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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파혼의 전말
작가 : 미세스존
작품등록일 : 2020.8.22

"결혼이고 뭐고, 일주일만 만나보자."

결혼을 고작 두 달 앞둔 커리어 우먼 한미주.

평생 한 번 밖에 못 해본 연애가 아쉬워 결혼이 망설여지는 그때,

운명처럼 나타난 대학 동창 지현민.

예전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변한 그를 보고

미주는 운명처럼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청첩장을 주던 날

늦은 저녁 술자리에서 서로에 대한 호기심은 커져만 간다.

호기심은 점점 커져 호감이 되어가고,

결혼을 앞둔 두 남녀는 원초적인 욕망에 휩싸이게 된다.

사랑 앞에 솔직하지만 한없이 나약한 두 남녀는

결국 위험한 계약을 하게 되는데......

 
7. 감옥을 탈출한 춘향이
작성일 : 20-08-25 16:02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6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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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1일 토요일 오전 열 한시, 마감을 끝낸 에디터의 일상은 그야말로 ‘망중한忙中閑’이었다.

 

 16일에 마감이 끝났고 최종 편집과 윤색을 마친 21일엔 10월호가 발간되었다. 특별히 공을 들였던 만큼 잡지사에선 온라인 반응을 체크하느라 분주했다.

 

 그 가운데서 미주를 비롯한 에디터들은 한가롭게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어차피 고객 선호도 조사는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었기에 다음 달까지 일주일 정도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평소엔 야근도 많고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신경 써야 하는 직무라 고되지만 마감만 끝나면 합당한 휴가를 보상받아 미주는 본인 직업에 만족하는 편이었다.

 

 휴가 기간에 미주는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곤 했다. 하루 종일 늘어져 있기도, 쿠킹 클래스를 듣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휴가엔 그럴 시간이 하나도 없었다. 결혼이 코앞으로 다가와 챙겨야 할 것들 투성이었다.

 

 전체적은 윤곽은 잡아놨으나 확실히 매듭지은 건 몇 개 없어서 조급함이 밀려왔다. 물론 작은 것 하나까지 허투루 하는 법 없는 미주의 성격도 한몫했다.

 

 그 중 오늘은 웨딩홀 뷔페 시식을 가는 날이었다. 예약을 확정하면 신랑, 신부는 사전에 뷔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어차피 남의 결혼식에서 기억에 남는 건 음식뿐이었므로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신랑 신부가 함께 가는 반면 미주는 오늘 뷰티 에디터인 정수진과 같이 가야만 했다.

 

 예비 신랑 동식이 한 달 전부터 잡은 점심 약속을 여태 까먹고 있다가 어제가 다 돼서야 기억이 나는 바람에 급하게 수진을 섭외한 것이다.

 

 달관의 경지에 이른 미주는 이제 짜증도 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은 분명 한 달 전에 약속 있다고 말했었다고 바득바득 우기는 동식을 믿어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가끔 불리할 때면 일단 우기고 보는 동식이 탐탁지 않았지만 미주는 오공을 상대하는 삼장의 심정으로 모르는 척 해주곤 했다.

 

 그래야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고, 감정이 사그라들면 곧잘 미안하다는 말을 해서 넘어갈 수 있었다. 미주는 그게 동식의 장점 같은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미주, 나 거의 다 옴. 전화하면 바로 나와. 주차하기 힘드니까!”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수진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미주는 편한 옷을 골라 입고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냥 오늘 축의금 내고 결혼식장 안 가면 안 돼? 어차피 같은 밥 또 먹을 거 아냐.”

 

 만나자마자 수진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얼굴에 꽉 차는 마스크를 쓴 수진을 보며 미주는 한참을 웃었다. 뒤차가 경적을 울리 때까지 미주는 웃느라 차에 타지 못했다.

 

 “쫌 타지? 일할 때나 제발 좀 그렇게 웃으면서 일하자. 요새 아주 마귀할멈 같아 꼭. 혹시 물약이라도 만드나 보고 있으면 일은 제대로 하고 있어서 망정이지.”

 

 “제가 그래요?”

 

 “응. 게다가 가끔 마스크 쓰고 오면 그땐 더 무서워. 눈으로 욕하고 있거든. 그나저나 너도 마스크 하고오지 그랬어. 화장 대충 해도 봐줄만해.”

 

 그 말에 미주가 다시 한 번 웃어버렸다. 웃다 보니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여유인지 미주는 문득 수진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오늘 흔쾌히 같이 가준다고 해서 고마워요.”

