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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며든 너
작가 : Hee Yeon Je
작품등록일 : 2016.10.10

초시계가 뛰면, 내 심장이 뛰고,
내 심장이 뛰면, 널 향한 내 뜀박질이 시작된다.

관음증의 진혁과 이중생활 하나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극과극의 두사람, 그러나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그들.
그렇게 서로가 스며들듯 사랑에 빠지는데..

 
5. 관음증남과 이중생활녀의 동거생활은?
작성일 : 16-10-20 15:42     조회 : 418     추천 : 0     분량 : 5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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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끈거리는 숙취에 깨어나면서,

 하나의 머리는 엄청난 두통을 동반하고 있었다.

 분명 술을 마신 기억은 있는데..

 집으로 들어간 기억은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낯선 방에서 잠에 깨어났다.

 본능적으로 몸을 더듬거렸지만,

 다행히도 어제 입은 옷차림 그대로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신이 누워있는 방을 찌푸린 두 눈으로 살폈다.

 

 정확할 정도로 자로 잰 듯 깔끔하게 정돈된 방,

 그리고 회색과 블랙 그 외의 색은 없듯,

 정말 삭막한 방의 분위기다.

 그런데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다.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나간 그녀는 소리지를 뻔 했다.

 진혁이 태평한 얼굴로 빨래를 개고 있었다.

 

  

  " 너 이새끼!!!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거야? "

  " 보시다시피 인사불성이 되어

  취한 김하나씨를 저희 집에서 재운 죄밖에 없습니다. "

  "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네 놈이 아무 짓도 안 했다고!! "

  " 그럼 한 번 증명해보시지요.

  제가 김하나씨에게 무슨 짓이라도 했습니까? "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어제 그녀가 무척 취해서

 쓰러진 것을 진혁이 옮기지 않았더라면,

 위험한 상황이 었을 것이다.

 

 어제 그녀는 고가의 옷과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진혁 덕분에 위험에서

 안전한 방 안에서 따뜻하게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에 확인했을 때

 그녀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진혁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하나에게 아무 짓도 안 했을리가 없다는,

 의심이 쉽게 거두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서는

 그저 감사하다고 말할 도리밖에 없었다.

 

 따뜻한 방에서 안전하게 잠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녀는 묶을 방도 집도 없이

 집을 나온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무안해진 하나는 그저 애꿎은 바닥만,

 자꾸 발로 비비고 있었다.

 

  

  " 이기지 못할 술을 참 잘도 마시는 군요.

  아침 먹죠. "

  " 그..그래. "

  " 저는 누구처럼 야박하게 굴지는 않으니까요. "

  " 흠흠.. "

 

  

 그의 식탁에 차려진 식사는 그만큼이나 정갈했다.

 특별한 반찬이 있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맛있는 밥상이었다.

 

 문뜩 진혁의 첫인상과는 다르게 자꾸 그가 다시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눈빛은 불편했다.

 

 오늘 그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무엇 때문이 었을까?

 자신에게 그 예의주시하는 눈빛도 없었다.

 묵묵히 밥을 맛있게 먹을 뿐이었다.

 

 하나는 모르고 있었다.

 어제 취한 그녀를 맘껏 탐하고 눈으로 즐긴 진혁이,

 지금 눈 앞의 그녀에게 관심이

 당연지사 안 갈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며

 식사를 끝낸 그녀는 어색한 분위기를,

 도무지 견뎌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말을 먼저 꺼낸 것은 오히려 진혁이었다.

 

 

  " 그 짐 가방 혹시 집을 나오신 겁니까? "

  " 아.. 그런 셈이지. "

  " 갈 곳이 없으십니까?

  하긴 갈 곳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제 길바닥에서 만취상태가 된 채

  쓰러져있지는 않았겠군요. "

  " 그런데 날 어떻게 발견한거야? "

  " 우연히 입니다만,

  지금 머물 곳을 찾고 있는다면,

  여기서 지내시겠습니까? "

  " 뭐? 나보고 너와 같이 동거를 하란 말이야? "

  " 동거이긴 합니다만,

  하나씨가 생각하는 그런 불순적인 의도는 없습니다. "

  " 그 말을 내가 믿을거라고 생각해? "

  " 저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생각입니다.

