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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녹이 기억할 것입니다
작가 : Naram
작품등록일 : 2020.8.17

어린 아이들이 말하기를,

후대의 선생들이 가르치기를,

세계의 역사가들이 기록하기를,

당신은 비열하고 악독한 손가락질 받아야 마땅한 자라 비웃을지라도

아녹께선 그날의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13
작성일 : 20-08-24 22:25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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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실례하겠소. 무슨일인가.”

 

 

  급하게 들어온 부족의 병사는 가쁜 숨을 가라앉히며 최대한 또박또박 말했다.

 

 

  “알레프 부족 족장님이 오셨습니다.”

 

  “...알겠다. 다른 손님과 먼저 자리하고 있으니 내 거처에서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이삭은 얼굴에 동요가 들어나는 것을 가까스로 막았다. 그들이 오는 날짜는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나 남았는데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게다가 정체불명의 손님과 아스칼이 있다는 것은 더욱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래서 빨리 보내려 했건만.’

 

 

  하지만 이삭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 안됩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오는 것은 어느 부족의 법도입니까?”

 

  “지나가는 길이지 않나? 이왕 여기까지 온 것 얼굴만 한번 보는게 그렇게 어려울까.”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이삭은 아무렇지 않는 표정을 고수하는 것에 실패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돌려보낸다면 더욱 이상하게 여길 것이었다. 어쩌면 알레프 부족 족장이자 몇몇 부족들 사이에서 ‘영웅왕’이라 불리기 시작한 메네슈아 알레프가 약속된 날짜보다 일찍 온 것도 일종의 노림수였을지도 몰랐다.

 

  이삭은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센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밖에서 옥신각신하고 있는 메네슈아를 천막 안쪽으로 불러들였다.

 

 

  “하하, 이거 실례가 많았소. 그리운 친구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 이렇게 억지로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소이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네.”

 

 

  이삭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메네슈아에게 인사했다.

 

  메네슈아의 풍채는 말 그대로 군왕의 것이었다. 딱 벌어진 어깨, 거대하면서도 단단하게 균형 잡힌 체구, 날카로우면서도 진중한 눈빛과 절도 있는 자세는 아스칼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러한 모습은 그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조금 불편함을 줄 수 있었으나 아스칼과 센의 태도는 이삭이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오랜만이다. 그때 이후로 일 년 만이군.”

 

  “자랑스러운 적색 사막의 야수 아스칼 그레이엄 아닌가? 오, 꼬마 티리에도 있었군. 이제는 소녀가 되었는걸.”

 

  “안녕하세요 아저씨.”

 

 

  센과 아스칼은 메네슈아와 자연스럽게 악수를 하며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삭이 그 모습을 조금 당황하며 바라보자 메네슈아는 웃으면서 이삭에게 설명해주었다.

 

 

  “2년 정도 되었나. 여러 방면으로 나를 도와주고 있는 친구일세. 아, 그러고 보니 아즈락 부족 출신이라 했었는데 자네와는 당연히 구면이었겠군.”

 

  “도움이라면...”

 

  “우리 민족의 숙원 있지 않나. 거기에 동참하고 있어.”

 

  “그렇군.”

 

 

  이삭은 속으로 운명을 저주했다. 이 일에 엮이지 않기를 바랬건만 그라스트께선 이미 그의 길을 이곳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의 부족은...

 

 

  “이거 불청객이 찾아와서 선객을 불편하게 있었군. 거기에 앉은 귀빈은 누구신지 알려줄 수 있겠소?”

 

 

  이삭이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 메네슈아는 얼굴에서 호탕한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센을 바라보았다. 헤인은 센의 곁으로 다가와 그를 경계했지만 센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벨레시우스 공국에서 해어진 후 2년만입니다. 오랜만입니다 이스타니아의 영웅왕이시여.”

 

  “으음, 그 호칭은 아직 이른 것 같구려. 벨레시우스 공국에서 봤다면 그곳의 귀족 협력자중 한명인 듯 한데 미안하지만 그대가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는군.”

 

  “지금까진 숨기고 있었지만 다들 구면인 듯 하니 부담이 한결 줄어드는군요.”

 

 

  센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에 왼 손을 올리고 모두를 향해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이 자리에서 모두에게 인사드립니다. 벨레시우스 공국의 행정관이자 1공녀, 크리스티나 벨레시우스입니다.”

 

  “벨레시우스 공국?”

 

  “아일드 제국 북서쪽에 있는 공국입니다. 지금은 침공당해 멸망했습니다. 헤인은 저와 함께 했던 기사들중 한명이었고 고맙게도 여기까지 함께 하고 있지요.”

 

 

  티리에는 조금 놀란 듯 센을 바라보았고 아스칼은 유감이라는 듯 입을 다물었지만 메네슈아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기억나는구려. 지혜롭고 성숙한 여인이었지. 헌데 머리색과 체형이 조금 달라진 것 같소?”

 

  “머리카락의 색은 그렇다 치고 체형이라면?”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가슴은 초원의 양처럼 포근했고 허리는 강가의 버들처럼 유연했으며 엉덩이는 잘 익은 사과처럼 탐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하오.”

 

  “보아하니 얼굴은 기억하지 못하는 듯 한데 몸은 꽤 상세히 보셨나보네요.”

 

  “인상 깊었지.”

 

  “...”

 

  “...”

 

 

  헤인은 얼굴을 와락 구기며 센의 앞으로 나와 그녀의 몸을 반쯤 가렸다. 티리에는 한발자국 물러나 메네슈아와 헤인을 똑같이 멀리했으니 티리에가 보기에 메네슈아나 헤인이나 똑같은 사람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센은 조금 헛웃음을 짓더니 허리춤에 매어져 있던 단검으로 자신의 머리카락 일부를 잘랐다. 잘려진 금발은 단면으로부터 서서히 바뀌더니 곧 전체가 붉은 색으로 바뀌었는데 메네슈아는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마법물품인가.”

