

 십갑자는 더 설득할 생각인지 친구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 결과가 나오든 저쪽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았기에, 혼자 남은 이나을 쪽을 쳐다보았다.

 “계약할 건가요?”

 그녀에게 묻자.

 “네, 어떡하면 되죠?”

 차분히 답하는 그녀의 두 눈을 보니 진작에 결정한 듯했다.

 “그냥 손으로 서명란에 사인하시면 됩니다.”

 내 설명에 그녀가 검지로 이름을 새겨넣었다.

 푸른빛이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에 빛나며 인쇄가 되듯 글자가 생겨났다.

 “야, 최진성!”

 밖에서 외침이 들리고.

 잠시 후, 터덕터덕 힘 빠진 발소리와 함께 방 안으로 십갑자 혼자 들어왔다.

 “저도 사인하겠습니다. 계약서를 주세요.”

 복잡한 심정이 얼굴에 잔뜩 담겨 있는 그를 향해 곧바로 상점에서 구매한 두루마리를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사인을 마친 그에게 두루마리를 받아 계약서를 보았다.

 천마가 사인을 안 한 건 4번 때문이겠지.

 그러나 나로도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 그들이 보기엔 이상하거나 위험한 선택을 계속할 테니까.

 설득하기 위해 매일같이 이유를 지어내는 건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공정 계약]

 갑과 을은 서로 동의하에 아래의 내용을 이행한다.

 1. 갑과 을의 카드 정산 비율은 9 대 1을 기본으로 한다.

 2. 백금 이상 카드일 경우 갑에게 우선권이 있다.

 3. 갑이 원하는 게 있다면 을은 양보해야한다.

 4. 을은 갑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다.

 5. 갑은 을에게 하루 한 번 강제명령을 할 수 있다.

 6. 을은 갑에게 공격이나 배신 같은 해가 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속으로 생각할 경우에도 고통이 따른다. 을이 갑에게 악한 감정을 가졌을 때 갑은 미리 알 수 있게 된다.

 7. 을은 갑과 그와 연관된 동료에 대한 내용을 타인에게 발설하지 못한다.

 8. 계약이 파기될 경우 갑과 그와 관련된 이에 대해서 모든 걸 잊는다.

 9. 계약의 해제는 갑의 동의하에 할 수 있다.

 

  (갑) 김한영

  (을) 이건우

 

 (갑) 옆에 내 사인을 적었다.

 그러자 두 장의 두루마리는 한순간에 불타오르며 재가 되었다.

 “하... 수정도 못하게 그냥 사라져 버리네. 차라리 잘됐네요. 남아 있으면 계속 흔들렸을 텐데 말이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대협. 아니, 대형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까요?”

 그 소리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형으로 부르세요.”

 “음, 형님으로 부르겠습니다. 제 이름은 이건우입니다. 말 편히 하세요.”

 “그래, 난 김한영.”

 내가 말을 놓고 이름을 말하니, 그제야 만족했는지 굳은 표정을 풀고 이나을을 쳐다보았다.

 “앞으로 함께할 사이가 된 것 같은데, 아직 닉네임도 모르네요. 나을 양.”

 갑자기 자신에게 치고 들어올 줄 몰랐는지,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 그게... 미, 소녀... 힐러예요. 두 분 다 말 편히 하세요.”

 모기 소리처럼 작게 얘기했지만, 조용했기에 십갑자는 제대로 들었는지 당황하다 텐션을 높여 말했다.

 “아, 미소녀힐러! 완전 딱이네. 되게 잘 지었어.”

 그 소리에 이나을의 얼굴은 터질 듯이 빨개졌다.

 그녀가 원해서 정한 게 아니라 아버지가 시켜서 지은 걸 알고도 저렇게 말했을까?

 그녀가 변명을 하지도 않으니 내가 나서기도 뭣해서 그냥 본론으로 바로 들어갔다.

 “계약을 했으니, 계약금이라도 있어야겠지. 자, 둘 다 받아.”

 1,000UC씩 꺼내 둘에게 송금해줬다.

 “어, 1,000! 이 거금은 어디서 난 거예요? 형님, 진짜 받아도 되는 거 맞아요?”

