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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지구가 엉켰다.
작가 : 이가탄탄
작품등록일 : 2020.8.24

비슷한 폭으로 살아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정체 불명의 생명체들이 나타났다.
아무리 봐도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해주러 나타난 것 같지는 않다.
혼란스러운 지금, 저 생명체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사람은 나야…?

 
01. 엄마를 구하긴 구했는데,
작성일 : 20-08-24 12:54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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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청년 실업이 어쩌고, 취업이 어쩌고. 전부다 나를 얽매는 이야기들이다. 남들 다 하는 토익, 컴퓨터 활용 능력 시험 전부 준비하고 자기소개서 첨삭도 열심히 받으러 다녔지만,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다행히도 우리 가족은 인터넷에 나오듯이 딸을 구박하지는 않아서 나에게 부담을 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부턴가 스스로를 구박하고 있었다. 취업이 전부라고 생각한 내 머릿속 덕분에 마음은 문드러져 있었다. 활발하고 말 많은 성격이라 의심치 않았는데 어느 순간 표현하는 것이 귀찮아졌고,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는 게 편했다.

 

 

  “딸, 기분이 안 좋아?”

  “……아니.”

  “아닌데. 안 좋아 보이는데~?”

  “…….”

  “그러지 말고 예쁜 카페라도 가서 기분 전환하는 건 어때?”

  “엄마도 내가 집에만 있는 게 보기 싫지?!”

  “아니 지민아, 내가 언제-”

 

 

  거실 바닥에 앉아 빨래를 개던 엄마가 소파에서 의미 없이 TV 채널만 돌리던 나에게 한 외출 제안은 분명 날 위한 것이었는데. 알면서도 밉게 뱉어버린 말과 함께 방에 들어왔다. 침대에 눕고 보니 방문이 빼꼼 열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하, 닫고 누울걸. 왠지 귀찮아져서 문이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누웠다.

 

  ‘달칵’

 

  돌아눕자마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엄마가 닫아주었나 보다. 엄마 미안해. 나도 이런 내가 싫어.

 

 -

 

  그렇게 누워 잠들었다. 눈을 뜨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고 엄마는 10분 전에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뒀다. ‘장 보러 간다. 필요한 거 있으면 전화~’ 하트를 날리는 이모티콘과 함께. 짜증을 냈던 나도 그 사실은 깜빡 잊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에게 아몬드 초콜릿을 부탁한 후 잠깐의 낮잠으로 가벼워진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책상에 앉았다. 공부를 조금 해볼까 싶어 며칠 전 새로 산 펜을 꺼냈다. 학용품을 모으는 건 취업준비생인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취미다. 검은색 펜 뚜껑을 열고 펜 뒤에 꽂는데, 응? 왜 딸깍 소리가 안 나지? 몇 번이고 펜 뚜껑을 여닫았는데도 딸깍 소리가 나지 않는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니… 딸깍 소리가 안 나면 펜을 왜 써?!”

 

 

  펜을 바닥에 던지고 -그 와중에 펜 뚜껑을 곱게 닫고- 책상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 사실 펜 뚜껑 소리 같은 건 중요하지 않은데, 그냥 울고 싶었던 것 같다. 진정되자 내가 바보 같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얼른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바로 눈앞에 티슈가 보였다. 내가 이걸 언제 책상 위에 두었더라. 어쨌든 티슈로 책상과 얼굴을 닦아내고 심호흡을 했다. 바닥에 던진 줄 알았던 펜을 침대 위에서 찾아와 이면지에 테스트를 해보았다.

 

 

  ‘U-N-S-T-A-B-L-E’

 

 

  필기감은 좋네.

 .

 

  벨소리가 나지 않게 무음으로 설정해 둔 휴대폰이 책상 위에서 빛났다. 엄마다.

 

 

  “응, 엄마.”

  “장 본 게 꽤 많은데 10분 뒤에 1층으로 올래? 혼자는 못 들고 올라가겠어.”

  “응, 갈게.”

 

 

  평소 같으면 ‘에이 귀찮게’라든지, ‘그러게 뭘 그렇게 많이 샀어.’ 등의 사족을 붙였겠지만 아까 내가 짜증 낸 것도 있고 해서 얼른 옷을 입었다. 10분이라고 했으니 슬슬 나가볼까. 마지막으로 모자를 눌러쓰고 문을 나섰다.

 

 .

 

  아파트 산책로를 잠시 걷다 곧 엄마가 자주 주차하는 방향으로 와 차가 들어오는 쪽으로 몸을 돌려 섰다. 곧 오시겠지? 아니나 다를까 엄마 차가 보인다. 괜히 반가워 양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는데, 어디선가 굉음이 들렸다.

 

 

  ‘부와아아아앙-’

 

 

  어떤 미치광이 오토바이가 반대편에서 굉음을 내며 달려오고 있다. 정확히 엄마의 차 쪽으로. 엄마는 손 흔드는 나를 보고 잠시 미소 지었다가 금방 오토바이를 보았다. 급하게 경적을 울렸다.