 

 “고맙긴. 어차피 할 것도 없어. 주말에 공짜 밥 얻어먹는데 오히려 내가 땡큐지. 이렇게 같이 드라이브도 하니까 너 막내였을 때 생각난다.”

 

 “왜요?”

 

 “왜긴 왜야. 처음에 에디터 되고 촬영장 가느라 내 차 탔던 거 기억 안나? 바짝 쫄아서 뭐만 물어보면 긴장해서 말 더듬고, 한 겨울인데도 혼자 식은땀 흘리고. 결국 창문 열고 갔잖아. 그때 생각하면 미주 참 많이 컸어?”

 

 그 시절을 생각하면 수진은 아직도 미주가 어린 동생처럼 귀엽게만 느껴졌다.

 

 “됐고, 여기서 자회전이나 하세요. 차량 번호 미리 등록해놔서 하객 전용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민망한지 미주가 말을 돌렸다. 웨딩홀에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웨딩 플래너가 뷔페로 안내했다,

 

 미주와 수진은 옷만 걸어두고 바로 뷔페 투어에 나섰다. 비싼 만큼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요리들로 가득했다.

 

 “이 정도면 욕은 안먹겠죠?”

 

 “야, 내가 가본 뷔페 중에서 여기가 퀄리티 갑이다. 안 먹어봐도 알겠어. 돈 좀 들었겠다 한미주?”

 

 만족스러운 대답에 미주가 안도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푸짐하게 퍼온 수진과 달리 미주는 샐러드만 담고 있었다. 그것도 드레싱 없이.

 

 “얘가 또 사람 상대적 폭식증으로 만드네. 뷔페에선 직무유기야 이거.”

 

 미주의 접시를 보던 수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주는 그저 웃기만 했다. 오늘 따라 수진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재밌었다.

 

 “언니도 결혼해봐. 이렇게 안 되나.”

 

 “어쭈? 이제 반말까지? 결혼이 무섭긴 무섭다. 사람 하나 변하는 거 한 순간이구나. 소름.”

 

 수진도 유난히 자신을 따르는 미주가 좋았고 더 잘해주고 싶었다. 토요일 오후, 많은 축복이 오고 가는 결혼식장 분위기는 두 여자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수진은 콧소리를 내며 음식을 음미하고 있었다. 미주는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 볼 뿐이었다.

 

 “요샌 식욕 자체가 없어요. 어젠 저녁도 거의 안 먹다시피 했는데 이 맛있는 음식들 보고도 배가 하나도 안 고프네.”

 

 샐러드마저 깨작거리며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수진은 알맞게 익은 스테이크를 썰어 미주의 접시에 놓았다.

 

 “풀만 먹어서 그래. 남의 살 냄새 맡으면 또 달라. 그게 성욕하고 식욕하고의 공통점이지. 하나만 먹어봐. 없던 식욕도 생길걸?”

 

 야한 농담을 할 때 수진은 꼭 눈까지 게슴츠레하게 떠서 그 느낌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했다.

 

 “꼭 그렇게 눈 떠야해요? 그럼 딱 하나만 먹어볼까……?”

 

 붉고 윤기가 나는 고기 한 점이 새삼 맛있게 보였고, 미주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스테이크 한 점을 입으로 가져갔다.

 

 넣자마자 풍부한 육즙이 입 안 전체에 감돌았고 정말 수진의 말처럼 없던 식욕이 생기는 것 같았다.

 

 “내 말이 맞지?”

 

 반박 불가한 맛에 미주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입에서부터 퍼진 풍미는 코까지 전달되어 이제 다른 음식까지 먹고 싶을 정도였다.

 

 “역시 고기는 진리였어요.”

 

 “너 큰일 났다. 식욕 도는 날엔 성욕도 같이 도는데. 혹시 오늘 예비 신랑 만나? 괜히 사고 치지 마. 결혼하기 전에 부모님한테 손주 안겨드릴 순 없잖아.”

 

 “걱정마요. 연애 10년차면 있던 성욕도 없어져요. 그리고 만날 때마다 피곤하다 피곤하다 소리를 달고 살아서 제 성욕도 이젠 눈치껏 숨어있어요. 고작 이 고기 한 점 따위로 성욕이 튀어나오진 않을걸요?”

 

 농담이 잘 먹히는 날에도 통하지 않는 농담이 있는 법이었다. 웃기려고 작정한 농담에 미주가 너무나도 처연한 얼굴로 말을 받아쳤다.