 “그래, 후원금이랑 하이라이트비 들어온 거야. 가지라고 준 거니 어서 수락 눌러서 필요한 생존 스킬하고 아이템 사. 살 게 없으면 나중에 사도 되지만 [관찰]은 꼭 사둬.”

 지갑에는 상금으로 받은 10억에다 에피소드 1의 시청료 수익금 5천만 UC와 ‘아귀 애벌레’를 잡은 하이라이트비 500UC, 후원금으로 1,000UC가 들어왔기에 이 정도 지출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좀비화 때문에 쓴 걸 제외해도 아직 지갑의 금액은 10억 4천만 이상이었다.

 초반인 지금은 마구 써도 오히려 불어나겠지.

 ‘그나저나 ‘아자PD’라는 사람은 돈이 남아도나 나 같은 거한테도 후원금으로 천 UC나 주네.’

 그가 후원금과 함께 남긴 글에는 ‘앞으로도 지켜볼 테니 힘내’라고 되어 있었다.

 후원 덕분에 명성도 0에서 1로 올랐다.

 “오,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새끼, 이걸 알면 배 아파 뒈지겠네.”

 “감사합니다.”

 이나을도 모범생처럼 꾸벅 고개를 숙여 답했다.

 “으으, 싸구려 철검이 왜 이리 비싼 거야. 아, 검도장에 있는 단장님 검 가지고 오고 싶네.”

 그들이 쇼핑을 즐길 동안 나도 초콜릿을 하나 꺼내 씹어먹으며 아이템창을 살펴보았다.

 ‘먹는 재미가 과연 언제까지 갈까?’

 그런 생각이 들자 초콜릿이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무기는 지금 가지고 있는 야구배트보다 나은 게 없어서 그냥 솥뚜껑 정도 크기의 [단단한 원형 방패] 하나만 2,000UC를 주고 구매했다.

 팔뚝에 끼운 후 손잡이를 잡아 보니 잡는 데 불편했던 솥뚜껑보다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것 같았다.

 “형님, 다 골랐습니다.”

 “저도 다 골랐어요.”

 둘의 소리가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서며 밖으로 나갔다.

 “다음 에피소드를 맞이하기 전에 둘의 스킬을 확인했으면 하니깐 밖에서 보자.”

 

 ****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사기야.”

 십갑자가 나을이 행한 모습을 보며 허탈한 심정을 토해냈다.

 확실히 전설 등급부턴 보통 사람이 보기엔 사기 스킬답지.

 거기다 전설부턴 일반처럼 등급까지 나뉘는데.

 

 [인형술사 [전설(A)]

 

 그녀가 가진 건 상위 등급이었으니까.

 

 “아직 마력이 넉넉하지 않아서 힐에 쓸 마력을 여유 있게 남겨두면 세 마리 정도가 한계네요.”

 

 그녀는 좀비 세 마리를 등 뒤에 둔 채로 웃고 있었다.

 처음으로 보여준 환한 미소에 나까지 입꼬리가 올라갔다.

 힐러로서 받았을 뿐인데 이렇게 로또가 터질 줄이야.

 상위 마력 스킬로만 빈자리를 다 채우면 혼자서 몬스터 무리를 이끌 수 있는 스킬이었다.

 또 다른 전설 등급 스킬 [네크로맨서]와 달리 조종할 수 있는 언데드의 개수는 많이 딸리지만, 무생물까지 조종할 수 있어서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빛을 보는 스킬이었다.

 거기에 [조용한 치유 [황금]라는 힐을 해도 어그로가 적게 튀는 힐러에게 필수 스킬이 있었으니.

 그렇게 모두의 스킬 확인을 끝냈을 때.

 다음 에피소드를 알리는 창이 떠올랐다.

 

 [에피소드 2.

 +지금부터 지구를 놓고 벌이는 타 행성과의 테라포밍 게임이 진행됩니다.+

 인간에게 지친 지구는 이제 삶의 의욕을 잃었습니다.

 지구를 먹어 치우려는 다른 행성들의 침범이 시작됩니다.

 지금까지의 평안했던 지구는 잊으십시오.

 앞으로 가혹한 환경이 당신을 위협할 것입니다.

 과연 지구는 삶의 의욕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당신은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을 선택하겠습니까?

 아니면 끝까지 지구를 위해 맞서싸우겠습니까?