 

 

  ‘빵- 빵-----’

 

 

  이게 무슨 일이지. 곧 부딪힐 것 같다.

 

 

  “엄마!!!!!!”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매우 극적인 상황에 닥치면 모든 움직임이 느리게 보인다고 하던데, 사실이었다. 굉음을 내며 달려오는 저 검은 오토바이도, 놀란 얼굴로 경적을 울리는 우리 엄마도. 그리고 소리치자마자 내 손에서 뻗어 나간 저 정체불명의 붉은빛도.

 

  그 빛은 오토바이 속도보다 더 빠르게 뻗어 나가 오토바이가 엄마를 향해 달려들기 직전 오토바이를 감쌌다. 붉은 연기가 오토바이를 삼키는 것 같았다. 그 빛은 오토바이를 공중에 조금 뜨게 만들었다. 오토바이는 공중에서 아주 잠깐 공회전을 하다 멈췄다. 완전히 멈추자 오토바이는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착지했다. 그러자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사람이 헬멧을 벗으며 내렸다.

 

 

  “아니 방금 오토바이가 떴… 뭘 한 거예요? 미친 그… 그… 그 손에서 빨간 선이 나오는 거 같은데!”

 

 

  직감적으로 이 붉은 빛은 언급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팔짱을 껴 손을 겨드랑이 사이에 숨기고 말했다.

 

 

  “지금 누가 누구보고 큰소리를 치는 겁니까? 단지 안에서 누가 그렇게 속도를 내요! 사고 날 뻔 했잖아, 지금!”

  “아니 그!!!”

  “지민아, 괜찮으니까 집에 가자. 저기요, 그쪽도 과속하지 마세요.”

 

 

  엄마가 내려 이야기하자 오토바이 남자는 씩씩거리며 헬멧을 다시 썼다. 내 눈에는 엄마가 떨고 있는 게 먼저 보였다.

 

 

  “주차는 내가 할게, 엄마.”

 

 

  우리가 뒤돌아 차에 타자 오토바이는 다시 굉음을 내며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미친놈.

 

  다른 곳에 주차해야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조금 더 떨어진 곳으로 향했고, 짐을 챙겨 집으로 올라갔다. 약속이나 한 듯이 엄마와 나는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순간이 한 시간 같았다. 그 와중에 눈치 없이 내 손은 빛나고 있다. 도대체 이 빛은 뭘까? 잘못 본 거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그 오토바이 탄 놈이 말 한 거나 지금 엄마의 복잡한 표정을 보나 -의식적으로 내 손을 보지 않으려 하는 게 티가 난다- 이건 지금 내 눈에만 보이는 게 아니다. 온갖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해서 짐 정리 중이었다.

 

  엄마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 얘기를 하는데 귀에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더 뒤에 보니까 세상에, 유통기한이 이틀이나 더-”

  “엄마, 왜 안 물어봐?”

  “네 손 말이니? 네가 말하고 싶으면 말 해. 어쨌든 엄마를 구해준거지? 고맙다.”

  “… 그게 아니라 엄마, 나도 이게 뭔지 모르겠어.”

 

 

  이제는 엄마 몸이 아니라 내 몸이 떨렸다. 다시 본 내 양쪽 손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엄마, 이거 내 눈에만 보이는 거 아니지?”

  “지민아…….”

 

 

  엄마는 정리하던 식재료를 뒤로 하고 내게 와 내 두 손을 잡았다. 그 빛은 엄마 손 틈새로 계속 보였다.

 

 

  “도대체 손이 왜…….”

 

 

  어쨌든 엄마를 살려줬고, 내 손에 있으니까 위험한 건 아니지 않을까? 엄마 손이 내 손에서 떨어지고 나는 이 빛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뺨으로 손을 가져왔다. 음, 뜨겁지도 않고. 냄새는, 냄새도 안 나. 빛은 쨍하지 않고 마치 빨간 연기처럼… 그래, 빨간색 드라이아이스 연기 같다.

 

 

  “병원, 병원에 가야할까?”

  “병원에 가서 뭐라고 해? 엄마가 사고날 뻔 했는데 제 손에 붉은빛이 나와서 오토바이를 멈춰서 사고가 안 났어요?”

  “허… 참.”

  “악. 아마 손 이렇게 묶여서 정신병원으로 갈 듯.”

  “푸흐흐…….”

 

 

  엄마가 이 순간에 장난을 치고 싶냐는 눈빛을 보내면서도 피식 웃었다. 하. 조금 긴장이 풀려 소파에 앉아 조금 더 깊게 몸을 기댔다. 엄마도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여전히 내 손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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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1. 엄마를 구하긴 구했는데, 2020 / 8 / 24 279 0 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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