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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우연일까? 시작일까?
작가 : 해르
작품등록일 : 2020.7.31

어린 시절부터 줄곧 함께한 우연과 제노
곁에 있으면 투닥거리 바쁘고 곁에 없으면 허전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서서히 형태가 변해가는데
과연 두 사람은 지금의 이 친구관계를 청산할 수 있을까?

 
11화- 그렇게 매번 모르는 척
작성일 : 20-08-25 16:01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7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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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진과 재원과 헤어진 둘은 곧바로 태권도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그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한 누군가가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우연에게로 다가와 자신의 안경을 한번 쓰윽 치켜 올리며 그녀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우연아 안녕?”

 “안녕하세요.”

 

 그의 인사에 우연은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인사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신발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향하였다. 그에게는 조그마한 관심도 없어보이는 우연의 행동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우연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오늘은 일찍 왔네.’ 라든가 ‘오는데 덥지 않았어?’ 라는 등 쉴 새 없이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우연은 ‘네’ ‘아니요’ 등 단답형식의 대답만을 내놓으며 발걸음을 빠르게 하였다.

 태권도에 들어선지 1분도 안된 채 벌어진 상황에 그저 멍하니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멀뚱멀뚱 바라보던 제노는 그제서야 신발을 벗고 태권도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왼편에서 자신과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그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이야, 민수 저놈 오자마자 바로 들이대네.”

 “냅둬라. 오늘 고백한다잖아.”

 “아 맞다 그랬지. 근데 과연 선우연이 고백을 받아줄까? 쟤 옆에 이제노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모르지 나야 근데 둘이 그냥 친구 사이라고 안 했어?”

 “야, 친구는 무슨 남녀 사이에 친구 사이가 어디 있냐?”

 “하긴 그렇지.”

 “난 쟤가 괜히 선우연한테 들이대다가 선우재한테 걸려서 된통 얻어맞지 않을까 걱정이다.”

 “확실히 그 가능성이 더 크겠다.”

 

 그 둘의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연신 키득대는 모습을 보며 제노는 중얼거렸다.

 

 “그래서였구나. 어쩐지 민수 형이 나한테만큼은 날을 세우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자 제노는 지난 시간 동안 민수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날 선 행동들이 모두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연이를 좋아해서... 좋아하기 때문에... 사실 본인도 이점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짐작을 했었기 때문에 그는 생각보다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수가 우연에게 보여주는 행동을 본다면 그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만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노는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 돌덩이가 얹어진 듯 답답하기만 하였다.

 

 “야, 왜 그래? 체했어?”

 “...어?”

 

 한 친구가 제노의 어깨를 툭 치며 묻는 질문에 제노는 의아했다. 체했냐고? 도대체 뭘 보고 그런 말을... 아!

 확실히 남이 본다면 그가 체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 것 같았다. 제노 자신도 모르는 새에 명치를 계속해서 주먹으로 두드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친구의 표정이 점점 걱정스럽게 변하였다. 약국 가서 약이라도 사와?하고 물어오는 친구에게 제노는 괜찮다며 그의 어깨를 한번 잡고는 탈의실로 향하였다.

 제노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도 민수는 여전히 우연의 옆에 딱 붙어 있었다. 찬찬히 둘의 모습을 살펴보니 민수가 계속해서 이것저것 우연에게 물어도 우연은 대답 없이 간단히 고개를 위 아래 옆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모든 대답을 대신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조용히 고개를 까딱거리는 우연의 표정에서 어쩐지 ‘이 정도 했으면 그만 좀 가라’ 는 그녀의 속마음이 느껴지는 듯 했다. 하여간 연이 너는 진짜... 제노는 우연의 그러한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러자 그 모습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던 누군가가 제노의 등을 툭 치며 물었다.

 

 “너는 뭔데 그렇게 실실 웃고 있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관장님.”

