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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우연일까? 시작일까?
작가 : 해르
작품등록일 : 2020.7.31

어린 시절부터 줄곧 함께한 우연과 제노
곁에 있으면 투닥거리 바쁘고 곁에 없으면 허전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서서히 형태가 변해가는데
과연 두 사람은 지금의 이 친구관계를 청산할 수 있을까?

 
9화-판도라의 상자
작성일 : 20-08-25 15:58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8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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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가 끝나고 넷이 함께하는 하굣길의 대화 주제는 당연히 아까 학교를 찾아왔던 정체불명의 손님이었다.

 

 “진짜 뭘까? 아까 그 사람 분명히 제노 쳐다봤던 거 맞지?”

 “아마도.”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재원이 묻는 질문에 예진은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

 

 “대체 왜 얘를 쳐다보고서 웃었던 거지? 너 그때 뭐 했었냐?”

 

 자신을 바라보며 묻는 재원의 말에 제노는 작게 웃으며 고개만 저었다. 그러자 예진이 새로운 가능성을 꺼냈다.

 

 “근데 그 사람 선글라스 쓰고 있었잖아. 그런데 어떻게 제노를 보고 있었다고 확신 해? 우리는 못 봤지만 우리 뒤에 무언가 있었던 거 아니야?”

 “하긴 얘는 아무것도 안 했다는데 갑자기 얘를 쳐다보다가 웃을 리는 없지.”

 “아니 나 보고 있던 거 맞아.”

 

 그러나 둘의 예상을 제노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뭐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흐음...”

 

 제노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아끼자 제노를 바라보고 있던 재원이 표정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음... 내 예감?”

 “죽고 싶어 진짜?”

 

 심각하게 고민하며 내뱉은 제노의 말에 신빙성이 조금도 없자 화가 난 재원은 바로 반발하였지만, 예진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우연의 반응으로 봐서는 분명 그 손님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무언가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하지만 우연이 역시 그게 무엇인지 확실하지가 않으니 나한테 말하지 않은거겠지.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제노가 그 사람이 자신을 보는 것이 맞다고 저렇게나 확신한다면 이 이야기는 더 심각해지겠지. 그렇기에 예진은 황급히 지금의 대화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무튼 지금 우리가 이렇게 고민해봤자 나오는 건 없다고 난 생각해.”

 “그래도 궁금하지 않냐? 난 그 사람 입고 있던 옷차림과 차만 봐도 궁금증이 마구 샘솟던데. 왜 우리 학교에 그런 사람이 오게 된 거지?”

 “아 그건 나도 인정.”

 

 재원이 그 사람의 옷차림을 떠올리며 말하자 제노도 단박에 긍정했다. 물론 예진도 그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일단은 화제를 다른 데로 옮기는 게 더 중요했기에 자신이 알아챈 사실 하나를 이들에게 알려주었다.

 

 “그건 아마 금방 알 수 있을걸?”

 “어떻게?”

 “내 생각엔 그 사람 아마도 임시 선생님이 아닐까 싶거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녀를 바라보는 재원의 표정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것은 제노 역시 마찬가지인 듯 보이자 예진은 흘러내려 온 자신의 가방 어깨끈을 다시 어깨 위로 추켜올리며 대답했다.

 

 “아까 그 사람이랑 함께 나왔던 사람이 우리학년 부장 선생님이었잖아. 학년 부장 선생님이 담당하시는 일은 우리 학년에 관련일이니 분명 우리 학년과 관계있는 일이 분명 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걸로 유추해볼 수 있는 건 새로운 임시 선생님이 오신다. 이거 아니겠어?”

 “오호... 상당히 그럴 듯 하긴 한데 그런데 우리한테 지금 임시 선생님이 오실만한 과목이 있나?”

 “미술. 미술 선생님 곧 출산일 다가오시잖아.”

 “아!”

 “아!”

 

 그 말을 들은 재원과 제노가 동시에 대답했다. 그리고는 서로의 어깨나 팔을 연신 쳐대며 호들갑스럽게 반응했다. ‘맞아 그거네.’ ‘응 바로 그거였어.’ 그러나 그 사실을 전한 예진의 표정은 다시 심각해졌다.

