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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로맨스에 실패하셨습니다
작가 : 유제인
작품등록일 : 2020.8.2

지나치게 치명적인 세 명의 남자와 그들을 조련하는 한 여자의 본격 남친 대행 프로젝트!

'헤어지쟤, 곧 결혼을 한대, 그것도 어플에서 만난 여자랑...그렇다면 그 결혼식 내가 가줘야지!'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에게 원펀치쓰리타격의 이별통보를 받은 김이로
결혼식에 함께 갈 상대를 구하기 위해 혈중 알콜농도 최상에 이르는 상태로 어플 '로맨스'를 다운받는다.

성격도, 외모도, 매력도 각기 다른 어플 속 세 명의 남자가 그녀의 남친 대행을 자처하는데...
다른 거 다 잘해도 연애만 서툰 김이로, 이번 로맨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

#4각관계 #으른연애 #남친대행 #직진남 #능글남

 
7. 그날의 비밀(1)
작성일 : 20-08-24 12:03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6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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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꾸민 듯 안 꾸민 듯, 일명 꾸안꾸의 선두주자답게 깔끔한 맨투맨과 면바지를 매치한 주하.

 실상은 고심의 고심을 거쳐 몇 번이나 갈아입다 겨우 컨텍한 옷이었다.

 

 오늘의 선택이 만족스러운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돈 중인 주하다.

 

 이런 가볍고도 즉흥적인 만남이 익숙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어울리지 않게 잔뜩 긴장한 자신의 모습에 절로 바람 빠진 웃음이 튀어나온다.

 

 “정신 차리자, 이주하.”

 

 한두 번, 피시방이 끝나고 헤어지던 요한의 방향이 이쪽인 걸 본 적이 있었다. 친구와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였으니 더 관심 가질 이유가 없었기에 그땐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는데,

 

 이로가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은 새삼 주하의 심장을 뛰게 했다.

 

 이렇게나 빨리 만나게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올라가는 입꼬리가 주체 되지 않는 주하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힌다.

 

 -띵동

 

 초인종이 맑은 소리를 내며 울려 퍼진다. 적당한 와인을 고르느라 좀 늦어진 것에 잔걱정을 하던 찰나, 생각보다 빠르게 벌컥 문이 열린다.

 

 이내 전혀 상상 못 한 모습을 한 이로가 문 앞에 등장한다.

 

 “어…….”

 

 눈은 반쯤 풀리고, 머리는 누가 쥐어뜯은 건가?

 무릎까지 오는 늘어진 회색 반팔티와 붉게 상처 난 무릎, 지워지다 만 화장기까지.

 그래서 주하는 꿈에 그리던 첫 만남에 졸지에 이상한 질문으로 포부를 열었다.

 

 “잤어요?”

 

 “그런데요?”

 

 “아…….”

 

 외마디 신음 외에 할 말을 잃어버린 주하가 도통 들어오라 말하지 않는 이로를 향해 멋쩍게 웃어 보인다. 풀린 눈으로 ‘넌 누구니’와 같은 눈빛을 보내던 이로의 시선이 뒤늦게 주하의 손에 들린 와인으로 향한다.

 

 “그건…”

 

 “이로씨꺼요! 뭘 사와야 할지 몰라서”

 

 게슴츠레 눈을 감았다 뜨며 부담스럽게 주하를 응시하던 이로, 그러다 서서히 눈이 커진다. 놀란 주하도 덩달아 토끼눈이 된다.

 

 “아! 너구나?”

 

 “네?”

 

 “들어와”

 

 비틀거리며 문을 개방해주는 이로. 드디어 이로의 집 입성인가, 근데 도무지 이 여자 상태가 심상치가 않다. 살짝만 현관으로 발을 들였을 뿐인데, 확 풍겨오는 술 냄새가 이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이해 가게 해주었다.

 

 씩 웃으며 주먹 쥔 작은 손으로 주하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툭 친 이로가 냉큼 와인을 받아들고 부엌으로 향한다.

 

 “거기 잠깐 앉아 있어!”

 

 거기가 정확히 어디냐고 묻고 싶었지만, 괜히 경직된 주하가 대충 소파 끝머리에 자리를 잡는다. 아주 개인적이고도 은밀한 이로의 진짜 모습을 덜컹 봐버린 탓인지, 도무지 어깨의 긴장이 풀어 지지가 않는 상태다.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이로의 발걸음이 이번엔 방으로 향한다. 혹시 이곳에 앉혀둔 걸 잊을까 봐 간간이 헛기침하던 주하가 곧바로 큰 상자를 들고나오는 이로를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선다.

 

 “자, 대충 정리했는데 한 박스 이상 안 나오더라”

 

 “이게 뭔데요?”