 

 관장님의 지적에도 제노의 웃음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자 관장님은 제노에게 그저 실없는 놈 이라는 말만을 던지고선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야 얘들아 옷 다 갈아입었으면 슬슬 준비운동 하자.”

 “네!”

 

 대답을 외친 아이들은 모두 관장님이 서 있는 중앙으로 모여 들었고 이윽고 자신의 자리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연과의 짧은 대화 아니 일방적으로 퍼부었던 그의 질문공세가 끝나자 민수는 아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우연에게 ‘이따 보자.’라는 말을 남기고서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 드디어 해방이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오늘따라 왜 저렇게 말이 많아? 라고 속으로 생각한 우연이 민수를 살짝 째려보는데 별안간 그녀의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옆을 바라보니 어느새 우연의 옆자리에 제노가 서있었다.

 

 “뭐야? 너 왜 웃냐?”

 “표정 관리 좀 해 연아. 저 멀리서 봐도 귀찮아 죽겠다는 게 다 느껴지더라.”

 “진짜 귀찮았던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그래, 그래.”

 

 제노가 우연의 등을 감싸 안고 장난스레 토닥거리자 우연은 그런 그의 행동을 얌전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연은 제노의 얼굴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왜인지 모르게 아까부터 제노는 지나치게 신이 난 것 같았다. 그 증거로 이렇게 제노의 저 입꼬리는 한껏 올라가서는 내려올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지 않은가? 이놈이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나? 왜 이렇게 웃어대? 영문을 알 수 없는 우연은 그저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 * *

 

 태권도 수업이 진행되는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도 민수의 우연을 향한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20분간 휴식이라는 관장님의 말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우연을 찾아와 그녀에게 ‘혹시 목마르지 않니? 내가 물 좀 떠다줄까? 수건 안 필요해?’ 라고 물어왔다.

 그러니 이쯤대면 우연은 이렇게 자신을 찾아오는 민수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이 오빠한테 돈 빌리고 까먹고 안 줬었나? 그런데 그걸 대놓고 말을 못 해서 이러는 건가 지금? 아닌데 내가 그런 일을 까먹고 있지는 않을 텐데. 그리고 애초에 난 이 사람한테 돈 같은 걸 빌릴 리는 절대 없는데.

 그렇다면... 오빠 놈인가? 선우재 그놈이 민수 오빠한테 돈 빌리고 안 갚아서 동생인 나한테 이러는 건가..? 그래 이거야! 이거 말고는 도저히 답이 없어. 그렇다면 나한테 이러지 말고 차라리 오빠한테 가서 해결을 보라고 말을 해야... 라고 생각한 것이 무색하게 우연은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고개를 돌려 마주친 자신을 바라보는 민수의 눈빛이 너무나도 낯익은 눈빛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연은 그 눈빛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 눈빛에서 전해지는 민수의 감정이 무엇인지 그녀는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이대로 함께하는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가벼운 바람.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피어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해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지금의 감정들 우연에게 있어 이 모든 게 전혀 생소하지 않았다. 그녀에겐 이런 감정을 받는 것도 보는 것도 모두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자 우연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분명 익숙한 눈빛임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 안에 내포된 감정은 어딘지 모르게 자신이 아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고 나자 그녀는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왜 그래 우연아? 너 어디 프니?”

 

 갑작스러운 우연의 표정 변화에 놀란 민수가 슬쩍 눈치를 살피며 우연의 안위를 물었다.

 

 “...아니요.”

 

 그러나 우연은 여전히 차갑게 식은 표정 그대로 아니라는 대답만을 내놓으며 몸을 일으키더니 빠르게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이에 민수는 당황스러운 듯 우연이 사라진 자리만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당황스러움이 차차 줄어들자 원래도 눈치가 많이 부족한 그는 이내 오늘 운동이 너무 힘들었나? 라고 여기며 우연의 행동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후에 태권도 학원이 끝나고 나면 자신의 오랫동안 숨겨놨던 마음을 그녀에게 고백할 생각에 민수는 설레기만 하였다.