 그래서 이 사실이 더 문제가 되는 거야. 아마 내 예상이 맞는다면 그 사람이 제노를 바라보고 있던 건 어쩌면 이것과 관련된 일일 수도 있으니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자신의 몸을 타고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자 예진은 얼른 고개를 저어 그 불안감을 털어내었다.

 

 “그러니까 이 문제에 대해선 깊게 고민해 볼 필요 없고, 그것보다 내가 궁금한 건 아까 그 실기대회인데 너 진짜 나갈 거야 제노야?”

 “맞다! 그걸 잊고 있었네. 어쩔 거야 너 이번엔 진짜 나가냐?”

 “음...”

 

 단박에 화제가 그에서 자신으로 옮겨지자 제노는 당황한 듯 뺨만 긁적였다. 제노의 그 행동에 참을 수가 없어진 재원이 그의 팔을 붙잡고 흔들며 재촉하자 그는 실토하듯 툭 내뱉었다.

 

 “선생님께는 일단 나도 연이처럼 생각해 보겠다고만 말했어.”

 “에이, 뭐야 난 이번엔 진짜 나가는 줄 알고 기대했는데.”

 

 제노의 팔을 붙잡고 흔들고 있던 재원이 천천히 그 손을 놓으며 탄식했다. 그러자 예진이 물었다.

 

 “네가 그걸 왜 기대해?”

 “아니 뭐 얘 그림 잘 그리는 건 나도 아니까 이번에는 드디어 나가는 건가 아니 나갈 수 있는 건가하고.”

 “... 그건 나도 공감.”

 

 그건 역시 예진도 공감하는 바이기에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모랑 할머니께는 잘 말씀드려봐.”

 “그래 이번엔 허락해 주실 지도 모르잖아.”

 “알겠어.”

 

 친구들의 힘찬 응원에 대답하는 한편 제노는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나한테 그걸 시도할 용기조차 부족하지만. 그때였다. 길을 걷던 재원이 뭔가가 떠오른 듯 별안간 소리쳤다.

 

 “아, 맞다! 내가 너희들한테 이거 물어보려고 했는데 깜박했네.”

 “아이 씨 깜짝이야.”

 “뭔데 박수까지 치고 그래?”

 

 갑작스러운 그의 외침에 깜짝 놀란 예진이 소리쳤고 마찬가지로 덩달아 그 소리에 놀란 제노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재원에게 물었다. 둘의 반응이 너무 크니 자신도 쓸데없이 크게 반응한 것 같아 멋쩍어진 재원이 코를 한번 쓰윽 훔치었다.

 

 “아니 내가 저번부터 궁금했던 건데 너희 왜 선우연이랑 이제노한테는 태도가 다른 거냐?

 “......”

 “......”

 

 아이들은 순식간에 발걸음을 멈추고선 침묵했다. 재원이 물어보는 질문에는 목적어가 생략되어 있지만, 그가 말하지 않은 그 목적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둘은 그때까지도 아이들이 대화에 전혀 끼지 않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걷고만 있던 우연의 눈치만 힐끔힐끔 보았다.

 갑작스레 긴 침묵이 흐르며 이들을 둘러싼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재원은 둘의 그런 태도와 분위기에 마치 자신이 절대 만져서도 건드려서조차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그래서 재원은 어떻게든 이 분위기를 무마시켜 보고자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니, 내 말은 매번 대회 안내문 받아올 때마다 둘한테 보이는 반응이 너무 달라서...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해서 그렇다고 그게 문제라는 건 아니고...”

 “재원아... 진정해.”

 “그래 너 진정 좀 해라.”

 

 혼란스러운 듯 횡설수설 말하는 재원의 어깨를 제노가 다독거리며 말하자 예진도 이에 공감하며 한마디 거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도저히 꺼질 생각을 하지 않자 재원의 눈동자는 혼란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침내 그때까지도 조용히 아무 말 없이 그 상황을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우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안... 나도 그 점에 대해서 꼭 내 입으로 말해주고 싶은데 오늘은 태권도장 가는 날이라서”

 “아...”