 지구의 앞날은 여러분에게 달렸습니다.]

 

 그와 함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이 흔들렸다.

 “어어, 이게 뭐야! 형님, 어디 건물 없는 곳으로 도망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처음 겪어 보는 지진에 놀란 십갑자가 호들갑을 떨어대자, 난 빠르게 집 안으로 달리며 외쳤다.

 “빨리 집에서 짐 챙기고, 도로로 가자.”

 대문을 지나 방 안으로 들어가자, 벽에 있던 실금이 커진 걸 볼 수 있었다.

 모두 짐을 챙겨 나오자, 멀리 보이는 빌딩들이 서서히 기울어지고 있었다.

 건물이 흔들리자, 숨어만 있던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고층 건물들은 거의 다 무너지겠지. 그 전에 빨리 이 지역을 장악해야 할 텐데.

 밖으로 나와 어찌할지 모르는 이들을 보니 아직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걸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다.

 오래 살기 그른 이들에게 시선을 떼곤 뒤를 돌아보았다.

 좀비들을 옆에 둔 나을은 짐이 가득 실린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십갑자는 쇠로 된 검을 들고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는 중이었다.

 확실히 이들은 마음가짐부터가 달랐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뗐다.

 “준비하자. 곧 잠을 자던 좀비 놈들이 쏟아질 테니까.”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좀비들이 골목에서 쏟아져 나와 거리에 나온 사람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주변에 먹을 게 떨어지자 구석진 곳에서 동면하듯 가만히 있던 놈들이 사람의 냄새와 소리에 눈을 뜬 것이다.

 “꺄아악!”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먹이가 되어 버린 여성.

 “아! 안 돼! 나도 데려가! 으아악!”

 넘어진 채 동료에게 버림받은 남성.

 “으아아앙! 엄마!”

 사람들 속에서 엄마의 손을 놓치고 좀비 무리에 휩쓸린 아이.

 혼란에 맞서 싸우는 이는 없었다.

 모두 몸을 돌려 도망치자, 뒤처지는 이들은 하나둘씩 좀비에게 먹히며 그들의 동료가 되어 갔다.

 우리가 조용히 있어서 그런지 좀비들은 시끄럽게 도망치는 이들을 쫓기에 바빴다.

 콰아앙!

 큰 폭음 소리에 순간 움찔했다.

 폭음이 들려온 대각선 방향을 보니 커다란 불길과 함께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저쪽이면 주유소 부근인가.

 저런 폭발에 휘말리면 아바타는 한순간에 죽어버리겠지.

 핵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어서 저런 폭발에 발생하는 에너지 정돈 한두 번 정도는 막아야 될 텐데.

 폭발을 보자 좀 더 타이트하게 사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다 잘 따라와. 십갑자는 카드 놓치지 말고, 나을은 보조 잘해주고.”

 말을 마친 나는 좀비 떼를 향해 달려들었다.

 “키에에엑!”

 “흐에에엑!”

 우주의 성역 범위를 최대치로 키우자, 성역의 끝에 맞닿은 좀비들이 타오르는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좀비 떼도 그저 카드 박스로만 보였다.

 그렇게 좀비를 야구배트와 빛으로 정화시키며 랜덤 카드 무한 뽑기를 시작했다.

 

 ****

 

 지진으로 갈라진 도로 위로 갑작스레 육각형 모양의 녹색 빛이 생겨났는데, 그 안에서 풀들이 빠르게 자라났다.

 “여기는 뭔데 이렇게 시끄럽지? 키륵?”

 “시끄러우면 재밌다. 키륵.”

 땅속에서 나온 1미터 정도의 연녹색 괴물 둘이 서로 마주보며 웃어댔다.

 기다란 코와 귀를 씰룩대며 웃자, 얼굴 가득 덮은 자글자글한 주름이 밭고랑을 만들었다.

 “여기 재밌는 동네일 것 같다. 키륵.”

 “우리가 사는 곳은 너무 심심하다. 키륵.”

 “맞다. 더 이상 재밌는 놈도 없다. 키륵. 우리 마을에 재밌는 거 발견했다고 자랑하자. 키륵.”

 “역시, 똑띠 똑똑하다. 키륵. 역시 ‘유머라스’ 행성의 전도자가 될만하다.”