 

 “그래, 드디어 오늘이야.”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쥔 민수는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그리고 이 모습을 찬찬히 보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우연이었다. 사실 그녀는 완전히 그 자리를 피했던 것이 아니었다. 자리를 피하는 척 일어나서 곧바로 민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몸을 숨기고는 자신이 간 후에 민수가 하는 행동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우연은 민수가 자리를 뜨고 나서도 한참동안을 가만히 그곳에 서있었다. 뭔가를 고민하는 듯 골똘한 표정으로 자신의 흰색양말만 바라보다 이윽고 복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그녀는 겨우 그 자리를 떴다.

 

 * * *

 민수는 태권도장 중앙에 걸린 커다란 괘종시계를 바라보며 어서 빨리 태권도 수업이 끝나기만을 바랐다. 아까 쉬는 시간에 우연이 표정이 급변했던 뒤로 우연은 쉬는 시간뿐만 아니라 모든 시간을 자신을 피해 다녀 그녀와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러니 민수로써는 지금 저 시곗바늘이 어서 빨리 움직여주길 간절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계의 긴 바늘이 숫자 12의 한가운데에 껑충 올라오며 시간은 8시가 되자 그 모습을 확인한 민수가 앉아 있던 바닥에서 튀어 오르듯이 일어서며 소리쳤다.

 

 “아싸! 드디어 끝났다!!!”

 “얼씨구 이놈 봐라 아주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네. 왜 너희 어머님이 오늘 저녁 반찬은 소고기 반찬이니까 일찍 오라고 했어?”

 “아, 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태권도장은 금세 관장님의 말로 인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수는 이에 열심히 관장님의 말을 부정했지만 관장님은 그런 민수의 대답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외쳤다.

 

 “민수가 집에 얼른 가고 싶다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다. 잘 들 가라. 내일도 오는 사람들은 지각하지 말고.”

 “감사합니다!!!”

 

 인사를 마치자 아이들은 모두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민수는 그 인파속에서 우연을 찾기 위해 열심히 였으나 어쩐지 그녀의 모습은 털끝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벌써 탈의실로 갔나?”

 

 평소 인사가 끝나면 언제나 곧바로 탈의실로 직행하던 그녀의 행동을 생각하면 충분히 일리가 있는 추측이었다. 아... 그러면 나도 옷을 갈아입고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겠네! 라고 생각한 민수는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탈의실로 향하였다. 그러나 민수의 예상과는 달리 여자탈의실에는 우연은 없었다. 그의 예상과 달리 그녀는 인사가 끝나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그대로 가방과 제노의 손목을 붙잡고 일치감치 태권도장을 나섰다.

 하지만 그것을 알 턱이 없는 민수는 헐레벌떡 옷을 갈아입고 나와 태권도장 입구 앞에서 하염없이 이미 사라지고 없는 우연을 계속해서 기다릴 뿐이었다.

 

 

 

 

 * * *

 

 태권도장을 나서자마자 이들이 향한 곳은 집이 아닌 편의점이었다. 원래 같았으면 도장 바로 아래에 있는 편의점에 갔겠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평소와 같이 도장 아래에 있는 편의점에 갔더라면 분명히 민수와 마주쳤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우연은 민수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민수와 자신의 집 방향이 다르단 걸 이용했다. 사실 마음 같아선 그냥 이대로 집에 바로 가고 싶었으나 제노가 운동하고 나와서 출출하니 꼭 배를 채워야 한다며 자신을 여기로 이끌었고 우연 역시 살짝 출출한 상태는 마찬가지였기에 군말 없이 제노의 뒤를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계를 늦출 수는 없는 일 혹시 민수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은 우연은 앉은자리에서 연신 창문만을 노려보았다.

 

 “살살해 연아 그러다가 창문 뚫리겠다.”