 “강예진 네가 나대신 말해줘.”

 

 우연이 자신을 가리켜 말하자 놀란 예진이 우연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도 돼?”

 “응, 상관없어.”

 “아... 저기... 미안.”

 

 재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했다. 재원은 어쩐지 계속해서 우연의 눈치가 보였다. 자신은 아무 생각 없이 꺼낸 말이 이 정도의 반응을 불러올 거 란걸 알았다면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뭔가 상황으로 봐서는 그 이유는 절대 간단한 이유만은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재원의 반응과는 달리 우연의 반응은 태연하게 물었다

 

 “뭐가?”

 “엉?”

 “네가 미안 할 게 뭐가 있어 여태껏 말 안 하고 있던 건 난데 너로서는 궁금할 만하지.”

 “어... 어 그래.”

 

 더 얼이 빠져버린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하는 재원을 보며 우연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우연이 먼저 발걸음을 옮기자 다른 세 친구들도 그녀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걸음을 옮긴 지 몇 분 안 되었을 때 그들의 앞에 서서히 시내의 모습이 보이자 우연이 제노의 손목을 잡아끌며 둘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 간다.”

 “어 잘 가라.”

 “내일 봐. 연아”

 “내일 학교에서 봐 얘들아.”

 

 우연의 손에 이끌려 횡단보도 쪽으로 향하는 제노도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재원은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뒤통수에 대고 연신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이윽고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재원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와, 죽는 줄 알았네.”

 “왜 그렇게 눈치를 봐? 쟤는 괜찮다는데.”

 

 재원이 의아한 듯 물었다.

 

 “뭔 소리야? 너도 선우연 눈치 보고 있던 거 아니었어?”

 “아닌데.”

 “그럼 왜 그렇게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 마냥 조용히 있었던 건데!! 난 네가 갑자기 조용해져서 내가 뭔 잘못이라도 한 줄 알았잖아.”

 “그건... 이걸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 건가 싶어서.”

 “응? 어디까지라니?”

 “근데 쟤가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안 했던 것 보면 그 사건에 대해서는 그냥 다 말해도 되는 것 같다.”

 “뭐?”

 “너 오늘 시간 돼? 나랑 잠깐 얘기 좀 하고 하자.”

 “...뭐? 어? 야! 잠깐만!!!”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어리둥절하게 있는 재원의 반응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예진은 무작정 그의 손목을 붙잡고 이끌었다.

 

  * * *

 

 예진이 재원을 데리고 도착한 곳은 그들이 사는 동네의 조그마한 하천이었다. 평일 오후의 하천은 생각보다 더 조용하기만 하였다. 둘은 하천의 풍경을 바라보며 비워진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분명 이곳으로 재원을 데려온 것은 예진이었는데 어쩐지 그녀는 한 손으로 턱을 괸 채로 말없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재원은 지금의 상황이 그저 얼떨떨하기만 했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몰고 온 이 상황들에 대해서 말이다.

 재원은 하천에 오기 전 카페에 들러 사 온 주스의 빨대를 입에 문 채로 연신 예진을 흘끗거리더니 이제는 그녀의 오른쪽에 놓아둔 커피의 투명 컵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투명 컵의 표면에 가득 맺혀있는 물방울을 보며 재원은 생각했다. 저게 바로 그 액화 현상 이라는 건가. 그러자 표면에 맺혀 있던 물방울 하나가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가 벤치 위에 떨어졌다. 오호라. 마침 지루했던 차에 잘됐다. 그러나 그의 재미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이 나고 말았다. 방금 그 현상을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하려 투명 컵 쪽으로 몸을 가까이하자마자 예진의 컵을 들어 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오래 기다렸지?”

 “어? 어...”

 “그러니까 이 일의 시작은 우리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인데...”

 “응.”

 

 예진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재원은 곧바로 자세를 바로 하고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너도 알다시피 우연이 걔가 머리가 상당히 똑똑하잖아.”

 “그렇지.”