 

  “백성들에게 사랑받는 몸이었으니 목을 자르기엔 여러모로 부담이 있었죠.”

 

  “그렇다 하더라도 유배시키는 것으로 충분했을 텐데 꽤 번거로운 방법을 사용했구려. 뭐, 적발을 확인했으니 그렇다고 치겠소.”

 

 

  완전히 믿지는 않겠다는 말이었다. 센도 그정도로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로서 센은 자신이 의도했던 모든 것을 이루었다.

 

  메네슈아는 반가운 얼굴들을 봤으니 이만 쉬러 가겠다고 하며 자리에서 떠났다. 다만 떠나가기 직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삭을 바라보았는데 이삭은 그의 시선을 외면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메네슈아가 떠난 후 이삭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부족의 분위기가 날카로웠던 이유는 이제 알 것이라 생각하고 이만 가겠네. 저녁 식사를 방해해서 미안했소. 그럼 이만.”

 

 

  이삭은 그렇게 말하고 떠났지만 아스칼은 왠지 이것이 다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떠나가는 이삭의 얼굴이 심히 좋지 못했기에 의문은 가슴속에 뭍어둘 뿐,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누구에게는 만족스러운 밤이, 누구에게는 불편한 밤이 흘러갔다.

 

 

 

 

 

  가장 어두운 시간, 태양이 뜨기 직전 아스칼 일행은 부락을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밤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이삭은 가벼운 옷차림을 입은 채로 아스칼에게 다가갔다.

 

 

  “이젠 서둘러 갈 이유가 없는데 조금 더 머무르는 것이 어떤가. 이제부턴 맘 편히 쉴 곳이 없을 텐데.”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감정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아스칼은 고개를 저으며 낙타에 짐을 싣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어젯밤 일행들과 이야기를 끝냈네. 부족과 부족 사이의 일이 오갈텐데 이방인이 끼어 있음으로서 자리를 불편하게 할 수는 없지.”

 

 

  이삭은 아스칼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잠시 동안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으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메네슈아를 돕고 있다고 들었는데.”

 

  “정확히는 민족의 염원을 이루는 것에 한손 거들고 있을 뿐이다. 가장 앞장서서 이끌어 나가는 것에 메네슈아였을뿐 딱히 개인에게 힘을 더하는 것은 아니다.”

 

 

  어제밤 자리에서 메네슈아와의 미묘하게 불편한 관계를 알아채 배려해서 말하고 있다 생각한 이삭은 쓴 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너도 알다시피 이 일에 모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니야. 그래서 메네슈아는 여러 부족들을 돌아다니며 설득하고 있고 우리 부족도 그중 하나지.”

 

  “그렇군. 그렇다면 아즈락(Azrak) 부족은.”

 

  “중립. 내가 아는 바로는 우리 시엘라 민족의 12부족중 루가(Luga)와 마하난(Mahanan), 토즈카(Tozca)부족도 중립이야.”

 

  “반대하는 곳도 있다는 말이겠군.”

 

  “가아람(Garam), 자인(Zayin)은 반대. 이에(Iea)와 헤세드(Hessed)는 일부 동조하는 편이고 알레프(Alef), 카토(Cato), 엘렘(Elem), 샴(Sham)은 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

 

  “복잡하군.”

 

  “모든 정치가 그러하지. 이유도 제각각이니까.”

 

 

  아스칼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오랜 친우를 바라보았다. 12부족중 가장 세력이 약해 이리 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고 좋지 못한 일로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아즈락 부족의 족장대리는 상당히 피곤해 보임에도 그 눈은 항상 그러했듯이 올곧게 빛나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해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일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했네. 민족의 일원으로써 함께 한다는 입에 발린 소리 말고 진짜 이유.”

 

 

  아스칼에게 있어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다. 항상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는 질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의 어머니, 샤트라 아즈락께서 어렸을 적의 나에게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다. 너의 뿌리, 민족을 잊지 말아라. 힘없는 정의는 아이의 몽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너 자신을 사랑해라.”

 

  “...”

 

  “우리 부족, 민족에 힘이 없으니 외압에 휘둘렸고 나의 어머니처럼 노예로 팔려가는 사람도 한두사람이 아니다. 물론 숙원을 이뤄 나라를 만들어도 이러한 일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단 적겠지.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민족을 만들자, 그렇게 생각하고 이 일에 함께하고 있다.”

 

  “그러했는가.”

 

  “다만... 최근엔 생각이 많아지는군.”

 

 

  아스칼은 고개를 돌려 센과 수다를 떨고 있는 티리에를 바라봤다.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껴주고 있는 아이. 지금까지 자신을 지지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 아이가 이 일에 함께 하는 것이 최근 들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혈기가 끓어오르던 가슴이 점차 식어가고 차가운 이성이 넓은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니 결코 희망적인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삭도 아스칼의 생각이 무엇인지 짐작했는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너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지. 힘들땐 언제든지 찾아오게. 너의 자리는 항상 열려 있으니까.”

 

  “고맙군.”

 

  “이 이상 있으면 저 헤인이라는 친구가 눈빛으로 나를 찔러죽이겠어. 바쁘더라도 생각 날 때마다 간간히 안부라도 전해주게. 그라스트 안에서 평안하길.”

 

  “그라스트 안에서 평안하길.”

 

 

  아스칼은 이삭이 떠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감정을 가라앉힌 후 무덤덤하게 남은 짐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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