 

 “야, 그건 너무 슬픈 말이다. 웃자고 한 말에 울상을 지으면 내가 뭐가 되냐? 이 친구 정말 고민이 심각하구먼. 지난 번에도 그러더니.”

 

 “심각한 고민 아니에요. 이젠 굳은살이 박혀서 그러려니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뭐게요?”

 

 자연스레 수진의 접시에서 고기 한 점을 더 덜어오면서 미주가 물었다.

 

 “뭐가 중요한데? 굳은살?”

 

 “다다음달에 저 여기서 결혼해요.”

 

 기쁜 건지, 슬픈 건지 헤아릴 수 없는 표정에 수진은 그 감정을 간파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아……이미 돌이킬 수 없다 이 말이지? 참 말 돌려서 하느라 애쓴다. 일단 나 한 접시만 더 먹으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자. 그때까지 넌 어떻게 하면 이 결혼 미룰 수 있는지 아이디어 짜내고 있어봐.”

 

 점점 무거워지는 분위기에 수진이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일식 코너로 향했다. 미주는 또 다시 괜한 말을 꺼낸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표를 내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것 같아 답답했다. 더 솔직한 마음을 말하자면 가렵다고 하기 전에 누가 먼저 알아서 긁어줬으면 싶었다.

 

 “내가 쌀국수를 기다리면서 생각해봤는데 난 언젠간 인류가 마지막에 가서는 본성을 추구할 거라고 생각해.”

 

 이번에도 접시를 가득 채운 수진이 앉자마자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미주는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해야 했다. 고수가 담뿍 담긴 그녀의 접시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최종적? 본성? 그건 또 무슨 개똥철학이에요?”

 

 “기억안나? 지난 번에 내가 말했던 자유연애. 밤이면 클럽 다니고 바람피우는 춘향이와 이몽룡.”

 

 “아……”

 

 “너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더 이상 답답해서 못 참겠다. 한미주 너 위선덩어리야. 세상에 둘 도 없는 가식 덩어리. 이게 내 결론이야.”

 

 그때 수진이 미주를 향해 거침없는 말을 꺼냈다. 귓가에서 풍선이 터진 것처럼 미주는 깜짝 놀랐다. 아프진 않았지만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었다.

 

 “미안. 내가 누구처럼 굽이굽이 돌아가는 강물 같은 성격이 못된다. 미주야, 나 연애 한 번밖에 못해봐서 너무 아쉬워요 여러분! 이 말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언제까지 혼자 만들어 놓은 감옥에서 살래?”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바로 싸움이 났겠지만 미주는 수진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기 보단 더 듣고 싶었다. 내 입이 옮겨갔나 싶을 정도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수진이 대신 해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주위에 누가 듣지는 않을까 두리번거렸다.

 

 “그 감옥 제가 만든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이게 일시적인 감정인 건지도 모르겠어요. 결혼하면 없어지겠지 하면서 믿고 있는데도…… 사실 불안해요.”

 

 “안되겠다. 대낮부터 술은 안마시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다. 오늘 대리 부르자.”

 

 수진은 하는 수 없다는 말투로 앞에 놓인 맥주를 한 캔 따고는 미주와 자신의 잔에 따랐다.

 

 “오늘 한미주 진실의 거울 앞에 서는 날이다. 진짜 모습 나타날 때까지 맥주 딴다. 오케이?”

 

 싸움에 나가는 장수처럼 수진이 짐짓 호전적인 태도로 으름장을 놓았다. 무작정 밀어붙이는 바람에 미주도 엉겁결에 맥주를 마셨다. 그건 곧 동의를 뜻했다.

 

 보는 사람 위장이 시원할 정도로 수진이 방금 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사랑을 통조림으로 비유해보자. 거기엔 어쩔 수 없이 유통기한이 있는데 그건 부정할 수 없는 거야. 여기까지는 인정?”

 

 “네. 인정.”

 

 그리곤 느닷없이 비유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했다. 아마 직접 말하기 싫어하는 미주를 배려 한 조치였다.

 

 “네 입 더럽히기 싫다면 내가 귀납적 추론을 해주지. 해답을 찾는 순간 그 감옥 문 밀고 나오는 거야. 오케이?”

 

 “네. 오……케이.”