 

 그때였다. 절대 돌아갈리 없어보였던 그녀의 시선이 그의 말 마디에 가볍게 그에게로 향했다. 창문에서 시선을 뗄 수 없는 우연을 대신해 컵라면에 물을 부으러 갔던 제노가 돌아온 것이었다. 제노는 우연의 앞에 들고 있던 컵라면 중 하나를 내려놓고 곧바로 자신의 것도 내려놓으며 우연의 맞은편에 앉았다. 우연은 그런 제노에게 불쑥 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젓가락.”

 

 제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머니에 꽃아 놓았던 두 개의 나무젓가락중 하나를 꺼내 우연의 손에 건네주었다. 우연은 건네받은 나무젓가락의 비닐을 찢고는 그것을 컵라면 용기의 뚜껑 부분에 꽃아 놓았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노가 넌지시 우연에게 물었다.

 

 “민수 형 아직도 너 기다리고 있을까?”

 “모르지.”

 

 우연은 오로지 컵라면에 시선을 둔 채로 태연히 대답했다.

 

 “와...되게 남 일처럼 대답한다.”

 “뭐 내가 그 오빠랑 수업 끝나고 만나기로 약속한 것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

 “.....”

 

 둘 사이로 잠깐의 침묵이 흘러들었다. 딱히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그냥 단순하게 둘 다 갑자기 할 말이 없어서 였다.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 정적과 함께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두 사람의 몸에도 함께 정적이라도 온 듯 둘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우연이 먼저 컵라면으로 손을 뻗자 자연스레 제노도 움직이기 시작하며 길고 길었던 침묵도 끝이 났다. 그 침묵을 깬 것 이번에는 제노였다.

 

 “그냥 천천히 나오지 그랬어? 민수 형 오늘 끝나는 시간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는데.”

 “아, 됐어. 넌 그 오빠 성격 알면서 그러냐?”

 “...성격? 아!”

 

 그 형 성격이 어떻다고 그러는 건가 생각해보니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답은 금방이었다.

 

 “뭐든 쓸데없이 크게 일을 벌이려 한다는 거?”

 “거기에 성격이 성급해서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다는 것도 포함.”

 

 우연의 그 말을 들은 제노는 민수가 오늘 태권도 수업이 끝나고 그녀에게 고백하기 위해 계획했던 원대한 시나리오 한 편이 그의 눈앞에서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래 분명 그 형 성격에 단순히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게 다는 아닐 거야. 최소한 작은 꽃다발 하나 정도 준비해놓고 연이가 옷을 다 갈아입을 때까지 기다리겠지. 그리고 비로소 연이가 나타나면 주변 사람들 시선 신경 안 쓰고 바로 이렇게 말할걸. 좋아해. 우연아 나랑 사귀자. 하고 말하겠지.

 잠깐 그의 머릿속을 스쳐간 상상에 제노는 절로 우연의 반응이 납득이 되었다. 하긴 나였어도 쪽팔렸을 것 같은데 연이 성격에 더했다면 더 했지.

 

 “오케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근데...”

 “근데, 뭐?”

 

 우연이 또 무슨 이야길 할 거냐는 눈빛으로 제노를 바라보았지만 그 눈빛과 달리 손가락만은 열심히 움직였다. 그에 반면 제노는 아까의 한 젓가락을 마지막으로 더는 컵라면에 입을 가져가지 않았다. 분명 배가 고프다며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 먹고 가자고 얘기했던 건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노의 컵라면은 전혀 비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우연은 자연스레 양이 전혀 줄지 않는 제노의 컵라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러다 라면 다 불겠네. 말 좀 그만하고 얼른 좀 먹지. 그러나 지금 제노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컵라면이 불어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배고픔도 아닌 우연이 자신에게 들려줄 말 한마디 그 한 마디가 가장 중요했다.

 

 “너 어차피 민수 형 고백 받아 줄 생각도 없지 않아?”

 “......”

 

 그 말에 우연의 젓가락질이 거짓말처럼 잠시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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