 말할 때마다 웃어대던 두 녀석은 잠시 후, 침묵하곤 땅속으로 들어가 갈라진 틈 사이로 눈만 슬쩍 내밀었다.

 자신들이 있는 쪽으로 남성 한 명이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키륵. 노잼 돼서 멸종한 인간이다.”

 “저 녀석은 여기서 처음 보니 재밌는 걸 많이 알 것 같다. 전도하게 잡자.”

 “알겠다. 접근하면 내가 마비침을 쏴서 맞히겠다. 키륵.”

 잠시 후, 그들이 있는 곳에 근접한 남성은 수풀이 우거진 곳이 나타나자 옆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 순간.

 쉬이익.

 일빠는 대롱을 불어 정확하게 남성의 다리를 맞혔다.

 “어어?”

 쿵.

 마비침의 위력이 강했는지, 남성은 달리던 모습 그대로 땅에 엎어져 머리를 부딪쳤다.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입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키륵키륵. 역시 일빠. 1년 역사에 제일가는 명사수답다.”

 남성은 누군가 어색한 한국어로 말하며 자신의 몸을 움직이자, 두려움에 동공을 떨어댔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이가 인간이 아닌 걸 알자, 순간 기절하고 싶었다.

 아직까지 혼자인 것도 서글픈데, 이제는 괴물한테 끌려가게 됐다니.

 평생 괴물들과 살아야 하는 거 아닐까?

 괴물은 등에 메고 있던 바구니에서 밧줄을 꺼내 자신을 묶고는 노란 액체가 묻은 침을 자신의 이마에 꽂아 넣었다.

 ‘복수도 못하고 이렇게 죽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키륵. 이름 말해라, 인간.”

 “브으으.”

 괴물의 말에따라 입을 열었는데, 처음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 있자 입술이 제대로 움직여졌다.

 “키륵. 우린 인간 안 잡아먹는다. 그러니 말해라. 계속 가만히 있으면 너 죽이고 다른 녀석 찾는다.”

 괴물의 말에 남성은 서둘러 말했다.

 “으으, 박동팔이라고 합니다.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그의 말에 괴물 둘이 동시에 답했다.

 “너 잼냐, 키륵?”

 “잼는 거 말해봐라. 키륵. 재밌으면 우리와 함께한다. 노잼이면 죽는다.”

 박동팔은 괴물들의 말에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둘 다 진지한 눈을 하고 있자, 침을 꿀꺽 삼키곤 말을 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야한 채소는 무엇일까요?”

 그의 말에 둘은 눈을 팽팽 돌렸다.

 “으으, 난 몰겠다. 키륵.”

 일빠는 포기했지만, 똑띠는 고민하다 입술을 뗐다.

 “오이다. 여자들이 젤 좋아한다. 키륵.”

 “아, 맞다. 오이는 필수템이다. 나보다 더 좋아한다. 키륵. 역시 똑띠다.”

 박동팔은 괴물들의 말에 순간 호응을 해줄까 했지만,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기에 단호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정답은 버섯-입니다.”

 “어?”

 “엑?”

 순간 괴물들은 당황했지만, 잠시 후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키륵키륵. 오랜만에 웃겨 죽는 줄 알았다. 넌 웃음 역사관에 장식될 가치가 있다.”

 “네에? 아니, 저 살려주시는 거 아닙니까?”

 너무 웃어서 흘린 눈물을 닦으며 말한 똑띠에게, 당황한 사내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안 죽인다. 재미없었으면 전투 노예로서 살아가야 했을텐데. 키륵. 자, 내 손에 있는 전환석에 손을 대고 적혀있는 글귀대로 ‘유머라스에 속한다.’고 말해라.”

 그 소리에 박동팔은 ‘차라리 죽여줘!’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유머라스에 속한다.”

 결국 고블린의 말을 따랐다.

 그러자 손등에 유머라스 행성의 문양(웃는 가면)이 새겨졌다.

 이곳 말고도 세계 곳곳의 대지는 각양각색의 육각형 빛이 나타나고 대지의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뀐 땅속에선 그 행성에 소속된 괴물들이 기어 나왔다.

 이제 지구인들은 좀비에 더해 괴물과 지구의 위협 속에서 생존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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