 

 이제 살짝 무섭기까지 했지만 미주는 한번 수진에게 자신의 진심을 맡겨 보기로 했다. 한번도 꺼낸 적 없고, 본 적 없는 진짜 내면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면서도 떨렸다.

 

 “그럼 유통기한이 지나면 미주 너의 선택은 뭐야? 1번 버린다, 2번 새것으로 바꾼다.”

 

 수진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길 바라고 있었다. 제발 속 시원히 좀 얘기해라 한미주.

 

 “3번. 통조림을 열지 않고 썩지 않았을 거라고 믿어본다.”

 

 슬며시 눈치를 보며 미주가 말했다. 그렇지만 그게 정말 미주의 본심이었다.

 

 “아이고, 머리야. 내가 그 생각을 못했네. 좋아. 일단 계속 해보자. 그럼 누군가 통조림을 보곤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말하면 1번, 그 말을 믿는다. 2번, 안 믿는다.”

 

 “계속 죄송한데, 3번은 없어요? 믿고 안 믿기 전에 유통기한이 끝난 게 중요하냐고 물어본다.”

 

 마음에 걸리면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는 미주였다. 수진은 다시 한 번 맥주를 들이켰다.

 

 “정수진 참자 참아. 어쩌다가 내 인내심 테스트가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데 까진 해봐야지. 알겠어. 그럼 이제 보기가 마음에 안 들면 주관식으로 답해.”

 

 “네. 일단 흥분을 가라앉혀요. 무서워……”

 

 “내가 흥분 안하게 생겼니? 대답이나 골라봐. 1번,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을 잘못 먹으면 탈이 날 수가 있으니 중요하다. 2번, 유통기한은 중요하지 않지만 계속 팽창하면 통조림 자체가 터질 수도 있으니 위험하다”

 

 “음, 이건 좀 헷갈리긴 하네요. 2번 고를게요.”

 

 이번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탈이 나기는 싫지만 통조림 자체가 터져버려서 온 주변을 망치는 건 더 싫었다.

 

 “딱걸렸어.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 1번, 통조림이 터지는 게 낫다. 2번, 터지기 전에 통이라도 바꿔본다.”

 

 “……”

 

 그 순간 작디작은 진실 한 방울이 미주의 깊은 강 표면으로 떨어지면서 물결을 일으켰다. 그제야 미주는 통조림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다.

 

 “이제 알겠어? 내가 처음에 뭐라 그랬지? 통조림을 뭐로 비유하자고?”

 

 “사랑……”

 

 “자, 이제 너한테 달렸어. 솔직하게 대답해. 누가 만들었든 감옥 문은 아무도 잠그지 않았어. 그냥 문 만 밀면 저절로 열릴 거야. 선택해. 평생 옥중에서 행복한 척 살 건지, 이제라도 뛰쳐나올 건지”

 

 물결은 이제 파동이 되어 미주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다..

 

 “2번. 사랑이 없어지기 전에 새로운 사랑을 시도해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원초적 본능과 한 사람과의 사랑만이 순수하다는 도덕적 교훈은 늘 충돌했었다.

 

 이 모순된 감정은 지금까지 미주에게 생각만으로도 죄악시 여겨졌다. 그러기에 존재를 인지하면서도 억지로 부정했다.

 

 그러나 마침내 미주의 입에서 실날 같은 진실이 세상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이미 발가벗겨져 버린 마음을 애써 숨기고 싶지 않았다.

 

 미주는 결혼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있었고 다른 연애를 꿈꾸고 있는 자신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천을 할지 말지는 나중의 문제였다. 감춰왔던 본심을 표출하자 과즙이 터지듯 희열이 느껴졌다. 그 순간 미주는 비 내리는 저녁 쇼생크가 느꼈던 해방감을 맛보고 있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춘향이가 여기 있었네!”

 

 드디어 거울 앞에 모습을 보인 진짜 미주를 보자 수진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깊은 속내를 털어놓은 상대를 만나자 미주는 무기력하게 모든 걸 내려놓았다. 오히려 이제라도 진솔한 자신의 감정을 먼저 토로하고 싶을 정도였다.

 

 한번 토해내고 나자 더 이상 겁낼 것은 없었다. 미주는 그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수진에게 선언했다.

 

 “언니, 나 결혼하기 전에 연애가 너무 하고 싶어요!”

 

 
작가의 말
 

 그것은 우리의 쇠사슬이었다

 슬픔은 보는 것이 아니다

 마주하지 말자

 웃어라, 그래야 예쁘다

 

 <굴레>, 이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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