 

 “뭐긴. 강요한 물건들이지”

 

 “네…?”

 

 “왜?”

 

 물음표만 오가는 이 상황,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강요한 대신 이거 가지러 온 거 아니야?”

 

 “저 모르세요?”

 

 “왜 몰라. 강요한 친구 이주하잖아.”

 

 물론 그것도 맞긴 한데…정확히 주하가 물은 건 그게 아니었다.

 벙찐 얼굴로 상자 속 물건들을 쳐다보기만 하는 주하. 이 와중에 웬수 같은 강요한은 뭘 또 이렇게 많은 흔적을 남기고 간 건지, 화살이 그쪽으로 향한다.

 

 그제야 바닥에 보이는 술병들의 개수를 세어보던 주하의 입이 살짝 벌어진다. 저 정도를 마셨으면 이렇게 멀쩡할 리가 없으니까, 그러니까……지금 이로는 취한 것이다. 것도 굉장하게.

 

 그래서 자신이 어플로 주하를 불렀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애초에 얼굴이 나온 사진이 없었으니, 차라리 누구냐고 물었으면 상황을 바꿔볼 여지라도 있었을 텐데.

 

 당연히 잊었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로는 주하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강요한의 친구 이주하의 얼굴을.

 

 그러니 주하의 방문 역시 요한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지금은 저녁 열 한시를 향해가고 있고, 아무리 헤어졌다고 해도 친구의 전 여친 집에 친구의 물건을 가지러 올 미친놈은 없겠지만.

 

 취했다면 뭐 그리 이상할 일도 아니지 싶다.

 

 “많이 드셨어요?”

 

 “나? 저거 다!”

 

 술병들을 가리키며 씨익 웃는 이로의 웃음은 마치 칭찬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했다. 웃음은 아인데 주량은 너무 어른인 이로의 모습을 빤히 보던 주하, 결국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너 왜 웃냐?”

 

 “아뇨. 그냥…신기해서요”

 

 “뭐가? 내가? 너 저만큼 못 마셔?”

 

 “전 저만큼 먹으면 죽어요 누나”

 

 “누나?”

 

 “네. 오늘은 누나로 해요. 앞으로 기회는 많으니까”

 

 “뭔 소리래?”

 

 주하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 이로가 대충 박스를 발로 툭 치고는 부엌으로 향한다. 혼자 의상부터 머리까지, 하물며 마음가짐까지 제대로 준비해온 생각에 민망해진 주하가 작게 한숨을 푹 쉰다.

 

 “너 와인 딸 줄 알아?”

 

 “그것도 가져왔어요!”

 

 그나마 박스만 가지고 내쫓기는 신세가 아님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주하는 오늘 하루를 그저 전초전쯤으로 여기기로 했다.

 

 와인 몇 잔을 함께 기울이며, 주하는 더욱 이로에게 빠져들었다. 사석에서 볼수록 매력적이고 솔직한 이로의 모습은 주하가 상상하던 어른 여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가벼운 연애만 이어가던 주하에게, 이로는 존재 자체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비록 친구의 전 여친이라는 점이 걸리긴 하지만…. 그런 일까지 복잡하게 생각하느라 지금을 날릴 주하는 아니었다.

 

 “그래서 요한이 결혼식에 가겠다는 거죠?”

 

 “그래. 그러니까 너 주변에 괜찮은 친구 있으면 냉큼 모셔와!”

 

 “찾아볼게요. 알바비는 주시나?”

 

 “짜식. 거래 좀 할 줄 아네?”

 

 “세상에 공짜는 없답니다”

 

 “좋아, 있어 봐!”

 

 식탁 옆에 굴러다니는 메모지를 주하 쪽으로 건넨 이로가 볼펜 하나도 마저 건넨다.

 

 “거기다 적어! 우리의 계약서다. 두 장 적어서 하나 가져가”

 

 술 취한 와중에도 철두철미한 이로의 행동에 웃음이 터진 주하가 볼펜을 들고 한참을 고민하는데, 주량을 넘겨도 한참 넘긴 이로는 금세 턱을 괴고 졸고 있었다. 그런 이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주하의 입가에 또 웃음이 번진다.

 

 “날 너무 신뢰하는 거 아니에요?”

 

 메모지에 이것저것을 적다 찢고, 적다 지우고 하던 주하가 마지막으로 완성된 메모를 적고는 식탁 한쪽에 올려둔다.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어젯밤 즐거웠어요. 정신 차리면 다시 얘기합시다, 우리의 은밀한 거래에 대해]

 

 이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주하가 소파에 있던 담요를 가져와 이로에게 덮어준다. 평소에 그렇게 매너있고 자상한 남자가 되어본 적은 없었지만, 그냥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날이라는 생각과 함께.