 “그리고 그건 그때에도 마찬가지였어. 게다가 바로 한 학년 위에 있는 우재오빠 까지 해서 남매가 둘 다에게 선생님들이 관심이 참 많았지. 그런데 보통 그 관심이라는 게...”

 

 예진이 잠시 뜸을 들이자 재원은 알 것 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회지? 안내문 가져다주면서 이것저것 나가보라고.”

 “맞아 진짜 무슨 대회가 열린다고 하면 아주 득달같이 교무실로 불러내더라.”

 “그리고 선우연은 계속 안 한다고 거절하고?”

 “응 그런데 애가 계속 안 한다 하기 싫다 거절하니까 선생님이 이번에는 오빠들을 부르기 시작했어. 아마 우연이를 아무리 설득해봤자 무언가 나올 게 없다고 판단하고선 단번에 설득할 대상을 바꾼 거겠지. 하지만 우연이 오빠들 반응도 우연이랑 별다를 게 없었거든?”

 “어떻게 다른데?”

 “선생님들이 암만 오빠들을 붙잡고 당신들의 동생들은 영재다, 천재다, 신동이다. 이런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대회 안내문을 눈앞에 들이밀어도 우린 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다 동생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시킬 의향 없다면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

 “멋진 오빠들이네.”

 “그렇지?”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일이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마치 버튼 하나만 누르면 또렷이 재생될 만큼 생생히 기억되고 있었다. 우재와 우연 제노와 함께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나 궁금해 교무실 문 앞에서 몰래 엿들었던 두 오빠들이 하는 말은 어렸던 그녀에게도 무척이나 멋있었다고 기억되었기 때문이었다. 예진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연이와 우재오빠는 그런 선생님들의 행동에 잔뜩 화가 나 있었어. 자신들이 하기 싫어서 안한다고 하는 건데 왜 그 책임을 오빠들한테 묻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그럴 만도 하지.”

 “그래서 둘이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어.”

 “방법?”

 

 재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까짓 거 대회 한번 나가주자 그 대신 아예 엉망으로 문제를 풀어버려서 다신 선생님들 입에서 대회 소리가 안 나오게 해주자고. 그리고는 바로 선생님들이랑 거래했지. 대회에 나갈 테니 대회 준비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아무 터치도 하지 말아달라는 조건으로.”

 “.......”

 

 그 말을 들은 재원은 생각했다. 그것이 고작 초등학교 3,4학년짜리 머리에서 생각해 낼 수 있는 방법인 건가? 난 그때 뭘 했지 학교 끝나고 때 되면 학원가고 구몬 학습지 풀고 개그콘서트로 일주일 마무리 하는 게 다였는데.

 

 “그리고 그 거래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어. 마침 그때 전국 어린이 수학경시대회 날이 얼마 남지 않았었거든 선생님들은 한 명도 아니고 남매 둘 다 대회에 나간다고 하니까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덥석 물었지. 그런데...”

 

 예진이 잠시 말을 멈추었고 재원은 그런 예진을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이들이 앞선 반응으로 봐서는 본편은 지금부터일 것이 분명하니까.

 

 “우연이 나가게 된 그 대회의 수준이 그해에 유독 높았었어. 그 대회 형식이 골든벨이었거든. 문제를 틀리면 탈락하고 맞히는 사람만 살아남는 그런 형식. 그런데 우연이랑 함께 나갔던 다른 친구가 초반에 떨어지게 되니까 선생님들이 알게 모르게 그 애를 좀 닦달했나 봐. 잠깐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갔다 오니까 선생님들이 그 애에게 그렇게 말했대.”

 

 ‘혜진아, 그러니까 문제를 조금 더 집중해서 풀었어야지. 선생님이 언제나 말했지 혜진이는 조금만 집중하면 잘 할 수 있는데 그걸 못한다고. 에휴, 우리 학교에서 이번 대회를 아주 휩쓸 줄 알았는데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렸네’

 

 그 말을 들은 재원은 기가 찬 듯 소리쳤다.

 

 “미친 거 아니야? 애를 위로는 못 해줄망정 타박이나 하다니.”