  물론 하나씨가 생각하는

  그런 의도 조금은 
있습니다.

  저도 그냥 방을 내어 드리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 곳에 머무르시는 동안

  저는 하나씨에게 손 끝 하나

  건드릴 생각 없습니다
만,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하나씨를 지켜보길 원합니다.


  우리의 계약조건은 이 것 하나!

  제가 하나씨를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얼마든지 이 곳에서 머무셔도 좋습니다. "

  "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무리 네가 관음증이라지만,

  나한테 이상한 짓을 안 한다는 보장은 어떻게 하지?

  널 뭘 믿고 말이야."

  " 하나씨가 생각하는,

  그런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하나씨가 머무는 방은

  안에서 잠금장치를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제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또 하나 더 저는 회사에서

  일찍 들어오지 않습니다.


  꽤 오랜 시간 편하게,

  이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식비를 포함한 그 어떠한 생활비도,

  안 내셔도 됩니다.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아주 좋은 계약조건이라고 생각됩니다만. "

  " ! "

  

 

 솔직히 정말 엄청난 제안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가 가진 돈으로는 지하 단칸방도 얻기 힘들었다.

 그리고 집이 회사와 가까워야 되는데 회사는 강남권,

 이 돈으로 절대 방을 얻을 수없다.

 

 그의 아파트는 회사와도 가까웠고, 깨끗하고 넓었다.

 심지어 그는 생활비를 단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았다.

 요구조건은 단 하나,

 그녀를 관찰하게 해달라는 것.

 

 사실 그는 자신을 더듬거나,

 어떻게든 자려고 하는 남자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물론 미친놈의 그 취미생활이라고

 말하는 관음증적인 행동은 너무 소름 끼쳤다.

 하지만 손대지 않는다니까

 그 것 하나 안심된다는 것과,

 그 것을 떠나서도..

 사실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었다.

 

 그녀는 지금 위기 상황이었고,

 갈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두 모녀가 눈을 번뜩이고 있는

 본가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 좋아. 그 조건에 합의하겠어.

  대신 꼭 지켜!

  내 몸에 손대지 않겠단 그 약속! "

  " 좋습니다.

  여기 계약서 입니다. 싸인하시지요. "

  " 진짜 철저하네. 너 편집증도 있어? "

  " 사람 보는 눈이 참 정확하십니다.

  아니면 신기가 있으신지요? "

  " 미친놈, 역시 넌 또라이야. "

  "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

 

  

 두 사람의 동거 계약조건은 합의 되었다.

 

 앞으로의 그 들의 파란만장한 삶의 나날들이

 얼마나 많을지는 상상조차 어려웠다.

 

 관음증인 한 남자와,

 남성혐오증을 가진 한 여자가 하는

 동거는 기상천외한 사건이었다.

 

 

 

 또다시 월요일 아침은 찾아왔고,

 그 들은 별 탈없는 주말을 보냈다.

 각자의 출근 준비로 바빴고,

 출근이 진혁보다 이른 하나는 먼저 집을 나섰다.

 

 그렇다 보니,

 서로 같이 출근하는 일도 없었고,

 먼저 퇴근하는 하나였기에 그 둘이 함께

 동거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몇 일이 흐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도 이 사실을 편히 받아들이고 오히려 장을 보며,

 본가에 있을 때보다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수십 통의 두 모녀의 전화를 씹고 있었지만,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을 테니 안심되었다.

 

 혼자 저녁을 먹긴 했지만,

 진혁과 함께 어색하게 먹는 것보다는

 낫기에 확실히 편했다.

 

 그는 정말 바쁘긴 한 모양이었다.

 항상 밤늦게 들어왔고,

 들어와서도 간단히 씻고는

 한참을 일을 하다가 잠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말에도 쉬지 않았다.

 집이 흐트러지는 것을 엄청 싫어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그는 회사를 가는 일 외에는 집에서만 생활했다.

 모든 생필품은 모두 인터넷으로 배달 받았고,

 장을 보는 것 또한 그랬다.

 

 그러나 청소만큼은 정말 철저했다.