 

 *

 

 여기, 우진 못지않은 고지식함을 겸비한 연재가 한참을 버스정류장 앞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갑작스럽게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에 가달라는 이로의 부탁도 당황스러운데, 대체 집 주소는 무슨 뜻이었을까…?

 

 하지만 이로는 답이 없다. 어쩌면 그 불길함이 연재를 덜컥 이곳까지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생각 다 제쳐두고 이로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옷을 입었다 벗었다, 신발을 신었다 벗었다, 택시를 잡았다 보냈다를 반복하던 연재의 도착지는 현재 이로의 집 앞 버스정류장에 멈춘 상태다.

 

 번호도 모르고, 지인도 모르고, 하물며 인간 김이로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그 정도로 가볍고 얕은 소개팅 어플 속 관계였단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이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줄어들진 않는다.

 

 “그래. 무슨 일이 생기신 건 아닌지 확인만 해보는 거야. 확인만….”

 

 그렇게 무거운 발을 뗀 연재는 확인만 해보자는 다짐과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마트로 들어간다. 그렇다고 처음 방문하는 타인의 집에 빈손으로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24시 마트에 들른 연재가 불안한지 다리를 달달 떨면서도 집들이 선물을 고르듯 꼼꼼하게 이것저것을 카트에 담는다.

 

 “혹시 여기 병원이 가깝나요? 정말 그냥 혹시 몰라서요! 혹시…아주 만약을 대비해서요. 아니다, 구급차가 빠를까요?”

 

 피곤해 죽겠는데 이건 뭔 어처구니없는 질문인가 싶은 직원이 멀뚱히 연재를 쳐다보다가 손가락을 들어 대충 밖을 가리킨다.

 

 “세 블록 걸어가면 있어요”

 

 직원에게 인사도 잊지 않은 연재가 양손 가득 집들이 선물을 들고 떨리는 발걸음을 뗀다.

 

 그렇게 이로의 오피스텔 건물 엘리베이터로 향한 연재. 마침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오는 어떤 남자와 함께 선다. 무의식적으로 남자를 쳐다본 연재의 표정이 사뭇 굳어진다.

 

 세상에. 같은 남자가 봐도 참 그림 같은 이 남자. 파란색 모자를 푹 눌러썼지만,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가려지지가 않는다. 연예인인가 싶어서 티 안 나게 힐끔힐끔 남자를 쳐다보는데,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살피던 남자가 연재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고개를 쓱 돌린다.

 

 “왜요?”

 

 “네?! 아, 아니요! 혹시 연예인이세요?”

 

 그 질문이 제법 익숙한지 놀라지도 않은 남자가 대충 친근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네. 맞아요”

 

 연예인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니! 그 생각으로 괜히 긴장한 탓에 그와 같은 8층에서 내린다는 사실마저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연재였다.

 

 *

 

 무례하고 예의 없고, 가볍고 어처구니없는 것. 까다로운 해단이 가장 싫어하는 키워드들이었다. 지금 해단의 표정이 썩어들어가고 있는 것도 그 이유였다.

 

 아슬아슬하게 그 선을 왔다 갔다 하며 해단을 즐겁게 하던 이 미친 여자가 드디어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청첩장까진 그렇다 치자고. 근데 다짜고짜 집 주소를 보내다니, 장난해?

 

 평소 같았으면 당장 삭제하거나 차단해버렸을 여자였다. 근데 뒤늦게 올라온 호기심이 바로 문제의 원흉이었다. 여태 검색하지 않았던 김이로란 여자가 궁금해진 해단이 녹색 검색창에 김이로의 이름 석자를 친다.

 

 그렇게 유명한 작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쪽에 발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 신예 작가. 스릴러 소설로 성공리에 입봉하고, 첫 작품으로 미니 16부작까지 써낸 그 작가.

 

 근데 지금 중요한 건 이 여자의 전작이 아니라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대학로를 배경으로 한 대학생들의 사랑과 욕망, 죽음을 그린 미스테리 로맨스 스릴러 웹드라마 ‘방해금지모드’

 

 그러니까, 해단에게 오디션의 기회가 주어졌던 그 작품.

 드디어 배우의 길로 오를 수 있게 해준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준 작가가…이 여자라고?

 

 “하……미친 여자.”

 

 작품 하게 해줬으니까 그 값으로 몸이라도 바치라는 거야 뭐야?

 예민의 수치가 극도로 올라간 해단은 지금 단단히 꼬인 상태다. 고작 대화 몇 번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해단이 며칠 대화해본 이로는 뭐 그럴 사람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그럼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거지? 이게 우연이라면, 그게 더 말이 안 되잖아.