 “내 말이. 제정신 아니지.”

 “그래서 그 말을 들은 선우연은 어떻게 했는데?”

 “연이는 자기랑 오빠가 원래 계획했던 것처럼 문제를 망쳐버리면 어쩐지 모든 화살이 그 친구한테 향할 것 같더래.”

 

 그건 그렇지. 재원은 그 말에 크게 공감했다. 시험에 탈락한 친구를 그렇게나 몰아세우는 사람들인데 여기서 우연과 우재마저 시험에 탈락해 자신들의 계획이 완벽하게 어그러진다면 그 분노의 화살은 당연히 그 친구를 향할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있어서 우연과 우재는 그들의 학교의 위상을 드높여줄 아주 좋은 재료들이었기에 차마 그들을 타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방법을 바꾸었지 자기 때문에 그 친구가 피해를 본다면 자기 입장도 난처해질 게 분명하니까 그냥 문제는 끝까지 신중하게 풀자고.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히 우연이가 1등이었지.”

 “우재 형은?”

 “우재 오빠는 본래 계획대로 초반에 탈락했어. 오빠랑은 애초에 나가는 부문 자체가 다르잖아. 오빠는 4학년부고 우 연이는 3학년 부니까 미처 이 계획을 전달할 틈이 없으니 그냥 자기만 계속 문제를 맞혀나갔던 거지.”

 “아하!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 재원은 곧바로 옆자리에 놓아둔 주스를 들어 올리었다. 아마도 내 예상에 방금까지의 들은 이야기는 극의 초반에 불과하고 지금부터 시작될 이야기가 본론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알 수 없는 긴장감과 호기심에 절로 목이 타는 재원은 손에 들은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재빨리 물었다.

 

 “그래서 그다음엔 어떻게 됐어?”

 “모든 사람의 이목이 우연이한테 집중되었지. 우연이랑 같은 3학년부에 어느 정도 이름을 알려진 애 하나가 같이 있었는데 우연이가 그 애를 제치고 1등을 했으니까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우연이 외모가 인형처럼 예쁘장하잖아. 그래서 몇몇 기자 분들께서 그걸 하나의 특종처럼 생각하고 우연이에게 요청한 인터뷰를 학교에서 멋대로 허락했어. 하지만 그 인터뷰 질문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대회에서 1등을 했다. 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우연이의 외모에 더 초점을 두셨더라고.”

 “...그게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분명 그 문제를 푼 건 그녀의 인형 같은 외모가 아니라 그녀의 두뇌인데 어째서 외모가 더 주목을 받는 것인지 재원은 영문을 몰라 고개만 갸웃거렸다.

 

 “그래 이 세상에 너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실제로 사람들은 그 사람이 가진 능력보다는 외적인 요소에 더 많은 관심을 두지. 일단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이 바로 외모니까.”

 “...빌어먹을 외모지상주의 사회.”

 “인정한다.”

 “그래서 설마 그 인터뷰에서 뭔 일이 벌어졌던 거야?”

 “아니 인터뷰는 선우연의 불같은 분노와 짜증이 일어나기 전에 오빠들이 눈치 채고 막아서 인터뷰 때는 별일 없이 끝났고 진짜 문제는 바로 그다음이었어.”

 “...어떤 거였는데?”

 

 재원이 예진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어린아이가 대회에 나와 상을 탔는데 아이 주변에 부모님은 안 보이고 부모님인 줄 알았던 두 사람은 오빠들이고 거기다 아직 어린 우희까지 있으니 기자 분께서 거기에서 뭔가를 느꼈나 봐 슬쩍 학교관계자들을 떠봤더라고.”

 “그랬더니?”

 “정말 그러면 안 되는데 그 학교 관계자 분께서 우연이가 부모님이 안 계시고 형제끼리만 산다는 사실을 그 기자 분께 다 말한 거야 그리고 나선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 우연이가 부모님을 여의고 형제들과 함께 사는 불우한 환경에서도 대회에 나가 상을 거머쥐었다는 기사 하나가 다음날 올라왔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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