 냉장고의 배치마저도 완벽하게 줄을 서 있을 지경이니,

 정말 징그러울 정도였다.

 

 편집증에 관음증이라니..

 정말 미친놈 중의 상미친놈이다.

 

 그런 그가 관음증의 최고봉을

 보여주는 계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의 거실에 전부터,

 덮개가 씌워져 있는 것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진혁은 그 물건을 정말 애지중지 했고,

 하나가 절대 만지지 못하게 했다.

 

 그냥 처음에는 아끼는 물건인가 했다.

 주말에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우연찮게 있어서,

 결국 그 정체를 알게 되었다.

 

 천체망원경,

 그 것의 정체였다.

 

 이 미친놈이 그 것으로 많은 여자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를 선택한 것도,

 신축이다 보니 젊은 여자들이 많았다.

 

 물론 신혼부부는 말할 것도 없이

 많이 입주해 있었다.

 

 이 것은 그의 취미생활인 그 사냥감들을,

 관찰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다.

 신혼부부의 성생활,

 그리고 많은 여자들의 옷을 갈아입는 것까지..

 

 정말 생생하게 라이브로

 그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망원경은 별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니

 당연지사 바로 앞 동의 모습은 정말 잘 보였을 것이다.

 

 정말 기가 막히고 욕밖에 안 나왔다.

 그래서 밖을 안 나가는 것이었다.

 저것 하나면 하루 종일 지켜보고 놀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너..너! 이따위 것으로 매일 집에서 그 미친짓을 해? "

  " 이따위 것이 대체 얼마인지 아십니까?

  그리고 제게는 목숨보다 소중한 것입니다만. "

  " 미친새끼..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흥분하다니.. "

  " 제가 특별히 이번 한번은 하나씨께 기회를 드리죠.

  한번 보시겠습니까? "

  " 내가 왜!!!! "

  " 싫으면 방해하지 마시죠. "

 

 

  [ 정말 미친 관음증 환자같으니라고!! ]

 

 

 저런 놈이랑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자체가 끔찍했지만,

 지금은 이 계약을 파기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가장 불리했다.

 하나는 머무를 곳이 필요했고,

 본가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곳이어야 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돈을 모을 시간을 벌어야했다.

 

 위험하고 끔찍한 일이지만,

 하나는 진혁의 집에서 생활 해야만 했다.

 그녀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위험을 감수함이었다.

 

 그러나 역겨운 그 행태를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하나는 밖으로 나갔다.

 

 갈 곳은 없었다.

 그러나 발길이 닿는 대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전화벨이 울린다.

 또 어머니일까 싶어 무시하려다,

 끊이지 않는 벨소리에 보니, 진우다.

 

 어쩔수 없이 하나는 전화를 받았다.

 

 

  [ 너 대체 어디야?

  본가가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알아?]

  " 미안해. 오빠에게는 미리 연락했어야 하는데... "

  [ 지금이라도 있는 곳 말해.

  데리러 갈께~ ]

  " 아니야..오빠~ 지금 있는 곳 편해. "

  [ 너 아는 사람 없는 것 알아.

  아버님께 알리지 않을께. 하나야...]

  " ...아니야. 아는 사람 집에 머무르고 있어.

  너무 걱정하지마. "

  [ 그럼 만나자. 만나서 이야기 해.

  너 지금 어디니? ]

  " 그럼 오빠 내가 회사 근처로 갈게~

  거기 앞에서 만나. "

  [ 알았어. 기다릴게 .]

 

 

 결국 하나는 진우의 끈질김에 못이겨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차라리 잘된지도 몰랐다.

 어차피 지금은 진혁의 취미생활을

 직접 목격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니 진우와 밥이라도 먹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진우에게로 가는 길에 하나는 문뜩 의문이 들었다.

 그 한가지 의문스러운 것은,

 그가 아직까지도 자신을 관찰조차 안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에게는 감사할 따름이지만,

 언제 그 계약조건을 실행할지 알 수 없기에,

 더 불안하기만 했다.

 

 저 미친놈이 언제 눈 돌아가서,

 그녀를 덮칠지도 모르니 더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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