 

 그런 여러 가지 의문 속에서 혼자 해답을 내리지 못한 해단은 결국, 어처구니없고 무례하고 가벼운 이로의 메시지에 응하기 위해 택시를 잡고 만다.

 

 그렇게 미친 여자의 오피스텔 앞에 도착한 해단은 생각한다. 이 몸 한평생, 스폰 따위에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혼자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해단은 그 와중에 눈치까지 빨라서, 어쩐지 새벽 열두 시에 양손 무겁게 장을 봐 8층으로 향하는 저 남자가 수상하다 느끼는 중이다.

 

 그 불길한 예감은 곧 현실이 되고 만다. 긴 다리로 휘적휘적 이로가 사는 804호에 멈춘 해단이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자, 벙찐 표정으로 세 걸음 정도 뒤에 멈춘 연재가 보인다.

 

 “설마 지금 여기 가요?”

 

 연재의 불안정한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린다. 나와 같은 목적지로 온 이 잘생긴 청년은 대체 누굴까?

 

 이로의 남동생? 그렇다기엔 지나치게 닮지 않은 것은 물론, 자칭 김이로 팬인 연재가 이로에게 연예인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남자친구? 아니면 설마……남편?

 

 그 생각까진 차마 가고 싶지 않았던 연재의 머릿속으로 불현듯 뭔가가 스친다. 어쩌면 저 남자도 연재와 같은 경로로 이로와 알게된…….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연재 쪽으로 해단이 가까이 걸어온다.

 

 “동생이에요?”

 

 “네?”

 

 “아니면 뭐, 애인?”

 

 이 잘생긴 청년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자신의 정체가 보기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니 대답할 수 없는 연재였다.

 하지만 해단은 대답을 듣지 않았음에도 벌써 미간에 주름이 잔뜩 가있었다.

 

 “아, 저 이런 상황 정말 원하지 않고요. 뭘 생각하시든 전 아닙니다.”

 

 “네? 뭐가요…?”

 

 “그러니까 이 미친여…아니, 김이로씨랑 저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요.”

 

 “근데 왜 이 시간에 여기 계세요?”

 

 웬일로 소심한 연재의 입에서 덜컥 제일 속 시원한 질문이 튀어나온다. 짧게 대답을 고민하던 해단의 눈빛이 금방 의심의 눈초리로 바뀐다.

 

 “그러는 그쪽은요?”

 

 “네?”

 

 “남동생도 애인도 아니면, 뭡니까?”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던 연재의 표정이 곧 울 듯하다. 이 잘생긴 청년은 어플 로맨스에까진 생각이 미치지 않은 모양이지만, 이미 연재는 그쪽으로 거의 확신이 서고 있었다.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근데 그게 굳이 상처로 다가오는 연재였다.

 

 “내가 그쪽보다는 가까운 사이지 싶은데”

 

 그래서 아무 뜻 없이 뱉어진 해단의 마지막 말이 연재에게 치명타가 되고 만다. 충격받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연재는 자신이 정말 이로와 조금도 가깝지 않은 사이라는 사실만 깨닫고 있었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고개를 꾸벅 숙인 연재가 해단의 말은 듣지도 않고 부리나케 계단으로 뛰어간다.

 

 “뭐야?”

 

 그 탓에 해단의 눈엔 더욱 수상하게 비춰진다.

 

 자신도 돌아가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고 서있는데, 갑자기 벌컥 문이 열린다. 놀란 해단이 습관적으로 모자를 푹 눌러쓴다.

 

 “저기요. 이 시간에 왜 이렇게 시끄럽게 하세요?”

 

 지금 시끄럽다고 문을 연 거야?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열이 뻗친 해단이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휙 든다. 여전히 풀린 눈으로 물끄러미 해단을 응시하던 이로의 눈이 또 점점 커진다. 해단이 빨리 자신을 알아보란 의미로 모자의 챙을 살짝 올린다.

 

 “그림이…?”

 

 취해서 사리분별 못하는 와중에 그림 같은 해단의 얼굴은 찰떡같이 알아본 이로. 근데 그것에 그치지 않고 활짝 웃는다.

 

 지금…반가워하는 거야?

 이로의 갑작스러운 웃음을 맞닥트린 해단의 입에서도 헛웃음이 터져 나오는데, 쭉 뻗은 이로의 손이 해단의 손목을 낚아채 집안으로 끌어당긴다.

 

 전혀 준비 안 된 해단이 덜컹 이로의 집으로 입성하는 그 시각, 벙찐 얼굴로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연재의 밤은 길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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